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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동지께서는 당중앙위원회 회의실에서 당, 행정경제부문 책임일군들의 협의회를 소집하시였다. 각 도당책임비서들은 반원형으로 둘러놓은 책걸상의 맨 뒤줄에 자리잡고있었다. 《…이와같이 적들은 우리가 힘겨운 〈고난의 행군〉을 하는것을 보고 쾌재를 부르고있습니다.》 당중앙위원회 오랜 일군인 주광훈은 한손에 서류를 들고 다른 손으로 흰서리가 내린 머리를 쓸어넘겼다. 그는 우리 혁명앞에 조성된 엄중한 정세를 분석하는것으로 실태보고의 서두를 떼고있었다. 《미국을 우두머리로 하는 제국주의세력은 이 기회에 우리 나라에 대한 압살공세를 더욱 맹렬히 벌리고 제재의 올가미를 바싹 조이고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인민생활이 극도로 령락되여 사회주의체제를 스스로 포기하는 길로 나가게 하려고 미친듯이 책동하고있습니다. 미국은 지난해에만도 태평양지역과 일본, 남조선에 배비된 전략정찰기들과 조기경보기, 순찰기들을 동원하여 2,000여차례나 공중정탐행위를 했습니다. 〈독수리〉,〈을지포커스 렌즈〉,〈프리덤 배너〉와 같은 대규모전쟁연습을 잇달아 벌려놓고 우리를 위협공갈하였습니다. 미국본토병력까지 투입된 이 전쟁연습들은 사실상…》 《주광훈동무…》 김정일동지께서는 작은 마이크가 하나 놓인 수수한 탁자우에 두 팔굽을 얹으시였다. 《그따위 불장난질은 론하지 맙시다. 인민군총참모부가 적들이 질겁해서 움츠러들게 매번 강경한 대응을 했습니다. 미국의 끈질긴 경제봉쇄책동과 사회주의시장이 무너지면서 우리 경제에 미친 엄중한 후과랑 해서 바깥정세형편은 여기 모인 동무들이 다 잘 아는것이니 생략하시오. 시간을 아낍시다.》 주광훈은 실태보고서의 종이장들을 번지였다. 《지난해에 우리 나라는 전반적지역에서 혹심한 자연피해를 입었습니다. 봄내 지속된 랭해가 중부와 산간지대들의 농작물을 거의다 얼궈죽였고 여름에는 무더기비와 태풍으로 곡창지대의 수십만정보의 논과 강냉이밭이 침수매몰되였습니다. 7월 하순과 8월에 걸쳐 40여일간 줄곧 멎지 않고 내린 폭우로 해서 평안북도 서부지구의 여러 군들이 물에 잠겼습니다. 인명피해와 헤아릴수 없는 물질적손실을 입었습니다. 함경남도 정평군을 꿰고 흐르는 금진강이 넘쳐나 하류의 신상지구를 반반히 휩쓸었습니다. 강원도 세포군에 있는 백산저수지처럼 막중한 수압이 걸려 터진 저수지들은 전국 도처에 있습니다. 건설중에 있던 남강, 태천수력발전소 언제들이 무너져 주변일대에 예상치 못한 홍수피해를 일으켰습니다. 큰물과 해일, 강풍으로 나무리벌, 어러리벌, 연백벌과 열두삼천리벌의 농작물은 제대로 여물지 못하여 태반이 쭉정이졌습니다. 이 지대에서 알곡손실량은 적게 잡아도 100만톤이 넘습니다. 큰물란리를 입은 살림집들과 공공건물, 집짐승, 기계설비, 원료자재, 침수당한 탄광, 광산들의 피해액은 무려 수백억원에 달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주광훈이 나라의 전반적재해실태를 간단히 언급하고 본론으로 들어갔으면 좋으리라고 생각했지만 괴로와 말씀을 하지 못하시였다. 그이의 눈앞에는 지난 한해동안 함경남북도와 평안북도일대를 비롯해서 공장, 기업소들과 서해논벌을 돌아보셨던 일들이 가슴아프게 떠오르시였다. 그때 그이께서는 불철주야의 현지지도길을 렬차로 가시다가 철다리가 끊어지면 승용차를 타고 달리시였다. 산사태로 길이 막히면 차에서 내려 흙탕물이 무섭게 흘러내리는 산골물을 건너 수십리길을 걸으면서 피해상을 보시였다. 위대한 수령님을 잃은 슬픔의 피눈물을 씻고 결연히 나선 선군장정의 길, 《고난의 행군》길이였다. 군대와 인민을 이끌고 사생결단의 의지로 겹쌓인 난국을 뜷고나가야만 하는것이다. 당과 혁명, 국가의 운명이 자신의 어깨에 산악으로 얹혀있다. 그이께서는 어제 밤에도 집무실에서 꼬박 새며 일을 하시였다. 날이 샐녘에는 쪽잠에 들었다가 꿈을 꾸시였다. 폭풍이 하늘을 꽉 뒤덮은 구름을 갈가리 찢으며 불어치고있었다. 검푸른 바다에서는 산같은 파도가 밀려와 그이께서 서계시는 해변의 물이끼 덮인 바위굽이에 부딪쳐서는 안개처럼 물보라를 날리였다. 컴컴한 하늘이 광란하는 바다와 맞붙은 아득한 수평선우에서 번개가 일고 우뢰가 터졌다. 그러다가 불시에 폭풍이 잦아들고 바다는 고요히 설레이는데 은빛비단필을 늘인것 같은 찬연한 해살을 타고 수령님께서 천천히 걸어오시였다. 눈처럼 하얀 샤쯔에 넥타이를 매고 진회색의 제낀 양복을 입으신 수령님의 얼굴에는 깊은 걱정이 어려있으시였다. 하늘도 땅도 바다도 수령님의 목소리를 들으려는듯 고요했다. 《조국이 당하는 불행이 가슴아프구만. 미국놈들이 날치는데다가 자연도 삐뚜로 나가지… 경제는 주저앉고 인민생활은 말이 아닌데 그 모든 짐이 김정일동무 어깨에 지워졌소.》 《수령님, 일떠설수 있습니다. 당은 지금 이 난국을 뚫고나가려고 30년대 조선혁명이 위기에 처했을 때 수령님께서 하셨던것처럼 〈고난의 행군〉을 하고있습니다. 남패자에서 북대정자… 고난의 행군은 엄혹한 시련이였지.… 김정일동무가 빨찌산처럼 혁명이 망하느냐, 승리하느냐 하는 력사의 판기리싸움에 사생결단하고 나섰으니 반드시 이길거요. 붉은 기발을 쳐들고 나가는 김정일동무배짱을 당할 사람은 세상에 없소. 그런 배짱만 있으면 혁명을 이끌 전략도, 인민을 구원할 방도도 다 나지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지금도 꿈속에서 하시던 수령님의 말씀이 귀가에 쟁쟁 울리였다. 가슴속에는 사회주의를 지키고 혁명의 승리를 열어나갈 의지가 용솟음치건만 수령님을 잃은 상실의 크나큰 비애의 감정은 덜수 없으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실태자료를 통보하는 주광훈의 목소리가 어딘지 먼곳에서 들려오는듯싶으시였다. 《…나라의 경제형편과 인민생활이 이처럼 엄중함에도 불구하고 장군님의 의도를 받들고 〈고난의 행군〉을 하는 우리 일군들의 정신상태는 저조합니다. 적지 않은 책임일군들이 난관앞에 움츠러들어 자리지킴이나 하는가 하면 일부 사람들속에서는 패배주의적현상이 우심하게 발로되였고 배신자도 나왔습니다.》 주광훈의 목소리는 의분으로 떨리였다. 실태자료통보에는 중앙과 지방의 당, 근로단체와 행정, 법기관의 일부 일군들이 비사회주의적현상과 투쟁하지 않고 거기에 말려들거나 조장묵인한 사실들도 낱낱이 렬거되였다. 자료통보가 끝난 다음에는 지적된 부문의 몇몇 책임일군들이 비판을 하고 대책을 세우겠다는 결의들을 다졌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침중한 기분에 휩싸여 머리를 숙이고있는 장내의 일군들을 조용히 둘러보시였다. 자신과 함께 온 한해동안 어려운 형편을 극복하느라 고생을 하면서 일을 많이 한 사람들뿐이였다. 그러나 분발하고 또 분발하여야 했다. 당, 행정경제 여러 부문을 책임지고 이끌어야 할 중대한 사명을 지닌 일군들인것으로 하여 이들이 새해벽두부터 어떤 사상관점으로 어떻게 뛰는가 하는것이 무엇보다 중요한것이였다. 그이께서는 탁자의 마이크를 앞에 당겨놓으시였다. 《나는 우리 사회주의제도를 좀먹는 현상들과 집단주의원칙에 대치되는 불건전한 행위들은 여러 동무들이 옳게 토론한것처럼 얼마든지 없앨수 있다고 봅니다. 온 나라에 튼튼히 축성된 사회주의토양에서 그와 같이 싹을 내민 얼마 안되는 자본주의잡초는 뽑아버리면 깨끗해집니다. 문제는 인민들이 진실로 사회주의제도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도록 한시바삐 어려운 경제형편을 개선하고 혁명과 건설에서 새로운 앙양을 일으키는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전당에 〈고난의 행군〉정신으로 살며 투쟁하자는 구호를 내놓았습니다.》 회의실안은 고요하였다. 탁자에 팔굽을 얹은 그이의 얼굴에는 근엄한 표정이 떠오르시였다. 《그런데… 이 〈고난의 행군〉 대오를 이끌어야 할 지휘관들인 우리 일군들의 정신사상상태와 실천력은 어떤가?… 내가 오늘 말하자고 하는것은 바로 이 문제입니다. 일부 일군들은 〈고난의 행군〉정신을 잘못 인식하고있습니다. 그들은 회의장에 사람들을 가뜩 모아놓고 준엄한 시기가 닥쳐왔으니 배고파도 참고 견디자, 그러면 〈고난의 행군〉도 끝나고 경제도 풀리고 생활도 좋아진다고 말합니다. 종래의 사무실적사업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책상주의를 하는 이런 사람들이 우리 혁명대오안에 적지 않습니다. 나라의 어려운 형편에 구실을 대고 자체위안하면서 힘든것도 어떻게 해낼 생각을 하지 않으며 할수 있는것조차 하지 않고있습니다. 지방의 일부 시, 군들에서 국수집 하나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있는것은 식량사정보다도 사무실에 틀고앉아 움쩍하기 싫어하는 일군들의 고리타분한 정신상태와 의지에 문제가 있기때문입니다.》 일군들은 누구나 고개를 들지 못하고 수첩에 원주필만 분주히 달리고있었다. 《보다 심각한것은 혁명에 대한 동요와 패배의식입니다. 일부 일군들은 동유럽나라들이 다 붉은기를 버렸는데 우리가 제국주의포위속에서 과연 사회주의를 고수할수 있겠는가, 날이 갈수록 경제가 추서지 못하고 인민생활이 어려워지는것을 보면 아무래도 안될것 같다 하면서 신념을 잃고 패배주의에 빠져 현상유지나 하고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기 단위의 사람들을 일떠세울 생각은 하지 않고 조건타발만 합니다. 패배주의에 빠진 이런 일군들은 전기나 식량이 부족되는것은 더 말할것 없고 된장이나 비누, 신발 같은 기초생활필수품을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는 책임까지도 적들의 고립압살이나 말 못하는 자연재해에 전가하고있습니다.》 김정일동지의 음성은 갈리시였다. 《패배주의에 빠진 일군들이 사회주의에 대한 신념이 없이 자신들의 나약성과 무책임성을 그런 식으로 변명하면서 정세나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다리는것은 대단히 유해롭고 혁명을 망쳐먹는 길입니다. 왜냐하면 혁명에 대한 동요와 패배의식은 종당에 가서 안일과 타락을 낳으며 그것은 배신의 온상으로 되는것입니다. 수령님께서는 일찌기 경제건설에서 패배주의는 경제종파를 낳고 경제종파는 정치종파로 변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장내에 무거운 정적이 깃들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탁자주위를 조용히 오가시던 그이께서는 한결 음성을 누그리시였다. 《나는 오늘 조성된 사태로부터 일군들을 어루만지는 식으로 협의회를 무난히 할수 없기에 사무실에서 자리지킴이나 하면서 권세를 부리는 사람들과 신념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사람들 그리고 조건타발을 하면서 뒤걸음만 치는 사람들… 우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성을 통털어 비판을 했습니다. 다같이 붉은기를 들고 혁명의 길을 끝까지 같이 가야겠기에 말한것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고뿌의 물을 한모금 드시였다. 《그럼 우리에게 이 〈고난의 행군〉에서 승리할수 있는 힘이 없는가?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막강한 군사력이 있고 자립적민족경제토대가 있습니다. 그리고 반세기동안 다져온 정치적력량, 어떤 역경속에서도 오직 당만을 믿고 따르는 인민이 있습니다. 나는 최근에 동해안일대를 현지지도하면서 많은것을 보고 느꼈습니다. 룡성의 로동계급은 닦은 강냉이알을 세여먹으면서도 기계설비를 지키고있습니다. 로동자의 억센 팔뚝을 가지고 어데 가 땅을 뚜지고 농사를 지으면 제 배 하나 불리지 못하겠는가. 전동기나 설비를 빌려만 주어도 돈을 벌어 쌀을 살수 있습니다. 그러나 룡성의 로동계급은 딸라와 물품을 흔들며 기계설비들을 어째보자고 유혹하는 어중이떠중이들에게 말해주었습니다. 〈이게 어떤 설비들이고 부속품들인지 아는가? 우리 당에서 마련해준 나라의 재산이다. 그래 우리더러 당의 그 은정을 팔라는건가?! 천만금을 주어도 바꿀수 없다. 돌아가라. 〉》 그이께서는 목이 메여 한동안 말씀을 잇지 못하시였다. 《검덕에서는… 수일째 정전되여 600메터 깊이에 있는 뽐프장이 멎고 갱심부에 물이 차기 시작했습니다. 광부들은 물속에서 전동기와 착암기를 쳐들고 울었습니다.〈막장도 죽고 기계도 죽고 다 죽는데 우리는 살아 뭘하느냐?!〉하면서 광부들은 목까지 차오르는 물속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광산당비서는 물속에 들어가 울면서 광부들에게 웨쳤습니다.〈여기서 우리모두가 죽어버리면 검덕은 누가 일떠세우겠는가! 어렵다고 값없는 죽음을 택하지 말고 살아 끝까지 싸워 당정책을 결사관철하는것이 검덕의 로동계급이다!〉내가 검덕에 갔을 때는 광부들이 심부막장의 물을 다 퍼내고 갱을 복구하고서 광석을 꽝꽝 캐내고있었습니다.… 오랜 광부였던 한 늙은이는 광산당비서에게 말했다고 합니다. 〈당이 어려워 할 때 풀죽을 좀 먹으면 뭐라는가. 해방전에는 피눈물을 흘리며 풀죽을 먹었지만 지금은 앞날이 환하기때문에 아들, 손자들과 웃으며 풀죽을 달게 먹수다.〉동무들, 우리 인민은 이렇게 고지식하고 소박하고 강의합니다. 오직 당만을 믿고 따르는 세상에 없는 이런 훌륭한 인민이 있을진대 과연 우리가 사회주의제도를 수호하고 혁명을 전진시킬수 없단 말입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탁자에 팔굽을 얹으신채 장내의 일군들을 둘러보시였다. 《문제는 혁명대오의 지휘관들인 우리 일군들이 신념과 배짱을 가지고 어떻게 분발하는가 하는데 승패가 달려있습니다. 39년의 고난의 행군때 항일유격대는 수십만의 일제〈토벌〉대가 포위하고 강추위에 식량난까지 겹쳤지만 결코 주저앉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억척같은 신념과 배짱을 가지고 뒤에 달라붙는 적은 따돌리고 앞에서 덤벼드는 놈들은 쳐갈기면서 주동적으로 난관을 뚫고 북대정자를 향해 전진하였습니다. 그래서 혁명을 구원하고 조국해방의 승리의 봄을 마련할수 있었습니다. 제국주의자들과의 준엄한 대결, 횡포한 자연과의 결사전에서 역경을 뚫고 힘차게 전진하는것은 삶과 승리에로 나가는 길이고 난관을 참고 견디기만 하는것은 죽음과 패배에로 가는 길입니다. 그런것으로 해서 〈고난의 행군〉정신은 최대의 공격정신이고 최고의 창조정신입니다. 우리 일군들은 이 〈고난의 행군〉정신을 무기로 삼고 제국주의자들의 반혁명적공세를 혁명적공세로 맞받아 짓부시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해나가야 합니다. 동무들, 그렇습니다. 공격과 창조입니다. 이 투쟁정신을 잃고 자포자기상태에 빠져 〈동면〉하는것은 적들의 봉쇄책동이나 자연재해보다 실지로 더 위험한것입니다. 우리 일군들이 신념과 배짱을 가지고 〈고난의 행군〉정신으로 살며 투쟁하는가 못하는가에 따라 조국과 민족의 운명, 사회주의의 운명이 결정됩니다. 오늘이야말로 조국과 인민을 심장으로 뜨겁게 사랑하는 진정한 애국의 넋을 지닌 사람들이 나설 때입니다.》 장내에는 오래도록 숙연한 침묵이 깃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