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란과 이어진 《군장산과 로적봉》, 《탁기봉》전설
력사적으로 일어난 전란은 애국명장들에 대한 인물전설과 함께 산과 봉우리, 산성에 따르는 지물전설들을 무수히 발생시켰다. 개성지방에 있는 군장산은 그닥 높지 않으나 가파로와 임진조국전쟁당시 군사들이 진을 치고 적을 족치기에 유리한 산세를 가지고있었다. 그뒤에 원추모양으로 솟아있는것이 로적봉이다. 임진조국전쟁때 왜군이 수많은 병력으로 침공해오자 마을의 장정들은 의병대를 뭇고 아군에게는 유리하고 적들에게는 불리하도록 산세가 험한 이 산에 들어와 진을 치고 싸움준비를 다그쳐나갔다. 산중턱에 파수를 세우고 젊은 장정들이 큰 통나무를 몇대씩 바줄에 묶어놓았다가 적병이 기여오르면 그것을 굴리군 하였으며 화살과 폭약에 불을 달아 적병영으로 날려보내여 적들이 산에 얼씬도 하지 못하게 하였다. 별수없이 적들은 산가까이로는 감히 접근하지 못하고 멀리에 진을 치고 산둘레를 포위한채 의병대에 식량이 떨어져 절로 항복하기만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있었다. 수십일이 지나도록 산에서 아무런 기미도 보이지 않게 되자 조급해난 적장놈은 산속 의병대의 형편을 알아볼 목적밑에 졸병을 렴탐군으로 들여보내였다. 어느날 저녁 웬 청년이 젊은 파수병을 찾아와 자기는 이웃마을에 사는데 왜놈들에게 부모처자를 다 잃고 홀몸이 되였다면서 원쑤를 갚으려고 늦게나마 이렇게 의병대를 찾아왔으니 받아달라고 애원하기에 그를 파수장에게로 데리고갔다. 파수장은 여러모로 살펴보고 말도 시켜보는 과정에 틀림없는 왜놈의 렴탐군이라는것을 직감하고 잘 왔다고 안심시킨 다음 파수막에서 기다리라고 하고는 이어 대장에게 보고하였다. 대장은 왜놈들이 렴탐하러 올줄 알았다면서 그놈을 놀래우지 말고 역리용할 계략을 꾸미자고 하였다. 그래서 밤사이에 뒤에 있는 원추처럼 생긴 봉우리에 이영을 입혀 로적가리같이 보이게 하고 래일 새벽부터 산골로 흘러내리는 물에는 석회를 풀어 쌀씻은 물처럼 부옇게 보이도록 하라고 하였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그 렴탐군을 데리고 진을 돌아보게 하겠으니 그때 무장을 갖춘 의병들이 련달아 산허리를 돌게 하여 군사 수만명이 진을 치고 파수를 서는것으로 보이게 하라고 령하였다. 그리하여 하루밤사이에 봉우리는 굉장한 로적가리로 되고 산은 수만군사가 진을 치고있는 《군장산》으로 변모되였다. 이튿날 아침 파수장은 대장의 승인을 받았다면서 렴탐군을 데리고가다가 졸고있는 파수병에게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서라. 2만 5 000명이 먹을 로적가리를 졸며 지키고 있다가 무슨 화를 당하려고 그러는가. 이제 왜놈들을 일격에 족칠 때가 왔다.》며 엄포를 놓았다. 파수장의 뒤를 따라 렴탐군이 대장방에 들어서려는데 그안에 수십명 장수들이 모여 왜놈들을 족칠 전략을 꾸미며 사기충천하여 토론하고있었다. 잠시후 풍막밖으로 나온 대장이 파수장에게 이르기를 이 청년을 오늘은 아래켠 군막에 내려가 푹 쉬게 하고 래일부터 정식 대오에 망라시키라는것이였다. 렴탐군은 파수장을 따라 내려오면서 사방을 몰래 살펴보니 로적가리는 하늘로 우뚝 솟아있고 수만군사가 웅거하고있는데다가 쌀씻은 물이 내물처럼 흐르는게 제놈들의 목대를 단숨에 꺾어버릴 형세가 분명했다. 왜놈렴탐군은 산중턱 제일 아래에 있는 병영에 자리를 잡게 된것을 《하늘이 준 좋은 기회》로 생각하고 한밤중에 빠져나와 왜놈괴수가 있는 풍막쪽으로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정신없이 달려갔다. 제편 풍막에 당도한 왜놈렴탐군은 괴수에게 의병대의 엄청난 군사수와 하늘을 찌르게 솟은 로적가리, 끝없이 흘러내리던 쌀씻은 물과 대번에 기가 질리는 《군장산》형세 그리고 그밖에 보고 들은것을 두서없이 주어섬기며 지금처럼 포위해서는 승산이 없을뿐더러 얼마 안있어 기세등등한 의병대가 당장 쳐내려올거라고 벌벌 떨며 말하였다. 왜놈괴수는 다음날 아침 먼발치에서 의병들이 웅거하고있는 산세와 그뒤에 우뚝 솟은 로적가리를 보고 긴 한숨을 쉬고는 군사를 모두 걷어가지고 도망치고말았다. 그후로부터 의병장수들이 진을 치고 군세를 떨친 그 산을 《군장산》이라고 불렀고 그뒤에 이영을 씌웠던 봉을 《로적봉》이라고 전설화하게 되였다. 이것은 임진조국전쟁시기 의병대의 충천한 군세와 애국적위용, 전술적지략을 산과 봉우리와 더불어 지물전설화한것이다. 《동국여지승람》의 자료에 의하면 이것과 비슷한 전설은 평양의 《창광산》전설이며 이외에도 금강산과 칠보산 등 우리 나라 각지에 외래침략자들을 감쪽같이 속여넘긴 내용을 담고있는 전설이 깃들어있다. 묘향산 약수터에서 향산천 건너편을 바라보면 마치도 기발대렬모양으로 안겨오는 산봉우리가 있는데 그 봉우리를 《탁기봉》이라고 한다. 13세기초에 북으로부터 수만명의 외래침략자들이 쳐들어와 향산땅에서 고려군과 접전하게 되였다. 이때 고려군을 이끈것은 김취려장군이였는데 장대한 기골에 수염이 앞가슴까지 드리우고 선 그의 위엄과 호령, 지략앞에 넋을 잃은 적들은 접전도 별로 못하고 도망치다가 전부 멸살당하고말았다. 싸움에서 크게 이긴 김취려장군은 백마를 타고 승전고를 울리며 대오를 이끌고 묘향산골안으로 돌아왔다. 그때 길좌우에 늘어선 군중들은 장군과 고려군의 승리를 열렬히 환영하고 저녁에는 성의껏 축하연을 마련하여주었다. 그날 밤 김취려장군이 승전의 기쁨을 안고 발편잠을 자는데 꿈에 키가 9척이나 되는 로인이 나타나서 고려군의 승리를 재삼 축하해주는것이였다. 그러면서 자기는 묘향산산줄기를 거느리는 산신인데 고려군의 승리를 묘향산산발에 영원히 새겨두려 하니 래일 아침 일찌기 깨여나 남쪽산발을 보라고 하고는 사라졌다. 새벽에 잠에서 깨여난 김취려장군이 간밤의 꿈이 하도 이상한지라 맞은편 산발을 미심결에 살펴보니 안개가 서서히 걷혀지더니 그의 눈앞에 어제까지만 하여도 칼날처럼 일직선으로 뻗어있었던 산줄기가 마치도 장군기를 앞세운 기발대렬처럼 기복을 이룬 봉우리로 변하여 나타났다. 그후 사람들은 묘향산의 산발도 고려군의 자랑찬 개선모습을 영원히 새겨두려는듯 기발대렬모양으로 봉우리를 만들어놓았다고 하면서 이 봉우리의 이름을 《탁기봉》이라고 부르며 전설화하였다. 물론 이 지물전설이 비록 꿈속의 산신을 비롯하여 환상적으로 형상되여있으나 여기에는 고려군의 승리를 영원히 전하려는 인민들의 소박한 념원과 지향이 반영되여있는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