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서곡

 

 

15

 

한성모는 단천역두에서 마그네샤립광을 화차마다 그득 실어 떠나보내자 불을 땐 려관호실에서 쉴념을 않고 곧바로 승용차를 타고 룡양을 향해 달렸다. 련사흘째 혹한속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마그네샤립광수집전투를 벌리고있는 함흥시민들을 둬두고 군려관호실의 뜨뜻한 온돌방에서 몸을 녹이는것은 량심에 허락치 않았다.

승용차는 날이 캄캄하게 어두워서야 룡양광산에 도착했다.

로천채굴장주변일대와 버럭산경사지에는 수백의 화토불무지들이 밝히는 불빛으로 대낮처럼 환하였다.

함흥에서 온 공장, 기업소로동자들과 가두녀성들이 한창 야간작업을 진행하고있었다. 그들은 열흘로 예견한 마그네샤립광전투를 닷새안으로 끝내려고 기세를 올리였다.

마천령칼바람이 몰아치고 밤기온이 령하 30도를 넘었으나 사람들은 화토불에 잠시 언손을 녹이고는 다시금 지레대와 곡괭이를 잡고 눈속에 얼어붙은 마그네샤덩어리들을 찾아 파내였다. 혼자서 밤에 한마대도 캐내기 힘들었지만 로력이 많으니 합하면 그 량이 대단한것이였다.

 

가는길 험난하다 해도

시련의 고비 넘으리

 

방송차에서 울려퍼지는 노래소리가 눈보라치는 광산골안을 들었다놓았다.

버럭산근방에 차를 세운 한성모는 운전사와 같이 사람들이 벅작 떠들며 화물자동차에 립광을 싣는것을 도와주었다.

얼굴에 땀발이 흠뻑 돋게 일하고난 그는 지휘부천막에 가지 않고 가까이에 있는 화로불쪽으로 다가갔다.

거기서는 개털모자를 머리에 삐딱하니 쓴 젊은이가 내의바람에 함마를 휘둘러 큰 마그네샤덩어리를 깨고있었다.

한성모는 저만치 떨어져나간 마그네샤쪼각들을 주어다놓으며 물었다.

《동무, 여기 련결농기계공장사람들이 일하는 곳이 어디요?

젊은이는 함마자루를 거머쥔채 저으기 반기는 낯색으로 개털모자를 벗어들었다.

책임비서동지.…》

너 문길이가 아니야?!》

성모는 대뜸 알아보고 기뻐했다.

마침 만났구나. 내 널 찾아오던 길이다.》

는 눈바닥에 아무렇게나 구겨박은 솜옷을 집어 젊은이의 잔등에 걸쳐주고 불가에 앉혔다.

너 첫날부터 여기 올라왔다지?… 앓는 아버지를 집에 혼자 둬두고 오면 어떡한다는거냐.》

함주에 있는 친척이 와서 보살펴줍니다.》

조문길은 침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대답했다.

감공장 지배인인 문길의 아버지 조성근은 한성모의 옛전우였다. 전쟁의 마감해, 열여덟살나이에 자기 키만 한 아식보총을 멘 그들은 같은 보병중대에서 싸웠다. 전쟁이 끝나는 바람에 본격적인 전투에는 진입해보지 못했으나 전선동부에서 그만하면 화약내는 충분히 맛보았다. 두 사람은 제대명령도 한날한시에 받았다.

촌에서 협동조합이 거의다 조직된 해에 군사복무를 마친 한성모는 고향 부전군당에 배치받았으나 조문길의 아버지는 함흥에 떨어졌다. 화학전문학교를 다닌 조성근은 비날론공장에서 로동을 했고 생산지도일군으로 성장했다.

성모가 도당에 소환되고 함흥에 가족을 데려왔을 때부터 그들의 우정은 더욱 깊어졌다. 명절이나 생일날 같은 때는 아무리 바빠도 잊지 않고 서로 찾아가고 찾아오군 했다. 나이가 많아지고 자식들이 자라게 되자 이전처럼 자별스레 다니게 되지는 못해도 우정의 뿌리는 여전하였다.

세월의 흐름은 어느 가정에나 변화를 가져오기마련이였다. 아들 하나를 키우며 소담한 가정행복에 그늘이 없었던 조성근은 두해전에 안해를 뜻하지 않은 병으로 잃었다. 한성모는 그더러 재취하라고 무등 권고했으나 안해를 그지없이 사랑했던 조성근은 지배인사업이 바쁘다고, 후에 보자고 미루기만 하였다. 그러던것이 고난의 행군》에 들어서고보니 더욱 겨를이 없었다. 지배인은 자기 가정문제가 아니라 멎어선 칠감공장의 생산활성화문제, 종업원들의 생활문제에 정력을 다 바쳐도 모자라는것이였다. 그러던 조성근은 지난달에 덜컥 자리에 누웠다. 원래 앓던 간염이 도진것이였다.

문길아, 어제 함흥에서 소식이 왔는데 아버지병이 심해진것 같더라. 새벽차로 어서 집에 가거라. 내 너희네 련결농기계비서한테 말해주마.》

성모가 각근히 정을 기울였으나 조문길은 덤덤히 앉아 스러져가는 화로불만 응시했다.

난… 남들처럼 립광전투가 끝날 때까지 룡양을 떠나지 않겠어요.》

건 왜?》

성모는 조문길의 투정질 비슷한 대꾸에 저으기 놀랐다.

내게 차례진 립광몫을 해얄게 아니예요. 그리구 아버지몫까지…》

허, 널더러 누가 아버지몫까지 하라더냐?》

아버지가 립광수집에 동원되지 못했는데 아들이 맡아하는게 옳지요.》

성모는 그제서야 문길이가 시틋해서 게정을 부리는 리유를 짐작했다.

너 내가 아버지를 비판했다고 불만인거구나.》

문길은 나무꼬챙이로 불무지를 쑤셨다.

아버진 시당회의에서 비판받고서는 죽도 제대로 잡숫지 않고 괴로와했어요. 비판이 아파서가 아니라 반제품장판지를 나눠줄수 없게 됐으니…  공장로동자들의 생활이 걱정돼서요.》

성모는 조문길의 이야기밑바닥에 자기에 대한 반발심과 원망이 진하게 깔렸음을 느꼈지만 즉석에서 반박하지는 못했다. 어쩐지 그때 자신이 조성근을 지나치게 몰아세운것 같은 생각이 드는것이였다.

두달전에 칠감공장은 무연탄과 전기가 부족되고 자재가 떨어져 공장이 멎다싶이 되였다. 식량형편이 극심하게 어려워지자 지배인 조성근은 생각을 거듭하다가 종업원들에게 반제품인 세멘종이와 니스를 생활비대신 나눠주도록 하였다. 로동자들이 세멘종이에 니스를 칠하여 장판지를 만들어 식량과 바꿔먹게 한것이였다. 그일이 제기되여 지배인 조성근은 시당회의에서 비판받지 않을수 없었다.

적성격을 띠는 공장관리운영원칙을 어기고 생산품을 중도에서 제 마음대로 처분한 칠감공장 지배인의 비사회주의적행위는 엄중하였다. 생활이 나날이 어려워지니 공장, 기업소책임일군들속에서 원료와 자재, 생산품을 가지고 종업원들을 먹여살린다는 미명하에 버젓이 바꿈질을 하고 그틈에 뒤에서 자기의 배를 불리는 현상까지 드문히 나타나는것이였다.

난 너의 아버지결함을 묵과할수 없었다. 가만 놔두면 시내 도처에서 그런  비사회주의적싹이 자꾸 돋아나기때문이다.》

저의 아버지는 급한 고비를 넘기려고… 공장종업원들이 식량과 바꾸게 반제품장판지를 내주었지만 집에는… 손바닥만 한 장판지쪼박도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비판받으러 가는 날 아침에도… 배추시레기죽을 작은 공기로 잡숫고 점심은 여느때처럼 번졌어요.》

문길이 쥔 나무꼬챙이에 불이 당겨 시름시름 타들었다.

한성모는 앓고있는 조성근을 생각하고는 속에서 가책이 꿈틀거렸다. 조성근이 얼마나 고지식하고 결백한 사람인가 하는것을 너무도 잘 알고있는 그였다. 오래동안 지배인을 하면서도 언제한번 개인적리기를 추구해서 문제가 제기된적이 없었다. 처가 죽어 공장로동자들보다 집안형편이 더 어려웠지만 어데 가서 집사정을 내대고 방조를 구하지도 않았다.

문길아, 함흥에… 집에 가거라.》

성모는 따라일어선 문길에게 내심의 솔직한 심정을 터놓았다.

《아버지한테 일러라. 내가 그때 일을 더 생각지 않는다구. 고민하지 말구 어서 병을 고치라고 해라.》

고마와요.…》

문길의 눈에서 술잔처럼 가득 고인 눈물이 불무지에 뚤렁 떨어졌다.

한성모는 젊은이의 어깨를 잡아 운전사쪽에 돌려세웠다.

저기 내 차에 고려약꾸레미가 있다. 쌀도 가지고가라. 새벽렬차를 꼭 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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