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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포원료기지 건설지휘부 가설막에서 열린 긴급협의회는 제방이 기준높이에 올라가지 못하는 문제를 가지고 론쟁을 거듭했으나 이렇다할 해결책을 세우지 못했다. 제방이 덧쌓일수록 자체중량으로 감탕속에 점점 내려앉으면서 량켠으로 그만큼 감탕비짐이 삐져나오는 현상은 시돌격대가 맡은 구간에서만 일어나는것이 아니였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제방에 붙어살면서 경쟁적으로 일을 다그친 공장, 기업소들과 가두에서 맡은 제방구간들이 다 지금에 와서는 그런 심각한 난관에 봉착했다. 제방을 완전히 쌓을수 있는가 아니면 실패하는가 하는 공사의 운명을 좌우하는 난관이였다. 책상을 두개 잇대놓은 집행석을 마주한 라충연은 가설막안에 콩나물시루속처럼 들어앉은 단위책임자들을 둘러보았다. 열띤 감탕침하론쟁에 참가하는 몇사람을 내놓고는 거의가 다 일에 지쳤는지 침울한 낯빛으로 입을 다물고있었다. 그들 매 일군이 자기네가 맡은 제방토막의 운명을 책임졌으면서도 표정은 랭담해보였다. 제방우에 돌과 흙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로 들어가고 그만한 량의 감탕비짐을 다시 제방에 퍼올리다가 그 효률없는 무익한 반복작업에 맥이 빠질대로 빠져 기권하고 나자빠진 공장, 기업소들이 한둘이 아니였다. 온 겨울 강추위를 이겨내며 가설제방을 쌓았고 얼음이 녹으면서부터는 감탕과 싸워온 그들에게 앞이 내다보이는 명백한 기술적방책을 세워줘야만 했다. 이전처럼 《제방에 흙을 자꾸 퍼올리느라면 자연히 높아질것이다.》, 《감탕에 제방막는것이 신비할게 있는가.》, 《몸을 제방에 묻더라도 기어이 쌓고야말겠다는 결사각오정신이 부족하다.》면서 무작정 떠밀수는 없었다. 천정이 낮은 가설막안은 사람들의 몸에서 풍기는 감탕내와 땀냄새가 꽉 찬데다가 그들이 줄창 피워대는 담배연기로 하여 출입문과 뙤창을 열어놓았는데도 통풍이 제대로 되지 않아 숨쉬기 가빴다. 감탕속에서 하루종일 일하고나면 감탕의 미생물가스내와 염독내가 옷자락과 몸에 푹 배는것이였다. 라충연은 말씨름에 맥이 난 가설막안의 일군들이 이제는 입을 다물고 자기 얼굴만 쳐다본다는것을 알았다. 얼음판에 가설제방을 쌓자고 주장한 사람이고 총시공자나 다름없는 도당책임비서가 오리무중의 협의회를 어떻게 결속짓는가 하는것은 자못 심중한 일인것이였다. 라충연은 제방공사과정에 여러가지 기술적문제들이 제기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것은 아니였다. 그러나 이렇게 공사의 운명을 판가리하는 날카로운 문제에 부닥칠줄은 몰랐다. 《설계자는 어떻게 생각하오? 왜 한마디도 하지 않소.》 라충연이 널판걸상의 앞줄에 앉은 두눈이 우묵 들어가고 목이 상큼한 도농업건설설계사업소 설계원에게 고개를 돌리자 그는 끝내 불똥이 자기한테 튀여왔다고 생각했는지 손으로 이마빡을 문지르더니 힘들게 몸을 일으켰다. 《하여튼간에 감탕속에 제방이 내려앉는… 공법상문제를 두고 전 별로 할말이 없습니다.》 《아니?! 동문 설계자로서 책임을 회피하자는거요?》 라충연의 옆자리에 앉은 송건식이 목청을 높였다. 《행정위원장동지, 이제까지 제방공법문제를 론했지 어디 책임문제를 시비가르자고 했습니까?》 설계원이 만만치 않게 반박했다. 《그게 그 소리가 아니고 뭐요! 설계자가 할말이 없다면 제방주인은 누구요?!》 《하여튼간에 난 상광포얼음판에 측량기를 가지고 나가… 개목동에서부터 다호천과 흑다리천 합수목까지 제방을 막자는… 상부의 지시대로 도면을 그렸을뿐입니다. 시공문젤 가지구 날 달구지 마십시오.》 설계원은 얼굴이 꺼매서 자리에 앉았다. 《제방위치는 내가 그렇게 잡으라고 설계자에게 지시를 했습니다.》 라충연은 담이 약한 설계자가 마음 편안하도록 허심하게 인정해주고나서 목소리를 높였다. 《행정위원장동무도 그렇고 설계원동무도 협의회문제점의 인식을 잘못하는것 같구만. 제방이 주저앉고 감탕비짐이 나온다고 마치도 공사가 완전히 실패한것처럼 벌써 책임문제를 론하고 발뺌할 구석을 찾는것 같은데 그런 걱정은 아예 하지 마시오. 설계도 시공도… 모든 책임은 이 도당책임비서가 질것입니다.》 가설막안의 침침한 공기가 삽시에 얼어붙었다. 라충연은 자기 혼자 설계나 시공을 다 책임진다는것이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는 독선적인 주장이라는것을 알면서도 태도를 달리 취할수 없었다. 《겁내지를 마십시오. 지금은 공사과정입니다. 락관적으로 시공문제를 대합시다. 우리는 아직 새 공법을 탐구하지 못해 그렇지 실패하진 않았소. 그러니까 신심을 잃지 말고 여기 모인 단위책임자들이 돌아가서 건설자들과 방도를 의논해야겠습니다. 오늘 협의회에서 한가지 명백히 말해둘것은 우리는 죽으나사나 제방을 막아야 한다는겁니다.》 뒤줄에서 누군가 개별걸상을 삐그덕 밀어젖히고 일어섰다. 찬찬히 보니 회상구역 행정위원장이였다. 《책임비서동지, 저… 당분간 공사를 중지하고 건설자들을 좀 휴식시키는게 어떻습니까? 너무 힘들어서 쓰러지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휴식이면 휴식이지 공사를 중지한다는건 뭡니까?》 라충연은 날카롭게 신경을 곤두세웠다. 《저… 아무래도 방도를 찾느라면… 공사를 중지해야 할것 같아서…》 회상구역 행정위원장은 책임비서의 눈총에 뒤말을 얼버무리고 주저앉았다. 라충연은 협의회분위기를 저락시키는 그가 밉살스러웠다. 문득 그는 회상구역 행정위원장이 며칠전에 구역지원물자를 가지고 광포에 나오다가 아낙네들도 걸어오는 길을 차가 고장났다고 해서 반나절을 들판에서 쉬다가 왔다던걸 상기하였다. 라충연은 속이 불끈했지만 지나간 일을 가지고 추궁하는것이 경우에 맞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상구역 행정위원장의 말대로 사람들이 지칠대로 지친것은 사실이였다. 그리고 가설막안에 모인 일군들이 도당책임비서의 불만을 살가봐 시선을 피하면서도 구역행정위원장의 제기를 수긍하는 낯빛인것이 그를 괴롭혔다. 《곡산공장제방책임자 왔습니까?》 라충연이 목을 빼들자 뒤줄구석에서 조카애이름을 제방이라고 지은 부지배인이 엉거주춤 일어나 굽은 철근을 펴기라도 하듯 천천히 허리를 곧추 세웠다. 《동무가 한번 말해보오. 자기 사람들을 휴식시켜야겠소?》 얼굴의 감탕을 깨끗이 씻고 면도를 한 부지배인은 제방에서 만났을 때보다 퍽 젊어보였다. 그는 딱해서 머뭇거리며 자기네 구역행정위원장쪽을 얼핏 보았으나 말은 바르게 나갔다. 《사람들이 힘들어하는것을 봐선 휴식을 했으면 좋겠지만… 우린 그럴 형편이 못됩니다. 다른데 비하면 제방고가 낮고 토량운반수단이 부족해서 남들보다 곱절 뛰여야 합니다.》 라충연은 부지배인의 사리정연한 말을 언질잡아서 구역행정위원장을 공격하고싶은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그런 일군은 무시해치우는 편이 더 나았다. 《공사를 중지하고 사람들을 휴식시키자는 말은 다시 꺼내지 말아야겠습니다.》 라충연은 목소리를 높이고 위압적인 눈길로 가설막안을 둘러보았다. 《다들 도당책임비서가 인간성이 없고 사람들을 혹사시킨다고 말하겠지만 나로서는 그런 지시를 떨굴수 없습니다. 공사를 중지한다는건 제방막기에서 패배를 인정하는거나 같습니다. 오래지 않아 비가 오고 하광포물이 불어 넘쳐날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이미 쌓은 제방이 견디지 못하고 허물어질수 있습니다. 우리한테는 물러설 길이 없고 한시각이라도 헛되이 지내보낼수 없습니다. 전투는 이제부터입니다. 정평과 함주에서 좌안강뚝제방은 다 쌓았고 상광포기본제방도 단위별로 층하가 심할뿐이지 련결은 되였습니다. 그래서 양수기들을 밤낮 만가동해서 상광포안의 물을 마저 퍼내야겠습니다. 내부망개간을 맡은 단위에서는 앉아 기다리지 말고 감탕바닥이 드러나는대로 길을 만들고 수로와 뚝을 지으면서 논바닥 고루는 작업을 동시에 밀고나가야 합니다. 모내기철이 박두한 지금 우리한테는 절대적으로 시간이 모자랍니다. 상광포에 논을 풀고 모를 꽂지 못할바에야 무엇때문에 로농적위대원들이 추운 겨울 얼음판우에다 가설제방을 쌓았구 가두녀성들과 아이들까지 동원했겠습니까. 모두들 다시한번 분발하구 결사전을 벌립시다. 휴식은 제방을 다 쌓구 모내기까지 한 다음에 합시다.》 라충연은 타드는 목을 추기려 했으나 책상우에는 물주전자가 없었다. 《시행정위원장동무, 그렇게 하는데 반대없지요?》 《아, 거… 그래야지요.》 송건식은 의기소침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라충연은 모임이 끝나자 시원한 공기를 마시고싶어 밖으로 나왔다. 가설막앞쪽의 작은 둔덕에 혼자 올라서서 어스름이 깃든 제방쪽을 보니 괴로움이 호수가를 뒤덮는 저녁안개처럼 밀려왔다. 넓다란 호수를 가로질러 흙다리천 합수목으로 간신히 뻗은 제방은 너비도 고르롭지 못하고 수면에 키를 솟군 높이도 달랐다. 침하현상으로 제방이 더 그렇게 둘쑹날쑹한것 같았다. 이러다가 끝내 제방을 쌓지 못하고 물러나지 않을가 하는 위구심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협의회에 참가한 대다수일군들의 얼굴에 그런 실망과 회의적인 표정이 력력히 어렸던것을 되새겨본 그는 애써 마음을 다잡으려했다. 자기까지 이런 비관에 빠지면 공사의 운명이 어떻게 되겠는가. 라충연은 무거운 한숨을 짓고 승용차를 세워둔 호수기슭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가설막들의 굴뚝과 천막숲의 도처에서 저녁짓는 연기가 어둑시그레한 재빛하늘로 퍼져올랐다. 호수물비린내가 풍겼다. 시돌격대 가설막 뒤켠길로 내려가던 라충연은 풀숲에서 나는 귀에 익은 녀자의 목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어쩜 그리 굼떠요. 아까부터 기다렸는데.》 《소대친구들이 물고기잡으려 가자는걸 겨우 뿌리쳤어.》 라충연은 송옥화와 자기 아들의 속삭이는 다정한 목소리를 들었다. 어둠속에서도 희붐한 호수물을 배경으로 나란히 앉은 두 젊은이의 검은 륜곽이 보였다. 《제방안의 물고기를 잡지 말라고 지휘부에서 그만큼 말했는데 또 잡아요?》 옥화가 책망조로 뇌였다. 《상광포물이 얕아져 붕어, 잉어들이 한데 몰켜 욱실거리는걸 어떻게 참는다구.》 《그래도 잡아선 안돼요. 양어총국사람들한테 들켰다간 큰일나요. 신소받아요.》 《쪼꼼 잡겠다구 했어. 소리 안나게 그물질할거야.》 《명구동문 절대 그런데 끼이지 말아요.》 《그게 뭐 나쁜짓이나?! 우리가 고생스레 제방을 막으니 갇힌 물고긴데.》 《광포호수 물고기는 다 그 사람들거래요.》 《물고기들이 강에서 호수에 내려오구 바다에서 올라오구 하는데도 다 제거래?!》 《명구동문 잉어를 먹지 못해 몸살이 났어요? 자요, 수초떡이예요. 강냉이가루가 많이 섞인거예요.》 《이거 어데서 났어?》 《처녀가 줄 땐 따져묻는게 아니예요. 어서 들어요.》 《소대동무들과 나눠먹겠어.》 《내앞에서 한개만 들어요.》 라충연은 조심스레 풀섶그루터기를 밟으며 그들을 멀찍이 에돌아갔다. 방금전의 어둡고 번거로운 감정은 사라지고 마음이 따스해났다. 아들은 분명 정신도 자태도 아름다운 처녀와 사귀고있었다. 송건식이 참말 딸을 잘 두었다고 생각되였다. 라충연은 머리속에 송건식을 떠올리자 다시금 울적해졌다. 좀전의 협의회때 신심이 결여된 우유부단한 태도를 취하던 송건식이 되살아오르며 실망감을 굳혀주었다. 제방이 침하되는걸 보고 의견이 분분하고 주저앉는 사람들이 많은 때에 공사를 책임진 시행정위원장이 결연히 일떠나 주먹을 부르쥐고 기어이 난관을 뚫고나가자고 호소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것인가. 라충연은 원료기지공사의 운명이 좌우되는 이 결정적인 시기에 곁에서 자기와 보조를 맞추고 나서지 못하는 시행정위원장이 야속스러웠다. 송건식은 아무래도 흐물거리는 감탕우에 제방을 쌓을것 같지 못하다고 동요하는건가? 제방침하의 원인을 찾지 못하니 복잡한 심정에 빠지고 마음이 약해질수 있다. 그러나 동요하지는 말아야 한다. 책임일군의 우려심과 동요는 수만명의 건설자들에게 퍼뜨려질수 있고 종당에는 실패를 면치 못하게 될것이다. 그제서야 라충연은 지난 시기 몇몇 일군들이 송건식의 사람됨됨이 말이 앞서고 무슨 일이나 쟁개비처럼 끓다가는 결패있게 끝장을 보지 못한다고 하면서 그한테 공사를 맡기는것을 달가와하지 않던 일이 되새겨졌다. 이제라도 그를 제방공사에서 손을 떼게 하는것이 낫지 않을가?… 감탕비짐문제로 공사의 운명에 검은 구름이 드리운것을 헤쳐나가자면 난관앞에 동요하지 않는 굳센 일군에게 원료기지건설을 책임지워야 하지 않겠는가. 라충연은 결심을 세우지 못한채 어둠속 공지에 있는 승용차에 올랐다. 차는 가설막들과 천막들이 량켠에 촘촘히 들어찬 사이길을 느린 속력으로 빠져나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