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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길은 청풍덕부업지에 홀로 남았다. 강냉이와 수수파종을 끝낸 날 저녁 반장은 사람들을 모여놓고 이제는 식량도 얼마 남지 않아 함흥으로 철수해야겠는데 누가 부업지산막에서 경비를 서겠는가고 물었다. 꿩이나 산짐승들이 종자를 파먹을수 있고 부업지산막도 빈집이 되니 누구든 한사람이 남아야 했던것이다. 문길이가 자진해 남겠다고 하였다. 함흥에 가족도 없고 집도 없는 총각인 자기가 적임자라고 생각한것이다. 반장과 다섯명의 로동자들은 자루의 강냉이를 말짱 털어주면서 미안해했다. 그리고 문길이가 거듭 사양했지만 그들은 집에 가져가려고 짬짬이 뜯어모은 참나물과 고비를 갈라내여 식량보탬하라고 남겨두고서야 함흥으로 떠났다. 문길은 처음 며칠동안 통강냉이를 조금씩 삶아먹으면서 산나물무친것으로 끼니를 에웠다. 그런데도 어느새 강냉이자루가 훌쭉해졌다. 반원들이 애벌김맬 때나 산에 올지말지한데 지금처럼 살다가는 얼마 못 가서 식량이 떨어질수 있었다. 더 아껴먹어야 했다. 문길은 아침을 대충 설때리고서 댕강날이 된 도끼를 들고 산막을 나섰다. 어저께 땔감으로 굵은 강대를 욕심스레 끌어왔지만 날이 무딘 도끼를 가지고는 도저히 나무를 빠갤수 없었다. 산아래마을에 가서 벼려오든가 해야 했다. 좋은 도끼로 땔나무를 많이 패서 가려놓으면 반원들이 부업지에 와서도 지내기 헐한것이였다. 다람쥐 한마리가 너럭바위꼭대기에 천연스레 올라앉아있었다. 다람쥐는 아침끼니로 저축해둔걸 배불리 먹은 모양인지 사람이 가까이 오는것도 아랑곳 않고 볼가심을 해댔다. 앞발로 수염난 볼을 연신 비벼대는것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나갔다. 부업지산막의 뜨락근처 돌각담에 거접하고있는 다람쥐는 사람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고 재롱을 부리군 했다. 문길은 다람쥐를 놀래우지 않으려고 너럭바위를 에돌아 등성이길에 접어들었다. 잡풀투성이의 무연한 청풍덕에 아지랑이가 타오르건만 기복이 심한 주변 산골짜기들에는 아직도 희벗한 안개발이 금실거리고있었다. 한낮의 해를 가리우며 흰구름이 높이 떠가고 그밑으로 수리개 한마리가 날개를 쫙 펼치고 유유히 감돌았다. 풀숲에 몸을 감춘 꿩들이 짝을 찾느라 사방에서 분주스레 울어댔다. 문길은 바람을 타고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싱그러운 풀향기에 취하여 코를 벌름거렸다. 식량이 떨어지는것 같은 근심, 고적감은 간데없이 사라지고 청신한 숲의 대기로 꽉 찬 청풍덕이며 산골짜기며 푸른 하늘이 그지없이 정다웠다. 자기가 인적이 드문 이 땅의 주인이라는 자부심이 솟구치고 이 청풍덕을 개간하고싶은 욕망이 꿈틀거렸다. 아직은 배곯으며 지내지만 조만간에 개간의 긍지를 뽐내는 그런 즐거운 날을 불러오리라고 생각했다. 가슴이 한껏 부풀어오르는 문길은 배속의 기운을 모아 힘껏 소리를 내질렀다. 《우- 여-》 그의 웨침소리에 산새들이 놀라 잠잠해지고 한껏 고요가 깃들더니 가까운 골짜기 벼랑쪽에서 막역한 친구가 화답이라도 하듯 정찬 메아리가 울려왔다. 그다음에는 병풍처럼 둘러막힌 산골짜기들이 저마끔 뒤질세라 친근한 정을 담아 웅글은 메아리로 그를 반겨주었다. 조문길은 사람들이 얼마 다니지 않는 가파로운 산속지름길을 15리나마 달려와서야 골짜기막바지에 있는 외딴집에 이르렀다. 동기와지붕이 낮은 이 집에는 오령감내외가 과년한 딸 하나를 데리고 살고있었다. 오령감은 아직도 힘이 장사고 마을에서는 누구도 따르지 못하게 일을 걸싸게 해치우지만 가끔 술을 지내 마시고 주정을 해서 실농군의 인격을 스스로 허물군 했다. 음달쪽의 눈얼음무지가 채 녹지 못하던 2월말에 문길은 고기비린내 나는 비누쪼박과 옷가지를 넣은 배낭을 걸매고 청풍덕부업지를 찾아오다가 이 집에 들렸다. 부업지로 올라가는 길을 묻고싶어서였지만 그보다는 우선 배가 고팠다. 함흥에서 200리길을 걸어오다싶이 하면서 옹근 하루는 거의나 굶었던것이다. 허기져 배가죽이 움푹 꺼져있었지만 그는 마당에서 나무를 패던 얼굴이 검스레 타고 몸집이 실팍한 처녀에게 물 한 그릇밖에 더 청하지 못했다. 처녀는 부엌에서 사기사발에 물을 떠들고 나와서는 남자들처럼 마디가 굵은 손으로 사발굽도리의 물기를 살짝 훔치고 내주었다. 문길은 사발의 물을 꿀꺽꿀꺽 들이켰다. 물맛이 좋다고 치사를 하고는 토방에서 다리쉼을 하지 않고 모탱이의 도끼를 집어들었다. 미심쩍은, 그러면서도 호기심과 동정심어린 눈길로 줄곧 나무를 패는 그의 행동거지를 지켜보던 처녀는 부엌에 들어가서 사발에 언감자떡을 무둑히 담아 내다주었다. 처녀의 이름은 오진애라고 했다. 조문길이 팥속을 넣은 감자떡으로 주린 배를 채우며 자기에게 호감을 가지는 처녀와 한창 이야기를 나누는데 삽짝문을 열고 개털모자를 쓴 오령감이 마당에 들어섰다. 오령감은 대뜸 모난 눈찌로 조문길을 흘겨보고는 어깨의 망태기를 벗었다. 딸이 무슨 나쁜짓을 하다 들킨것처럼 당황해서 일어나 아버지의 손에서 망태기를 받았다. 《웬 사람이냐?》 토방에 걸터앉은 오령감은 문길이쪽에 눈길조차 돌리지 않고 솜신끈을 풀면서 거쉰 소리로 물었다. 《부업지에 올라가는 사람이예요.》 《썩 보내라.》 그날 문길은 언감자떡을 채 먹지도 못하고 엉터리없이 쫓겨나가지고 청풍덕부업지 산막을 찾아왔다. 그제서야 그는 반장한테서 오령감이 딸을 애지중지하는 까닭에 파악이 없는 부업지의 젊은 녀석들이 집가까이에 어스벙거리는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것을 알았다. 반장이 대충 아는데 의하면 골짜기마을에서는 오령감을 《곰령감》이라고 별명을 붙였다. 그것은 오령감이 체구가 장대해서만이 아니였다. 여러해전 어느 가을밤이였다. 오령감은 도토리로 고은 술을 마시고 강냉이밭을 지키러 산막에 갔다. 달이 휘영청 밝은 밤이였다. 그는 술이 거나하게 들어가 반쯤 취했으나 정신은 또릿해서 기름적신 헝겊뭉치에 불을 켜들었다. 그리고 녹쓴 쇠양푼을 두드려 산짐승들을 쫓기 시작하였다. 강냉이밭에 잘 기여드는 메돼지들은 게을러빠져 재밤중에는 오지 않고 사람이 있건 없건 초저녁에 밭에 달려드는것이였다. 그는 호미자루로 쇠양푼을 연신 두드리고 거쉰 목청으로 《후여- 후여-》 고함까지 질러대여 한바탕 야단을 피우고는 마른 새초로 두툼이 깐 산막에 편안히 드러누워 곯아떨어지고말았다. 밤이 어지간히 깊었을무렵에 오령감은 불시에 강냉이밭에서 와슬랑거리며 강냉이대가 부러지는 소리에 정신이 펄쩍 들어 일어났다. 그는 짐승을 쫓으려고 얼결에 쇠양푼을 집어들었다가 강냉이대를 헤치고 조심스레 이삭을 따는 소리를 듣고는 살그머니 도로 놓았다. 술잠이 채 깨지 않은 오령감은 한동안 귀를 기울이고서 소리나는것이 분명 산짐승이 아니라 강냉이를 훔치러 들어온 사람이라고 단정하였다. 붙잡아야 했다. 술기운이 남아있어선지 무섬증도 들지 않았다. 오령감은 살금살금 산막다리를 내렸다. 하현달은 서쪽산에 기울었으나 여전히 밝아서 달빛은 밤안개와 괴자누룩한 고요가 깃든 산중 강냉이숲에 쏟아져내렸다. 오령감은 소리나지 않게 키넘는 강냉이잎사귀를 밀어제치며 밭고랑사이로 은밀히 걸어나갔다. 어슴푸레한 달빛속에 버젓이 강냉이이삭을 따는 검은 형체의 침입자가 강냉이대사이로 보였다. 솔금솔금 이삭만 따서 마대에 집어넣는지 그의 주위에는 강냉이대도 별반 부러지지 않았다. 오령감은 해마다 산막경비를 서다가 드디여 한놈 잡았구나 하고 은근히 쾌재를 올리며 눈에 달이떠서 바투 다가갔다. 그리고 몸집이 자기보다 커보이지 않는 침입자를 얕잡아보고 서슴없이 붙들었다. 그는 취중에 자기가 거머쥔것이 옷자락인지 털가죽인지 알지도 못했다. 《야, 이 새끼 니 강냉이 따겠니? 어디 와서 도적질이야!》 오령감은 분개하면서도 승리자의 관대성에 기가 올라 침입자의 형체도, 그가 왜 몸을 까딱 움직이지 않는지도 가늠해보지 못하였다. 《두시 크다만 새끼, 제가 농사짓지 않구 남의걸 손대니?!》 오령감은 붙들리운 침입자가 겁에 질려 움쩍 못하고있다고만 여겼다. 《니 어느 직장이야?… 대답 아이하겠니?… 벙어리야?》 침입자는 이발을 가는것 같은 이상한 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집을 돌렸다. 《니 강냉이 딴 망태기 어쨌니?! 내놔라!》 오령감이 털옷같은 자락을 나꾸채자 돌연히 침입자는 기괴한 울부짖음을 터치며 무서운 힘으로 그를 후려쳤다. 오령감은 단박에 까무라쳐 강냉이대를 파도처럼 쓸어눕히며 나가떨어졌다. 아침에 강냉이밭속에 쓰러져있는 그를 구원한 농장원들은 오령감이 밤에 곰과 맞다들었다는것을 알았다. 정신을 차리고 공포속에 지난밤의 봉변을 돌이켜본 오령감자신도 곰이라는것을 몸서리치게 인정하였다. 하마트면 팔이 떨어질번 했다. 오령감이 곰한테 얻어맞은 사건은 청풍덕 린근마을에 파다하게 퍼졌다. 오령감은 비록 곰을 잡지는 못했지만 버젓이 붙들고 한바탕 훈계한것으로 해서 유명해졌다. … 지난번에 자기를 무턱대고 불청객으로 취급하고 내쫓은 오령감은 괘씸했지만 그의 딸 진애는 여직껏 문길의 가슴 한구석에 따스한 정을 남기고있었다. 그날 진애는 문길이가 모욕감을 참지 못해 삽짝문을 후려닫고 나오자 인차 반달음쳐 뒤따라왔다. 처녀는 그의 배낭주머니에 먹다만 언감자떡 몇개를 넣어주며 황급히 속삭이듯 말했다. 《나삐 생각지 말아요.》 조문길은 부업지에서 일하면서도 살갗이 볕에 타고 팔뚝이 자기보다 굵은 몹집이 실팍한 처녀의 그 약간 떨리면서도 다정한 목소리를 잊을수 없었다. 그래 지금도 오령감을 두려워하면서도 혹시 부엌문을 열고 진애가 나오지 않을가 하고 기웃거리는것이였다. 《자네 부업지총각이 아닌가?》 불시에 뒤쪽 개바자옆길로 오령감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더니 메고온 줄당콩손묶음을 섶나무가리에 기대놓았다. 《왜 집앞에서 어스벙거리나?》 《저… 도끼를 벼리러 가던 길에…》 조문길은 당황해서 주어섬겼다. 그런데 오령감은 전번과는 달리 모난 눈찌가 아니라 온화한 낯빛으로 그를 눈여겨보는것이였다. 《도끼를? 도끼를 벼리자면 마을 수리분조에 가야지. 하여간 들어가세.》 조문길은 오령감이 친절히 대해주는것이 고맙고 거북해져서 마당가로 지싯지싯 따라들어갔다. 《우리 앤 염소를 돌보러 갔어. 점심참이 돼야 올거야.》 오령감은 부엌문쪽을 살피는 그의 눈치를 알아챘는지 한마디하고는 토방에 주저앉았다. 《그럼 전 후에…》 《쉬여가라구, 거기 섶나무단에 앉게. 저번엔 안됐어. 자네가 나무랑 팬걸 몰랐네.》 《…》 《부업지반장이 자넬 칭찬하더구만. 일을 잘하구 대바르다구. 사내야 그 이상 평가가 있나?》 《아직 부업지일에 익숙하지 못했습니다.》 《농사일은 땅에 맘붙이면 다 하는거야.》 오령감이 옷주머니에서 잎담배쌈지를 꺼내자 조문길은 눈치있게 제꺽 마라초를 한대 말아주고 라이타불을 켰다. 오령감은 한동안 마라초를 뻐금뻐금 빨아 들이켰다. 미구에 독한 연기가 코구멍이 좁다하게 물씬물씬 몰켜나왔다. 《도끼를 이리 내라구.》 오령감은 문길이 손에서 도끼를 받아들고 살펴보더니 혀를 차고 헛간쪽에 집어던졌다. 《갈지는 않구 쓰기만 했군.》 오령감은 마루밑에 손을 넣더니 물푸레나무자루를 박은 큼직한 도끼를 꺼냈다. 《가져다 쓰라구. 저건 내가 짬나는대루 벼려다주지.》 문길은 너무 기뻐서 도끼자루를 부둥켜잡았다. 볼편이 얇고 날이 선들선들한데 거의나 새 도끼였다. 《댁에서는?…》 《우린 있네. 그런 연장이야 여벌로 가지고있어야지. 헌데 참, 젊은이, 산막에 식량이 떨어지지 않았나?》 오령감의 각근한 물음에 문길은 코마루가 찡해서 얼른 대답을 못하였다. 오령감은 문길의 침울한 얼굴에서 사정을 뻔히 짐작했는지 움쭉 일어났다. 《이리 오게.》 문길은 오령감의 뒤를 따라 헛간으로 갔다. 오령감은 문길이더러 헌자루의 아구리를 벌리게 하고는 독에서 강냉이를 댓되 잘되게 퍼주었다. 《저번때 로친네하구 의논이 있었네. 부업지산막이 이웃인데… 혼자 남은 젊은이를 도와주자고 말야. 여물지 못한 강냉이라구 탓하지 말게. 이 고장은 땅이 척박해서 농사가 잘 되지 않네. 자네네 부업지밭도 마찬가지지. 거름을 못냈으니 더할거야.》 《아바이, 정말 이걸 거저 주는겁니까?》 문길은 놀랍고 미심쩍기만 해서 불룩해진 강냉이자루를 내려다보았다. 《가을에 갚아달랠가봐 고민하진 말게.》 《그럼?!…》 《자네가… 사람이 착해보이구 맘에 들어 주는거네.》 《고맙습니다, 대신 제가 뭘 도와드릴 일이 없을가요?》 《없네.》 《땔나무를 해다드리겠습니다.》 《산고장에서 나무걱정을 하겠나. 땔나무를 하구 패는건 내 딸이 자네보다 나을거야.》 오령감은 문길이가 강냉이자루를 마당에 내다놓자 슬쩍 말을 건넸다. 《자네가 정 미안하믄 날 도와줄 일이 좀 있어.》 《뭡니까?》 《자네네 부업지부근에 널려있는 풀밭 있잖아. 거기에 쏙새처럼 길쭉길쭉한 풀이 요즘 자랐지?》 《염소가 좋아한다는 먹이풀 말입니까?》 《그렇네, 그 부근에 다른 풀들도 많으니 우리 집 염소를 두어마리 맸으면 하네. 자네네 부업지에서 기르던 염소는 작년가을에 잡아먹었지?》 《반장이 올 때 염소새끼를 가지고 오겠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주십시오. 집의 염소를 제가 먹이겠습니다. 산막에서 할일도 별반 없어요.》 문길은 강냉이자루를 둘러매고서 오령감과 같이 염소를 매둔 골짜기로 갔다. 봄풀이 그닥 돋아나지 못하고 해묵은 풀덤불이 우거진 비탈지에 오령감네 염소들이 널려있었다. 열마리는 잘되였다. 부근에서 감자밭을 뚜지던 진애가 문길을 보자 반가와서 밭뚝으로 나왔다. 해볕에 탄 처녀의 둥실한 얼굴에는 순진하달정도의 못내 어색해하는 기쁨이 내비치고있었다. 《진애야, 이 사람이 청풍덕에서 우리 염소를 먹여주겠다누나. 거긴 좋은 풀이 많다. 작은 놈으루 세마리 주어라.》 오령감의 말에 처녀는 의심쩍어하며 문길을 훔쳐보았다. 《힘들지 않을가요? 부업지일도 있겠는데…》 진애는 저으기 념려스러워하다가 아버지가 책망하는듯 눈을 끔쩍 하는것을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아무말없이 중축에 속하는 세마리의 염소를 끌어다 고삐를 한데 매였다. 조문길은 오령감네 부녀의 처사를 보고는 어쩐지 기분이 울적해졌다. 처녀를 만나보고싶던 애틋한 호감은 어느결에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문길은 염소고삐를 넘겨주고서 자기를 진득이 지켜보는 처녀의 어딘가 무안을 타는것 같은 온화한 눈길을 마주대하지 못했다. 자존심을 짓누르는 불만이 온당치 못하다는 생각이 머리를 쳐든것이다. 식량이 그처럼 귀한 때에 강냉이를 자루에 그득히 채워준다는게 어디 헐한 일인가. 그리고 남의 낟알을 얻어가졌으면 그만한 보상을 치르는것은 도리가 아닌가. 《무겁겠는데 내가 자루를 져다줄가요?》 쳐녀가 조심스레 의향을 비쳤다. 《아니, 일없습니다.》 문길은 강냉이자루를 단숨에 걸머졌다. 그는 진애한테 어색한 눈인사를 건네고는 염소고삐를 나꾸채면서 청풍덕으로 올라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