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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는 사포구역 새거리 초입에 자리잡은 함흥애육원 마당가에 멎었다. 라충연은 교육부장을 데리고 차에서 내렸다. 불의에 왔는지라 경비원아바이밖에 마중하는 사람이 없었다. 원아들의 낮잠시간이여서 미끄럼대와 같은 유희기재를 세워 놀이터를 만들지 못한 널직한 애육원마당은 한산하였다. 건물현관에 들어서니 벽체가 새하얀 물뼁기칠을 해서 산뜻하고 깨끗하였다. 인조석바닥이 알른거리는 복도의 벽에는 큼직한 붉은색으로 《원아들을 조국의 미래로 훌륭히 키우자!》고 쓴 글이 붙어있어 애육원의 면모를 돋궈주었다. 2층으로 올라간 라충연은 원장방의 출입문유리창너머로 고선화가 긴 나무걸상에 꼬부리고누워 새우잠을 자는것을 보고 측은해서 문손잡이를 도로 놓고말았다. 그는 전번에 애육원에 왔을 때 도행정위원장이 고선화가 애육원을 위해서는 너무나 일욕심이 많고 이악한데다 성미가 강파로운데가 있어 직원들이 《여윈 범》이라고 별명을 붙였다는것을 들었다. 녀자에게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별명이였지만 고선화는 개의치 않아했다. 그 녀자는 자신의 리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애육원원아들을 위해서 사나왔다. 어려운 국난의 시기에 장군님께서 부모없는 아이들을 자기에게 맡겨주셨는데… 어리무던해빠진 원장이 되여가지고 어떻게 수백명 원아들의 어머니구실을 하겠는가. 그래서 그 녀자는 제 새끼를 핥아주고 보호하는 범처럼 남들한테 사납게 굴었다. 기승을 부리지 않고서는 물자가 부족한 시내형편에서 공급전표를 가지고도 식량과 부식물이며 간장, 된장을 제대로 타낼수 없었다. 아무리 도당과 도행정위원회에서 도와준다고 해도 원장이 맹수처럼 뛰여다니고 직원들이 따라 뛰지 않고는 애육원을 운영하기 어려웠다. 고선화는 애육원에 들어온 교양원처녀들이 원아들의 선생이기 전에 《젊은 어머니》가 되도록 강하게 요구했다. 교양원은 자기 반의 앓는 원아들을 병상태에 따라 일일이 보살펴야 하고 큰 비닐버치에 더운물목욕을 시켜야 했고 이닦기로부터 시작해서 애육원의 모든 생활준칙이 아이들의 몸에 배도록 늘쌍 어머니다운 관심을 돌려야 하는것이다. 라충연이 원아들의 교실문을 열어보는데 잠을 깬 고선화원장이 흩어진 머리를 수습하며 반달음쳐왔다. 강마르고 윤기없는 살갗의 얼굴에 눈확이 우묵 들어가고 광대뼈가 두드러진 원장은 파마한지 오랜 머리칼이 거푸수하게 일어서서 그야말로 《여윈 범》을 련상시켰다. 고선화가 집에서 기르던 개와 토끼까지 잡아서 림시합숙에서 데려온 원아들을 먹였다는것을 알고있는 충연은 그 녀자가 고마와서 손을 잡아 자기곁에 끌어당겼다. 《원장선생, 몸이 형편없이 축갔구만. 어데 아픈덴 없소?》 《없습니다. 전 이래뵈도 강기는 있습니다.》 《몸을 돌보라구. 숱한 원아들이 있는데… 원장이 앓아선 안돼.》 라충연은 녀동생한테라도 하듯 따뜻이 일럿다. 그는 교탁뒤의 풀색칠판에 백묵으로 글을 써보고나서 작은 발풍금의 건반을 눌러보았다. 구구표도 큼직이 써붙였고 해드는 창턱에는 빨간꽃이 핀 제라늄화분이 생기를 띠였다. 벽보의 《자랑판》에는 공부잘하고 동무들과 다정하게 놀거나 옷차림이 단정한 애들을 칭찬하는 글들이 나붙었다. 교실만 둘러보고도 생신하고 활기에 찬 원아들의 생활을 느낄수 있었다. 《그만하면 잘 꾸렸소.》 《건물이 좋으니 꾸릴수록 빛이 납니다.》 교실을 나선 고선화는 라충연을 원아들의 잠실쪽으로 안내했다. 원장이 잠실문을 조용히 열자 라충연은 문지방에서 안을 들여다보았다. 온돌방에는 아이들이 색갈고운 모포를 덮고 쪼로니 누워자고있었다. 《애들이 깨나겠소.》 라충연은 목소리를 낮추어 이르고는 고선화와 같이 원장방으로 갔다. 《우리 집에서 온 애들이 어떻소? 말을 잘 듣소?》 그는 나무오리대를 성글게 댄 딱딱한 긴걸상에 앉으며 물었다. 《다들 똑똑하고 착합니다.》 《용철이는 좀 벌차지?》 《예… 책임비서동지가 큰아버지라고… 도에서 제일 세다면서…》 《허허, 으시대나?》 《뻐기는거야 일있습니까. 이따금 교양원 몰래 담장 넘어 거리에 나가는게 탈입니다.》 《자유주의를 한단 말이지… 그녀석이 애육원 규률생활을 달가와 안할수 있지. 우리 집에서도 더러 그랬으니까. 잘 관심해주시오.》 라충연은 당부하고서 원장에게 물었다. 《애육원 원아들중에 우리 용철이 말고 또 다른 용철이란 애가 있소?》 《지금까지는 없습니다.》 라충연은 마당에 일군들이 도착했음직해서 걸상에서 일어났다. 《낮잠시간이 끝나면 용철이를 데려오오. 내 좀 만나보겠소.》 애육원마당에는 급히 포치받고온 나이지숙한 도시경영국장과 송봉숙이 교육부장의 곁에 서있었다. 《부국장동무가 오래간만이구만.》 라충연은 례사롭게 고개를 숙여보이는 봉숙에게 인사말을 건넸다. 상업국사업이 검열총화된 후에 그 녀자를 만나기는 처음인것 같았다. 그사이 봉숙이가 도당회의에 더러 오기는 했지만 먼발치에서 눈에 띄웠고 말을 나눌 틈도 없었다. 《상업국부업지는 다 일궜습니까?》 《잡관목뿌리를 다 뽑고 지금 한창 돌추기를 하는중입니다.》 봉숙이는 전달에 상업국사람들을 데리고 진눈까비 쏟아지는속에서 성천강상류에 올라가 묵은 쑥밭과 개바닥을 골라 부업지를 정했다. 지난 2월 하순에 여유소비상품과 강냉이를 바꿔 시내어린이들에게 사탕과자를 생산공급한 상업국의 사업은 그 우결함이 옳게 분석되였다. 어린이들을 위해 상업국사람들이 고생스레 바친 노력과 결과는 긍정적이지만 방법은 조금도 장려할것이 못되는것이였다. 봉숙은 도행정위원회 회의에서 자기비판을 잘하였다. 그러면서도 사탕과자를 만드는 일은 단념하지 않았다. 소비상품과의 바꿈질은 집어치우고 대신 상업국산하 모든 사람들을 동원하여 부업지를 일구고 강냉이농사를 짓기로 결심한것이였다. 《도행정위원장동무도 출장가고 다른 일군들도 없으니 애육원문제와 관련한 협의는 며칠 미룹시다.》 라충연은 실무적으로 말꼭지를 떼고나서 도시경영국장에게 낯을 돌렸다. 《그새 건물을 보수하느라 수고가 많았습니다. 창문들을 모두 파란 뼁기칠 하고 비닐박막댄걸 유리로 말쑥하게 교체하니 얼마나 좋소. 이제는 애육원면모가 잡혔습니다.》 그는 도시경영국장이 기분이 좋아서 손으로 뒤더수기를 슬슬 긁는것을 지켜보았다. 《그렇지만 아직 도시경영국장이 할 일이 많습니다. 교양원처녀들이 여전히 원아들을 버치로 목욕시키고있소. 시급히 목욕탕을 꾸려줘야겠습니다. 아래층에 한방 내면 될겁니다.》 라충연이 애육원 뒤마당쪽으로 걸음을 옮기니 일군들이 원장과 같이 따라섰다. 《책임비서동지, 용철이가 애육원에 없습니다. 오전공부시간에는 있었다는데…》 고선화가 라충연의 곁에 다가와 근심스레 말했다. 《어데 갔겠나?》 《교양원이 그러는데 거리에 나간것 같답니다.》 꽃무늬가 박힌 소매긴원피스를 입은 아련하게 생긴 처녀가 어줍은 태도로 원장의 곁에 와섰다. 《누군가?》 라충연이 묻자 원장이 대신 대답했다. 《용철이네 반 교양원선생입니다.》 《선생, 애들건사를 잘하지 못하는구만. 응?! 낮잠시간에 어데 가는것도 모르니.》 라충연이 가볍게 책망했는데도 교양원처녀는 얼굴이 사과알처럼 붉어지고 눈물이 글썽해졌다. 《용철이를 빨리 찾아주오.》 그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처녀는 돌따서 뛰여갔다. 《책임비서동지…》 고선화원장이 라충연의 낯색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선생은 원래 유치원교양원이댔는데 우리 애육원에 자진해왔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이붓어머니손에서 자라 그런지 인정이 많고 담당원아들을 극진히 보살피고있습니다. 몸이 약한 애들을 자주 집에 데려다가 토기곰을 해먹이는 선생입니다. 부종이 내리지 않는 애를 살리겠다고 밤에 약혼한 총각과 같이 호련천에 나가 물고기를 잡아다가 죽쒀 먹이군 했습니다.》 《그런 선생이요?!》 라충연은 교양원처녀를 힐책한것이 저으기 뉘우쳐졌다. 《원장선생, 교양원처녀의 이름이 뭡니까?》 《윤해입니다.》 《윤해선생한테… 미안하다고 말해주시오.》 라충연은 넓은 뒤마당의 돌담장곁에 찌글써하니 붙어있는 창고를 보자 언짢은 눈길을 도시경영국장에게 돌렸다. 《저건 헐어버리라고 했는데… 그 자리에 새 창고를 짓고 옆에 잇대서 돼지우리와 닭장을 크게 만들어주라고 하잖았소?》 《도행정위원장동지가 처음엔 그렇게 분담했댔지만 애육원기본건물 보수작업량이 많아서 자체로 하라고 했습니다.》 《애육원사람들이 짓는다는거요?!》 《예…》 도시경영국장은 책임비서의 노기띤 낯빛을 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여보 국장동무, 애육원직원이 얼마 안되는데다가 거의나 녀자들이요. 원아들을 공부시키고 보살피고 교양하는것만도 힘든데 언제 부대건물까지 짓는단 말입니까. 동무네가 맡으시오.》 《알…겠습니다.》 《그래야지.》 라충연은 도시경영국장이 성근하게 나오는것이 만족해서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나 다음순간 뒤마당에 아이들의 놀이터를 꾸려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라 다시금 도시경영국장을 불렀다. 《미끄럼대도 동무네가 해야지?》 《그건 저번때 위원장동지가 나와서 룡성기계공장에 맡겼습니다.》 《그랬소?! 미처 몰랐구만.》 《아, 이거 오늘은 괜히 사무실에 붙박혀있다가 걸려들어 험터기 씁니다.》 도시경영국장이 볼부은 소리를 하자 라충연은 껄껄 웃었다. 그는 도행정위원장이 애육원 꾸려주는 사업을 구체적으로 분공을 하고 진척중인것을 도중에 너무 들쑤셔놓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른의 가슴높이는 될 돌담장우로 사내애의 머리가 불쑥 솟았다. 그 애는 담장우에 한쪽다리를 걸치고 올라앉아서야 뒤마당에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놀라서 황급히 몸을 돌려 내빼려고 했지만 고선화원장의 눈에 띄고말았다. 《용철이! 당장 내려와요!》 원장이 소리치자 용철이는 담장우에서 어쩌지 못하고 뜰안에 훌쩍 뛰여내렸다. 다음순간 용철은 라충연을 알아보고 《큰아버지!》하고 소리치며 달려왔다. 그바람에 원장은 자유주의를 한 그 애를 꾸짖지 못했다. 라충연은 무릎을 꺾고앉아 용철이를 어루만졌다. 《너 왜 거리에 나갔댔니?》 《다신… 안나갈게요.》 충연은 원장에게 고개를 돌렸다. 《애육원에 간식이 떨어졌소?》 《예…》 고선화의 목소리는 가늘었다. 라충연은 자기의 짐작이 맞는지라 아무 말도 안했다. 한창 군입질할 나이의 원아들에게 간식이라도 넉넉히 먹이지 못하면 아이들이 애육원담장을 넘나들수 있는것이다. 라충연은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물었다. 《용철아… 너 어머니이름을 알고있느냐?》 《림… 선미예요.》 《정말이냐?》 《예.》 《이녀석아! 네가 옳구나.》 라충연은 너무 기뻐서 용철이를 품에 꽉 끌어안았다. 《용철아, 너의 엄마는 그동안 네가 잘못됐는가 해서 수태 맘고생하며 찾아다녔다.》 《우리 엄마가요?》 《그럼.》 《어디 있나요?》 《내 기별을 하겠다. 널 데리러 올게다.》 그는 자기 집에서 키우던 용철이가 장군님께서 찾으시는 아이라는것이 좀처럼 믿어지지 않아 소년을 끌어안고 쓸어만졌다. 고선화원장과 둘러선 일군들이 못내 놀라와하는것을 보면서도 그는 혼자 기쁨에 휩싸여있었다. 낮잠시간이 끝났는지 빨간색, 파란색의 운동복을 입은 원아들이 체조를 하러 뒤마당에 쏟아져나왔다. 라충연은 용철이를 보내고 송봉숙에게 고개를 돌렸다. 《부국장동무, 원아들이 어떻습니까?》 《운동복이랑 입으니 보기 좋습니다.》 《혈색이 나빠보이진 않소?》 《지난번에 왔을 때보다는 퍽 낫습니다.》 《원장동무, 애들의 식생활에 계속 관심을 돌려야겠소. 기름은 넉넉하오?》 《예, 상업부국장동지가 한도람통 보내주었습니다.》 라충연은 송봉숙에게 물었다. 《부국장동무, 사탕과자가 남은건 좀 없습니까?》 《예비로 남겨둔게… 500키로정도 있습니다.》 《됐구만. 그걸 애육원에 줍시다. 아무래도 부모있는 유치원애들보다 애육원원아들한테 간식을 더 주는게 옳지 않을가?》 《오늘중으로 가져다주겠습니다.》 상업부국장은 선선히 동의했다. 라충연은 봉숙에게서 인차 눈길을 뗐으나 마음속으로는 고마움을 느끼며 승용차쪽으로 갔다. 체조를 끝낸 원아들이 떠들썩하니 교실로 들어가고있었다. 이어 음악수업이 시작된듯 열어놓은 교실창문으로 풍금소리가 들려오고 아이들이 정답게 부르는 노래소리가 쟁쟁 울렸다.
어깨동무 내 동무 형제 같고요 다정하신 선생님 엄마 같애요
라충연은 차에 오르지 못하고 원아들의 노래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꽃봉오리 랄라라 노래부르는 애육원은 우리의 집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