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서곡

 

 

32

 

이 고장 사람들이 《밥조개산》이라고 부르는 하광포건너의 야산채석장에는 아침부터 너덧차례의 요란한 발파폭음이 울렸다. 흙먼지구름이 하늘로 솟아올랐다가 바다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떠밀려와 호수물면을 누렇게 물들이며 내려앉았다.

호수가의 나무숲쪽에 대피해있던 사람들이 맞들이와 질통과 마대 같은것을 들고 발파로 내장을 훌렁 드러낸 야산중턱에 경쟁적으로 달려들었다.

저마다 자기네가 맡은 구간의 제방공사에 쓸 화강석과 청회암, 썩돌버럭을 더 많이 가져가기 위해서였다. 돌과 버럭은 감탕속에 깊숙이 내려앉은 가설제방을 올리쌓는데서 생명선이나 다름없었다.

호수가의 푸른 흙과 물속에 무진장한 감탕을 떠올려 덧쌓기는 하지만 밤을 자고나면 거의나 물에 풀려버리고마는것이였다.

시돌격대에 속한 송옥화와 라명구는 한조가 되여 땀을 비오듯 흘리며 산탁에서 두손에 들기 맞춤한 돌들을 안아서 잡풀이 무성한 기슭에 날라왔다.

《옥화동문 좀 쉬여.》

명구는 자기와 한바탕 뒤지지 않고 무거운 돌을 힘들게 날라온 처녀에게 따뜻이 일렀다.

《내 걱정은 말라요.… 나보다 몸이 약한 동무가 견딜것 같잖아요.》

옥화는 물의 바위너설에 기대앉아 숨을 할싹거렸다.

명구는 무슨 일에나 승벽이 세고 고집스러운 처녀에게 조금이라도 쉬운 일을 시키려고 갈숲에 건사해둔 낡은 매생이를 얕은 물에 끌어냈다.

원래 시돌격대에는 하광포에서 돌을 날라오는데 오리목장의 20톤짜리 수초배 한척이 겨우 배당되였다.

그것으로는 돌격대에 요구되는 엄청난 량의 돌버럭을 미처 실어올수 없었다. 그런걸 송옥화가 아버지한테 말해서 광포부근 농장인 신정리에서 고기잡이에 쓰고있는 여러척의 매생이를 빌려온것이였다.

《돌을 벌써 싣자요?》

옥화가 물었다.

《응, 동문 배를 붙들고있어.》

명구는 처녀를 쉬우고싶어 기슭에 날라온 돌들을 혼자 매생이에 실었다. 배밑창에 돌이 고르롭게 쌓이자 좌우쪽으로 기우뚱거리던 매생이는 차츰 평형을 이루어갔다.

멋모르고 시키는대로 배전을 붙들고있던 옥화는 대뜸 낌새를 채고 배머리에 달린 헌 바줄을 너설바위에 매놓았다.

처녀는 배가 물에 떠가지 않는가 가늠하고는 자기도 분주히 돌을 안아다 밑창에 실었다.

《젠장, 배를 붙잡고있으라는데.》

명구는 촉기빠른 옥화의 행동에 어쩔수 없는듯 웃어버렸다.

잠간사이에 그들은 기슭의 돌을 매생이에 다 실었다. 묵중한 돌의 무게에 실린 매생이는 작은 선체를 호수물에 푹 잠갔다.

《이젠 옥화동무가 배에 타.》

명구의 부축을 받아 돌우에 올라앉은 처녀는 배전에서 한뽐 남짓하게 물이 찰랑거리는걸 보고 겁을 냈다.

《돌을 너무 싣지 않았어요? 명구동무까지 타면 물이 넘겠어요.》

《일없어. 돌을 좀더 싣고가자.》

명구는 걱정스러워하는 처녀에게 배를 지키게 하고는 채석장으로 달려올라갔다.

그가 혼자서 몇차례 오가며 큰 돌들을 날라다 실으니 이제는 배전에서 반뽐정도까지 물이 올라왔다.

《어마나, 그렇게 욕심내다 배가 뒤집혀지면 어쩔려구…》

처녀가 아주 겁이 나서 우는소리를 하자 명구는 픽 웃었다.

《옥화동무만 배가 기울지 않게 돌무지가운데 가만히 앉아있으면 돼.》

명구는 바줄을 풀고 배를 깊은 물쪽으로 밀었다.

명구의 허리갱이까지 물이 차자 처녀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타지 않을래요?!》

명구는 대꾸를 않고 처녀에게 한눈을 끔쩍여보이고는 그냥 매생이를 밀고나갔다.

《명구동무! 어서 타라요.… 어서요!》

처녀는 울상이 되여 부르짖었으나 명구는 들은척 않고 싱긋이 웃기만 했다.

《내가 타면 배가 가라앉아.》

돌무지꼭대기에 앉은 옥화는 명구가 돌을 더 가져가려고 우정 그렇게 했다는것을 깨닫고는 원망스레 뇌이였다.

《그런걸… 왜 돌을 더 실었나요.…》

《난 시원히 멱을 감자고 그래.》

명구는 호수물이 가슴노리를 넘어서자 배를 밀면서 헤염을 쳤다. 대동강을 낀 장천에서 소년시절을 보낸 그는 수영에서는 자신이 있었다.

옥화는 입으로 물을 푸푸 내뱉으며 배를 기운차게 몰아가는 총각을 근심어린 정겨운 시선으로 내려다보았다.

《물이 차지요?》

《괜찮아. 시원한걸.》

《왜 차지 않겠어요. 얼음이 녹은지 엊그젠데.》

처녀는 엎드려 배전너머 호수물에 손을 잠가보았다.

《어마, 기슭보다 훨씬 차군요.》

《걱정말라니까.》

명구는 찬 호수물에 뼈속까지 몸이 얼어드는것 같았으나 참고 대범스런 낯빛을 잃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는 혹시 다리에 쥐가 일어날가봐 힘을 주어 개구리헤염치듯 세괃게 물을 쭉쭉 갈랐다.

《그러다 심장마비가 오면 어떡해요.》

처녀는 순간도 명구의 얼굴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사람심장이 그렇게 쉽게 멎나.》

《물이 얼음같이 찬데두요?》

《전에 우리 아버지가 말했어. 남을 위해 헌신하구… 바치는 사람은… 심장이 뜨겁기때문에… 든든하다구.… 하지만 난 여태 그런 경지에 이르지 못해서… 멎을수도 있을거야.》

《불길한 소리 말아요.》

《자기가 먼저 그런 소리를 하구선…》

《아버진 어떻게 사망했어요?》

《그저…》

《좋은분이댔어요?》

《엄했어.… 내가 중학교를 졸업할 때… 아버지는 큰 공장당비서를 하면서도… 날 제일 먼지나구 힘든 열관리공을 시켰어.》

《아버질 원망해요?》

《부모탓하는 자식은 사람질 못하잖아.》

매생이는 소리없이 물을 가르며 전진했다.

상광포를 막은 기본제방까지는 5리남짓한 거리인데 절반도 못왔다.

그들의 옆으로 돌을 가득 실은 수초배가 기관소리 요란하게 지나갔다.

밭고랑처럼 패인 물결이 매생이에 밀려와 부딪치자 배는 기우뚱거리며 배전에 물이 넘을가말가하였다.

처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겁내지 마. 빠지면 내 옥화동무 하나쯤은 얼마든지 구원해.》

명구의 장담에 안정을 얻은 처녀는 다시금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물이랑이 사그라들자 매생이도 기울지 않고 순조로이 앞으로 나갔다.

《물이 정말 차지요?》

처녀가 또 근심스레 물었다.

《이젠 견딜만 해.》

《어쨌으면 좋을… 돕지도 못하고… 그러다 정말 심장마비가 오면 난 어떡해?!…》

《이젠 거의다 왔지?》

명구는 한손으로 얼굴에 튄 물을 씻었다.

《아직 멀었어.… 사람들이 날 욕할거야. 맹꽁이처럼 명구동무를 물에 헤염치게 했다구…》

《내가 뭐 죽기라도 했어?》

《얼굴이 새파래졌어. 물이 얼어들지?》

옥화는 눈물이 글썽해서 손수건을 꺼내 배전너머에 몸을 조심스레 기울이고 명구의 물에 젖은 얼굴을 닦아주었다. 그러나 물결이 배전에서 튀여 인츰 얼굴에 물방울이 맺혔다. 그러면 옥화는 또 손수건으로 문대주었다.

처녀는 명구의 얼굴을 적시는 호수물을 씻어주느라 배전에 엎디여 허리를 펴지도 못하고 정성을 다했다. 짙은 걱정이 어린 처녀의 눈은 호수물빛보다 더 푸르고 웅심깊었다.

그들의 후덥고 진실한 마음에 받들린 매생이는 돌을 가득 싣고서도 빈배처럼 가볍게 물을 가르고 나갔다.

《저번때… 밤중에 명구동무를 만났을 때 말이예요.》

《그 소린 꺼내지 마.》

《아니, 말하고파요. 난 그날 밤… 명구동무를 불쌍히 생각했댔어요. 근데 우리 아버지앞에 처신하는걸 보구는…》

《난 옥화동무 아버지가 시행정위원장이라는 바람에 좀 당황했지.》

《돌격대에 왜 들어오겠는가 하니까.》

처녀는 손수건이 아니라 손으로 명구의 이마를 덮은 젖은 머리를 살뜰히 쓸어 올려주었다.

《기름진 옥토를 얻어내는 대자연개조전투에 청년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하잖았어요.》

《요란한 명분이지?!…》

《자기를 좀 분장하더군요.》

《그렇다구 배고픔때문에 돌격대일을 하겠다고 솔직히 말할순 없잖아.》

《그것도 진짜리유로는 되는것 같잖아요.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댔는데 차츰 같이 일하면서 보니 동문 그런 취약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미심쩍은데가 있어요.》

《옥화동무 아버진 날 어떻게 보나?》

《우리 아버진 명구동무가 각오가 좋고 일을 잘한다고 해요.… 타지방사람이니 못미더워하는건 있지만.》

《아마 그래서 시행정위원장동지는 내가 자기 딸과 함께 일하는걸 덜 좋아하는것 같애.》

《눈치두 밝다. 우리 아버지는 딸의 사생활에 간섭하는 옹졸한 사람이 아니예요.》

옥화는 노염에 차서 명구의 얼굴에 물을 끼얹었다. 명구는 벌씬 웃으며 입안에 흘러드는 물을 푸푸 내뿜었다. 가없는 푸른 하늘로 둥 떠가는듯싶은 처녀를 보느라니 마음이 훈훈해나고 기운이 솟았다.

외로운 처지에 빠진 자기를 데려다 광포에 정을 붙이게 해주었고 대자연개조의 거창한 투쟁에 몸적시게 해준 고마운 처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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