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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라충연은 통나무를 다듬어서 림시로 지은 《청풍덕염소목장건설지휘부》 건물이 움씰거릴 정도로 벼락치는 요란스런 소리에 놀라 깨여났다. 비닐박막이 벗겨져 나풀거리는 열십자간살의 작은 창문으로 비바람이 마구 쓸어들었다. 먹물을 부은듯 한 밖에서는 며칠째 무더기비가 조금도 숙어들지 않고 아연도판지붕을 세차게 두드리며 쏟아지고있었다. 라충연은 고열속에 식은땀을 흘리며 모포를 깐 딱딱한 널침상에서 일어나려고 모지름을 썼다. 뼈마디가 쑤시고 온몸이 과다들며 지긋지긋 아팠다. 잠자리에 들 때 먹은 아스피린과 해열제가 별로 효험이 있는것 같지 않았다. 이틀동안 해발고 높은 청풍덕에서 건설자들과 같이 찬비를 맞으며 방목길을 닦는 일을 무리하게 했더니 끝내 병이 난것이였다. 분장에서 풀판으로 넘나드는 방목길공사를 책임진 군협동농장경영위원회 부위원장이 허리를 다쳐 병원에 실려가지만 않았어도 그는 여기서 지체하지 않았을것이다. 실상 도의 전반사업을 주관해야 하는 책임비서가 숱한 일감을 미뤄놓고 이틀씩이나 산중에 붙박혀 건설자들과 같이 곡괭이질을 하고 돌을 나르고 할 여가가 없는것이였다. 라충연은 손더듬으로 벽에 붙은 스위치를 눌렀으나 전등불은 켜지지 않았다. 벼락이 자주 치고 하더니 전선줄이 어데 끊어진 모양이다. 정전은 되지 않았을것이다. 청풍덕에서 낮이고 밤이고 통나무를 켜서 염소우리들과 살림집, 젖가공실 목조건물을 지어야 하므로 중단없이 무조건 보장하라고 과업을 주었던것이다. 그는 라이타를 켜서 예비로 걸어놓은 석유등잔에 불을 붙였다. 이마에 불덩어리를 매단것 같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그는 비바람이 들어오는 터진 창구멍을 막으려고 보람없이 애쓰다가 창문 웃모서리에 박아놓은 못을 발견하고 작업복을 대강 걸쳐놓았다. 작업복이 펄럭거리며 바람을 막지는 못했으나 비발이 방안에 떨어지지는 않았다. 충연은 방구석에 놓인 책상에 다가앉아 송수화기를 집어들었으나 감도가 없었다. 전선줄아래로 늘인 림시전화줄이니 동시에 잘못된것 같았다. 전화가 통하지 않으니 광포호수물이 얼마나 불었는지 알아볼 방법이 없는것이다. 어저께 벌써 장마철에 범람하던 큰물수위를 넘어서고있다고 했다. 그런데 무더기비는 멎지 않고 하루낮 하루밤을 퍼부었으니 호수물이 예상수위를 넘어 위험수위에 도달했을지 모른다. 그는 불안을 달랠길 없어 침대에 걸터앉지도 못하고 천정이 낮은 방가운데 버티고 섰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이 밤중에 전화를 살릴수는 없겠으니 그는 아침까지 도당과 두절되여 이 산중에 갇혀있는격이 되는것이였다. 아무래도 운전사를 깨워 고열을 무릅쓰고라도 광포에 가보아야 불안을 덜것 같았다. 머리가 빠개지는것 같은 아픔을 참으며 바지를 찾아 입는데 밖에서 말소리가 나더니 옆방문을 탕탕 두드렸다. 소낙비소리에 웬만큼 두드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한 모양이였다. 건설장 후방책임자가 소대에 내려갔는지 응답이 없자 이번에는 그의 방 출입문을 두드렸다. 《누구요? 들어오라구.》 라충연이 문을 열어주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석유등불빛이 비쳐나가자 문지방너머 락수물이 좔좔 떨어지는 어둑컴컴한 처마밑에 몰켜서있던 사람들중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책임비서동지가 계셨구만요!》 그 사람은 시당책임비서 한성모였다. 물참봉이 된 그의 뒤를 따라 역시 옷이 물에 빠졌다나온것 같이 흠뻑 젖고 얼굴이 초췌해진 송건식과 키가 작달막한 사람인 시협동농장경영위원회 축산담당부위원장이 방안에 들어왔다. 《동무들은 어데 갔댔습니까?》 라충연은 그들이 젖은 얼굴을 닦도록 수건을 내주며 물었다. 《방목지를 얻으려고 영광군쪽에 갔댔습니다.》 한성모가 기운없이 말을 이었다. 《나흘동안이나 신흥군과 영광군일대를 다니는데 쓸만 한 부지는 벌써 군에서들 차지하고 자기네 염소목장을 전개할 잡도리를 하고있습니다.》 《우리 함흥시는 땅이 없어 야단났습니다. 군들에서 본위주위를 쓰니… 책임비서동지가 좀 도와주십시오.》 곁에서 송건식이 안타까운듯 껴들었다. 《행정구역으로 나눠진 땅인데 내가 무슨 권한으로 빼앗아주겠소.》 라충연은 덜퉁스레 대꾸하면서도 웃음을 지었다. 장군님의 뜻을 받들고 함흥시민들에게 젖과 고기를 먹일 큰 마음을 먹고 방목지를 찾아 떠난 그들이 미덥게 여겨졌다. 방목지가 없다고 우는 소리를 하지만 군들에 가서 방목지를 정할 땅을 얻어낼수 없다는것자체가 일이 잘되여나간다는것을 말해주고있었다. 전당, 전국이 달라붙어 풀먹는 집짐승을 대대적으로 기를데 대한 장군님의 방침을 관철하기 위해 도내 어데 가나 당책임일군들과 협동농장경영위원회 일군들이 발벗고 나선것이였다. 《앞으로 시간을 내여 대흥령쪽에 한번 가보오.》 라충연은 가물거리는 석유등잔심지를 돋구고 송건식에게 낯을 돌렸다. 《동무는 광포를 둬두고 산판을 다니믄 어떡하오?》 《저도 걱정이 돼서 내려가는 길입니다. 이렇게 연 사흘씩이나 무더기비가 내릴줄은 몰랐습니다. 그렇지만 광포제방은 든든할겁니다.》 《허, 이젠 송동무가 나보다 배심이 더 크구만.》 라충연은 호방스레 웃고나서 널침상에서 일어났다. 《고생스레 밤중에 온 동무들에게 뭘 좀 대접해야겠는데… 가만 후방책임자를 찾아보자구.》 그는 비발을 가리우느라 창문에 걸쳐놓았던 작업복을 벗겨 입었다. 《정말 먹을게 있으면 좀 주십시오. 우린 산발을 타고오느라 아침부터 거의 아무것도 먹지 못했습니다.》 한성모가 게면쩍은 웃음을 지으며 비위를 쓰는데 때마침 문밖에서 비옷 터는 소리와 말소리가 났다. 키가 큰 후방책임자가 문설주에 머리를 부딪치지 않으려고 허리를 구부정하고 들어서고 뒤따라 늄주전자와 꾸레미를 든 오진애가 방안에 들어와 다소곳이 고개를 숙였다. 《방을 비우고 어데 갔댔나?》 라충연의 물음에 후방책임자는 뜻밖에 나타난 방안의 손님들에게 멋적어서 례의를 보였다. 《염소우리 짓는 2소대에 갔다가 오아바이를 만났습니다. 책임비서동지가 식사를 전혀 하지 못하고 앓는다고 하니 딸을 보냈습니다.》 처녀는 듬직한 가벼운 걸음으로 책상에 가서 꾸레미를 펼쳐놓았다. 《이거 언 감자떡이구만! 마침 잘됐소.》 라충연은 기뻐서 한성모네들을 책상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처녀는 주전자를 기울여 따끈따근한 염소젖을 고뿌에 부었다. 《저녁에 짠겁니다.》 처녀가 고뿌마다 넘치게 염소젖을 붓자 그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치사를 하면서 책상둘레에 모여들어 먹기 시작했다. 라충연은 입안이 써서 고뿌의 염소젖을 겨우 한모금 마시고는 비옷을 찾아입고서 의아해하는 그들에게 아무말도 안하고 로동화를 찾아신었다. 그는 비가 쏟아지는 캄캄한 밖에 나오자 후방책임자에게 승용차를 불러오라고 했다. 세찬 비발이 처마밑에 선 그의 얼굴에 뿌려쳤다. 함석지붕에 물홈을 주지 않아 락수물은 사방 흩어져 떨어지면서 바람부는대로 날렸다. 하늘과 땅이 맞붙은듯 새까만 청풍덕산중은 소낙비소리만 가득 찼다. 이따금 맞은켠 산봉우리쪽에서 번개불이 벙끗하고 우뢰가 뒤따랐으나 쉬임없이 내리는 무더기비발에 묻혀 빛도 소리도 약했다. 비속으로 전조등을 켠 승용차가 마당에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라충연이 힘들게 차에 오르자 후방책임자는 그가 벗은 비옷을 털어 좌석에 넣어주었다. 《열이 높은데 떠나서 일없겠습니까?》 《내 걱정말구 들어가서 한성모동무랑 나오라구 하오.》 그의 목소리를 듣기라도 한것처럼 통나무집앞에서 한성모와 송건식이 다우쳐나왔다. 《책임비서동지. 광포에 가십니까?》 《허 벌써 낌새를 챘구만. 언감자떡을 다 먹었으면 어서 타오. 아무렴 내가 원료기지주인들을 떼놓고 혼자 가겠소.》 승용차는 창살같은 비줄기를 헤치며 청풍덕의 새로 닦은 도로를 벗어나자 인차 산협길에 들어섰다. 길이 울퉁불퉁하고 미끄러운데다가 무섭게 불어난 골개물을 에돌고 산에서 굴러내린 큰 돌들을 치우며 달리다나니 승용차는 한시간 넘어서야 큰길에 들어섰다. 정평을 지나 광포쪽으로 뻗은 진흙길로 승용차가 접어드는데 전조등앞에서 누군가 두팔을 휘저으며 마주 달려왔다. 라충연은 차문을 열었다. 바다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비발이 차안에 쓸어들었다. 《왜 그러오?》 《차가 못 갑니다. 흑다리천이 불어서 길이 멨습니다.》 비날론옷을 입은 그 사람은 제방뒤처리작업으로 광포에 남겨놓은 시돌격대 부소대장이였다. 그는 라충연을 알아보자 황급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큰일났습니다. 책임비서동지. 제방이… 제방이 터질것 같습니다.》 《어느쪽제방이요? 상광포제방이요 강안제방이요?》 라충연이 비바람에 얼굴을 찌프리고 물었다. 《상광포기본제방입니다.》 《하광포물이 어느만큼 올라왔소?》 《아직 위험수위에 이르진 않았는데 바람이 세지고 파도가 점점 높아지고있습니다. 그런데다 제방의 중간부위가 우무러들었습니다.》 《뭐라구?! 왜 그렇게 됐소? 침하되는게 아니요?》 《잘 모르겠습니다. 감탕침하는 아니것 같습니다.》 라충연이 차에서 내리자 비옷도 없이 뒤따라 차밖에 나온 한성모와 송건식은 선자리에서 비를 맞았다. 공포와도 같은 위구심이 세사람의 얼굴에 비꼈다. 《부소대장은 어데 가는 길이나?》 송건식은 젊은이가 광포에서 도망치기라도 하는듯 언짢게 흘겨보며 물었다. 《함흥에 알리려구… 정평에 나오댔습니다.》 《돌격대전화는 어데 쓰라는거요!》 《행정위원장동지, 전화가 안됩니다. 소대장이 저녁부터 계속 전화통에 매달려있었습니다. 바람에 전화줄이 끊어진것 같습니다.》 부소대장은 안타까와 하소연했다. 《이보우, 한성모동무.》 라충연은 결심을 가지고 말했다. 《동무는 이제 행정위원장동무와 같이 함흥에 가서 시민들을 비상동원시켜가지고 광포에 나오오. 서병만후보원사도 데리고. 흙을 넣을수 있는 마대와 가마니들을 있는데로 가지고 오게 하오. 삽과 곡괭이들도… 화물차와 뻐스들을 내서 젊은 사람들을 먼저 태워보내오.》 《알겠습니다.》 한성모와 송건식이 승용차를 돌려가지고 떠나자 라충연은 부소대장청년을 데리고 광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바다바람이 굵다란 비발을 열에 뜨고 식은땀이 내리는 그의 얼굴에 뿌려쳐 연신 숨막히게 했다. 달구지바퀴에 패이고 논보도랑물이 넘어난 길은 발옮길데 없이 진탕투성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