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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과 약수에 깃든 전설
우리 나라에는 샘과 관련하여 전하여지는 지물전설도 적지 않다. 《효자샘》전설을 보기로 하자. 천결령으로 가는 길을 따라 북쪽으로 얼마간 올라가면 길옆에 맑고 시원한 샘물이 있는데 이것을 이 고장 사람들은 먼 옛날부터 《효자샘》이라고 불러왔다. 옛날 이곳 마을에 머슴을 살던 늙은 박로인이 병에 걸려 일하지 못하게 되자 지주는 그와 어린 자식을 집에서 내쫓았다. 지주집에서 쫓겨난 어린 아들 차돌이는 동네어른들의 도움으로 겨우 움막같은 집을 짓고는 앓는 아버지를 눕혀놓고 동냥하여 생명을 연명해나갔다. 그런 속에서 차돌이는 산에 올라가 약초를 뜯어다 달여서 아버지에게 대접하였다. 그래도 아버지의 병이 점점 심하여지는지라 어린 아들은 너무도 안타까와 울고있는데 웃마을 로인장이 지나다가 측은한 그 정상을 보고 《지금이라도 불로수만 마시면 살아나겠는데 내 나이 40만 되여도 가보련만 …》 하고 혼자소리로 되뇌였다. 차돌이는 그 불로수가 어데 있는지 알려달라고 간청하였다. 로인장은 《저기 천결령 열두바위를 넘어서면 큰 바위가 있는데 그밑의 바위확에 고여있는 물이 만병통치의 불로수라더라. 그걸 알고 지금까지 숱한 장정들이 그 물을 뜨러 갔으나 큰 바위우에 범이 지켜앉아있어 모두 돌아오지 못하였지. 그러니 네 어린 몸으로는 거기에 가닿지도 못할게다.》 하며 위로해주었다. 차돌이는 아버지를 살리는 길은 불로수를 떠오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이튿날 호로병과 표주박 그리고 창과 갈구리, 먹을것을 동네어른들의 방조를 받아 준비해가지고 천결령을 넘어 열두바위를 찾아떠났다. 하루에 두개 바위씩 넘어 엿새만에 큰 바위우에 올라섰는데 듣던바대로 범이 나타나 《따웅-》 하고 소리질렀다. 그러나 차돌이는 두려움도 잊고 《우리 아버지가 중병에 걸렸나이다. 그래서 내가 죽기를 각오하고 불로수를 한 호로병만 떠가려 하니 아버지를 위한 다음에 나를 잡아가주옵소서.》 하고 눈물을 떨구며 애걸하였다. 호랑이는 어린 그에게 동정이 갔던지 등을 대며 올라타라고 고개짓을 하고는 큰 바위를 날아넘어 바위밑 샘물터에 내려앉았다. 차돌이는 호로병에 표주박으로 정히 샘물을 떠넣었다. 호로병이 가득 차자 호랑이는 다시 차돌이를 태워 천결령밑에 내려놓고 고개를 주억거리며 잘 가라는 시늉을 하고는 되돌아갔다. 차돌이가 바위턱을 내려서 길목에 나서려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지주가 불쑥 나타나서 《너, 불로수를 뜨러 갔댔지? 어디 보자.》 하고 달려들어 호로병을 빼앗는지라 한참 밀치고닥치고 하는통에 호로병이 바위짬에 떨어지고말았다. 그러자 《꽝!》 하는 소리와 함께 바위가 갈라져 뿌려지는통에 옆에 섰던 지주는 바위돌에 깔려죽고 갈라진 바위짬으로부터는 샘물이 솟아올랐다. 차돌이는 그 샘물에 불로수가 섞여있으리라고 생각하고 표주박에 넘쳐나게 떠가지고 한주일만에 집에 나타나 아버지에게 샘물을 대접시키니 병이 대번에 나아갔다. 그래서 아침저녁으로 그 샘물을 떠다 봉양하였다. 그의 효성이 지극한지라 그후로부터 차돌이가 불로수를 떠온 샘을 《효자샘》이라고 전하여왔다는것이다. 전설은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차돌이의 지극한 효성이 간난신고끝에 실현되는것으로, 효자의 도리를 다하는것으로 끝을 맺어주고있다. 전설은 선의 승리와 함께 지주와 같은 악한은 천벌을 받는다는 인민적리념과 지향을 잘 보여주고있다. 샘에 대한 전설로는 묘향산 금강굴옆에 있는 《명안수》전설도 이채를 띤다. 우리 나라 명산의 하나인 묘향산 금강굴옆에는 큰 바위가 있고 그밑에 수정같이 맑은 샘물이 있는데 이것을 옛날부터 《명안수》라고 불러오고있다. 옛날 향산골에는 지주집에서 머슴살이를 하는 한 소년이 있었다. 새벽부터 소여물을 끓이고 낮에는 온갖 궂은일과 잔심부름으로 혹사당한데다 밤에는 소여물칸에서 쪽잠을 자다나니 눈에 피발이 서고 피곤이 몰려 나중에는 눈병을 앓게 되였다. 날이 지날수록 피곤은 덧쌓여져 나중에는 눈앞에 안개가 끼면서 실명할 지경에 이르게 되였다. 하루는 소년이 눈병의 묘약을 찾을수 없어 시주를 받으려고 온 승려에게 물어보았더니 자기네 사찰에 와서 부처에게 정성껏 빌어보라고 하는것이였다. 소년이 앞을 제대로 못 보게 되자 악착한 지주는 그를 집에서 내쫓고말았다. 쫓겨난 머슴소년은 겨우 더듬어가며 사찰을 찾아가 부처앞에 가서 눈병이 낫게 해달라고 성의껏 빌었으나 오히려 잠을 자지 못하여 눈병이 더해졌다. 그가 허전한 마음을 안고 산길을 따라 내려오는데 난데없이 뱀이 새둥지를 털어먹으려고 나무로 기여오르는것이 어슴프레 보였다. 머슴소년은 주변을 손더듬해가며 몽둥이를 주어다가 뱀을 때려죽였다. 그러자 둥지를 지키고있던 어미새가 소년의 머리우를 날아예며 감사하다는듯 짖어대다가 그를 이끌어 길안내를 하였다. 소년은 하도 이상하여 새가 날아가앉은 바위에 가서 두리번거리는데 새는 돌밑을 가리키며 지절댔다. 그래서 거기에 구렝이가 나타났는가 하여 살펴보니 돌짬으로 샘이 솟구쳐오르고있었다. 어미새는 총각도 그렇게 하라는듯 연신 샘물을 쪼아마시고 머리도 씻는 시늉을 하였다. 총각은 그제야 새의 뜻을 알아차리고 샘물로 얼굴도 씻고 눈도 닦아냈더니 부옇게 보이던 눈이 일시에 밝아지는듯 하였다. 그래서 다시한번 그 샘물로 얼굴과 눈을 깨끗이 씻고 넙적바위우에 누워서 잠들었다. 저녁켠이 되였는지 어미새가 지절거리며 샘물을 물고 날아와 눈언저리에다 뿌려놓고 바위곁에 앉아있었다. 잠결에 눈확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어 깨여나보니 눈이 예전처럼 밝아져 황혼이 깃든 산정이 뚜렷이 안겨왔다. 그래서 총각은 너무도 좋아 《눈병을 고쳤다!》 하고 소리치니 어미새도 총각의 머리우를 두세번 날아예다가 둥지로 날아가는것이였다. 그후부터 새가 찾아준 샘물이 소문이 나서 《명안수》라는 이름이 붙어 전하여지게 되였다. 전설은 선을 지향하는 민심을 감명깊게 보여준다. 금강산의 안심대에서 계단을 내려 왼쪽으로 계속 톺아오르면 깎아지른듯 한 바위벽이 앞을 가로막는데 그 바위의 중턱 틈사이로 맑은 물이 슴새여나와 옹달샘을 이룬다. 예로부터 이 물을 마시면 지팽이를 짚고왔던 늙은이들도 기운이 솟아 지팽이마저 잊고 간다고 하여 이 샘물을 《망장천》이라고 하였는데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깃들어있다. 먼 옛날 이 골안에는 힘이 센 쇠바위라는 총각과 어여쁜 옥분이라는 처녀가 뜻이 맞아 백년가약을 맺고 가정을 이루고 살고있었다. 세월은 흘러 어느덧 일흔고개에 이르게 된 그들은 허리도 굽고 다리맥도 다 빠져 지팽이에 의지해서야 걷게 되였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된 그들은 금강산에서 약초를 캐여 팔아 살아갔다. 그러던 어느날 약초를 캐러 만물상골안으로 들어가 한낮이 되도록 약초를 캐던 할아버지는 목이 말라 여기저기 물을 찾아 헤매였다. 그러다가 자그마한 샘을 찾게 되였다. 너무 기뻐 마음껏 물을 마신 할아버지는 그만 자기도 모르게 잠이 들게 되였는데 한잠 푹 자고 깨여보니 웬 일인지 굽었던 허리는 펴지고 장수라도 된듯 새힘이 솟아났다. 그래서 단숨에 천선대에 올라 절승경개를 취한듯 구경하고 늦어 집으로 내려왔는데 그의 손에는 지팽이가 없어지고 약초만 들리였다. 령감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던 할머니는 눈앞에 선 사람이 자기의 령감이 아니라 웬 젊은 총각이라 깜짝 놀랐다. 그래 자세히 보니 글쎄 그는 자기가 시집올 때 맞이하였던 신랑의 모습 그대로였다. 령감한테서 사연을 들은 할머니는 다음날 샘물을 찾아갔다. 날이 저물도록 할머니가 돌아오지 않자 할아버지는 만물상의 그 샘물을 찾아갔다. 그런데 그 샘물옆에는 자기의 로친이 아니라 어여쁜 처녀가 앉아있었다. 어리둥절해있다가 자세히 보니 처녀시절의 자기 로친이였다. 청춘을 되찾은 부부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 그때부터 이 샘은 《망장천》이라고 불리웠다고 한다. 금강산의 삼일포부근에 가면 《몽천》이라는 샘이 있는데 여기에도 전설이 깃들어있다. 옛날 한 승려가 금강산을 돌아다니다가 산수가 수려한 삼일포부근에 와서 암자를 지을 터를 잡았는데 샘물이 솟는 곳을 찾지 못하여 두루 헤매다가 피곤하여 큰 넙적바위우에서 잠간 눈을 붙이게 되였다. 그런데 꿈에 한 로승이 나타나 물우에 누워있으면서도 샘물을 못 찾고 헤매니 불도를 착실히 닦아야 하겠다고 꾸짖는것이였다. 꿈에서 깨여나 로승이 일러준 그 바위밑을 헤집으니 정말 샘물이 솟구쳐오르는것이였다. 그래서 그 샘물을 꿈에서 찾은 샘물이라 하여 《몽천》이라 부르고 암자이름도 《몽천암》이라고 달았다 한다. 전설은 짧고 간단하나 산수가 수려한 천하명승 금강산에 대한 자랑을 담고있다. 명산 금강산에는 또한 신묘한 《금강약수》전설이 있다. 옛날 금강산골안에 나이는 많지 않으나 속탈이 있어 변변히 일도 못하고 고통속에 지내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날 그는 산나물을 뜯다가 피곤하여 바위에 걸터앉아 쪽잠이 들었는데 꿈에 한 로인장이 나타나 《산수가 좋은 이 고장에서 살면서 속병을 만나다니 애처롭도다.》 하면서 만폭동 어느 높은 벼랑밑에서 샘이 솟아오르니 그 물을 마시면 속탈이 깨끗이 없어질것이라고 일러주는것이였다. 그래서 약수를 찾아 만폭동으로 들어가 훑어보았으나 찾지 못하고 어느 한 바위에 앉아 다리쉼을 하고있었다. 이때 날개죽지가 부러진 백학 한마리가 백운대를 향해 간신히 날아오르다가 바위밑으로 숨어버렸다. 그런데 한참후에야 다시 나타난 백학이 놀랍게도 날개를 힘차게 퍼덕이며 백운대를 한바퀴 씽씽 돌고는 사라져버리는것이였다. 하도 이상하여 백운대를 찾아보리라 마음먹고 기여올랐는데 신기하게도 한 바위틈에서 파란 물이 졸졸 흘러내리고 있었다. 목도 마른김에 그 물을 량껏 들이마시자 갑자기 배가 시원해지면서 체한듯 무죽하던것이 쑥 내려가는듯 하였다. 그래서 매일 그 물을 떠다마시고 밥도 지어먹었는데 한달이 되기도 바쁘게 속병이 나아졌다. 이것이 소문이 나 《금강약수》로 불리워지게 되였다. 함경북도 청진의 청암산에도 약수터가 있는데 이것도 역시 먼 옛날 한 소년효자가 발견한것이라고 한다. 소년은 몇해째 아버지가 속병이 있어 일도 못하니 생활이 곤난한 속에서도 날마다 산에 올라 좋다는 풀은 다 캐여 약을 달여 봉양하였으나 효험이 없었다. 어느날 그는 산에 올라 약초를 뜯다가 맥이 진하여 한 바위우에서 다리쉼을 하던중 갈증이 나서 어디에 샘물이 없겠는가 찾아 헤매이다가 한곳에 이르러 바위틈에서 샘물이 솟구쳐오르는것을 발견하였다. 그래서 한모금 마셔보았는데 보통 샘물과 달리 약냄새가 섞여나는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마셔보니 틀림없이 약냄새가 풍기였다. 하여 명산약초가 우려져나오는 약샘물로 생각하고 호로병에 가득 채워 집에 와서 아버지에게 대접하였다. 아버지는 호로병의 샘물을 다 마시고나서 기분이 상쾌하다며 다음날 또 떠오라고 하였다. 이렇게 되여 며칠을 련속 떠다가 대접시켰더니 아버지가 아픔도 멎고 병이 나아가는것 같다고 하였다. 소년은 약샘물을 찾아냈다고 좋아하며 약초캐는 일은 그만두고 그 샘물을 매일 떠다 복용시켜 아버지의 병을 완전히 고쳐주었다. 그후부터 사람들은 그 약샘물을 마시면서 소년의 효도를 지극히 여겨 《효자약수》라고 부르게 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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