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승경개를 례찬한 전설

 

우리 나라에는 절승경개로 이름난 명산과 봉우리가 많아 신선이나 선녀, 룡녀들이 내려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기묘한 지물로 굳어졌거나 자취를 남겼다는 명소들이 대단히 많다.

《금강산팔선녀》전설로 유명한 천하명산 금강산은 물론 산악미와 계곡미를 자랑하는 구월산 역시 《삼형제못》전설을 비롯한 선녀전설을 적지 않게 간직하고있다.

금강산의 만폭동과 쌍벽을 이루는 묘향산의 만폭동에도 《금강산팔선녀》전설과 비슷한 《아랑과 선녀》전설을 전하고있다.

전설에 의하면 먼 옛날 묘향산 만폭동어구에 일찌기 부모를 여읜 아랑이라는 가난한 총각이 살고있었다.

그는 날마다 만폭동골안에 올라가 밭을 가꾸고 땔나무도 하며 산천을 벗으로 삼고 살았다.

어느 여름날 그는 밭김을 매다가 목을 추기려고 호미를 쥐고 폭포가에 이르러 수정같이 맑은 물을 손으로 떠서 한모금 마시였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하늘에서 풍악소리가 울리며 칠색령롱한 무지개가 폭포수 소에 뿌리를 박자 하늘선녀들이

사뿐히 내려오는것이였다.

아랑은 처음 보는 일이라 호미도 잊어버린채 황급히 덤불속에 몸을 숨기고 그 희한한 장면을 살펴보았다.

선녀들은 제각기 유선폭포의 8개 소를 차지하고서 물보라를 날리며 즐기기 시작하였다.

총각은 숨어있기만 할수 없어 덤불을 헤치고 나왔다.

선녀들은 뜻밖에 나타난 인간세상사람을 보고 그만 부끄러워 은선폭포에 재빨리 몸을 숨기였다.

날개옷을 벗어놓은지라 하늘로 올라갈수 없었던 선녀들이 날이 어두워 못가에 나와 옷을 주섬주섬 입을 때 한 선녀가 이상하게 생긴 물건(총각이 놓고간 호미)을 발견하게 되였다.

그것이 인간세상의 귀물이라고 생각된 선녀들은 천궁에 가지고가서 옥황상제에게 바치였다.

옥황상제는 그것을 자세히 살펴보고나서 《얘들아, 이것은 묘향산의 나무와 꽃을 아름답게 가꾸는 도구이니 래일 내려가 임자를 찾아 돌려주도록 해라.》고 하였다.

자기들을 훔쳐보던 그 총각의 도구가 틀림없다고 단정한 선녀들은 의논끝에 맏언니선녀가 본인에게 내려다주기로 합의하였다.

그리고 이 기회에 묘향산에 사는 인간세상의 향취와 인정미도 알아보라는 부탁을 덧붙였다.

다음날 아침 맏선녀는 묘향산총각을 찾아 하늘황소를 타고 만폭동 폭포가에 이르렀다.

총각은 총각대로 어제 놓고갔던 호미를 찾느라 폭포가를 두리번거리다가 문뜩 호미를 쥐고 서있는 한 처녀를 보게 되였다.

총각은 자기 눈을 의심하면서 주춤주춤 다가서는데 처녀는 기다렸다는듯이 상냥하게 웃으며 자기는 옥황상제의 어명을 받고 묘향산을 가꾸는데 쓰는 귀중한 쟁기를 돌려주려고 왔다고 하면서 천궁보자기에 싸가지고 온 호미를 내놓는것이였다.

총각이 너무도 감개무량하여 사례를 하니 선녀는 묘향산 만폭동을 이처럼 아름답게 가꾸어주어 자기들이 별천지에 내려와 하늘세상이 부러워하도록 즐겁게 놀다가 올라가게 도와준데 대하여 잊지 않겠노라고 답례하였다.

절승경개의 만폭동에서 나누는 그들의 이야기는 끝날줄 몰라 어느덧 사위에 어둠이 깃들기 시작하였다.

이때 선녀가 타고온 하늘황소가 비선봉턱에서 기다리다 못해 크게 울음소리를 내였는데 그 소리를 듣고 산을 지키던 사자가 달려왔다.

그래서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다.

그제야 하늘로 올라갈 시간이 지체되였다는것을 알게 된 선녀가 작별의 인사를 남기고 떠나려는데 아랑총각이 하늘황소와 사자사이에 싸움이 벌어진것이 우려된다고 하여 함께 가게 되였다.

하늘황소는 날아서 사자를 타고앉았으나 사자는 억센 이발로 하늘황소의 발통을 물고 휘저어댔다.

아랑은 날쌔게 사자의 머리통을 호미등으로 내리쳤다.

사자는 달아났으나 하늘황소는 발통을 물리워 땅을 딛고 날아오를수 없었다.

그리하여 선녀는 천궁에 오를수 없었다. 아랑은 약초를 캐여다 짓찧어 하늘황소의 발통을 싸매주었다.

하늘황소의 발통이 낫기를 기다려 선녀와 아랑은 옹근 한밤을 묘향산의 밤경치를 부감하며 정을 속삭였고 그러는속에 선녀는 인간세상의 향취를 한껏 느끼게 되였다.

그 이튿날 하늘황소가 땅을 딛고서자 선녀는 헤여지기 아쉬우나 옥황상제의 어명이니 천하절승인 묘향산에 눌러앉아 살고싶어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눈물을 머금으며 하늘로 올라갔다고 한다.

일설에 의하면 그후로는 옥황상제가 선녀들을 만폭동에 내려보내지 않아 맏선녀는 만폭동총각이 그리워 꽃수건에 이곳 경치를 수놓아 폭포수에 떨구어보냈다고 한다.

이와는 달리 아랑과 헤여져 시름시름 앓으며 고민하던 맏선녀가 병을 고치고 오게 해달라고 옥황상제에게 청하고 수려한 묘향산 만폭동에 다시 내려갔다가 산천과 아랑총각에게 그만 정이 깊어져 묘향산에 묻혀 오래도록 함께 살았다는 변종설화도 생겨났다고 한다.

《금강산팔선녀》전설은 천하의 절경 금강산이 하도 아름다와 선녀도 내려와 살았다는 구룡대의 상팔담과 결부된 전설이다.

금강산의 구정봉으로 오르는 급한 경사면을 따라 올라가면 구룡대가 있고 밑에는 아찔하게 내려다보이는 새파란 물이 고인 크고작은 소가 구슬을 꿰놓은듯 련달아 8개나 있는데 그것이 구룡연우에 있다고 하여 《상팔담》이라고 불러왔다.

상팔담에는 금강산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금강산팔선녀》전설이 깃들어있다.

전설은 금강산에 목욕하러 내려온 선녀와 나무군총각사이의 기이한 인연관계를 전설화함으로써 금강산이 천하절승이라는 주제적과제를 밝히고있다.

먼 옛날 금강산어구에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한 총각이 있었다. 그는 매일 산에 올라가 나무를 해다가 그것을 팔아서 살았다.

어느날 총각이 산에 올라가 나무를 하고있는데 어데선가 어린 사슴 한마리가 무엇에 쫓기여온듯 숨차서 헐떡거리며 살려달라고 애원하였다.

나무군총각은 어린 사슴이 너무도 측은하게 생각되여 인차 나무단밑에 숨겨주었다.

아니나다를가 사냥군이 뒤따라 나타나서 사슴이 이곳으로 뛰여온것을 못보았는가고 물었다.

나무군총각은 태연스레 사슴은 벌써 저쪽으로 달아났다고 하였다.

사냥군이 멀리 사라진 다음 어린 사슴은 덤불에서 나와 나무군총각에게 몇번이나 사례하고는 자기는 금강산을 지키는 산신령의 아들인데 그 은혜를 두고두고 잊지 않겠다면서 원하는것이 무엇인지 어서 말하라고 재촉하였다.

나무군총각은 생각다 못하여 멋적지만 우스개소리로 《내가 가난한데도 있지만 이 깊은 산골에 처녀가 없어 아직 장가를 들지 못하였는데 산신인들 처녀야 어떻게 얻어주겠소.》라고 하였다.

사슴은 총각의 이야기를 다 듣고나서 《그거야 좋은 수가 있지요. 구룡연을 지나 깊은 골안으로 들어가면 여덟개의 소가 있는데 그 경치가 아름답고 물이 하도 맑아서 하늘의 여덟 선녀가 내려와 놀면서 목욕하고 올라간다오. 그러니 거기에 가 숨어있다가 선녀들이 나무가지에 날개옷을 걸어놓고 못에 들어가 목욕할 때 그중 어느 하나의 날개옷을 감추어두면 하늘로 오르지 못하니 그 선녀를 배필로 삼으면 되는거지요. 그러되 명심할것은 아이 셋을 볼 때까지는 어떤 일이 있어도 날개옷을 보여주거나 내주어서는 절대로 안되오리다.》 하고 신신당부하였다.

나무군총각이 사슴의 귀띔대로 좋은 날을 택하여 계곡을 따라 상팔담에 이르니 정말로 아름다운 선녀들이 각각 자기 못을 차지하고 목욕하고있었다.

나무군총각은 올라가면서 제일 첫번째 못에서 목욕하는 선녀의 날개옷을 훔쳐다가 구룡대의 바위틈에 감추어두었다.

목욕을 다한 선녀들은 제가끔 옷을 입고 하늘로 올라가버렸다. 그러나 한 선녀만은 날개옷이 없어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울고 앉아있었다.

이때 그 선녀앞에 나타난 나무군총각은 날도 어두워지는데 홀로 산속에 어떻게 있겠느냐고 선녀를 달래여 자기 집으로 데리고갔다.

처음에는 자기만이 하늘세상에 올라가지 못한것을 두고 무척 속상해하던 선녀는 금강산의 수려한 경치를 늘 가까이 대하며 나무군총각과 끊을수 없는 정을 나누어가는 즐거운 나날속에 차츰 서운한 생각을 잊게 되였다.

선녀는 날이 갈수록 금강산에서 제힘으로 농사를 짓고 산천을 가꾸어가는 기쁨을 더욱 뜨겁게 느끼게 되였다.

그리하여 하늘선녀는 금강산에서 나무군총각과 새 생활의 보금자리를 폈다.

어느덧 세월은 흘러 행복한 가정에 두 자식이 태여나고 부부간의 정도 나날이 깊어졌다.

그러던 어느날 선녀가 날개옷을 한번 보여달라고 조르자 나무군은 사랑스러운 안해의 부탁이고 이젠 자식들도 있으니 별다른 일이 없으리라고 생각하고 바위틈에 감추어두었던 날개옷을 꺼내다가 선녀에게 주었다.

눈이 휘둥그래져서 손벽을 쳐대는 귀여운 두 자식의 앞에서 선녀는 날개옷을 흐느적이며 기쁨에 겨워 밝게 웃었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검은구름이 밀려오더니 광풍이 몰아치면서 아이를 량팔에 하나씩 안은 선녀를 휘말아올렸다.

《아이 셋 낳기 전에는 절대로 주어서는 안된다고 하던것을…》

나무군은 어린 사슴이 그렇게 당부하던 말을 소홀히 여겼던탓으로 안해와 두 아이를 잃은 자신을 끝없이 원망하며 후회하였다.

나무군은 날이 갈수록 그리워지는 안해에 대한 생각으로 가슴을 태우며 구슬프게 피리를 불고 또 불었다.

애절한 그 피리소리를 들은 금강산의 백발신령은 나무군의 정상이 너무도 측은하여 그에게 어린 사슴을 보내여 방책을 일러주도록 하였다.

나무군앞에 나타난 어린 사슴은 이제는 천궁에서 선녀들이 팔담에 내려와 목욕하지 않고 드레박으로 팔담의 물을 퍼올려 목욕하니 래일 새벽에 드레박이 내려오는것을 지키고있다가 그것을 타고 천궁에 올라 거기서 행복하게 살면 될거라고 하였다.

그러나 나무군은 나서자란 정든 금강산을 떠나서는 순간도 살수 없을것 같아 그렇게는 할수 없노라고 하였다.

어린 사슴을 통하여 금강산에 대한 나무군의 진실하고 뜨거운 사랑의 마음을 안 백발신령은 다시금 탄복하게 되였다.

한편 하늘에 오른 선녀는 아름다운 금강산에서 나무군총각과 만나 행복하게 살던 어제날을 잊지 못하여 애타하다가 금강산 백발신령의 도움으로 룡마를 타고 마침내 금강산으로 돌아오게 되였다.

이처럼 전설은 비록 환상적인 이야기로 엮어져있기는 하지만 금강산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금강산의 물이 세상에서 제일 정결하다는것을 이야기하고있으며 그것을 온 세상에 자랑하려는 우리 선조들의 깨끗한 지향을 담고 있다.

또한 전설에는 천상과 지상의 대비도 실감있게 주어져있으며 로동의 보람과 산천의 향수, 근면하고 진실한 인정세계도 가식없이 강조되여있다.

아름다운 금강산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 행복한 생활에 대한 인민들의 소박한 지향이 담겨져있는 《금강산팔선녀》전설은 오래동안 전해지는 과정에 여러 변종을 가지게 되였으나 대체로 금강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이야기로 특징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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