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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방의 날개뚝 바깥쪽에는 하광포의 푸른 물이 굼실거렸지만 안쪽에서는 호수물이 장딴지아래로 줄어들었다. 호수밑바닥이 높았던 부분은 벌써 물이 빠져 고래등같은 기름진 감탕판이 드러나 해빛에 번들거렸다. 제방쌓기 마무리를 하던 사람들과 논뚝을 짓고 물길을 째면서 내부망공사를 하던 사람들은 점심시간이 되자 누가 구령을 치기라도 한듯 일제히 물고기잡이에 뛰여들었다. 양어총국이 드디여 선심을 써서 상광포안에 갇힌 물고기들중에서 손바닥보다 작은것들은 빠짐없이 하광포에 놓아주고 그 나머지 큰고기들과 조개류들은 잡아도 된다는 허가를 내린것이였다. 넓디넓은 상광포감탕물에는 사람들이 물고기를 잡느라 하얗게 덮여 끓어번졌다. 늦은 봄철의 엷은 흰구름 핀 하늘에는 사람수에 못지 않은 바다새들이 모여들어 원을 그리다가 산소부족으로 물밖에 주둥이를 내놓고 숨쉬는 물고기들을 향해 내려꼰지군 하였다. 마감감탕물을 퍼내는 양수기들에서는 5분동안에 한가마니의 물고기를 건져내군 하였다. 대체로 버들치, 붕어, 강준치 같은 작은 물고기들이였다. 큰 잉어와 열묵어, 가물치, 누치들은 사람들복새판에 얼혼이 나가서 감탕밑에 뚜지고 들어가 지그시 엎디여있었다. 그러다가 정 숨이 막히면 잠간 기여나와 물우의 산소를 들이마시고는 또 감탕속에 숨어버리군 하였다. 삽이나 몽둥이를 쥔 건설자들은 흙탕물속에서 주둥이를 드러내놓고 쩝쩝 숨쉬는 큰 물고기를 때려잡아 마대자루속에 집어넣었다. 질통을 지거나 마대로 돌버럭을 나르던 사람들은 물고기를 후려칠 도구가 없는지라 웃통을 벗어붙이고 발과 손으로 감탕속을 뒤졌다. 그러느라면 숨어있던 큰고기와 맞다들리거나 등에 푸른 줄이 간 말조개같은것을 잡아낼수 있는것이였다. 호수가의 펑퍼짐한 곳에 손밀차와 가방과 옷가지보따리들을 모아놓았는데 그옆에서는 몸집이 둥실한 녀인이 돌을 고이고 얹어놓은 커다란 쇠가마에 불을 때고있었다. 김이 실실 나고 바람에 연기가 흩날리는 쇠가마두리에는 대여섯살 났음직한 애들이 빙 둘러앉아 구수한 물고기국냄새에 취하여 코를 벌름거리고있었다. 내부망개간실태를 료해하러 호반으로 가던 라충연은 가두아이들의 보모노릇을 하고있는 그 녀인이 낯익어 걸음을 멈추었다. 류승빈의 어머니였다. 녀인은 쇠가마뚜껑을 열고 국자로 따가운 국물을 떠내여 후후 불어가며 간을 맛보았다. 먹고싶어 참을성을 잃어가는 아이들의 초롱불 같은 눈이 녀인의 얼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맛있게 익어간다. 꼬맹이들아, 조금만 참아라. 엄마들이 오면 생선국을 푸짐히 떠주마.》 다들 그만하면 얌전스레 앉아 기다리는데 앞이마가 툭 불거져나온 사내애만은 다리를 꼬고 앉아서 눈물도 나오지 않는 억지울음을 듣기 싫게 징징거렸다. 라충현은 우는 애곁으로 갔다. 《아주머니, 잘있었습니까?》 《아이구 책임비서동지, 오래간만입니다.》 《이거 생선국냄새에 취해 그냥 갈수가 없구만요.》 《어서 오십시오. 우리 가두녀자들하구 점심을 같이 하십시다.》 《가마뚜껑을 좀 여오. 봅시다.》 녀인이 솥뚜껑을 열자 라충연은 손으로 김을 휘젓고 가마안을 들여다보았다. 누런 생선기름이 한벌 쭉 깔렸는데 큼직큼직 토막낸 잉어와 붕어, 가물치, 조개가 한데 섞여 푹 익어서 시허연 살점이 터져나갔다. 《굉장히 먹음직하구만요. 이걸 다 가두녀성들이 잡았습니까?》 《그렇지 않구요. 뭐 남정네들이 우리 가두녀자들을 생각해주는줄 아시우.》 《이 우는 앨 먼저 한토막 주는게 아니요?》 《그녀석은 고길 달라는게 아닙니다. 꼬투리가 아파서 그럽니다. 호수에 들어가지 말라구 그만큼 일렀는데 듣지 않구 제 어미꽁무닐 쫓아 들어갔수다. 쪼꼬만게 어벌뚝지 커서 저도 물고기를 잡겠다구 감탕판에서 어스벙거렸지요. 그러다가 글쎄 운수가 틔여 면바루 감탕속에 숨어있는 어른팔뚝만 한 가물치를 끌어안았습니다. 헌데 그놈 가물치가 가만있을탁 있습니까. 퍼들짝거리면서 주둥이로 아이의 사채기를 깨물고 꼬리로는 이마빡을 후려치고 내뺐지요. 저녀석이 옷을 껴입었으니 망정이지 하마트면 귀한 꼬투리를 가물치한테 떼울번 했수다.》 《어디 보자. 아프냐?》 라충연은 아이를 그러안고 바지를 벗기려 했다. 그러자 이제껏 울던 애가 부끄러운지 덴겁을 하며 그를 뿌리치고 저만치 달아났다. 울음소리는 뚝 끊쳤다. 그 애의 바지를 벗기는것을 보려고 모여들었던 애들이 짜그르르 웃어댔다. 라충연은 녀인이 둔덕길에 멀찌감치 뒤따라왔기에 생선국을 대접하지 못해 아쉬워 그러는줄 알고 걸음을 멈췄다. 그런데 녀인은 주변에 사람들이 없는가 살피더니 그한테로 바삐 다가왔다. 아까와는 달리 어딘가 근심이 짙은 얼굴이였다. 《책임비서동지…》 《무슨 일이 있습니까?》 《우리… 승빈이말입니다.》 《아, 승빈이 소식을… 이거 안됐소. 아주머니, 내 이달에도 송전만소금밭공사장에 여러번 나갔댔는데… 바빠서 승빈이가 어떻게 일하는지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라충연은 진심으로 사과했다. 사실 광포원료기지에 비할수없이 방대한 공사가 진행되는 송전만일대는 그야말로 부글부글 끓어번지고있었다. 도당책임비서인 그가 소금밭건설장에 나가면 자동차같은 륜전기재문제와 풀기 힘든 연유문제를 비롯해서 어려운 후방사업문제들에 부딪치게 되고, 송전만기슭에 전개된 도내의 20여개 시, 군돌격대대장들이 숱한 문제거리들을 안고 지휘부건물에 찾아오는 바람에 정신차릴 여가도 없었다. 하루나 이틀을 머물면서 그렇게 들볶이며 제기되는걸 풀어주다가는 겨우 몸을 빼여 도당에 올라오군 했다. 《승빈이가 함흥대대에 있지요?》 《예. 그 녀석이 시공참모자리를 따더니… 안일해빠졌습니다.》 《안일하다니요?! 해안방조제공사를 맡은 함흥대대가 그중 앞서나가던데.》 《제앞에 일이야 못합니까. 다른걸 빚어내서 그러지요.》 라충연은 저으기 흥미가 동해 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냈다. 《엊그제 돌격대정치지도원이… 내가 잘 아는 사람인데 제게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우리 아들한테 처녀가 생겼다는겁니다. 돌격대처년데…》 녀인은 희슥한 귀밑머리를 쓸어붙이며 사연을 이야기했다. 《허, 거 잘됐구만요. 승빈이가 만날 서해안소금밭에 나가 살다싶이 하다나니 처녀를 사귈새도 없었는데.》 라충연은 듣다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녀인은 손을 내저었다. 《그런게 아니지요. 다들 소금밭건설에 투신하는데 처녀를 좋아한다는게 말이 됩니까.》 《일없습니다. 돌격대 젊은이들이 사랑도 하고 소금밭도 건설하면 좋은 일입니다. 그까짓 승빈이를 저리 장가보냅시다.》 라충연이 더 지체할수 없어 가려니까 녀인은 다급히 그의 팔을 부여잡았다. 《아유! 책임비서동지,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우리 아들녀석은 어벌뚝지 커서 엉큼한 일을 곧잘 저지릅니다. 체네한테 자꾸 눈팔구 좋아하다가 일이 나면 어떡합니까. 틀림없이 시공참모자리를 떼우구 쫓겨올겁니다. 단단히 신칙해주십시오. 련앨 해두 소금밭건설이 끝난담에 하라구요.》 《걱정마십시오. 내 오후에 소금밭에 나가면 함흥대대에 가서 승빈을 만나겠습니다.》 라충연은 녀인을 돌려보내고 서둘러 언덕길을 내려갔다. 오늘은 광포에 머무를 시간이 별로 없었다. 송전만에 가던 길에 들렸으니 원료기지건설장을 돌아보고는 인차 떠나야 했다. 호반에 이른 그는 흥그럽던 기분이 대번에 잡쳤다. 감탕내부망건설이 그가 며칠전에 왔을 때보다 별로 전진이 없는것이였다. 마침 곡산공장사람들이 마대에 잡은 물고기를 넣어가지고 한창 떠들어대며 오고있었다. 라충연은 맨앞에서 걸어오는 온몸에 감탕매닥질을 한 부지배인을 알아보자 성난 눈총을 쏘았다. 《동문 뭐가 좋아서 웃어대며 그래?! 내부망공사는 하지 않고 아이들처럼 줄창 물고기잡이만 하나?》 부지배인은 얼떠름해서 그 자리에 못박혔다. 곡산공장사람들은 황급히 마대자루들을 감추고 옆으로 비실비실 피해갔다. 《책임비서동지… 우린 일을 열성껏 하다가 점심시간에 고기잡이를 좀…》 《동무네 담당구역의 내부망은 왜 전진이 없는가 말이요!》 라충연은 그가 변명할 여지를 주지 않았다. 《동문 조카애이름을 제방이라고 짓더니… 아직도 제방이 침하될가봐 떠나?》 《새 공법덕에 침하되지 않는데 왜 떨겠습니까.》 《그런데도 제방에서 떨어지지 못하는걸 보면 내부망개간이 힘들어 그러지? 물빼기 전이니 장딴지에 왕거마리들이 달라붙구.》 《책임비서동지, 이거 너무 우습게 보지 마십시오. 우리도 논뚝짓고 수로째는 내부망 빨리 해서 모내기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어디 그렇게 하게 합니까.》 《아니, 그럼 공사지휘부에서 물을 뽑는족족 내부망을 선행하라고 하지 않았소?》 《그런 지시는… 없었습니다. 제방공사에 힘을 집중하고 로력이 있으면 내부망개간에 돌리라고 했습니다.》 《뭐라구?! 누가 그랬소?》 라충연이 벌컥 성을 내자 부지배인은 우물쭈물하다가 입을 열었다. 《아, 거야 공사를 책임진…》 《시행정위원장이?!》 《예… 그래서 우리는 밥조개산에서 매생이로 돌버럭을 더 날라다가 제방을 높이느라구…》 라충연은 분기가 치밀어 숨이 막혔다. 애꿎은 사람에게 부아통을 터칠수 없었다. 《오후작업부턴 당장 내부망에 사람들을 보강하라구.》 그는 부지배인의 대답은 들은둥 만둥하고서 돌따섰다. 라충연이 언덕길을 헐썩이며 올라가 지휘부가설막에 이르니 송건식이 방금 점심을 먹고난듯 이짬을 쑤시며 밖으로 나오고있었다. 송건식은 반갑게 그를 맞이하고는 식사준비를 시키려고 지휘부식당취사원을 찾았다. 《그만두오, 먹고싶은 생각이 없소.》 라충연이 시퍼래가지고 퉁명스레 내뱉자 송건식은 뜨아해서 얼버무렸다. 《말조개… 죽을 썼는데 맛이 여간…》 《그럴 짬이 없다고 하잖소.》 라충연은 가설막안에 들어가 찌국거리는 걸상에 주저앉았다. 그는 널책상맞은켠에 송건식이 무슨 일인가 해서 주춤주춤 앉는것을 기다려내지 못하고 언성을 높였다. 《내부망이 왜 아직 그 모양이요?》 《…》 송건식은 대답이 궁한듯 입을 다물고있었다. 《행정위원장동무가 제방로력을 내부망에 돌리지 못하게 했습니까?》 라충연은 따져물었다. 《예… 공사지휘부에서 그렇게들 의논이 있었습니다. 현재 내부망건설인원도 적지는 않습니다.》 《모내기철이 박두했는데 그런 속도로 되겠소?》 《되겠지요. 아직 보름이나 있으니…》 《송동무는 논을 푸는데 꽤 회의적이구만. 왜 그 넓은 감탕논에 낼 모가 없을가봐 그러오? 내 광포주변농장들에 키큰모랑 여벌로 많이 부으라고 과업준지 오랩니다.》 《책임비서동지… 사실은…》 송건식은 라충연의 낯색을 살피며 말끝을 흐렸다. 《뭔지 말하오.》 《저… 요즘 제방의 안전성을 두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현재 제방뚝이 침하되지는 않지만 흐물거리는 감탕우에 떠있는 상태여서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금년엔 여름장마를 일찍 예견한다는데 벼까지 심어놨다가 제방이 터지기라도 하면…》 《그러니 내부망공사는 적당히 해두었다가 금년 한해 제방의 견고성을 시험해본 다음에 농사를 짓자는거겠습니다?》 라충연은 나지막한 어조로 말했으나 말마디마디에 의분이 서렸다. 송건식은 어지간히 면구해하면서도 물러설 기미가 아니였다. 《책임비서동지, 참작해야 할것 같습니다. 뒤에서 걱정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광포는 무더기비가 와 불어나고 해일이 밀려와야 안다는겁니다.》 라충연은 고통스러워 주먹으로 이마를 받치고 침묵을 지켰다. 결코 송건식의 우려가 틀린것은 아니였다. 제방의 안전성을 기하자면 금년장마를 지내보는것이 옳다. 그러나 왜 견디지 못한단 말인가. 오랜 수리공학자의 압출식공법을 믿어야 하지 않겠는가. 견디지 못한다는것은 우려심이지만 견딜수 있다는것은 과학적근거를 안받침한다. 후보원사가 시험제방을 놓고 얼마나 많은 계산을 해서 공법의 믿음성을 결론지었던가. 그런데 이제 와서 사람들에게 왜 제방이 터질수 있다는 위구심이 생겨났는가? 아니, 그런 나약한 일군들은 얼음판에 가설제방을 쌓을 때부터 있었다. 속바탕에 나약성이 깔려있는 사람들에게서 제방의 안전성과 관련한 위구심이 더 진하게 드러나지 않는가. 《그러니… 송동무도 그 주장입니까?》 《그…렇습니다. 만약 장마에 제방이… 터지는 날엔…》 《책임이 두렵다는거겠습니다?!》 《공사를 책임진 사람의 심정도 생각해주십시오.》 라충연은 널판책상을 짚고 일어났다. 《좋소. 긴말을 하지 맙시다. 송동무는 이제부터 광포에서 손을 떼시오.》 《예?!…》 《함흥에 아주 들어가 행정위원회사업이나 착실히 하시오.》 《섭섭합니다.… 저의 절충적인 의견이… 앞날을 우려해서 말한건데…》 송건식은 얼굴이 컴컴해서 뇌이였다. 라충연은 무겁게 한숨을 쉬였다. 《동무를 리해못하는게 아니요. 그러나 나는 제방을 놓고 위구심을 앞세우며 동요하는 공사지도일군은 원료기지를 성사시킬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책임비서동지.… 정말 광포에서… 손을 떼랍니까?》 라충연은 송건식의 해쓱하니 질린 얼굴에서 가책이 아닌 차디찬 원망의 빛을 보았으나 마음이 물러지지는 않았다. 《그렇소, 나삐 생각마시오. 앞으로 행정위원회사업에서는… 일단 시작한 일은 배짱을 가지고 끝까지 내밀어 결실을 보시오.》 라충연은 가설막밖으로 나왔다. 한순간 자기가 송건식에게 너무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에 주춤했으나 마음을 다잡고 승용차에 올랐다. 《송전만으로 가자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