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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동지께서는 라충연을 떠나보낸 다음 한결 시름이 덜어지시여 문건을 보기 시작하시였다. 창밖에서 울부짖던 눈보라는 어느결에 잠잠해지고 집무실에는 고요가 깃들었다. 두툼한 문건을 다 보고나신 그이께서는 송수화기를 들어 경리일군을 찾으시였다. 《검정염소가 궁금해서 전화합니다.》 《장군님, 수의사를 데려다보였는데 염소가 새끼를 밴지 두달이 썩 넘었답니다. 인제는 배가 축 처지고 몸집도 불었습니다. 2월말이나 3월초엔 새끼를 낳을거랍니다.》 수화구에서 들려오는 경리일군의 반가운 목소리를 들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그것이 자신의 예견대로 된 일이였지만 웃으며 나무람하시였다. 《그렇게 좋은 소식을 왜 진작 알려주지 않습니까.… 염소가 먹이랑 잘 먹습니까?》 《장군님말씀대로 배추떡잎이랑 무우시레기, 음식찌꺼기를 주면 가리지 않고 세차게 먹습니다.》 《새끼가 커가니 염소가 더 먹을겁니다. 우리안에 벼짚도 자주 깔아주고 뜨뜻이 해주면서 관리를 잘해야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오래지 않아 새끼낳은 염소를 주인에게 돌려주게 된것이 무척 기쁘시였다. 그이께서는 천계리에 살고있는 채로인을 생각하시였다. 자신의 몸보신에 써달라고 집에서 소중히 기르던 검정염소를 정히 올린 그의 성의도 고마왔지만 아호비령기슭의 산간지대에서 염소와 돼지, 토끼 같은 여러가지 집짐승을 많이 기르는 채로인의 축산활동이 더 마음끌리시였다. 지금은 자신께서도 바쁘고 아마 로인네도 집짐승들이 겨울나이를 할것이였다. 햇봄이 되여 언 땅이 녹고 풀이 돋아나면… 그때는 검정염소도 새끼를 낳을것이니 틈을 내여 가볼 생각이시였다. 창밖에서는 다시금 칼바람이 터졌는지 여름날 멀리 산너머 우뢰소리 같은 잔음이 허공중에서 울부짖었다. 성에가 반쯤 녹아내린 바깥유리창을 깨칠듯 부딪친 눈보라는 창턱에 사기가루같이 언 눈가루를 수북이 쏟뜨리며 한숨 돌리고는 아직 눈이불을 포근히 덮고있는 정원의 나무숲에 시샘스레 덤벼들었다. 겨울은 혹한을 품고 끈질기게 눌러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