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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안성전투와 리정암
리정암장군은 임진조국전쟁시기 연안에서 의병대를 뭇고 왜적의 침입으로부터 연안성을 끝까지 지켜내여 널리 전설화된 애국명장이다. 리정암은 경상도 경주출신으로서 어려서부터 총명하여 8살때 벌써 문장을 잘 지어 사람들을 놀래웠다. 그는 문신으로 일찌기 벼슬길에 올라 한때는 연안부사를 하였는가 하면 리조참의를 한적도 있다. 하기에 그는 황해도지리를 잘 알뿐아니라 연안이 왜적을 막아내는데서 전략적으로도 요충지로 된다는것을 이미 파악하고있었다. 그가 연안에 도착하였을 때는 부사가 이미 성을 버리고 달아났고 성을 지키고있던 군사들도 왜적이 가까이 다가왔다는 소문을 듣고 뿔뿔이 흩어져 달아나려고 하던차였다. 리정암장군은 사태가 너무도 엄중한지라 성문을 두팔 벌려 막아나서면서 《나는 이전에 이곳 부사였던 리정암이다. 군사들이 성을 버리고 간다면 왜놈들이 득실거리는데 어데로 간다는 말인가? 그래도 꼭 가겠다면 나의 한가지 부탁만은 들어주고 가야 하겠다.》 하며 남은 군사들을 다 모이게 하였다. 그리고는 손을 들어 가리키면서 《저기 보이는 군영곁에 쌓여있는 새초단을 날라다 이 성문앞에다 높이 쌓아놓고 가거라.》 하고는 군사들을 독촉하여 잠간사이에 산더미같이 쌓아놓게 하였다. 리정암장군은 한손에는 활을 들고 다른 팔로는 화살을 한아름 안고 새초단우에 올라가앉았다. 그리고는 자기의 행동을 지켜보고있는 군사들을 향하여 이렇게 소리쳤다. 《자, 이젠 너희들이 가고싶은데로 가라. 하지만 한사람만은 남아서 왜적이 성으로 오르거들랑 이 새초더미에 불을 질러달라. 나는 싸우다 죽을지언정 성을 버릴수 없고 이 몸이 불에 탄다 해도 왜놈들이 우리 땅을 유린하는것을 보고만 있을수 없다.》 리정암의 군장다운 모습을 올려다보며 군사들은 누구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하였다. 그러자 리정암장군은 《왜놈들이 다가오고있는데 왜 그러구들 있느냐? 한사람만 남아서 여기에다 불을 지르고 가란 말이다.》 하고 다시 소리쳤다. 그러자 군사들은 땅에 무릎을 꿇고 일제히 용서를 빌었다. 《저희들이 성을 버리고 떠나자고 한것은 왜적이 두렵거나 목숨이 아까와서가 아니오이다. 성주도 도망쳤지, 싸움을 지휘할 장수도 없는데 뉘와 함께 싸우겠나이까? 이제는 장군의 뜻을 알았으니 우리도 함께 싸우게 해주사이다.》 이날 흩어져가려던 군사들모두는 성을 지켜 목숨바쳐 싸울 결사의 각오를 다짐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백성들도 피난가기를 단념하고 창과 칼을 들고 연안성으로 모여들게 되였다. 리정암장군은 모여든 군사들과 청장년들로 의병대를 뭇고 대오를 편성한 다음 성을 수축하고 못을 파는 일부터 시작하였다. 그는 성안으로 흘러들어오는 샘줄기를 끌어들여 못에 물을 채우고 투석전을 벌리기 위하여 성안밑 군데군데에 돌무지도 쌓아놓게 하였다. 그리고 식량예비도 충분히 갖춘 후 주변마을사람들, 부녀자들과 로인들도 성안에 모두 들어와 군사들을 돕게 하였다. 이렇게 싸움준비를 빈틈없이 갖추어가며 군세를 떨쳐나가던 임진년 8월말 남해로 기여든 왜군 3 000여명이 연안성으로 쳐들어왔다. 리정암장군은 성의 동쪽장대우에 《분충토적》이라는 구호를 써붙인 자주빛기폭을 휘날리게 하면서 기세를 돋구었다. 성가까이에 다가든 왜적은 개미떼처럼 성벽에 달라붙어 기여오르기 시작하였다. 때를 기다리고있던 리정암장군은 일제히 화살을 날리게 하고 성벽으로 오르려고 하는자들은 돌총을 놓아 짓뭉개놓게 하였다. 이때 쇠돌이라는 소년장수는 돌주머니를 차고 다니며 기여드는 왜적들에게 련속 돌팔매질을 하였는데 화살 못지 않게 백발백중하였다. 적들이 공포에 질려 성벽 다른 한쪽으로 다가서려 하면 거기에서도 돌들이 비발치듯 날아왔다. 성안의 녀인들은 큰 가마에 물을 부글부글 끓여 성벽으로 기여오르는 적들에게 들씌워주었다. 뜨거운 물벼락을 맞은 적들은 이번에는 풀단을 쓰고 기여오르려 하였다. 그러자 로인들과 아이들이 련속 불뭉치를 만들어던짐으로써 풀단에 불이 달려 타죽는자들이 수다하였다. 적병들은 할수없이 널판자로 나무상자를 만들어 머리에 쓰고 성벽으로 다가들었다. 이때 성벽가까이에 쌓아두었던 돌무지에서 큰 돌을 골라 벼락같이 내리치는통에 맞아죽고 깔려죽고 하여 살아 도망치는자가 거의 없었다. 적들은 낮에는 성벽가까이에 다가설수도 없는지라 이번에는 어둠을 타서 은밀히 다가서려고 꾀하였다. 그러자 군사들은 홰불망치를 높이 추켜들고 불화살을 련속 날리였다. 그리하여 낮에 밤을 이어 무리죽음만 낸 적들은 이번에는 장기포위전술을 쓰면서 성안으로 흘러들어가는 샘줄기를 막아버렸다. 그리고는 성안의 동정을 살피고있었다. 열흘, 보름이 지나니 사실상 성안에 채워놓았던 물도 거의 떨어져가고있었다. 적들은 성안에 물만 떨어지면 대번에 항복할것이라고 타산하였던것이다. 리정암장군은 적들의 이런 간계를 알아차리고 어느날 한낮에 성안의 높은 둔덕에 말 한필을 끌어다놓고 말잔등에 흰쌀을 연거퍼 쏟아붓게 하였다. 멀리에서 성안을 살피고있던 왜적들은 성안에 물이 너무도 많아 말까지 목욕시킨다고 떠들썩하였다. 물줄기를 지키고있던 왜적들은 말리우기전술도 소용없는짓이라고 단정하고 철수하고말았다. 리정암장군은 적의 사기가 저락된 형세에서 성을 지키고있지만 말고 습격전으로 적을 일대 혼란에 빠뜨리게 할 계략을 세우고 날파람있는 젊은 군사들을 선발하여 야습조를 무어 적진에 은밀히 파견하였다. 야간습격조는 어둠을 타고 일시에 적진의 여러 풍막에 뛰여들어 불을 지르고 도망치는 적병을 쫓아가 모조리 베여버렸다. 이렇게 밤마다 기습당하여 풍지박산된 배천주둔 왜적들은 다시는 연안성에 다가서지 못하고 기겁하여 도망쳐버렸다. 리정암장군은 연안성전투의 승리에 대한 보고를 조정에 올리면서 자기의 공로를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오직 연안성백성들과 용감한 군사, 의병들이 안아온 승리라고 아뢰였다. 하기에 당시 백성들과 조정에서는 리정암장군의 명장다운 풍모를 두고 이렇게들 말하였다. 《성을 지키고 적을 물리치는 싸움은 누구나 할수 있겠지만 공로가 있으면서도 자랑하지 않는것은 누구나 하기 어려운 일이다. 오직 나라를 위한 한가지 마음만을 가진 사람만이 할수 있는 일인것이다.》 리정암장군의 애국으로 불타는 마음은 그의 시들에도 반영되여있다. 그는 전쟁의 준엄한 환경속에서도 여러편의 시들을 남겼다. 임진조국전쟁이 승리로 끝난 후 연안성사람들이 리정암장군의 공훈을 전하는 비를 세우려고 하였다. 그 소식을 전해들은 그는 공로는 력사가 알면 그만인데 무엇때문에 비까지 세우려 하는가며 자기의 심정을 시에 담아 읊었다. 연안성전투는 《연안대첩》으로 력사에 기록되고 리정암장군의 문집 《사류재집》과 함께 전설로 전하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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