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서곡

 

 

23

 

북두칠성의 수레채가 흰눈덮힌 당중앙위원회청사의 지붕우에 길게 드리웠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국방공업부문에서 올린 문건들을 마감으로 토하여 비준하고나서 집무탁에서 피로한 몸을 일으키시였다.

그이께서는 첫새벽에 동부의 최전연지구에서 떠나 천리 먼길을 오시였고 점심시간조차 아껴 평양시 아이들에게 콩우유를 떨구지 않고 먹이는 문제를 가지고 해당 일군들과 진지한 론의를 하고 구체적인 과업을 주시였다. 그다음에는 경제의 활성화와 생산의 정상화문제를 안건으로 당중앙위원회와 정무원책임일군협의회를 여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협의회에서 우리는 어떤 어려운 조건에서도 우리의 경제토대에 의거하여 우리 식으로 경제를 살리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하시였다. 그리고 군수공업부문의 공장들에서 잠재력과 내부예비를 깡그리 탐구동원하여 원료도 자재도 자체로 해결하여 생산을 높인것을 모범으로 내세우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가슴에 량팔을 얹고 창가에 가서시였다.

등불이 얼마 지지 못한 수도의 밤.

강추위에 얼어붙은 별들이 총총한 하늘지붕아래로 컴컴한 륜곽의 지평선은 끝없이 뻗어갔다.

제국주의자들의 끈질긴 경제봉쇄와 거듭되는 자연재해를 박차고 《고난의 행군》을 힘차게 벌리는 인민, 굴할줄 모르는 인민이 잠들고있는 조국땅이다.

자신이 이 순박하고 아름답고 강의한 인민을 위해 수백수천밤을 지샌들 어찌 힘들겠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벽에 걸린 커다란 조선지도앞에 마주서시였다. 이 며칠간 전선길에서 들린 공장기업소들과 농촌마을들이 우렷이 떠오르시였다. 어디 가나 일군들은 《고난의 행군》에서 주저앉지 않고 공장을 살리고 일떠세우느라 애쓰고있지만 그렇지 못한 단위들도 많았다. 그런 곳의 일군들은 유감스럽게도 여전히 보장조건을 내들고있다. 전기타발, 자재타령, 자금사정… 허다한 애로조건을 안타깝게 내대면서 살아나갈 방도를 찾지 못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송수화기를 들어 주광훈을 찾으시였다.

《아직 집에 들어가지 않았구만.… 기왕 밤을 새는셈치고 내 방에 오시오.》

그이께서는 마후에 집무실에 들어선 주광훈에게 물으시였다.

《함경남도에서는 요즘 일이 잘돼갑니까?》

《예. 온 도가 끓습니다. 좋은건 도내 중요공장, 기업소들에서 내부예비를 탐구리용하기 위해 일군들과 로동자들이 합심해서 뛰고있는겁니다. 공장기업소들이 부분적으로나마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반가운 일이구만.》

《도당에서는 지금 로농적위대 비상동원을 하여 광포얼음판에다 가설제방을 한창 쌓고있습니다.》

《가설제방을?!》

《예. 봄에 얼음이 녹기를 기다리지 않고 미리 제방을 쌓아 주저앉힌다는겁니다.》

《거 착상이 괜찮구만.》

《얼음판우로 박토를 마음대로 나를수 있고 공사기일을 훨씬 단축할수 있다고 합니다.》

《충연동무가 일할줄 알거던.》

김정일동지께서는 대견하여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애육원은 내왔습니까?》

《예. 장군님말씀을 받들고 함경남도가 그중 빨리 애육원을 세우고 떠돌아다니는 아이들을 데려오고있습니다.》

《뭐 애로되는건 없답니까?》

《없는것 같습니다.》

《있어도 말 안하겠지.》

《예. 라충연동무는 자신이 그럴뿐아니라 도당회의때 시, 군당책임비서들과 큰 공장, 기업소책임일군들에게 나라에 뭘 달라고 손을 내미는 사람은 자격이 없다고 자리를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사람이 철부지때에는 멋모르고 부모에게 이것을 달라, 저것을 내라 떼를 쓰고 조르기도 하지만 철이 들고 나이먹어가지고도 부모에게 무엇을 자꾸 내라고 하는 사람처럼 량심이 없고 밉광스러운 사람이 없다고 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다부진 체구에 작은 두눈이 정채도는 라충연의 인상적인 모습을 눈앞에 떠올리시였다.

《충연동무의 사업에서 제기되는건 없소? 불도젤성격이 주저앉은 일군들을 일떠세우느라면 힘들텐데.》

김정일동지께서는 주광훈이 뭔가 말할듯 주밋거리는것을 넌지시 건너다보시였다.

《제기되는건 좀 있습니다.》

《어떤겁니까?》

《충연동무는 전번에도 량정과장을 해임시켰고 과오를 범한 일군 몇사람을 용서하지 않고 처벌하였습니다. 사업에서 원칙이 강하고 날을 세우는건 좋은데 사람문제를 너무 과단적으로 처리하는것 같습니다.》

《일부 도량정관리국사람들이 량곡을 사취한 문제는 나도 압니다. 충연동무는 부정행위를 하거나 능력이 없이 발라맞추거나 하는 사람은 가만 내쳐두지 않는 성미지. 원래 청렴결백하게 살면서 일을 첫 자리에 놓는 당일군은 그렇게 앞뒤가 다르고 사업능력이 취약한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날을 세운다면서 도당책임비서가 사람문제를 처리하는데서 독단을 부리면 안되지. 제기된게 있습니까?

《예, 얼마전에 도상업국사업을 검찰소에서 조사했는데 부정현상이 좀 있은것 같습니다. 라충연동무는 상업국의 일부 일군들이 낯내기 한 현상과 소비상품공급원칙을 어기면서 강냉이와 바꿈질한것을 크게 문제시했습니다. 충연동무는 상업부국장을 권리정지시키는것으로 그치지 않고 더 검토한 뒤에 해임시키기로 작정한것 같습니다.》

《상업부국장이 녀성이지?》

《예. 이름을 송봉숙이라고 하는데… 도당조직부의 평가는 부국장이 그만하면 지난날 일을 잘해왔다고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눈보라치는 령길에서 만났던 녀성일군을 상기하시였다. 혼자 무거운 숯마대를 지고 령길을 오르던 녀인, 자신께서 목탄차를 만났기 망정이지 하마트면 상업부국장은 그 추운 령길에서 온밤 고생할번 하였다. 숯가루묻은 얼굴이 퍼렇게 얼어가지고도 아이들에게 사탕과자를 만들어 먹일 강냉이를 구해오는데 희열을 느끼는 녀성일군이였다.

그이께서는 소비상품과 강냉이를 바꾸는것때문에 말을 듣지 않는가고 물으셨을 때 부국장이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주춤거리던 모습이 되새기시였다. 부국장은 그 일로 비판을 받고서도 자신께는 종시 아무런 호소도 하지 않은것이였다.

모름지기 강냉이를 바꿔오는것이 정당한 구입거레가 못된다는것을 자각하고있었으니까 말을 못했을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주광훈에게 상업부국장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물으시였다. 그리고 주광훈이 집무실을 나간 다음에는 밤늦은 시간이라는것을 알면서도 송수화기를 들어 함경남도당 책임비서를 찾으시였다.

《아, 충연동무요?… 자지 않고있었구만. 늦게 전화해 안됐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신의 건강을 걱정하는 라충연의 약간 피로에 갈린 절절한 심중의 목소리를 반갑게 들으시였다.

《광포원료기지랑 해서 대자연개조사업이 힘있게 벌어지고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무슨 일이나 시작이 절반인데 벌써 걸음을 뗐으니 됐소. 대자연개조사업 말고도 식량문제를 비롯해서 도안의 숨죽은 공장기업소들을 돌리는 문제와 올해농사차비를 하는것과 같은 많은 일들이 책임비서의 어깨에 얹혀있으니 여간 힘들지 않을겁니다. 사업고충이 클게고.》

《장군님… 저는 일없습니다. 도의 일군들이 앞장에서 돌격해나가니 일이 괞찮게 펴이고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기백과 열정이 물씬 풍기는 라충연의 목소리에 미소를 지으시였다.

《고충이 없다. 괞찮게 펴인다.… 그런데 나한테는 함경남도당 책임비서동무가 제방공사도 그렇지만 사업에서도 불도젤성격을 살려 냅다밀어치우고있다는 반영이 제기됩니다.》

그이께서는 얼어붙은듯 긴장해진 라충연의 마음을 눙쳐주고싶어 부드럽게 말씀하시였다.

《충연동무가 전쟁마당에서 돌격구령을 내린 지휘관이 언제 불복종하거나 과오를 범한 사람을 어루만질새가 있는가 하면서 엄한 처벌을 주어야 한다고 했다지. 론거가 그럴듯한데 책임비서로서는 너무 독선적이 아닐가. 물론 우리는 포성없는 전쟁을 치르고있는거나 같습니다. 이런 때 나라야 어찌되든 제살궁리만 하는따위 인간들에 대해서는 해당한 대책을 취하는게 마땅하다고 봅니다. 사람은 어려운 때에 본성이 드러나는 법이니까. 지금같은 환경에서 발로되는 부정적현상들은 예리하게 보고 날카로운 투쟁을 벌려야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동안을 두었다가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그러나 사람들이 엄혹한 난관을 극복하고 사회주의를 지켜나가는 과정에 범하는 오유와 실책은 가려보아야 하지 않을가.》

그이께서는 자신이 무슨 문제를 념두에 두고 말하는가를 라충연이 짐작하리라고 여기시였다.

《충연동무, 상업부국장을 뗐습니까?》

《장군님, 아직은… 이번주에 집행위원회에서 해임문제를 보려고 했습니다.》

《내 상업국문제를 좀 알아봤습니다. 부국장이 아래사람들의 사업을 바로 통제하지 못하고 강냉이를 얻는다고 바꿈질도 했다지요.》

《그렇습니다.… 그 동무는 상업질서를 어기면서 직권을 람용했습니다. 도의 상업을 망가뜨리는 결과를 빚어낼수 있겠기에… 관대하게 처분할수 없었습니다.》

《부국장이 범한 잘못은 응당 비판되여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당책임일군은 사람문제를 즉흥적으로 대하지 말고 그가 빚어낸 결함의 사업과정을 깊이 분석해보야야 합니다. 책임비서동무는 부국장을 만나봤습니까?》

《부임했을 때… 한번 만나보았습니다.》

《이번 결함과 관련해서는 담화하지 않았습니까?》

《예. 한고향사람이여서… 조직부장더러 만나보라고 했습니다.》

《인정에 끌릴가봐 그랬다면 리해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기의 당적량심에 조금도 그늘을 끼치지 않으려는 라충연의 날카로운 원칙성이 헤아려지시였다. 그러면서도 결함을 범한 고향녀자를 만나지도 않고 그의 운명을 매정하게 다루고있는것이 속에 짚이시였다. 라충연이 어딘가 박정스런 사람이 되여가고있는것이 아닌가?… 원칙적인것과 박정한것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원칙성의 표방밑에서 자기가 박정해지는것을 모른다면… 도당책임일군이 매정스런 인간이 된다면 문제가 심중하다. 더구나 불도젤성격인 그가 몰인정해져가지고 사람들의 운명문제를 처리하면 그들의 가슴에 아픈 상처를 남길것이 아닌가. 《고난의 행군》시기에 당책임일군들이 사람들의 과오와 운명문제를 넓은 당적아량이 없이 다루면서 떼던지고 처벌을 쉽게 한다면 그들의 가슴에 영영 못을 박는 결과를 빚어낼것이다. 그것은 당에 해로운 일이다. 어려운 이때 우리는 더욱 하나로 뭉치고 따뜻해진 마음으로 단합해서 일해나가야 곤난을 극복하고 전진할수 있다.

《충연동무, 난 어제 전연지구에 나갔다 오다가 덕지령에서 상업부국장을 만났습니다.》

《예?!…》

《목탄차에 강냉이를 싣고 오더구만. 숯이 떨어져 목탄차가 멎으니까 부국장은 30리나 되는 령너머 마을에 가서 참숯마대를 지고 령을 오른다는게 어디 헐한 일이요. 숯가루묻은 얼굴이 퍼렇게 얼고 입술이 다 갈라터졌더구만. 부국장은 목탄차운전사와 같이 닦은 강냉이로 요기를 하면서 한주일째나 산골마을을 돌아다녔습니다. 자기 일때문에 다닌게 아니라 곡산공장원료를 구입해다가 시내아이들에게 사탕과자를 만들어 먹이려고 그런 고생을 하는게 아니겠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아직도 그 녀성일군을 만나본 감동이 가라앉지 않아 잠시 말씀을 끊으시였다.

《장군님… 저는 그 동무가 곡산공장원료때문에 바꿈질했다는 조서를 읽어보았지만… 그렇게까지 고생하는줄은… 몰랐습니다.》

라충연의 목소리는 주눅이 들었다.

《조서를 검찰소의 립장에 편중해서 실무적으로 보았겠지. 여분의 상품출처도 따져보지 않고 말입니다. 상업부국장은 이미전에 비누공장에 유휴자재를 구해다주었고 천과 헌고무, 낡은 다이야를 모아 신발공장에 보내주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상업국이 공급계획외에 여분의 상품을 확보하게 된겁니다. 사실… 상업국이 할 일이 아닌걸 한셈이지. 그렇지만 난 이걸 상업질서를 어긴 바꿈질이라고 문제를 표면적으로만 나쁘다고 때려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저력있는 음성으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충연동무도 알다싶이 지금 전기와 원료, 자재가 부족해서 공장들이 멎고 상품이 제대로 나오지 못하니 생산과 소비간의 균형이 흐트러졌습니다. 상품을 보장해주지 못하고서 어떻게 상업국더러 일을 바로하라고 말할수 있겠소. 하지만 동무네 상업부국장은 나라의 이 피치못할 사정을 등대고 손털고 동면하고 앉아있지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상업국의 힘으로 모자라는 상품을 해결하고 사탕과자원료를 구입하려고 아글타글 노력했소. 코앞에 가져다주는 상품을 펜놀림으로 분배나 하는게 아니라 자체로 이악하게 노력해서 인민들에게 상품을 하나라도 더 공급하려는 그 헌신성이 얼마나 기특합니까.》

《장군님… 제가… 상업국문제를 일면적으로 취급한것 같습니다.》

라충연의 목소리에는 심심한 뉘우침이 어려있었다.

《그렇게 생각된다면 좋습니다. 사실 엊그제까지 련합기업소책임비서를 하던 동무가 모든것이 부족한 때에 도를 맡아 이끌고 나가자니 여간 힘들지 않을겁니다. 충연동무가 상업국문제를 일면적으로 처리했다고 솔직히 말했는데… 당일군이 엄혹한 난관이 겹쳐든다고 일떠설 생각에 초조해하던 마음이 좁아지고 날카로와져서 좋은 사람들마저 밀어던질수 있습니다. 경제는 얼어붙은 겨울이지만 마음속에는 봄을 안고 살아야 동면에서 일떠설수 있습니다. 도량이 넓어야 합니다. 우리는 몹시 어렵게 살지만 정신도덕적감정과 인간미는 이  세상에서 가장 뜨겁고 풍부한 사람들입니다. 우리 당은 이런 아름답고 숭고한 정신적재부가 있기때문에 〈고난의 행군〉에서 승리할수 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결의다지는 도당책임비서의 락관에 찬 얼굴을 눈앞에 보는듯 하시였다. 송수화기를 놓으신 그이께서는 피로를 가신듯 안색이 퍼그나 밝아져 집무탁의 문건을 앞에 당기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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