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서곡

 

 

4

 

《협의회때… 패배주의가 축산부문에서도 심하게 나타났다고 말한것 같은데… 제기된 자료가 있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집무실에 들어온 주광훈에게 물으시였다.

《예, 축산관리국장동무에 대한겁니다.》

주광훈은 실태보고를 작성할 때 인용하지는 않았으나 여러번 본것으로 하여 서류를 펼치지 않고도 대답올릴수 있었다.

《초급당비서 우정석동무가 올려보낸 자료에 의하면 축산관리국장 차원중동무는 조건타발을 앞세우면서 심한 패배주위에 빠져 사을 태공해왔다고 합니다. 이 동무는 국가에서 돼지공장과 메추리공장, 닭공장들에 알곡사료를 보장해주지 않는데 축산국장이 무슨 신비한 재간이 있다고 관리국산하의 숱한 집짐승들을 사육한단 말인가, 먹여살리지 못할바에는 여위게 놔두지 말고 종자받이용가축들만 조금 남기고 나머지는 전부 사시키라고 지시 떨구었습니다.

축산관리국장동무는 지금 나라에 사람이 먹을 식량도 모자라는데 집징승을 먹일 알곡사료가 있을리 있는가, 그렇다고 우리안에서 배고파 고아대는 짐승들을 보고 사람처럼 참고견디라고 교양할수는 없다, 나라의 축산을 그렇게 만든 책임은 응당 국장이 져야 한다면서 사표를 냈습니다.》

《그 동무가 몇살입니까?》

《쉰여덟살입니다.》

《아직 년로보장나이는 못됐구만.》

《예, 우정석동무는 축산관리국장의 사표를 무난히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자력갱생해서 알곡사료를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패배주의에 빠진 그를 초급당총회에 내다세우고 되게 비판을 주었습니다. 나라의 축산업을 말아먹고 그 부문 일군들의 사기를 저락시키고서 제 몸만 빼는 산관리국장을 혁명의 배신자로 락인했습니다. 그는 사표를 낸 차원중국장을 그저 내보낼것이 아니라 출당시키고 고향에 가서 농사를 짓도록 행정적처벌을 주겠다는것을 제기했습니다.》

《출에 행정적처벌이라…》

김정일동지께서는 불만스레 뇌이고 천천히 머리를 가로저으시였다.

《지내 과한것 같구만.… 난관을 맞받아나갈 대신 물러서겠다고 사표를 냈으니… 비판이야 해야지.》

한동안 무거운 침묵이 서렸다.

《차원중… 축산관리국장이 학사지?…》

그이의 느닷없는 물으심에 주광훈은 약간 당황해하였다.

《자료에… 경력은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집짐승먹이 미량첨가제를 연구한 학사입니다. 내가 좀 압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80년대 중엽 어느 가을 날, 현지지도에서 돌아오신 수령님께서 이번에 축산부문에서 한몫할 실력있고 박식한 좋은 동무를 찾아냈다고 기뻐하시던 일이 생각나시였다. 차원중은 지방의 축산일군으로 일할 때에 우리 나라에 흔한 비타민원료를 가지고 동물성단백질먹이를 대신할수 있는 미량첨가제를 만들어내여 학사학위를 받았다. 수령님께서는 지방의 한 닭공장에서 소규모적으로 생산하던 미량첨가제를 대량생산하기 위한 국가적대책을 세워주시였다. 그리하여 축산업에서는 집짐승먹이의 효과성을 높여 적은 사료를 가지고 많은 고기와 알을 생산할수 있는 길이 열리였다. 차원중은 닭공장과 돼지공장, 오리공장을 일떠세워 축산업이 전문화, 집약화방향으로 발전하던 그 시기에 일을 많이 한 일군이였다.

《나라의 축산업이 부진상태지 망한것도 아니고 또 그것이 차원중 혼자의 잘못도 아닌데 이제 와서 죄를 그한테 다 뒤집어씌우는건 너무하지 않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생각깊은 얼굴로 주광훈을 건너다보시였다.

《내 보기에는 사표를 낸 그 동무는 배신자가 아니라 자신을 랭정히 검토해보고 자기의 잘못과 무능력을 스스로 인정한 솔직한 사람입니다. 우리와 혁명을 같이하지 않겠다고 변절한 사람과는 다릅니다. 그가 조락한 축산업을 두고 개탄해서 한 발언을 문제시한것 같은데 그게 그 사람의 본심은 아닐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렇게나 사상적감투를 씌우면 안됩니다. 나라의 축산관리국장의 직책을 내놓는 사람의 괴로운 심정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58살이라는데 한두해 지나면 년로보장이 아닙니까. 퇴직나이를 채우지 못하고 사표를 낸 사람의 마음이 오죽 아프겠습니까.

갑나이가 썩 지나서 자리지킴이나 하면서도 사표를 내거나 퇴직할 생각은 하지 않고 말로만 끝까지 당을 받들고 순직하겠다는 일군들보다는 차원중이 훨씬 량심적이고 결단성있는 사람이라고 보아집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차원중에 대한 랭혹한 문제처리를 두고 생각이 깊어지시였다. 출당 주어 고향에 가서 농사를 짓게 한다… 처사가 얼마나 박정한가. 왜 우리의 일부 당일군들한테서 동지에 대한 사려깊은 리해와 따스한 인정이 결여되여가는가. 동지애는 당일군들이 어떤 준엄한 환경속에서도 언제나 잃지 말고 가슴속에 간직해야 할 가장 중요한 본성적풍모로 돼야 하지 않겠는가. 정세가 엄혹하다고 해서 신경을 날카롭게 세워가지고 사람문제를 극단으로 몰아가면서 동지를 함부로 차버리려 하는것은 그자체가 혁명에 대한 신심의 결여이고 불안이며 동요와 변질의 한 형태라고 할수 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뇌리에서 고패치는 그런 생각을 꺼내지는 않고 주광훈을 향해 나직이 말씀하시였다.

《축산관리국장을 패배주의자라고 처벌한대야 우리 대오에서 한사람이 떨어져나가는 결과만 빚어냅니다. 그러지 말고 축산관리국장을 일깨워주어 자기 직책에서 그냥 일하게 합시다. 아마 축산부문에 차원중동무만 한 실력자도 흔치 않을겁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축산관리국장에 대한 생각을 인츰 털어버리지 못하시였다.

사실상 돼지공장과 닭공장, 오리공장들에서는 종자를 남기고 가축을 페사시키는것이 축산관리국장 개인의 잘못이 아니다. 그것은 알곡사료를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조건에 대응한 축산부문의 긴급조치라고 봐야 한다. 눈앞의 얼마 안되는 알과 고기생산에만 매달리다가는 축산을 아주 망칠수 있는것이다. 축산의 장래를 위해서도 종자가축을 보존하는것이 옳은 처사이다. 그렇다면 당면하여 축산업을 어떻게 추켜세우겠는가.… 알곡배합사료가  풀릴 때까지 기다릴수야 없지 않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주광훈을 앞차대 건너편 쏘파에 앉도록 하고 자신께서도 앉으시였다.

《아까 협의회때 비사회주의현상이 함경남도에서 우심한것으로 제기됐지… 숨죽은 공장, 기업소들이 많구… 경제의 기간공업부문을 걸머지고나갈 공장, 기업소들이 집중된 도인데 형편이 말이 아니거던.》

《장군님, 지난해에 함경남도 농촌들이 랭해를 세게 받은데다가 가물은 서해안지방보다 더 심했습니다. 농사를 망치니 가뜩이나 전력과 원자재가 부족한 도의 공장, 기업소들이 더 타격을 받은것 같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주광훈의 설명에 리해를 표시하고 나직이 덧붙이시였다.

《객관적원인이 많지만 그것이 근본문제일수는 없소.… 일군들이 주저앉은게 문제요. 부닥친 난관앞에 어쩔바를 모르고… 동무는 함경남도당 책임비서자리가 두달째나 비여있는데 추천할만 한 사람이 없소?》

《생각은 해봤는데… 장군님, 이번에는 손탁이 아주 센 사람을 골랐으면 좋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주광훈이 조동된 함경남도당 책임비서를 두고 말한다는것을 짐작하시였다.

이전 책임비서는 당중앙위원회 부부장으로 있을 때는 대가 있고 주도세밀한 일군이였지만 함경남도에 가서는 크게 일을 제끼지 못하였고 규률도 바로 세우지 못하였다.

《지금 령산기계공장 책임비서를 하는 사람이 어떤가?》

《라충연동무 말니까?》

《그렇소. 그 동무는 전에 수령님의 신임으로 국방공업부문의 큰 공장 지배인도 했구… 장천탄광련합기업소 책임비서도 했소. 기간공업부문의 로동계급속에서 오래동안 사업경험을 쌓은 일군이니 적합하지 않을가?》

《결패있게 일을 잘하는 동문데 드문히 사람들의 말밥에 오르군 해서…》

주광훈은 말끝을 흐리였다.

《어떤 일로?》

《장천탄광로동자들은 라충연책임비서가 무슨 일이나 재거나 조건타발을 하지 않고 무작정 냅다 밀고나간다고 해서〈불도젤〉이라는 별명을 붙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충연동무는 령산기계공장에 간지 몇달 못되여 또 그런 별명이 붙었습니다.》

《무슨 일판을 크게 벌린 모양이구만.》

《예, 상하수도공사를 시작했습니다. 숱한 사람들이 홰불까지 추켜들고 령산시내거리바닥에서 법석 끓는답니다. 책임비서가 생산은 안중에 없이 그런 부차적인 공사를 한다고 비난이 여간 아닙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얼굴에 가벼운 미소를 지으시였다.

《상하수도공사를 부차적인 일이라고 볼수는 없소. 령산시에는 거의가 기계공장로동자들이 살고있지 않소. 로동자들의 생활을 위한 일인데 왜 생산에 도움이 되지 않겠소. 그 동무를 대담하게 선발하오. 내 한번 만나보겠소. 일을 걸싸게 해나가는 과정에는 결함이 생길수도 있는거요. 난 거〈불도젤〉이라는 별명이 마음에 드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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