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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흥시는 부전강발전소의 저수량이 엄청나게 줄어들어 드문히 정전되였다. 사람들은 그런 생활에 익숙해졌으므로 집집들에서는 인차 석유등잔이나 카바이드를 넣은 가스등불이 켜졌다. 두터운 성에가 불린 아빠트창문들에서 흘러나오는 그 희뿌연 불빛은 눈보라가 휘몰려다니는 밤거리를 겨우 알아볼수 있게 어슴푸레 비쳤다. 도당위원회청사의 책임비서방에는 벽걸상까지 일군들이 빼곡이 둘러앉아있었다. 방가운데 맞붙여놓은 길죽한 앞상에서 여러대의 초불이 밀랍향기를 풍기며 탔다. 회의는 2시간나마 계속되고있었다. 라충연은 부임하여 수일간 도내 큰 공장, 기업소들과 시, 군들을 돌아보고 실정을 대체로 파악하고서 긴급히 이 모임을 열었다. 주저앉은 도를 일떠세우자면 식량문제를 급선무로 풀어야 한다고 하신 장군님의 말씀을 관철하는 비상회의였다. 앞상주위에 둘러앉은 도당집행위원들과 함흥시당 책임비서 한성모의 얼굴은 회의시작때처럼 무겁고 침울하지는 않았다. 초불에 비친 그들의 커다란 그림자가 벽둘레에 붙여놓은 쏘파와 걸상들에 앉은 일군들에게 컴컴한 그늘을 던지긴 했으나 긴장된 분위기는 퍼그나 해소된것 같았다. 마그네샤크링카공장과 광산에 널려있는 립광을 수집해서 흥남항에 와있는 외국배에 팔아 강냉이를 사오는 방안과 장진군내 농민들에게 호소하여 얻은 감자를 실어내는 문제가 한차례 론의된것이였다. 《마그네샤립광수출, 장진감자… 그것 말고 다른 안이 있으면 또 내놓으시오.》 사무탁을 마주하고 팔걸이의자에 몸을 든든히 실은 라충연은 방의 주인으로서 기품이 단단히 잡혔다. 《도당책임비서동지.…》 창문쪽 쏘파에서 시행정위원장 송건식이 실팍한 몸집을 일으켰다. 《제게 식량을 몇만톤 해결할수 있는 좋은 방도가 한가지 있습니다.》 송건식은 귀가 솔깃해서 자기 말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구미가 동하게 잠시 둘러보았다. 그는 속에 품고있던 제안을 의논에 지칠대로 지친 맨 나중에 요긴하게 내놓아 책임비서를 비롯한 도당집행위원들의 관심을 끌고싶었다. 《제가 알기에는 룡성기계련합기업소와 흥남비료공장을 비롯해서 함흥시내 공장, 기업소들에는 적지 않은 량의 파고철이 사장되여있습니다. 동, 인민반과 학교들에까지 호소하여 파고철을 모으면 굉장한 량이 될겁니다. 흥남항에는 파고철과 파동을 사겠다는 외국선박이 한둘이 아닙니다.》 모인 사람들은 대번에 활기를 띠였다. 단순하면서도 누구도 생각못한것이였다. 《파고철을 사려고 한다오.?》 한성모가 송건식이쪽에 고개를 돌렸다. 《그렇습니다. 파고철이나 파동같은 쓸모없는 유휴자재를 모아 팔면 마그네샤립광수집처럼 고생을 하지 않고도 많은 식량을 사올수 있습니다.》 송건식은 기분이 떠있었다. 라충연은 사람들의 공감하는 표정을 읽고는 손마디를 딱딱 꺾었다. 《그런 일은 안됩니다. 우리는 굶어죽더라도 파동이나 파고철은 한키로도 팔수 없습니다.》 모가 진 그의 말에 방안분위기는 얼어붙었다. 《시민들의 생활을 책임진 행정위원장동무가 너무 안타까우니까 제기한것 같은데…》 라충연은 송건식의 제안을 긍정하는 사람들모두에게 인식을 똑바로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파동같은 유색금속이나 파고철은 단순한 유휴자재가 아니라 나라의 귀중한 전략물자입니다. 일반공업은 말할것도 없고 군수공업에서도 동과 철이 얼마나 귀한가 하는건 동무들이 모르지 않을겁니다. 제철소에서는 수입콕스탄이 없어 용광로에서 철광석을 녹이지 못하고있습니다. 파고철은 녹이 쓸어 그렇지 알쭌한 쇠물입니다. 파고철을 평로에 집어넣으면 손쉽게 질좋은 강재를 얻어낼수 있습니다.》 그는 자기 말이 식량문제를 벗어나 길어진다는것을 알면서도 의분을 누그러뜨릴수 없었다. 《파동이나 파고철은 모아서 외국배에 팔것이 아니라 제강소와 제련소에 실어가야 합니다. 다른 나라 장사군들은 식량난에 처한 우리 허실을 알고 그런것들을 헐값으로 삽니다. 그래가지고는 그 무거운것을 고스란히 제 나라에 가져가는줄 압니까? 그러지 않을거요. 배에 싣고갔다가 가까운 남조선이나 일본에 들려 비싼 값으로 팔아 폭리를 얻습니다.우리 나라 철과 동은 외국장사군들의 배를 불려주고 남조선이나 일본반동들은 그걸로 탄알과 무기를 만들어가지고 우리를 겨냥합니다. 내가 문제를 과장하는것이 아니요. 당장 굶어죽는 사람들을 살린다는 명분을 세워도 전략물자를 수출하는것은 국가반역행위로 됩니다.》 방안은 기침소리 하나 없이 조용했다. 앞상둘레의 집행위원들은 고개를 짓수굿하고서 말이 없었다. 송건식은 면구해서 손수건을 꺼내 벌깃하게 달아오른 이마를 문질렀다. 《그럼 마그네샤립광과 감자로 림시 식량대책은 세웠다고 보고 이젠 분공을 합시다.》 라충연은 사무탁에 쌓인 서류더미너머로 도당조직비서를 건너다보았다. 몸집이 갱핏하고 작은 얼굴에 눈섭이 진한 40대의 조직비서는 엉거주춤 일어났다. 《책임비서동지, 분공안은 따로 좀 토론을…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언제 토론하고 모이고 하겠소. 이 자리에서 매듭짓기요.》 라충연은 딱한 표정으로 앉아서 공연히 사업수첩을 뒤적이는 조직비서에게 분공안이 없으리라는것을 알고있었다. 식량난을 푸는 방도가 난감한 상태에서 협의를 시작했으니 분공조직을 미리 할수도 없었을것이다. 《누구한테 책임지우기보다 맡을 사람은 나서시오. 먼저 마그네샤립광을 회수하는 사업입니다. 여기서 중요한것은 룡양에서 실어내온 마그네샤광석을 깨서 팔수 있을 정도의 립광을 만드는 문제입니다. 그러자면 마그네샤크링카공장의 고장난 수직소결로를 빨리 수리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을 동원해서 공장과 광산일대에 널려있는 마그네샤립광을 수집하고 다른편으로는 침전지의 미광을 퍼서 선별하는 일도 내밀어야 합니다.》 앞상끝쪽에서 시당책임비서 한성모가 걸상을 뒤로 밀어젖히고 일어났다. 《마그네샤립광전투는 제가 맡겠습니다.》 한성모의 목소리는 낮았으나 책임감에서 오는 결연한 어조가 슴배여있었다. 《건강이 나쁜데 일없겠습니까?》 라충연의 물음에 한성모는 열적은 기색을 짓더니 무겁게 입을 열었다. 《전번에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함흥에 오셨을 때… 사람들을 일떠세울줄 모르고 시당에서 쓸데없는 회의나 벌리는 저를 책망하시지 않고 위탈을 걱정해주셨습니다. 정말 부끄럽습니다. 저의 위병은 사무실책상을 맴돌기때문에 생긴겁니다. 저는 래일 아침 당장 사무실을 떠나 단천과 룡양에 직접 가서 립광수집전투를 지휘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시당에서 맡아주시오. 아까도 말했지만 마그네샤립광수집사업은 아주 어려운 전투일거요. 숱한 사람들이 추운데 한지에서 고생을 하게 됩니다.》 《걱정마십시오. 제가 먹을 쌀을 사오는 일인데 누구나 참고 견디여냅니다.》 라충연은 한성모의 가벼운 롱이 마음에 들어 웃음을 지었다. 그는 회색철도복에 장령견장을 단 함흥철도관리국장에게 낯을 돌렸다. 《수집한 립광을 화차로 흥남항까지 실어내오는 문제는 국장동무가 등탈이 없이 집행해야겠습니다.》 《알았습니다.》 《무역관리국 왔습니까?》 라충연은 벽걸상에서 일어난 얼굴색이 희멀끔하고 키가 큰 도무역관리국장을 뜯어보았다. 《흥남항에 정박한 노르웨이선박과의 교섭은 동무네가 해야지?… 며칠내로 계약을 맺으시오.》 《보장하겠습니다.》 《다음은 감자운반인데… 장진에서 감자를 얼구지 않고 실어내다 식량사정이 급한 시민들에게 공급하는 문제는… 아무래도 시행정위원회가 맡아야겠습니다.》 라충연이 눈길을 던지자 송건식은 피하지 못하고 일어났다. 《장진사람들이… 감자를 많이 준다면야 실어와야지요.》 《난 시행정위원장동무가 이 사업을 책임지고 할수 있는가를 묻고있습니다.》 《책임지겠는데 자동차가 없습니다. 그리구 전번에 내린 강설로 황초령이 막혔습니다.》 《자동차는 시내 큰 공장기업소들에서 조절해주겠습니다. 령길은… 동무가 조직사업을 해서 눈을 쳐내고 길을 여오. 도당에서 장진군과 영광군사람들을 동원시켜주겠소. 감자운반이 가장 절박한 과업입니다. 마그네샤립광이 돈이 되고 쌀이 되자면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리지만 감자는 실어오면 됩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한주일내로 실어내다 공급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송건식의 대답은 무거웠다. 《그럼 식량문제협의는 이만합시다. 오늘 밤 여기에 도급과 시급의 책임간부들이 모였기에 한가지 털어놓고 말할것이 있습니다.》 라충연은 팔걸이의자에서 일어나 방안을 둘러보았다. 그가 일어나기까지 하니 집행위원들은 물론 벽걸상들에 빼곡이 앉은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해서 긴장한 낯빛을 지었다. 《떠돌아다니는 아이들문제를 론의에 붙이자고 합니다.》 충연은 사람들이 당장 침울해지는것을 보고 자기가 가장 아픈 문제를 주관적으로 상정시키는것이 아닌가 하고 한순간 무춤했다. 그러나 손에 박힌 작은 가시를 모른척 하고 있을수 없는것과 같이 도가 안고있는 불미스러운 문제를 피한다고 해서 해결되는것이 아니였다. 《다른 도들보다 우리 함경남도에 떠돌아다니는 아이들이 더 생겼다고 합니다. 그래서 난 함흥에 도착한 날에 도행정위원회에 적절한 대책을 세울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이렇다할 방도를 세우지 않고있소. 일부 일군들은 〈식량을 공급하지 못해 생긴 일인데 어쩔수 있는가.〉하면서 그런 애들이 생긴것을 당연한 일로 여기고있습니다. 시내 공장, 기업소의 어떤 일군들은 〈주택이 없다〉,〈합숙이 없다〉,〈행처를 찾기 힘들다〉고 하면서 외면하고있는가 하면 〈식량이 풀리기 전에는 어쩔수 없다. 먹는 문제가 해결되면 오라고 하지 않아도 다 제발로 찾아온다.〉하면서 꿈만해있는 일군들도 적지 않습니다.》 라충연은 팔걸이의자에 앉아 유리고뿌의 물로 갈린 목을 추겼다. 《앞으로 떠돌아다니는 아이문제를 경시하는 일군은 누구건 가리지 않고 해당한 당적, 행정적처벌을 주려고 합니다. 경종을 울립니다. 그런 조치가 억울하고 가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제기하시오. 떠돌아다니는 아이들은 식량난과 같은 그 어떤 객관적원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민생활을 책임진 우리자신들이 일을 쓰게 못해서 생겼습니다. 이 엄연한 사실을 망각하거나 줴버리고서 원인을 우에다 밀면서 모르쇠하는 일군들은 이 시각부터 인식을 똑바로 가져야 하겠습니다.》 사무실안은 여전히 기침소리 하나없이 고요했다. 라충연은 자기가 이렇다할 방도가 없이 지내 엄포를 놓고 경고만 하는듯싶어 목소리를 누그리였다. 《떠돌아다니는 아이들중에는 부모있는 애들도 더러 있습니다. 생활이 지내 어렵거나 사정으로 집을 나간 아이들입니다. 이런 애들은 부모들과 해당 직장들에서 관심을 기울여 데려가게 하면 됩니다. 문제는 실지 부모없는 아이들입니다. 난 바로 이 고아들문제는 동무들과 의논하자는겁니다. 도안의 적지 않은 사람들은 고아들을 집에 데려가 친자식처럼 길러주고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뭐가 풍족해서 하루 세끼 밥을 먹거나 동정심이 많아서 그러는게 아닙니다. 그들은 강낭죽으로 끼니를 에우면서도 나라가 겪는 고통과 불행을 진실로 가슴아파하기때문에 그렇게 눈물겨운 소행을 발휘하는것입니다.》 라충연은 말을 끊었다. 스스로도 얼굴이 붉어지고 열적은감을 느꼈다. 고원에서 데려온 아이와 함흥역 대기실에서 딩글던 아이들까지 해서 다섯명을 키우는 자신을 내세우는것 같았기때문이였다. 《우리 집사람도 뒤늦게 고아들을 몇명 데려오기는 했지만… 친자식처럼 잘 돌봐주지는 못하고있습니다. 그마저도 나자신은 사업이 바쁘다고 집에 자주 들어가지 않다보니 아이들 이름조차 다 외우지 못해 삭갈립니다. 자기비판을 합니다. 내가 말하자고 하는건 도내 간부들이 부모없는 아이들을 키우는 사람들을 두고 아름다운 소행을 발휘한다고… 긍정적모범이라고 속보판이나 도일보에 소개선전하면서 떠들지만 말고 우리들자신부터 그런 미덕을 보여주는게 옳지 않은가 하는겁니다. 어째서 불행한 남의 자식을 데려다 기르는 사람들은 거의나 다 로동자, 농민들과 일반사무원들이고 간부들은 없는가?! 그런 일에도 간부들은 지도사업만 하는가!… 역경에 처한 나라가 겪는 고통을 나누는데 무슨 간부가 다르고 평민이 다른가! 난 장군님께서 가슴아파하시는 문제는 누구보다 우리 간부들이 앞장에서 몸을 내대고 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라충연은 말을 멈추고 고뿌의 물을 한모금 꿀꺽 삼켰다. 얼굴을 뜨뜻하게 만들던 열적은감은 사라졌다. 당적정의감이 끓는 이런 날카로운 말을 사람들앞에서 떳떳이 할수 있게 해준 안해가 그지없이 고마웠다. 아들 명구를 공장합숙에 떨궈둔다고 눈물짓고 자기한테 한바탕 밸풀이를 하였지만 떠돌아다니는 아이들을 키우는것을 보면 안해의 인정미와 남편의 사업에 대한 리해심, 헌신은 언제나 웅심깊은것이였다. 《그래서 나는 여기 모인 간부들모두가 고아들을 한두명씩은 자기 집에 데려다 돌봐주자는걸 제기합니다.》 방안은 고요했다. 소리없이 타는 초불의 흔들림에 조각상처럼 굳어진 사람들의 검은 그림자만이 생명력을 가진듯 움직거렸다. 집에 들어가서 힘들어할 안해를 설득시켜야 하는 헐치 않은 문제에 직면한 일군들이였다. 《반대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라충연은 박정한줄 알면서도 따져물었다. 사람들은 기침소리를 내거나 몸을 부스럭거리면 반대자로 락인될가봐서인지 침묵을 지키고있었다. 《그럼 반대없이 다 승낙한것으로 치겠습니다. 래일부터 자기 집에 고아를 데려온 정형을 도당에 통보해주시오. 비서동무는 열흘후에 장악한걸 나한테 가지고 오시오. 동무들이 빠질 구멍이 없이 당적으로 조인다고 급해하고 불만스럽겠지만 책임비서인 나로서는 이 문제를 간부들의 량심과 성의에 맡기고 호소나 하는 식으로 형식적으로 대할수는 없습니다. 도안의 떠돌아다니는 아이들을 안착시키는 문제는 어디까지나 우리 간부당원들이 지난날 당정책을 옳게 집행하지 못한데서 오는 심각한 결함을 반성하고 씻는 일인만큼 도덕륜리상측면으로, 미풍문제로 해결하기전에 당적인 과업으로, 분공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회의는 이만합시다. 시당책임비서동무와 행정위원장동무는 좀 남으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