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서곡

 

 

51

 

림선미가 애육원에 도착했을 때는 원아들이 교양원의 인솔하에 국제아동절기념 함흥시유치원체육대회에 참가하 경기장으로 떠난지 퍼그나 지난 뒤였다.

애육원마당에서는 보육원과 식당녀인들이 한창 원아들의 점심밥을 담은 큰 비닐버치와 간지함들을 소형뻐스에 싣고있었다.

곰과 토끼모형을 따붙인 푸른 뼁끼칠을 한 대문이 활짝 열리더니 파마한 머리칼이 흩어지고 여 얼굴이 상기된 녀인이 황급히 달려들어왔다.

《아유, 체경기하는 날에 원장선생이 늦게 오믄 어떡하오?》

나이지숙한 보육원이 반가운 비명을 지르며 원장의 량손에 든 보꾸레미를 받았다.

원장은 소형뻐스 뒤켠에 서있는 낯선 림선미를 일별하고는 손으로 흩어진 파마머리를 수습했다.

《애들은 제 시간에 갔어요?》

《그러믄요. 원장선생이 오지 않아 다들 경기에 못참가할가봐 조바심치다가 먼저 갔는걸요.》

《미안해요. 뭘 좀 만들어오느라구 늦었어요.》

《아니, 이게 다 먹을게 아니예요?! 오늘은 식당에서 원아들을 위해 명절특식을 요란스레 차렸는데 뭘 또 해가지구 와요.》

《전번에 성천강변에 들놀이 갔을 때 윤해선생이 섭섭해서 말하던 생각나서 마간 준비왔어요.》

《윤선생이 뭐라고 했게?》

《유치원들에서는 들놀이가는 날이면 부모들이 저마끔 교양원선생에게 줄 특식을 싸서 자식들에게 보내지 않나요. 그런데 우리 애육원에는 고아들뿐이니 교양원선생들이 애들을 키우느라 갖은 고생을 하고도 특식은커녕 수고한다는 말조차 들을데가 없는걸요.》

《원장선생두…》

보육원녀인은 손으로 눈굽을 찍고서 목이 메는지 인차 말을 잇지 못했다.

《윤선생은 하필 오늘 시집갈건 뭐람.》

《원아들을 극진히 사랑하는 선생이니 결혼식날자도 아동절로 잡은거예요.》

《그건 좋은데 글쎄 어디 축하해주러 갈틈이나 있어요?》

두 녀인이 범상스레 주고받는 이야기를 들은 림선미는 가슴이 찡해서 원장한테로 다가가지 못했다. 방금전까지 아들애를 만나러 왔던 행복에 겨운 설레는 심정은 대번에 주눅이 들었다.

그는 아들애가 살아있다는 소식에 접한 순간부터 정신을 잃을 지경으로 기뻤다. 마음이 둥 떠서 어찌할바를 모르고 지내다가 자동차편이 있어 급히 떠났다. 그러다보니 애원사람들의 수고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못했다.

추성리마을사람들이 애육원선생에게 주라고 해준 떡과 얼마간의 간식이 전부였다.

보육원녀인이 그가 누구라는것을 말했는지 원장은 반가운 낯색으로 다가와 인사말을 건넸다.

《어제 도당책임비서동지한테서 전화가 왔댔어요. 그동안 용철이를 찾느라구 고생이 많았다지요?》

《빈몸에 앨 찾으러 다니는게 무슨 고생이겠어요. 애육원선생들이 오히려…》

림선미는 부끄러움과 가책으로 뒤말을 잇지 못했다.

짐을 다 실은 소형뻐스가 발동이 걸리자 원장은 림선미 괴로운 마음을 알아주었다.

《용철이를 보구싶겠는데 어서 경기장에 가자요.》

소형뻐스가 한참 달려 광장을 지나 앞공지에 이르자 원장은 림선미에게 심중한 어조로 당부했다.

《이봐요. 내가 틈을 보아 용철이를 따로 조용히 찾아줄테니 원아들이 있는데서 반갑다고 용철이를 막 소리쳐부르고… 끌어안고 하지 말아주세요.》

《그건 왜요?!…》

《원아들은 지난날 길거리나 시장, 역홈에서 떠돌이생활을 할 때 부모없는 아픈 설음을 겪을대로 겪었어요. 그러다가 애육원에 와서 겨우 정을 붙이고 맘편히 지내요. 그런데 유독 용철이한테 죽었다던 엄마가 불쑥 나타나서 막 끌어안고 기뻐하면 다른 원아들의 마음이 얼마나 산란하고 섧겠어요. 우리 교양원처녀들과 보육원들이 원아들을 극진히 사랑해주느라고 하지만 아무러면 친부모들만이야 하겠어요.》

《내… 그럴게요.》

선미가 감동해서 머리를 끄덕이자 원장은 표정을 누그리고 웃음을 지었다.

《미안해요. 더구나 오늘은 아동절이 돼서… 애들마다 제 엄마를 생각하게 되면 애육원의 명분위기가 흐려질가봐서.》

《그럼 어떻게 할가요? 우리 앨 몰래 데간다해도 어차피 원아들이 알게 아니예요.》

《어쩌겠어요. 그거야 할수 없는 일이지요. 애육원으로서는 부모가 나 자기 앨 데려가면 섭섭하긴 해도 기쁜 일이거든요.》

기장관람석은 빈자리없이 군중이 꽉 들어다.

함흥시내 모든 유치원들에서 어린이들과 직원들이 떨쳐나선데다가 유치원애들의 부모들과 친들은 물론 일반시민들까지 아동절체육경기를 구경하러 온것이였다.

림선미는 고선화원장의 뒤를 따라 사람들이 붐비는 관람석중간통로로 해서 《함흥애육원》이라고 쓴 붉은 기발이 나붓기는 곳에 갔다.

원사람들과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나이어린 원아들이 원장을 반겨맞이하고 가운데자리를 내주었다.

푸른 잔디가 돋은 경기장바닥에서는 구역별예선에서 우승한 유치원단체들의 률동체조경기가 한창 진행되고있었다.

단체별로 갖가지 색갈의 고운 운동복들을 차려입고 체육모를 쓴 어린이들이 주악에 맞춰 생기발랄한 률동체조모습을 자랑하고있었다.

 

 

닐아가는 새들아 뽐내지 말아

우리들도 너처럼 날아갈테다

 

몸과 마음 다지여 장수가 되면

나라위해 우리도 큰 공 세울래

쩌쩌쩌쩌 누가 우릴 당하랴

 

고선화원장은 경기장 푸른 잔디판에 펼쳐진 유치원어린이들의 아름다운 동춤 꽃바다에 황홀해서 어리벙해있는 림선미에게 고개를 돌렸다.

《저기 복판에… 청색운동복을 입고 흰 양말에 흰 운동화, 흰 체육모를 쓴 애들이 우리 애육원이예요. 용철이는 키가 커서 앞줄에 있어요.》

《원아들이 굵직굵직하구만요.》

《반년에 애들이 영양상태가 좋아지고 몰라보게 컸어요.》

《률동체조도 훨씬 잘하는군요.》

《아무렴 애원이 남보다 못해서야 되겠어요.》

원장은 자부심에 넘쳐 말했다.

《처음엔 글쎄 우리 애육원을 다른 유치원처럼 구역에 소속되여 경에 나가라는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시교육부에 가서 한바탕 소란을 피우며 들이댔지요. 애육원을 우습게 보구 경기참가문제를 결정하지 말라, 장군님께서 부모없는 애들이 가슴아파 밤잠을 이루지 못하시며 세워주신 애육원이다, 장군님께서 특별히 사랑해주시는 원아들이니만큼 우리는 일반 유치원처럼 구역에 배속되여 예선경기를 치르지 않겠다, 애육원을 국제아동절체육경기에 단독으로 출전하게 해달라. 그랬더니 교육부장이 질겁해서 〈사람들이 왜 애육원원장을 〈여윈 범〉이라고 하는가 했더니 제야 알겠소. 원아들일엔 맹수 한가지구만. 동무가 요구하는로 다해겠소.〉 하고 손을 드는게 아니겠어요.》

림선미는 눈물절반 웃절반 경탄의 눈으로 마른 고선원장을 쳐다보았다.

《호호, 〈여윈 범〉이라구요?! 어쩌면 녀자한테 그런 별명을…》

《그까짓 일 있나요. 난 우리 애육원에 유리하구 좋다 그보다 한 별명이라도 달고다니겠어요.》

률동체조경기는 수십개 유치원중에서 애육원이 뛰여나게 잘해서 1등이 아니라 특등을 하였다.

뒤이어 경기장에서는 60메터달리기와 륜빠지기경기가 시작되였다.

저마끔 자기 선수들을 응원하는 어린이들의 챙챙한 웨침소리와 노래소리, 딱따기울리는 소리, 북소리가 뒤섞여 온 경기장이 떠나갈듯 했다.

애육원선수들은 《우리는 행복해요》 글자붙이기와 공안고달리기도 잘하여 등수권내에 들었다.

림선미는 울렁이는 가슴을 부여잡고 멀리서 뛰여다니는 애육원선수들속에서 용철이를 찾아보려고 애썼지만 종시 발견하지 못했다.

거리가 먼것도 있었지만 꼭같은 색갈의 운동복과 운동모를 쓴 원아들의 모습이 너무도 어슷비슷하여 알수 없는것이였다.

마감종목인 바줄당기기 결승경기는 다행스럽게도 애육원이 차지한 관람석가까운 아래바닥에서 벌어졌다.

《용철이가 저기 있군요. 바줄잡고 맨앞에 섰어요.》

고선화원장이 대주어서야 선미는 눈을 흡뜨고 아들을 보았다.

순간 그 녀자는 키가 쭉 빠지고 튼튼한 몸에 얼굴에 살이 올라 둥스름한 소년이 자기 아들 용철이라고 믿기 어려웠다.

지난해 가을 자기가 친정집에 떠날 때 마지막으로 본 목이 상큼하게 여위고 키도 작은 아들애의 초라한 모습과는 너무도 달라진것이였다.

함흥애육원과 동흥산유치원간의 바줄당기기 결승경기는 호각소리가 울리기 바쁘게 치렬하였다.

《동흥산유치원 이겨라!》

《애육원 이겨라!》

자기팀선수들을 목청이 터지라고 응원하는 아이들의 열광적인 웨침소리가 경기장을 진감했다.

애육원관람석의 직원들과 어린 원아들은 몽땅 자리에서 일어나 응원에 열을 올렸다.

동흥산유치원 관람석에서도 모두 떨쳐일어났다. 그들의 앞줄바닥에서는 분홍빛치마저고리를 입은 뚱뚱한 원장 장고를 안고서 북과 꽹과리와 나팔로 무장한 아이들의 소악대를 거느리고 멋들어지게 분렬행진을 하는가 하면 들썩들썩 어깨춤을 추기도 하면서 동흥산유치원 응원단을 지휘하였다.

이채로운 소악대가 기운차게 울리는 북소리와 꽹리소리, 딱따기소리, 와와 하고 질러대는 어른, 아이들의 함성은 애육원의 응원소리를 짓누르고있었다.

《난 왜 저런 생각을 못했을가?!》

고선화원장은 동흥산유치원관람석쪽을 보면서 분해서 눈물을 짰다.

《악기가 없으니 별수 있어요?》

보육원이 실망한 어조로 대꾸했다.

《안되겠어. 우리도 악기를 마련해야겠어.》

고선화는 입술을 사려물었다.

애육원선수들과 동흥산유치원 선수들이 서로 두발을 벋디디고 죽기내기로 당기는 바람에 날론바줄 가운데에 처맨 부표식의 빨간 헝겊은 오래동안 한자리에서 움직일줄 몰랐다.

이제까지 어느편도 응원하지 않고 구경만 하던 일반시민들이 차지한 사람들쪽에서 점차 웨침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저마다 산만스레 소리치는것이여서 뭐라고 하는지 딱히 알수 없었으나 잠시후에는 시민군중의 거대한 함성이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지휘봉에 이끌린듯 하나로 합쳐졌다.

《애육원 잘한다!》

《애육원 이겨라!》

경기장관람석의 반이상을 차지한 시민군중의 드센 응원소리에 눌려 동흥산유치원 소악대와 원단이 부르짖는 소리 거의나 들리지도 않았다.

《어마나! 다들 우릴 응원해요.》

보육원은 눈물이 글썽해서 소리쳤다.

《그래… 사람들이 부모없는 우리 원아들 편이구만.》

고선화는 손가락으로 눈물을 찍어냈다.

선미는 눈물이 자꾸만 솟아나와 뿌옇게 초점잃은 눈으로 바줄을 당기는 아들쪽을 지켜보았다. 그 녀자는 목이 메여 소리치지 못하고 긴장해서 두손을 꼭 모아잡은채 애육원이 이기기만을 마음속으로 바랐다.

팽팽히 헹긴 바줄가운데서 까딱하지 않던 빨간 형겊이 드디여 애육원선수들쪽으로 기울어지기 작했다.

바줄을 잡고 뒤로 나가눕다싶이한 동흥산유치원 선수들이 울상이 되여 자기네 원장의 구령에 춰 결사적으로 잡아당겼으나 애육원쪽으로 끌리는 힘을 걷잡지 못하다.

《애육원 이겨라!》

《애육원 잘한다!》

시민군중의 응원소리가 고조를 이루는 속에 빨간 헝겊이 차츰차츰 애육원쪽으로 움직이더니 그만에야 승부경계선을 넘어서고말았다.

《애육원이 이겼다!-》

경기장을 진동하는 군중의 기쁨에 찬 함성소리에 고선화원장과 애육원사람들은 흥분해서 발을 굴렀다.

림선미는 고선화원장의 뒤를 따라 관람석계단을 정신없이 뛰여내려갔다.

그러나 그들이 경기장바닥으로 달려갔을 때는 벌써 숱한 군중이 몰려와 애육원선수들을 에워쌌다.

선미는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원아들주위에 성벽을 이루고있어 발돋움을 해서야 겨우 앞쪽을 내다볼수 있었다.

《애들이 다 멀쑥하구만.》

《몸집도 실하오.》

《운동복이랑 얼마나 좋은걸 입혔소.》

사람들은 눈물젖은 눈으로 원아들을 바라보며 저마다 칭찬이고 감탄이다.

어디 좀 안아보자.》

후렁한 반팔샤쯔를 입은 머리흰 늙은이가 무릎을 꺾고앉아 얼굴이 둥실하게 잘 생긴 용철이를 끌어안았다.

《너희들이 떠돌아다니던 아이들이 맞긴 맞냐? 이렇게 튼튼해져가지구 바줄당기기에서 이긴걸 보니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 정말 용타.》

로인은 가지고있던 간식꾸레미를 용철이에게 주었다. 그러자 러섰던 사람들이 저마끔 손에 들었던 사탕, 과자와 빵과 과일구럭을 원아들의 가슴에 안겨주었다.

《이러지들 마십시오. 오늘은 우리 원아들의 점심을 특식으로 준비해왔습니다. 다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고선화원장이 사람들벽을 고들어가 사의를 표했다.

로인은 고선화를 곱지 않은 눈으로 보았다.

《성의를 보이는건데 왜 막는거요! 아주머닌 누구요?》

《제 애육원원장입니다.》

《그런가?!…》

로인의 얼굴은 온화해졌다.

《원장이믄 수골 했구만. 애들을 정말 키웠소.》

《저희들이 무슨 수고를 했겠습니까. 장군님께서 함흥애육원을 꾸려주시고 극진한 사랑과 배려를 돌려주셨기때문입니다. 저희들은 그저 장군님의 품에서 원아들을 키운다는 심정으로 일했을뿐입니다.》

고선화의 말에 로인은 머리를 끄덕이고 생각깊은 어조로 뇌이였다.

《유치원에 다니는 내 손자녀석도 오늘 여기에 왔지만 난 애육원아이들 편을 들었소. 원장선생은 숱한 함흥사람들이 왜 애육원을 응원하구 이 애들이 이긴걸 기뻐하는지 아오?… 애육원원아들의 씩씩한 얼굴에서 우리 사회주의가 승리하는걸 봤기때문이라오.》

빽빽이 모여선 군중은 자기들의 흥분된 심정을 대변한 로인에게 존경어린 눈길을 보냈다. 림선미는 사람들을 비집고나갈 용기는 내지 못하고 뒤켠에서 안타깝게 서성거렸다. 그 녀자는 몰라보게 달라진 용철이를 감히 자기 아들이라고 말할수 없는 량심의 가책을 받고있었다.

애육원은 어 유치원보다 체육경기우승상품을 많이 탔다.

학습장과 그림책들, 원아들에게 돌아가고도 남을 간식봉지와 소랭이, 바람을 불어넣는 색갈고운 비닐완구들을 우승상품으로 받았다.

기분이 하늘에 뜬 고선화원장은 점심식사를 경기장바깥에 있는 큰 나무들이 우거진 공원에 펼쳐놓게 했다.

원아들은 반별로 공원의 여기저기에 다정히 뭉쳐앉아 보육원과 식당녀인들이 날라다주는 특식을 맛있게 먹었다.

선미가 얼핏 보기에도 밥과 설기떡, 송편, 쑥떡, 꽈배기가 있었고 가재미와 오리고기해서 반찬도 여러가지였다.

고선화원장은 자기가 집에서 따로 해온 음식에 림선미가 가지고온것을 합쳤다. 그래가지고 《학부형들이 보내온 음식》이라면서 교양원처녀들이 식사하는데 가져다주어 그들의 마음을 기쁘게 울리였다.

푸짐한 점심식사가 끝나고 원아들이 수건돌리기와 같은 오락회를 할 때에야 원장은 용철이를 조용히 불러왔다.

선미는 공원옆의 큰 느티나무가 있는 호젓한 곳에서 원장이 데리고오는 아들애를 보았다. 그 녀자는 심장이 졸아드는것 같은 압박감에 더 견디지 못하고 아들애를 향해 달려갔다.

《용철아!》

《엄마-》

아들애는 기쁨에 울부짖으며 날듯이 뛰여왔다.

무릎을 꺾고앉은 그 녀자는 눈물범벅이 되여 가슴을 떠박지를듯이 안긴 용철이를 떨리는 손으로 마구 쓰다듬었다. 아무리 쓸어보고 뜯어보고 해도 틀림없이 산 아들이였고 꿈이 아니였다.

그 녀자의 신음소리같은 기쁨의 울음과 용철이의 설음짙은 울음소리가 하나로 어울려 쌓인 아픔을 덜어냈다.

《엄마, 왜 인제야 완?》

용철이는 주먹등으로 눈물을 씻으며 어머니품에서 떨어졌다.

《외할머니한테서… 밀이랑 감자랑 여물면 많이 가지고오느라구… 그담엔 너를 찾아다녔다. 네가 얼음구멍에 빠졌다는 소식을 듣구는 밤낮 울기만 했다.》

선미는 아들을 다시 잃어버리기라도 할가봐 끌어안았다.

《이젠 나하구 집으로 가자.》

《우리 집엔 다른 사람네가 살아요.》

《함흥이 아니다. 저기 추성리라는 살기 좋은 고장에 너랑 살 기와집이 있다. 염소도 두마리나 있단다.》

《엄만 왜 거기 갔어요? 집에 누가 있나?》

《너의… 아버지될 사람이 있단다.… 좋은 사람이다.》

용철이는 어깨를 그러안는 어머니의 손을 슬그머니 밀어치우고 뒤로 물러났다.

《난 거기 안 갈래요. 애육원에 있을래요.》

《애육원에 있겠다구?!》

선미는 놀라서 부르짖었으나 아들애의 표표한 낯색을 보고는 투정으로 그러지 않는다는것을 느꼈다.

《용철아, 그러지 말구 엄마와 같이 집에 가자.》

《싫어, 안 갈래!》

용철이는 뒤걸음질쳤다.

《엄만 나빠, 날 버리구 다른 아버지를 얻구서.》

선미는 가슴이 쩡 얼어붙었다. 한참만에야 자책감에 떨리는 가느다란 말마디에 애끓는 정을 담았다.

《애야… 엄마가 잘못했다. 용서를 빌게.》

잠자코 눈물만 짓던 고선화는 용철이의 삐뚤어진 운동모를 바로 씌워주었다.

《그래선 안돼요. 엄마는 용철이를 못 찾아 눈물속에 날을 보냈어요. 어서 엄마를 따라가요.》

《원장선생님!》

용철이는 고선화의 품에 안기며 울음섞인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난 안 갈래요! 애육원이 좋아요. 애육원에 그냥 있게 해줘요.》

고선화원장은 어떤 이름할수 없는 크나큰 격정이 가슴에 밀려와 오래동안 말을 못했다. 그는 자기 품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고 우는 용철이가 진정 살붙이처럼 여겨져 저도 모르게 친어머니의 애타는 마음과 권리를 밀어놓고말았다.

《용철아, 됐다. 우지 말아, 애육원에… 있고싶으면 있어라.》

《정말이지요?!》

소년은 환희에 차서 올려다보고는 원장이 머리를 끄덕여주자 원아들이 수건돌리기를 하고있는 공원쪽으로 날듯이 뛰여갔다.

 

의기소침해서 애육원에 돌아온 림선미는 어떻게든 아들을 데려가려고 2층에 있는 원장방에 앉아 점도록 기다렸다.

고선화가 용철이를 설복해보마고 했지만 원장은 별다른 방도를 생각해내지 못한데다가 애육원일이 바쁜지 자기 방에 붙어있지도 못하였다.

한참만에야 방에 들어온 고선화는 저으기 난감한 기색을 지었다.

《용철이가 어데 숨어버렸는지 내 눈앞에 얼씬하지도 않는군요.》

《담당교양원선생은 모르는가요? 그 선생을 만나봤으면 합니다.》

《용철이네 반 선생은 오늘 시집간다오. 지금쯤 상을 받고 신랑의 집에 갔을거요. 인차 새 담당교양원을 배치해야겠는데…》

《그 선생이 교양원을 그만두겠다고 하나요?》

《그래서가 아니지요. 우리 애육원에서는 교양원처녀들이 출가하면 해임시켜요. 모성교양원도 쓰지 않는다오. 유치원교양원들과는 달리 여기서는 교양원이 부득이한 사정을 내놓고는 거의나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원아들과 같이 살면서 생활을 알심있게 돌봐주어야 하니까요. 교양원처녀는 원아들의 선생이면서 <누나>와 <언니>, <어머니>구실을 해야 하거든요. 제 가정을 이루면 아무리 교양원의 마음이 그렇지 않다 해도 우선 시간이 허락치 않고 남편과 친자식에게 쏠리는 정을 쪼갤수는 없거든요. 그러지 않아도 친부모의 사랑이 없는 애들인데 교양원의 반쪽사랑을 주어서는 안되지요.》

《담당선생도 없으니… 난 어떡할가요.》

림선미는 한숨을 쉬고 간절한 눈길을 고선화에게 보냈다.

《글쎄… 어째야 할지. 그렇다고 다 큰 애를 강제로 떼보낼수도 없구.》

원장은 딱해서 동정어린 표정을 지었다.

마당에서 웬 차소리가 나더니 뒤따라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누군가 기뻐서 웨치는 소리가 열린 창문으로 날아올라왔다.

《신랑신부가 왔어요!》

《윤해선생이 왔어요!》

고선화원장은 벌떡 일어나 창문으로 내려다보더니 외마디 즐거운 탄성을 지르고 방을 뛰쳐나갔다.

황황히 창문에 다가선 선미는 마당가에 펼쳐진 광경에 그만 놀래서 굳어졌다.

승용차에서 먼저 내린 의젓하게 잘 생긴 신랑이 분홍빛조선옷을 차려입은 아릿다운 신부가 수줍어 내리는것을 손잡아 부축해주고있었다.

신랑신부의 앞가슴에는 흰장미꽃송이가 빛나고 신부의 머리에 꽂은 빨간 들장미꽃은 방금 이슬젖은 넝쿨에 달린것인듯 유난스레 반짝거렸다.

《윤해선생!》

고선화원장은 너무 반가와 소리지르며 두팔을 벌리고 신랑신부에게 달려갔다.

《첫날옷을 입으니 정말 곱구만!… 그런데 벌써 큰상을 받고오나?

부가 부끄러워 머뭇거리자 신랑이 웃음지으며 말했다.

방금 받았는걸요. 윤해동무가 애육원에 원아들한테 너무 가보고싶다고해서 이렇게…》

윤해선생, 고맙소. 우린 저녁에나 축하해주러 집에 가려고 했지. 둘러리도 없이 왔구만.

선화원장은 땅에 끌리는 신부의 옷자락을 들어주었다.

선생님이 오셨다!

선생님-

육원현관문으로 원아들이 쏟아져나오며 챙챙한 목소리로 웨쳐댔다.

철이는 서른나문명 원아들의 맨 앞장에 서서 달려오더니 신부의 가슴에 와락 안겨들었다.

미처 원아들이 정든 교양원선생의 주위에 조롱박처럼 가뜩 매달렸다.

아들한테 둘러싸인 신랑신부의 행복한 모습은 그대로 한폭의 아름다운 명화였다.

너희들이 얼마나 보고싶었는지 모른다.

해선생은 눈물이 글썽해서 자기 반 아이들의 머리를 일일이 쓰다듬었다.

그래, 체육경기에서 이겼니?

률동체조는 특등을 하고 바줄당기기는 1등을 했어요.

철이가 자랑했다.

난 경기장에 가보지 못해 속이 탔단다.

선생님, 애육원에서 나가지 마십시오.

왜 시집갑니까.

우릴 두고 가면 어찌나요.

시집갔다 오십시오.

원아들이 울며 애원하는 바람에 신부의 곱게 화장한 복숭아빛볼로 눈물이 걷잡을수없이 흘러내렸다.

랑도 눈물지었고 원장과 주위에 모여선 애육원직원들이 다 감동에 차서 울었다.

랑은 승용차에서 큰 지함 두개 부리웠다.

원장선생님, 이건 윤해동무가 애들한테 먹이겠다고 잔치상을 그대로 허물어온겁니다.

어쩌면…》

고선화는 한동안 말을 못했다.

아직 떠나지 말아요. 사진사가 곧 올거예요. 애육원의 경사인데 오늘같이 행복한 날을 사진에 담아두지 않으면 되나요.

 

선미는 창문에서 물러나 힘없는 걸음으로 원장방을 나왔다. 그 녀자는 자신이 용철이의 어머니가 아닌것 같은 괴로우면서도 어찌할수 없는 인식이 들었다.

철이는 부모없는 아이들을 위하시는 장군님의 크나큰 사랑에 받들려 살아났고 고결한 인간미를 지닌 사람들속에서 친어머니를 초월하는 혈육의 뜨거운 정에 얽혀 살고있는것이였다.

기는 비록 용철이를 낳았지만 아들을 둘러싼 고마운 우리 제도의 품을 이루고사는 사람들에 비하면 고난을 이겨내는 의지도 사랑도 너무나 빈약한, 어머니의 권리를 상실한 보잘것없는 녀자임을 통절히 깨닫게 되는것이였다.

쓱해진 얼굴로 마당가에 나선 림선미는 신랑신부가 원아들속에 에워싸여 떠들썩하며 행복스레 사진을 찍는 곳으로 가지 못하였다.

선화가 먼발치에 선 그한테로 다가왔다.

윤해선생이라구 용철이네 담당교양원이였어요. 만나보겠어요? 반가와할텐데…》

선미는 괴로운 웃음을 짓고 머리를 가로저었다.

어머니자격을 잃은 내가 무슨 면목으로 만나겠나요. 부끄러워요. 요다음에 다시 오겠어요.

녀자는 원아들과 같이 교양원의 곁에 꼭 붙어서서 행복스레 사진을 찍고있는 용철이를 눈물젖은 야속한 눈으로 바라고는 애육원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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