봄의 서곡

 

 

56

 

김정일동지께서는 동해안일대의 군부대를 시찰하고 밤늦어서 렬차로 귀로에 오르시였다.

한시라도 빨리 평양에 가서 태풍과 무더기비로 인해 입은 큰물피해대책을 강구하셔야 했다.

이번에 기상수문국의 예보를 뒤집고 동해안보다 해안방조제구간이 넓은 서해안일대에서 해일피해를 크게 입었다.

며칠동안에 나라의 거의 모든 지역에 많은 비가 내렸다.

함경남도의 남부지대와 강원도, 황해북도, 개성시일대는 이틀낮과 밤에 걸쳐 장마철 월강수량에 맞먹는 무더기비가 쏟아져 숱한 농경지들이 물에 잠겼다. 그런데다 태풍이 밀물시간에 불어와 예상을 초월하는 높이의 강한 해일이 해안지대를 들이쳐 큰 피해를 낸것이다.

파괴된 해안방조제와 저수지제방들, 끊어진 도로와 철다리들, 살림집과 구조물들의 피해는 막대하였다.

정무원과 지방정권기관들에서 사전에 큰물방지대책을 취할수 있는껏 했는데도 피해상황은 엄청난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동행했던 인민무력부 책임일군에게 수해지역의 군부대들을 동원하여 복구사업을 빠른 시일에 끝내도록 도와주라는 과업을 주어 먼저 떠나보내시였다.

그다음에는 전화로 해일과 큰물피해와 관련한 전국적인 복구사업을 설계하는 정무원총리에게 여러가지 조언을 주시였다.

정무원부총리를 책임자로 하는 강력한 련합지휘부조직, 청년돌격대와 복구건설인원동원문제, 국토건설관리국과 농업위원회산하의 유능한 과학자, 기술자, 전문가들로 피해지역들의 복구개건안을 작성하는 사업, 각종 륜전기재와 설비, 자재보장… 복구사업에 동원되는 사람들의 식량문제해결에 이르기까지 정무원에서 할 일은 많았다.

한밤중인데도 그이께서 계시는 렬차칸은 긴급한 과업을 받으러 오고가는 일군들로 하여 분주하였다.

렬차가 함경남도지경을 달릴 때에야 그이께서는 조용한 시간을 내여 도에 나가있던 당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올린 문건을 펼쳐드시였다.

함경남도는 이번 무더기비와 해일피해가 전국적규모에서 볼 때에는 좀 적은편이였다.

갓 쌓은 광포제방과 방파제가 몇개 터지고 금진강하류가 범람했으나 손실은 크지 않았다.

철길도 함경남도구간에서는 끊어진 곳이 없었다.

함경남도당위원회가 올해 들어서면서부터 국토관리사업에 대한 관점을 바로세우고 당원들과 근로자들을 길닦기와 강하천정리, 나무심기사업에 옳바로 조직동원했기때문이라고 볼수 있었다.

그러나 도내에서 볼 때 광포제방뚝이 터지고 원료기지가 물에 잠긴것은 엄중한 손실이라고 문건은 분석하고있었다.

도당책임비서 라충연에 대한 평가도 좋지 않았다. 사람이 인정미가 없고 아래일군들과 시민들을 혹사시킨다, 현실적타산이 없이 광포개간공사와 송전만소금밭건설, 풀판조성과 성천강제방공사 같은 방대한 공사들을 잔뜩 벌려만 놓고 한가지씩 모가 나게 집행하지 못한다는 뒤소리를 듣고있다, 책임비서가 독단을 부리면서 강추위에 함흥시민들을 60리나마되는 광포에 동원시켜 성급하게 제방공사를 벌리더니 결국은 원료기지가 겨우내 봄내 고생한 보람이 없이 수포로 돌아가고말았다는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반영자료가 어쩐지 설득력이 없음을 느끼시였다.

이제까지 도당책임비서때문에 들볶이우고 불만을 가진 몇몇 일군들이 광포에서 고생한 시민들을 빗대고 낸것 같으시였다.

다음장을 번지니 제방을 직접 쌓고 원료기지를 건설한 로동자들과 돌격대원들, 일반시민들, 가두녀성들의 반영이 적혀있었다.

그들은 광포호반에 구름처럼 모여들어 제방이 터진것이 너무도 분해서 땅을 치며 울었다. 그러나 공사를 성급하게 내밀었다고 도당책임비서를 탓하는 사람은 없었다. 도가 이제는 풀먹는 집짐승을 대대적으로 기르게 되였고 소금밭도 거의 완공되여가는데 광포원료기지가 애를 먹인다고 하면서 제방을 기어이 복구하고 감탕논을 살려내야 한다고 기세를 올렸다. 그들은 오로지 자기네 함남도가 《고난의 행군》정신으로 대자연개조공사를 벌려야 경제적밑천을 마련하고 강성부흥의 길로 전진할수 있다고 한 당의 뜻을 관철할 일념에 불타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부부장을 부르시였다. 그를 차창옆의 쏘파에 앉으라고 손짓하고는 잠시 문건을 다시 번져보시였다.

《도에서 법무위원회도 있었다는데… 충연동무의 견해는 어떻습니까?》

《책임비서동무는 광포원료기지에 숱한 시민들을 동원하여 공사를 내민 사람이 자기니 법무위원회처벌도 자기가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은 제방이 터진 사고심의나 법무위원회를 여는것보다도 제방을 복구하고 원료기지논에서 물을 퍼내는게 절박하다고 했습니다.》

렬차칸에는 무거운 정적이 깃들었다.

끊임없이 굴러가는 차바퀴의 단조로운 소음은 그 정적에 긴박감을 실어주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몸을 일으켜 차창가에 다가가시였다.

차창유리에 비멎은 밤하늘이 비꼈다.

흩어지는 검은 구름쪼각사이를 종이배처럼 떠가는 하얀 초생달과 장마비에 씻긴듯 파르스름하니 깨끗한 별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누르끼레한 달빛은 도래굽이에서 넘실대는 바다물에 잠겨들뿐 멀리 검푸른 하늘과 동해의 수평선이 맞붙은 어둑컴컴한 그곳을 비쳐내지는 못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무거운 어조로 허두를 떼시였다.

《난 충연동무의 주장이 옳다고 보오. 한시바삐 터진 제방을 막고 물에 잠긴 벼를 살려내는게 급선무이지 책임문제 같은거야 후에 론해도 되지 않습니까.》

《장군님, 저도 그래서… 떠나오면서 책임비서동무에게 어떤 일이 있어도 원료기지를 완공하라고 했습니다. 제가 함흥에서 만나본 여러명의 일군들이 광포호수를 막지 못한다고… 깊이가 8메터나 되는 감탕지반우에 제방을 쌓아야 또 무너진다고 우려했지만, 반면에 시행정위원장과 수리동력대학박사들을 비롯해서 광포원료기지를 기어이 완공할수 있다고 장담하는 시민들이 절대다수였습니다.》

렬차가 산협곡에 접어들자 밤안개 낀 바다도 초생달도 더는 보이지 않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탁자옆에 앉으시였다.

《옳습니다. 부부장동무, 우리는 광포원료기지를 건설한 함흥로동계급과 가두녀성들의 의견을 전적으로 지지해야 합니다.》

그이께서는 탁자에 량팔굽을 얹고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사실 함흥사람들은 지난 겨울부터 강추위와 굶주림을 이겨내면서 맨주먹으로 원료기지를 건설하느라 갖은 고생을 다 해왔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고생이 아니라 함흥로동계급이 붉은기를 지키고 래일을 위한 창조정신으로 무장하는 준엄한 과정이였습니다. 광포원료기지건설은 경제적효과성만 중요한게 아니라 난관앞에 주저앉았던 함남도사람들에게 <고난의 행군>정신을 심어주고 부강한 앞날을 건설하기 위해 떨쳐나서도록 했다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이제 두고보시오. 라충연동무는 투지좋은 함남도사람들을 데리고 광포원료기지는 물론이고 소금밭, 풀판, 성천강계단식발전소들과 같은 대자연개조공사들을 하나씩 본때있게 제껴낼것입니다.》

산굽이를 돈 렬차가 다시금 쾌속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이께서는 수행일군에게 말씀하시였다.

《시간이 없지만 가다가 함경남도당 책임비서를 만나봐야 할것 같소.》

《렬차가 방금 함흥을 지났습니다.》

《벌써 그렇게 왔소?!… 아니, 책임비서는 도당사무실에 있지 않을거요. 광포에 나가있을거요. 렬차를 다음역에 세우시오.》

 

 

반시간가량 지나서 함경남도당 책임비서가 탄 승용차가 진흙탕을 휘뿌리며 질주해오더니 역사앞에 멎었다. 여름밤의 서늘한 대기속으로 파르스름한 초롱불을 단 깨찌벌레들이 날아다녔다. 렬차를 줄곧 따라온 초생달은 피로한듯 구름덩이에 여윈 몸을 의지하고서 푸릿한 빛을 던지고있었다. 철길 뒤켠의 논벌에서 개구리의 소합창이 간간이 들리고 뜸부기들이 웅글은 소리로 거기에 어울렸다.

역홈에 내려와 기다리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어푸러질듯 달려오는 라충연을 향해 마주가시였다.

《장군님!》

《충연동무!…》

그이께서는 감탕이 묻은 작업복을 입은 라충연의 꽛꽛한 손을 반가이 잡아주시였다.

《동무를 보고싶어 이렇게 가다가 들렸소.》

《!…》

《제방이 터져 고생이 여간 아니지?…》

《장군님… 아지를 치기 시작한 벼가 몽땅 물에 잠겼습니다.》

라충연은 울먹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위로하시였다.

《호수감탕에 제방 쌓는 일이 헐하겠소. 제방이 견고해지기 전에 공교롭게 큰물에 맞다들렸으니 그렇게 됐겠지.》

《다 제 잘못입니다.… 제가 원료기지를 빨리 건설하는데만 신경을 썼지 사람들이 제방이라는 수력구조물에 어떻게 성실과 량심을 묻어야 하는가를 잘 일깨워주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이 땅을 치며 울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경험이 없는데다가 일을 다그치다나니 언 흙덩이가 들어갔을수 있습니다. 됐습니다. 교훈을 찾았으니 그게 중요한겁니다. 난 충연동무가 맥을 놓고 주저앉았을가봐 걱정을 했습니다.》

《저는 사실… 허탈상태에 빠져있다가 장군님께서 병사들을 보내주셨다는 소식을 받고 광포에 달려나왔습니다. 신심을 잃고있던 함흥시민들은 병사들이 가슴을 치는 호수물가에서 흙마대를 메나르며 결사전을 벌리는것을 보고 모두 떨쳐나섰습니다. 밤이 깊었는데도 누구 하나 쉬는 사람이 없이 홰불을 켜들고 일하고있습니다.》

라충연은 번민과 고뇌에 찬 얼굴이였지만 목소리에는 기백이 느껴졌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머리를 끄덕이시고 어둠속 멀리 홰불바다로 하여 화광이 충천한 광포쪽을 바라보시였다.

《제방우로는 아직 화물자동차가 못다니지?》

《예.》

《배들은 없소?》

《오리목장의 수초배와 매생이들은 몇척 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시민들이 도람통과 자동차쥬브를 여러개씩 묶어 배를 많이 만들었습니다. 그우에 널판자를 건너지르고 흙마대와 장석을 실어나르는데 아주 제격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불망치을 들고 감탕속의 호수물로 배와 《고무배》를 끌고다니는 로동자들, 흙마대를 등에 지고 제방길을 뛰여가는 함흥시민들과 군인들의 결사적인 투쟁모습이 눈앞에 삼삼하시였다. 가슴이 후더워오르시였다.

《함흥사람들이 굴하지 않고 다시금 일떠섰다니 됐습니다.》

그이께서는 달빛이 어려 기쁨의 눈물이 번뜩이는 라충연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시였다.

《저녁식사는 했소?》

《저… 야간작업이 끝나면 먹습니다.》

《그럼, 나하구 같이 저녁이나 한끼 나누기요.》

김정일동지께서는 라충연의 등을 떠밀어 렬차에 오르시자 식당칸쪽으로 가시였다.

라충연을 앉히고 자신께서도 식탁을 마주앉으시였다.

밝은 전등빛에 드러난 라충연의 얼굴을 찬찬히 보니 당중앙위원회 책임일군협의회에서 만났을 때보다 퍼그나 축가고 야외일을 하는 로동자처럼 얼굴이 꺼멓게 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라충연의 손에 수저를 들려주시였다.

《드시오. 내가 동무한테 도를 맡겨놓고 일만 시켰구만.》

《장군님!…》

라충연은 울먹거렸다.

《저는… 장군님의 신임을 받구… 도에 와서 해놓은 일이 없습니다.》

《아니, 동무는 그새 일을 많이 했소. 어떤 일군들은 내한테 전기가 없다, 쌀이 없다, 설비를 사게 자금을 달라, 자재를 보장해달라 하면서 문건을 내지만 충연동무는 함남도에 가서 지금껏 아무것도 달라고 하지 않았지. 빈주먹밖에 없으면서 공장, 기업소들을 살려내고있고 주저앉았던 함남도인민을 <고난의 행군>정신으로 불러일으켜 대자연개조사업에 떨쳐나서게 했소.》

김정일동지께서는 라충연이쪽에 곽밥의 반찬을 밀어놓아주시였다.

《어서 드오. 책임비서동무는 이전보다 몹소 축갔소. 힘들고 맘고생이 많지. 도에 일을 너무 벌려놨다는 반영이 있더구만.》

《…》

《광포원료기지, 송전만소금밭, 풀판, 중소형발전소… 어떻소? 모두 거창한 대자연개조공사들인데 함경남도사람들이 몹시 힘들어하지?》

라충연의 얼굴에 결연한 빛이 어렸다.

《장군님, 힘들어합니다. 그렇지만 기어이 해내겠습니다. 우리 함경남도는 그 공사들을 하지 않으면 못삽니다. <죽음을 각오한 사람을 당할자 이 세상에 없다> 고 하신 장군님의 신념과 배짱을 가지고 결사전을 벌리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대견해서 그를 건너다보시였다.

《책임비서의 배짱이 맘에 드오. 역시 <불도젤>일군이 다르구만. 그런 결사의 각오로 떨쳐나서면 도안의 대자연개조공사들을 다 해제낄수 있습니다.》

식사가 끝난 후 그이께서는 라충연을 바래주러 홈에 내려가시였다.

여름밤의 이슬머금은 대기는 청신하였다. 비구름이 완연히 가신 검푸른 하늘에서는 황백색의 초생달이 미소를 던지고 총총 여문 별들이 눈웃음을 치고있었다.

깨찌벌레가 평온스레 떠다니는 논벌쪽에서는 개구리울음소리도 들려오지 않고 뜸부기들도 잠든듯 고요하였다.

《청풍덕염소목장은 언제쯤이면 되오?》

그이께서 물으시였다.

《래달중순에는 방식상학을 할수 있게 완전히 끝내겠습니다.》

《내 짬을 내여 꼭 가보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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