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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관리국장 차원중은 국제렬차를 타고 먼 유럽땅을 돌아 로씨야를 거쳐 조국에 돌아왔다. 그는 려행길에 쌓인 피로를 풀새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다가 위원회당비서 우정석이 한달강습에서 돌아왔다는 말을 듣고 방으로 찾아갔다. 우정석은 팔걸이의자에 잠긴 육중한 상체를 반쯤 움직여 축산국장의 인사에 례의를 보였다. 《무사히 돌아왔습니까?》 《예.》 《앓지는 않구?》 《일없었습니다.》 우정석은 국장에게 손짓으로 걸상을 권하고는 서운한 낯빛으로 말했다. 《국장동무가 스위스 갔다온 소식을 다른 사람한테서 한바탕 들은 뒤에야 만나게 되니 좀 섭섭하구만.》 《강습가셨다기에…》 《난 어제 오후 느지막해서부터는 방에 있었소.》 《미처… 몰랐습니다.… 조직관념이 시원치 못하다보니.》 차원중은 실책을 솔직히 자인할수밖에 없었다. 《아니, 난 그래서 말하는게 아니요. 외국에 가서 수고를 한 동무를 한시바삐 만나보고싶었소.》 우정석은 벌거우리하니 혈색좋은 낯을 그한테 돌렸다. 《이번에 축산기술대표단이 성과를 거뒀다지요?》 《당중앙위원회에 사업보고를 냈지만… 유익한걸 많이 배웠습니다.》 두사람의 이야기는 몇마디 더 오가고는 동강이 났다. 우정석은 담배를 꺼내 붙여물고 묵묵히 태웠다. 차원중은 어딘가 불안감이 느껴졌다. 그는 걸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가지 말구 좀 앉소.》 우정석은 무언가 바재이는듯 생각에 잠겼다가 괴로운 어조로 말을 꺼냈다. 《내 사실… 장군님신임으로 알프스나라에 갔다온 국장동무에게 이런 말을 하지 않자고 했는데… 문제가 제기되니 어찌겠소. 이야기를 나눌수밖에… 국장동무는 그동안 자기 당생활에서 있은 일을 터놓을건 없습니까?》 차원중은 우정석의 잡도리를 보고 영문을 알수 없어 기분이 상했지만 생겨먹은 솔직성그대로 속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했다. 《저는 이번에 스위스에 가서 보고야 알곡사료가 없으면 축산을 발전시키지 못하는것처럼 생각하던 저의 사상관점이 아주 잘못되였다는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니 패배주의를 버렸겠소?》 《지난날 우리 나라의 산을 리용하여 풀먹는 집짐승을 많이 기르지 못한것을 부끄럽고 죄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렇소. 죄스러운 일이요. 패배주의란것이 그렇게 무서운 효과를 낳습니다.》 우정석은 차원중을 향해 팔걸이회전의자를 반쯤 돌리고 상대의 속을 짚어볼 때 늘 그러하듯이 실눈을 지었다. 《국장동무는 패배주의사상은 좀 버린것 같은데 그대신 서유럽나라들에 대한 환상에 물젖었다는 반영이 제기되였소.》 《예?!》 차원중은 놀라서 부르짖었다. 《그렇소. 게다가 그런 자본주의에 대한 환상을 축산관리국사람들에게 퍼뜨렸다고 하오.》 《전 그러지 않았습니다.》 《허, 그럼 다른 사람들이 맹탕 동무에 대해 중상했겠소?》 우정석은 량수책상의 서랍에서 끼우개를 꽂은 종이를 꺼내여 펼쳤다. 《정말 가슴아픈 일이요. 축산대표단을 책임지고 갔다온 국장동무가 그런다는게… 누구보다 사회주의신념이 투철해야지 않겠소. 하여간 묻기요. 동무는 스위스가 풀사료를 위주로 가축을 기르는 축산정치를 잘해서 고기와 젖, 빠다같은 식료품을 부러운것없이 먹는 부자나라라고 했습니까?》 《예.… 말했습니다.》 《그 나라는 깨끗하고 먼지가 없어 하루종일 다녀도 와이샤쯔깃이 덞지 않는다고 했구?》 《그건 거짓말이 아닙니다. 스위스에는 흙이 드러난 쪼각땅조차 볼수 없이 유용수림과 포도원, 과수원, 집짐승먹이풀판이 온 나라를 덮었습니다. 산판은 말할것도 없고 벼랑우에건 바위짬이건 고속도로옆이건 다 먹이풀이 빼곡이 자랍니다. 비가 많이 내리는데도 물이 풀우에서 흐르고 정제되기때문에 강과 호수들에 수정같은 물이 가득차있습니다. 베른시내는 화단이 베란다에 올라가고 아빠트집밑에까지 풀판을 조성했습니다. 시내공원과 공지들에도 쓸모없는 잔디가 아니라 영양가높은 푸른 먹이풀이 자라고 꽃이 폈는데 승용차길옆에서 젖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것은 참으로 이채로운 광경이였습니다.》 우정석은 한숨을 쉬고 머리를 설레설레 저었다. 《국장동무는 자본주의물이 들어도 단단히 들었구만.》 《전 사실을… 말했을뿐입니다.》 《사실을 말했다.… 아직 잘못이 뭔지 모르는것 같구만. 이보오, 국장동무는 부서사람들에게 스위스산골에 갔던 이야기도 했지? 가축을 많이 기르는 늙은 독신녀자에 대한거 말이요.》 《했습니다. 그 농민녀성은 홀로 산중에서 살면서 수십마리의 염소와 젖소, 양들을 방목하고 많은 토끼와 닭, 돼지를 기르면서도 양털로 실을 뽑아 뜨개옷을 60착이나 떴습니다.》 《난 그걸 듣자는게 아니요. 동무가 집단주의보다 개인주의가 더 우월하다는걸 선전하지 않았소?》 차원중은 고통스러워 이마를 찡그리고 마른침을 삼켰다. 《비서동지,… 난 축산을 잘하는 그 늙은 독신녀성이 도대체 어떤 정신과 마음을 가졌는지 알고싶었을뿐이지 집단주의에 비교하지도 선전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래 뭐라고 말했소?》 《그저 들은대로 이야기했습니다. 그 농민녀성은 자기는 소와 말하면서 정을 나누고 산다, 돈이 많지만 그다지 필요없다, 나는 돈보다도 소들을 사랑한다, 말못하는 짐승이지만 착하고 성실하고 정이 깊다, 풀경작지의 가축이 다 내 자식들이다, 저것들이 늘쌍 내 손길을 바란다, 물을 달라면 물을 주고 냄새나지 않게 거름을 쳐내고 새끼를 내우고 보살펴주자면 명절에도 놀새 없다, 내 로동의 산물이 내 인생길에 어떻게 빛나는가 하는것이 저 가축의 자래움속에 있기때문에 힘이 나고 보람이 생긴다.… 하고 말하는것이였습니다.》 《자본주의나라 농민이니 사회와 집단을 위해 일한다는 말은 한토막도 없는데 그런걸 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거요?》 《오해하지 말아주십시오. 저는 스위스사람들의 일밖에 모르는 근면성을 말하려고 했을뿐입니다. 내가 보니 그들은 염소를 업어서 좁은 벼랑길을 건네우며 방목을 하고 가축들과 산중 외양간에서 자면서 뼈빠지게 일하고있었습니다. 새벽에 바위산으로 방목을 떠날 때는 큰 염소들 잔등에 기르마를 얹어 밤새 저들이 싼 똥과 거름흙을 지고 산을 오르게 합니다. 그걸 해발 2 000메터되는 바위산경사면의 돌밭에 뿌려주어 풀판을 걸구고 내려올 때는 겨울먹이풀을 베여 다시 기르마에 넣어가지고 옵니다. 사람과 짐승이 새벽부터 밤까지 쉬임없이 일을 해서 많은 축산물을 생산하고있습니다.》 《여보, 국장동무. 우리 조선사람들은 그들보다 못한줄 압니까?! 동무는 제 민족을 사랑할줄 모르고 제 민족이 우월하다는 사상관점이 바로서있지 못하니까 그렇게 자본주의나라를 환상적으로 대한단 말이요. 외국에 갔다 왔으면 계급적립장이 칼날처럼 예리해야겠는데 도리여 뭉툭해졌소. 아주 틀려먹었거던. 난 사실 동무가 자기반성적으로 나오면 문제를 좀 고려해보려구 했는데 안되겠소. 국장동무는 자신을 검토해보고 이번 초급당총회에서 비판할 준비를 단단히 하시오.》 차원중은 자기를 변호해서 더 시비를 가르고 반박하고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그 정도로 말했는데도 문제시하는데 자기가 스위스에서 배워온 축산기술의 세계적추세와 경험을 보다 구체적으로 피력하고 가져온 책들까지 내놓는다면 우리 사람들에게 자본주의사상을 퍼뜨린 엄중한 과오로 하여 견뎌배길것 같지 못한것이였다. 그는 스위스처럼 풀먹는 집짐승을 기본으로 하여 나라의 축산을 새롭게 발전시키려고 결심했던 열정과 의욕이 싸늘하게 식어버린채 힘없이 걸어나가다가 문지방에서 돌아섰다. 그런 납득되지 않는 감투를 쓸바에는 죄다 집어치워야 했지만 국장사업에 대한 의무감과 자제력은 남아있었다. 《저는… 함남도에 며칠간 출장갔다 오겠습니다.》 《거긴 왜 간다는거요?》 《청풍덕에 염소목장을 꾸리고 전국적인 방식상학을 하게 되는데 아무래도 축산관리국장인 제가 내려가봐야 할것 같습니다.》 《안됩니다. 가지 마시오. 동무가 축산에 관한 그런 서유럽환상을 가지고갔대야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오. 도리여 청풍덕에 사회주의염소목장을 건설하는데 방해나 될겁니다. 국장동무는 출장보다도 자신의 사상적병집을 고치는게 더 급선무요.》 우정석은 벌써 그를 외면하고 태연스레 책상우의 서류를 거두었다. 저녁에 차원중은 어깨가 축 처져서 집에 돌아왔다. 밥상을 차린 안해가 그의 어둑컴컴한 얼굴을 살피면서 무슨 일이 있었는가고 근심스레 물었으나 그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한참만에야 그는 걱정이 짙어 굳어져있는 안해에게 웃방에서 바퀴달린 트렁크를 가져오게 했다. 차원중은 트렁크뚜껑을 열고 안에 차곡차곡 쌓인 풀씨봉투들중에서 한개를 집어들었다. 잘 찢기지 않는 하얀 유지로 정히 포장한 봉투겉면에는 프랑스어로 된 설명문이 찍혀있었다. 그제야 차원중은 펀뜻 생각이 미쳐 웃방에 올라가 트렁크와 지함들에서 각각 포장빛갈이 다른 풀씨봉투들을 끄집어냈다. 일곱가지 종류의 그 풀씨들은 스위스산간지대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영양가높은 풀종자였다. 《여보, 당신은 내가 풀씨봉투의 설명문을 번역해줄테니 짐들을 가지구 래일 저녁차로 함흥에 좀 가주오.》 차원중은 마치 운명의 기로에 선 사람마냥 심각한 낯빛으로 안해에게 말했다. 《당신사업인데… 왜 날더러 가라는거예요?》 그는 안해의 근심어린 반문에 골살을 찡그렸다. 《내가 갔으면 좋겠지만… 틈을 낼것 같지 못하오.》 《부서사람들중에 누가 가면 안되는가요?》 《이건 내 개인적일이란 말이요. 남편이 사온 짐짝들을 안해가 가져가는게 옳지 다른 사람을 시키겠소?!》 차원중의 강경한 어조에 안해는 움츠러들었으나 상냥한 낯빛으로 그의 곁에 다가와 앉았다. 《이봐요, 무슨 일이 생겼지요? 감추지 말고 어서 말해요. 그러기 전에는 안 갈테예요.》 차원중은 직장에서 있은 일을 말할수 없었다. 그가 침묵을 지키니 안해는 버쩍 의심이 들어 캐물었다. 《풀씨에 돈을 들여서 그러는게 아니예요?》 《그따위 소리는 하지도 마오. 절약한 돈으로 사왔는데 누가 시비를 한단말이요!》 차원중은 마치 안해가 그런 시비를 한 당사자이기나 한것처럼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다음순간에는 괜히 애꿎은 안해에게 화를 낸듯싶어 목소리를 누그리였다. 《여보,… 당신은 내가 풀씨만 가뜩 사온게 불만이지?…》 《글쎄요.… 어쩌다 유럽에 갔다 왔는데 친척들한테 집어줄게 없으니 섭섭하군요. 그들에게 순화 아버지가 가지고온 트렁크와 짐짝들이 몽땅 풀씨와 책들이라고 말한대야 어디 믿겠어요?》 《어찌겠소. 량해를 구하구려. 난 풀씨를 더 사오지 못한게 후회되오. 돈이 모자라 붉은토끼풀과 흰겨이삭, 호밀풀씨는 사지 못했소.》 차원중은 풀씨봉투를 소중스레 매만지며 생각깊은 어조로 말했다. 《스위스사람들은 풀씨를 성상이나 십자가처럼 귀하게 여기고 정히 보관하고있소. 그러니 급한 경사지건 돌밭이건 해발 2천메터산정이건 어디나 먹이풀이 무성하구 가는 곳마다 소, 염소, 양떼들이요. 산이 많은 우리 나라는 지세와 기후풍토가 스위스와 꼭같은데 왜 그 나라처럼 축산을 못하겠소. 풀과 고기를 바꿀데 대한 당정책이 나온지도 오랜데 왜 관철하지 못했는가. 잘못이 누구한테 있는가… 여보, 난 이 모든 책임이 축산국장인 나한테 있다고 생각했소. 그래 너무 가책되여 스위스산골농가에서 밤잠도 제대로 못잤소. 내게 우리 조국의 축산실태를 옳바로 보게 하고 나갈 방법을 틔워주신분은 장군님이시오.》 차원중은 저으기 면구해하는 안해의 손을 그러잡고 격동된 심정을 쏟아놓았다. 《당신은 사직서를 제출하고 패배주의자로 몰리던 내가 장군님의 믿음으로 다시 축산국장이 된것을 잊어서는 안되오. 장군님께서 알곡사료를 써야 축산을 할수 있다는 낡은 관점을 버리지 않아도 좋으니 축산기술대표단을 무어 스위스에 갔다오라고 너그럽게 말씀하셨다고 하니 당신도 울었지. 난 풀먹는 집짐승을 기르는 축산기술의 세계적추세와 경험을 알아다가 자신께 배워달라고 하시던 장군님의 말씀을 잊을수 없소. 장군님의 그토록 뜨거운 애국심을 받아안고 간 내가 그래 물건이나 사가지고 와야겠소?!》 안해는 한동안 민망스레 앉아있더니 주눅이 들어 입을 열었다. 《함흥에는… 이 풀씨짐을 다 가지고가야 하나요?》 《그렇소. 거기 청풍덕에 건설되는 염소목장에 가져다줘야 하오. 인차 파종을 해야 하니까.》 《이 많은걸 어떻게 렬차에 실어요?》 《수화물로 부쳐주겠소. 풀씨를 보내겠다고 전화를 했더니 함남도당 책임비서동지가 얼마나 기뻐하는지 모르오. 함흥역에 차를 대기시키겠다고 했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