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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과 제후
백운과 제후에 대한 이야기는 사랑의 언약과 의리를 지켜 함께 불행을 이겨내고 청춘의 절개를 지켜낸 미담으로서 《삼국사절요》에 실려 내려왔다. 그후 입으로 전해오다가 야담, 사화전설집들에 게재된 설화이다. 때는 신라 진흥왕때 일이다. 신라의 경주에 두 벼슬아치(달관)가 한동리에서 살았는데 두 집안사이에 친분관계가 두터웠고 벼슬길에도 함께 올라서 왕래가 잦았을뿐아니라 한집안식구처럼 간격이 없고 서로 위하는 마음이 허물없었다. 그러던차에 두 달관(達官)에게 희한한 일이 생겼으니 같은 날 한사람은 아들을 보고 다른 한사람은 딸을 보게 되였는데 그들이 바로 백운과 제후였다. 두 아이의 아버지들은 한날한시에 아들과 딸을 보았으니 이것도 기이한 인연이라고 하면서 친분관계를 더욱 두터이 할 하늘의 뜻이라고 하여 축하연을 베풀고 그자리에서 두 어린 자식들의 백년가약을 맺어주었다. 백운은 14살에 이르러 무사가 되였으며 제후는 천품이 출중하고 자색이 뛰여난것으로 하여 청년무사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이미 배필이 정하여있었기에 누구든 넘겨다볼뿐 어찌할수 없었다. 그러던차에 백운이 뜻하지 않게 눈병을 앓았는데 끝내는 고치지 못하고 장님이 되여버리였다. 이에 불안을 느낀 제후의 아버지는 무진태수의 청혼이 강경하게 들어오는지라 자기 딸 제후의 의향도 묻지 않고 혼사를 정하고말았다. 뒤늦게야 이 소식을 전해듣고 가슴이 터질듯 하여 몸부림치는 백운을 딱친구무사인 김천이 위안해주고있을 때 제후가 나타났다. 제후는 시름에 겨워 앉아있는 백운에게 다가가서 자기는 하늘이 정해준 천년배필로 생각한다면서 《혼례식을 하는 날 산길에 이르러 구실을 대고 잠시 가마에서 내리겠으니 그때 장사들을 데리고 뒤따르다가 나를 앗아가는체 하여 한동안 숨어있으면 일이 무사히 될것이오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 아버지에게도 화가 미치지 않고 백년가약도 성취될것이니 그리 아시고 그때를 기다려주옵소서.》라고 하는것이였다. 일이 이렇게 꾸며지자 그의 친구 김천은 여러명의 무사들을 대기시켰다가 결혼식행차를 뒤따라 산길에 올랐다. 그런데 의외의 사태가 눈깜짝할새에 벌어졌다. 갑자기 키가 구척이나 되는 괴한이 나타나 제후를 가로채여가지고 달아나는것이였다. 뒤따르던 김천의 일행은 다급히 달려가 괴한을 무찌르고 제후를 앗아내여 백운에게 데려다주었다. 후날 백운과 제후에 대한 소문이 널리 퍼져 사람들은 사랑과 의리를 지켜가는 백운과 제후의 기특함과 무사 김천의 의협심에 감탄하였다고 한다. 백운과 제후가 백년가약을 맺은 감동깊은 이야기는 여러 책들에 옮겨져 전설로 전하여지게 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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