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서곡

 

 

29

 

김정일동지께서는 밤이 깊어 평양에 도착하였으나 집무실에서 급한 문건들을 처리하고는 날이 샐무렵까지 축산학을 파고드시였다.

농업생산에서 축산물이 위주인 유럽나라들의 실태와 축산업발전력사를 알아보고 우리 나라 축산업과 비교해보시였다.

려로에 쌓인 피곤이 몰려들었지만 조국과 인민에 대한 그이의 헌신의 마음은 쪽잠조차 허용치 않았다.

밀농사를 기본으로 하는 유럽에서는 단백식료품이 부족해서 일찍부터 알곡보다 축산에 많은 관심을 돌렸다.

묵인땅에서 저절로 자라는 풀들은 소출이 높지 못하고 집짐승이 잘 먹지 않는 풀이 많아 겨울철먹이수요를 충족시킬수 없었다. 이런 실천적요구로부터 유럽사람들은 점차 소출도 높고 영양가도 높은 벼과먹이풀과 콩과먹이풀을 섞어심기 시작하였다. 인공풀판이 대대적으로 생겨나 겨울철먹이가 점차 풀리자 양을 위주로 하던 축산이 염소와 소 같은 젖짐승을 기본으로 하는 축산으로 방향을 바꾸게 되였다.

벼농사와 콩농사로 식량문제와 단백식료품문제를 풀어나가고있던 아시아에서는 유럽에서처럼 축산물생산이 위주로 되지 않았다. 그런것으로 해서 풀판조성은 거의나 하지 않았고 축산업은 알곡사료를 먹는 집짐승을 주로 길러온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아침 첫시간에 집무실에서 농업위원회 축산관리국장 차원중을 만나시였다.

차원중은 체구가 작은 사람이였다.

풍채는 없어도 예리한 눈빛과 금속성에 가까운 강기있는 목소리는 국장의 체모를 여실히 보여주고있었다.

《국장동무를 만나자고 벼르다가 오늘에야 시간을 냈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냅니까?》

《전 사실… 자격이 없으면서 장군님의 신임으로… 국장사업을 계속하고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쏘파에서 일어난 그를 활달한 손짓으로 도로 앉히시였다.

《그거야 국장동무가 나약해서 사표를 잘못 낸겁니다. 아직 한창 일할 나이인데 물러난다는게 말이 됩니까. 국장동무는 수령님께서 생존시에 나라의 축산을 자기에게 맡겼다는걸 잊은것 같습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차원중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미소를 지으시였다.

《난 동무가 당의 신임을 잊지 말고 분발하라고 말한겁니다. 너무 괴로와하지 마시오. 낟알사료가 부족해서 축산업이 난관을 겪는데 뚫고나가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이의 고무적인 말씀에 차원중은 송구스러워하였다.

《장군님, 우리 축산국에서는 요즘 축산업을 어떻게 하나 일떠세워보려고 닭공장들과 오리공장, 돼지공장들에 나가 삽니다. 공장일군들과 사양공들을 달구어대고 정무원에… 주게 된 사료조성곡을 달라고 여러번 들이댔습니다. 사정도 했지만 아무런 보람이 없습니다. 이제는 종자받이용가축마리수도 줄어드는 형편입니다.》

《국장동무, 내가 오늘 동무를 부른것은 축산업을 발전시킬 혁명적인 대책을 세워보자고 해서입니다.》

그이의 락관적이고 확신에 찬 기색을 본 차원중은 제나름으로 짐작하고 기뻐서 입을 열었다.

《장군님, 낟알사료만 해결해주시면…》

김정일동지께서는 미소를 지으시였다.

《내한테 무슨 낟알자루가 따로 있겠소. 내가 세우자는 대책은… 염소와 같이 풀먹는 집짐승을 대대적으로 길러 축산업에서 한번 혁명을 일으켜보자는겁니다.》

《염소를 말입니까?》

차원중은 저으기 놀라와하였다.

그이께서는 이렇다할 의향을 내비치지 않고 덤덤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차원중을 나무람하지는 않으시였다. 알곡사료를 기본으로 집짐승을 기르는 아시아축산관점이 인박혀있는것 같은 그한테서 단번에 긍정적반응을 기대하지는 않으신것이였다.

《그렇소. 우리도 염소를 대대적으로 길러보자는겁니다. 우리 나라는 산이 많을뿐아니라 산세가 가파로운데 여기에 적합한 축종은 염소라고 생각됩니다. 염소는 풀과 나무잎을 잘 먹고 몸집이 작아도 젖이 많이 나오기때문에 낟알사료를 들이지 않고도 기를수 있는 경제적효과성이 큰 가축입니다.》

《장군님, 그런데 염소를 기르자면 먹이풀이 문제입니다. 개별적인 농가들에서 한두마리정도는 별문제이지만 마리수가 늘어나면 풀사료를 감당하지 못합니다. 특히 겨울사료가 걸립니다. 우리 나라의 산과 들의 풀들중에는 집짐승먹이풀이 적습니다. 들밀이나 꿰미풀, 말굴레풀, 바수리 같은 좋은 풀들도 생산성이 낮습니다. 봄철 늦게 자라고 가을에는 서리오기 전에 일찍 시듭니다. 강냉이짚은 재래종을 심지 않아 수확기에는 너무 말라서 사실상 영양가가 거의나 없습니다. 산에 있는 잡관목잎가지먹이는 겨울사료로는 못하고 여름방목때 뜯어먹이는데 재생성이 약해서 한여름에 두번 뜯어먹이기가 바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차원중이 축산에서는 역시 박식하다고 생각하시였다.

《풀사료도 알곡사료 못지 않게 걸린다는거지요.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는가… 우리 나라에 흔한 먹이풀과 잡관목숲을 리용하면서 풀판을 조성해나가면 되지 않겠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시종 친절하면서 진지한 낯빛으로 말씀하시였다.

그이께서는 국장과 격식을 차리지 않고 우리 나라 축산업을 개선할 학구적인 의논을 하고싶으시였다.

그래서인지 차원중은 축산에 관한 자기의 굳어진 견해와 관점을 구속받지 않고 진속을 터놓았다.

《장군님, 풀판조성문제는… 지난 시기 축산부문에서 루차 상정되였던건데 잘되지 않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경지면적이 제한되여있어서 평지에는 알곡을 심어야지 유럽에서처럼 벌판에 집짐승먹이풀을 재배할수 없습니다.》

《그건 국장동무 말이 옳소. 평지는 안되지. 난 우리 나라 실정에 맞는 풀판을 조성해보자는거요. 알곡을 심을수 없는 과습한 땅과 메마른 휴경지와 강냉이수확고가 형편없이 낮은 비탈지 같은데 먹이풀을 심자는겁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우리 나라 야산들을 비롯한 산지들에다가 대대적으로 풀판을 조성하자는겁니다.》

차원중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장군님… 한 10년전엔가… 수령님께서는 유럽나라처럼 풀판을 만들려고 귀중한 외화를 들여 많은 풀씨를 사오도록 하셨습니다. 저는 그때 지방의 닭공장에서 기사장으로 있었는데 축산부문에서 그 풀씨를 운천농장의 산들에 심었습니다.》

《나도 그 일을 알고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당시 운천농장에서는 숱한 사람들을 동원하여 산에 있는 나무들을 베버리고 잡풀뿌리를 깨끗이 뽑아버린 다음 그 우량종먹이풀씨를 뿌렸다.

그런데 그해따라 봄가물이 심하게 들더니 여름에 큰 비가 내렸다.

풀씨들은 산경사지 메흙땅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홍수에 씻겨내려가버렸다. 더러 씨가 붙은 풀들도 그해 겨울에 거의다 죽어버리고말았다.

《그때 축산부문의 일군들과 학자들이 원인을 분석한 자료가 생각납니다. 관수를 하지 않고는 풀씨생장에 필요한 토양물기를 보장할수 없다는거였지요. 우리 나라 기후풍토에서는 유럽과 같은 그런 풀판을 만들수 없다는 결론이였고.》

《그렇습니다. 장군님, 우리 나라에서 양이나 염소 같은 풀먹는 짐승은 제한된 자연풀판에 의거해서 기르는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습니다.》

《몽골처럼 양, 염소들을 대대적으로 방목할수 있는 초원이 많으면야 얼마나 좋겠소. 백두고원과 개마고원일대에 자연풀판이 좀 있지만 거기서 기르는 소와 양은 국가적수요에 비해볼 때 얼마 되지 않소. 그렇게 놓고보면 산지가 많은 우리 나라에서 풀과 고기를 바꾸는 문제는 언제 가도 해결될수 없다는 결론입니다. 수령님께서는 생전에 말씀하시기를 내 나이 80고령인데 아직도 인민들에게 고기를 넉넉히 먹이지 못하고있다고… 47년 가을 양덕군 은하리에서부터 시작해서 반세기를 축산업발전을 위해서 마음을 썼는데 우리 일군들이 종시 바로 집행하지 못했다고 가슴아파하시였습니다. 사실 풀과 고기를 바꿀데 대한 당의 방침을 이미전에 관철했더라면 우리 인민들이 지금과 같은 식량난에 봉착하지도 않았을것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무거운 마음으로 방안을 거니시였다.

불현듯 그이의 눈앞에는 광포에 원료기지를 건설하기 위해 결사의 각오로 떨쳐나선 함흥사람들의 투쟁모습이 떠오르시였다. 자신께서 광포제방공사장에 가보지 못했는데도 붉은 기발을 휘날리며 드넓은 호반에서 대자연개조전투를 벌리는 그들을 보는듯 하시였다.

그이께서는 풀먹는 집짐승을 기르는것도 대자연개조사업의 하나로 인민들을 궐기시키면 큰 성과를 거둘수 있으리라고 생각되시였다. 문제는 축산부문 일군들의 낡은 사상관점을 바로잡는게 급선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죄송스러워하는 차원중에게 힘있는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국장동무, 우리 나라 실정에 맞게 축산업을 발전시키자면 결정적으로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을 리용하여 풀먹는 집짐승을 많이 길러야 한다는것은 기정사실입니다. 그럼 당의 이 정당한 축산정책을 어떻게 집행하겠는가?… 이번엔 방법론을 단단히 세워가지고 밀고나가자고 합니다. 왜냐하면 축산관리국장인 동무도 그렇고 농촌현실에 나가보아도 산을 리용해서 풀과 고기를 바꾸겠다는 혁명적인 관점과 인식이 잘 서있지 않기때문입니다. 그렇다보니 농촌들에서는 산은 내놓고라도 산기슭과 골짜기바닥, 경사지, 강기슭, 최뚝같은 비경지들도 먹이풀을 심어 적극적으로 리용하지 않고있습니다. 축산에 인식이 튼 부분적인 농가들에서나 자연풀이 자라는 그런 곳에 염소를 몇마리정도 내다 매고있습니다. 부침땅을 내놓고 나머지 산을 포함한 나라의 방대한 땅이 다 귀중한 축산업공지라는것을 깨닫게 해야 하겠습니다. 사실상 우리 나라의 많고많은 산들은 일부 경제림을 내놓고는 인민생활에 실제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수천년 놀고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사람들은 금수강산이라고 자랑만 하고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저으기 흥분하시여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내 자료를 보니 축산업이 발전한 스위스같은 나라는 우리 나라와 지형과 풍토가 비슷합니다. 우리보다 해발고가 높은 알프스산지에 자리잡고있는데도 거의 모든 산지들에 풀판을 조성하고 소와 염소, 양, 토끼 같은 풀먹는 집짐승들을 대대적으로 기르고있습니다. 그래서 젖과 고기는 국내수요를 보장하고도 많은 량을 수출한다고 합니다. 어떻습니까. 국장동무, 축산대표단을 무어가지고 스위스에 가서 경험을 배워오지 않겠습니까?》

그이께서 친절한 어조로 말머리를 돌리시자 차원중은 뜻밖인듯 당황해하더니 그다음엔 긴장힌 낯빛이였다.

《왜 대답을 힘들어합니까?… 자신없습니까?》

《예… 사실… 알곡사료를 먹여야 축산을 할수 있다는 관점에 잡혀있는 제가… 그래서 사표까지 냈더랬는데… 어떻게 풀먹는 짐승을 기른다고 외국에 가겠습니까.》

《리해됩니다. 그러나 국장동무는 스위스경험이 우리 나라 실정에 맞겠는지 우려하는것 같구만.》

《예.… 제가 돌아와서 신임에 보답하지 못하면…》

《난 그 나라 경험이 우리한테 맞으리라고 확신하오. 동무는 우리 나라에서 월평균기온이 얼만지 압니까?》

《아마, 10도 정도는…》

《그렇소. 9~15도요. 상대습도는 72프로고 쌓인눈높이는 24센치메터, 년평균강수량은 1 000미리메터요. 이런 기상학적특성이 다 스위스와 비슷하오. 토질도 모래흙땅, 메흙땅, 질흙땅, 모래메흙땅… 해서 거의나 다를바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 나라 실정에 맞지 않을 우려는 없을겁니다. 문제는 경험과 방법입니다. 이 점에서야 국장동무가 우리 나라에서 축산전문가, 기술자로서는 첫손가락에 꼽힌다고 할수 있으니 남의 기술을 단단히 배워올수 있을겁니다. 축산에서 알곡사료를 써야 한다는… 축산에 대한 자기 신념은 바꾸지 못해도 탓하지 않겠습니다. 스위스사람들이 산에다 어떻게 풀씨를 심고 가꿨는지 잘 봐오시오. 그리고 축산업의 세계적인 발전추세와 풀먹는 집짐승사육경험을 알아가지고 와서 나한테 배워주시오. 동무가 못하겠다면… 내라도 축산을 맡아가지고 이번에는 어떻게 하든지 풀과 고기를 바꾸는 정책을 관철할 결심입니다.》

《장군님!…》

차원중은 감동으로 나직이 부르짖고 머리를 숙였다.

《축산대표단을 능력있는 전문가들로 꾸리시오. 국장동무는 그들에게 엄혹한 시련을 겪고있는 자기 인민을 구원하고 우리 민족도 남부럽지 않게 살수 있게 할 애국의 과업을 안고 알프스에 간다는것을 말해주시오.》

《알겠습니다. 제 기어이… 믿음에 보답하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집무실에서 나가는 차원중을 따뜻한 미소로 바래주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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