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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우속에서 김 병 식
오늘 인민군군인들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두터운 배려에 의하여 훌륭한 무기와 최신전투기술기재로 무장되고있으며 모든 생활필수품들을 충분히 공급받고있다. 이 모든것들에는 우리 인민들의 피와 땀이 스며있고 사회주의조국을 튼튼히 보위하라는 그들의 절절한 념원이 깃들어있다. 군대의 무기, 전투기술기재는 더 말할것도 없고 조그마한 생활필수품 하나라도 그것을 귀중히 여기고 아껴쓰며 알뜰히 거두는것은 군인들의 애국심의 표현이며 국가와 군대재산에 대한 집단주의적품성인것이다. 간고한 항일무장투쟁시기에 우리 유격대원들은 피를 흘리며 적에게서 앗아낸 무기와 총탄을 비롯해서 유격대의 모든 재산을 무한히 아끼고 사랑하였으며 전투의 불길속에서도 그를 귀중히 보호하였다. 이것은 유격대원들의 생활기풍이였으며 습성이였다. 내가 나어린 몸으로 유격대에 입대하여 이러한 생활기풍이 습성화되기까지에는 지휘관들과 구대원들의 꾸준한 방조와 지도가 컸다. 특히 지휘관들이 들려준 위대한 수령님의 말씀을 가슴깊이 간직하면서부터 더욱 의식적으로 노력하게 되였다. 내가 유격대에 입대한것은 13살때였다. 그전까지 나는 로동판에서 《심부름군아이》로 왜놈들의 갖은 멸시와 학대를 받으면서 일하였다. 이때 나는 항상 굶주림에 허덕이였으며 사철 누덕옷한벌로 뛰여다녔고 신발도 한번 온전한것을 신어보지 못하였다. 이러다나니 자기의 옷이나 신발을 알뜰하고 깨끗이 거두며 차려입을데 대해서는 생각해본적이 없었고 귀중히 아끼고 사랑하는 물건이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던 나는 유격대에 입대하여 총을 비롯하여 탄탄한 광목에다 풀색물을 들여 만든 산뜻한 새 군복과 발에 딱 들어맞는 새 신발 등 여러가지 물품들을 받았다. 이때의 나의 기쁨이란 이루 헤아릴수 없이 컸다. 특히 일제놈들을 잡을수 있는 총을 받은것이 어린 나를 제일 기쁘게 하였다. 나는 짬만 있으면 총과 탄약을 반짝반짝 윤기나게 닦았으며 그것을 소중히 다루기에 온갖 정성을 다하였다. 그러나 로동판에서 하루하루를 되는대로 살아가던 생활속에서 물젖은 낡은 습성은 단시일내에 가셔지지 않았다. 옷이 해져도 제때에 기워입을줄 몰랐고 신발이나 개인휴대품들도 되는대로 건사했다. 그러던 어느날이였다. 지휘부 련락병들이 한자리에 모여앉아 무기소재를 하고있는데 문붕상동지가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그는 웃음어린 얼굴로 《누가 총을 제일 잘 닦았는가 어디 볼가.》하고 우리들의 총을 하나하나 들고 세부분에 이르기까지 자세히 살피는것이였다. 총을 다 보고난 그는 《이만하면 다 괜찮소. 특히 병식동무가 총을 제일 잘 거둔것 같구만.》하고 나를 칭찬해주는것이였다. 우리들의 생활에 대하여 여러가지로 물어보며 담화를 하던 그의 시선이 나의 꿰진 바지 무릎에 와서 멎었다. 나는 엉겁결에 손으로 무릎을 슬쩍 가리웠다. 이때 그는 빙그레 웃으면서 《병식동무의 무릎이 몹시 처졌구만.》 하더니 안주머니에서 바느실을 꺼내들고 나에게 바투 다가앉는것이였다. 그 순간 나는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것을 느끼면서 급히 일어나 제손으로 깁겠다고 몇번이나 사양하였다. 그러나 그는 너그러운 웃음을 지으며 《아마 내 솜씨보다 못할게요. 자, 다리를 쭉 펴고 앉소. 잠간 참으면 되오.》라고 하면서 기어이 무릎이 처진 곳에 바늘실을 꿰고야말았다. 문붕상동지는 아주 능숙한 솜씨로 시적시적 바느질을 해가면서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유격대원은 총을 잘 쏠뿐만아니라 바느질도 잘해야 한다오. 그래야 옷이나 신발 같은것이 꿰져도 제때에 보기 좋게 기울수 있지 않겠소. 조금 처졌을 때 제때에 깁지 않으면 보기도 흉하거니와 어느새 영 버리게 되거든. 그래서야 되겠소. 그것들이 얼마나 귀중한것인데.…》 그는 잠시 일손을 멈추고 우리를 한번 둘러보더니 사령관동지께서 항상 강조하시였다는 말씀을 들려주었다. …혁명군대는 비록 어떤 어려운 조건에 처하더라도 자기 생활을 알뜰하게 꾸릴줄 알아야 한다. 동지들이 피를 흘리며 적들에게서 빼앗아낸 모든 물자는 그것이 사소한것이라 할지라도 우리의 귀중한 재산이다. 때문에 우리는 유격대의 모든 물자를 소중히 거두고 아껴쓸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곤난할수록 외모도 더 단정히 하고 항상 몸을 깨끗이 해야 한다. 이렇게 자기 생활을 알뜰하게 꾸릴줄 아는 사람은 전투에서도 용감하며 혁명과업도 실속있게 수행한다.… 그가 들려준 사령관동지의 말씀의 구절구절은 나의 심장에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 말씀은 꼭 나를 두고 하신것만 같았다. 깊은 생각에 잠긴 나는 그가 바느질을 끝낸 다음에도 얼마동안 고개를 숙인채 못박힌듯이 그자리에 앉아있었다. 이날밤 자리에 누운 나는 지금까지의 자기 생활에 대한 자책이 가슴속에 치밀어올라와서 잠을 이룰수 없었다. 이리저리 모대기던 나는 더는 누워있을수 없이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동무들의 잠을 깨울가 조심하면서 옷, 신발, 모자, 내의, 기타 내가 가지고있는 모든 소지품을 내놓고 다시한번 살펴보면서 처진데는 깁고 어지러운것은 씻고 배낭속도 말끔히 정리하였다. 그후부터 나는 유격대의 모든 물자를 소중히 거두고 아껴쓰는데 무척 애를 썼으며 자기의 외모를 단정히 하는데도 항상 주의를 돌렸다. (동지들이 피를 흘리며 구해낸 유격대의 재산을 자기 생명과 같이 귀중히 사랑하며 보호하리라.) 이러한 생각이 언제나 나의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우리 부대가 통화현의 어느 수림속에 림시로 밀영을 정하고 군정학습의 나날을 보내던 때에 있은 일이다. 그때가 아마 1938년 3월 초순이라고 기억된다. 밀영지에 희끄무레하게 먼동이 터올무렵이였다. 갑자기 보초대에서 적이 나타났다는것을 알리는 총소리가 울렸다. 그러자 이어 좌우측산에서 적의 기관총소리가 자지러지게 들려왔다. 우리의 행처를 알기 위하여 눈에 쌍심지를 달고 온 수림지대를 개싸다니듯 하던 《토벌대》놈들이 불의에 달려든것이였다. 벌써 좌측과 우측산에서 놈들이 새까맣게 기여내리고있었다. 적의 력량은 상당한 수에 달하고있었다. 지휘관은 부대를 전개시키기 위하여 급히 밀영지에서 빠져 이미 지정되여있는 집결장소로 옮길것을 명령하였다. 어느새 모든 준비를 갖춘 대원들은 감쪽같이 병실을 빠져나와 수림속으로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나도 총소리가 나는 순간 무기와 배낭을 휴대하고 문붕상동지를 따라나섰다. (그때 나는 그의 련락병이였다.) 그런데 한참 가다가 문득 생각나는것이 있어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아차, 모포와 노루가죽을 두고왔구나.) 아직 이런 불의의 정황에 단련되지 못한 나는 덤벼치다가 그만 그것을 잊고왔던것이다. 이때 대원들의 철수정형을 살피면서 나의 뒤로 뛰여오던 문붕상동지가 소리치는것이였다. 《병식이 빨리!》 나는 아무말도 못하고 묵묵히 몇걸음 더 뛰였다. 그러나 모포를 두고온것이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동지들이 피를 흘려 얻어낸 그것을 어떻게 버리고 간단 말인가.…) 나의 머리에 이런 생각이 번개쳤다. 그러자 가슴에서는 반드시 모포와 노루가죽을 가지고 가야 한다는 굳은 결심이 용솟음쳤다. (그렇다, 절대로 버리고 갈수 없다!) 나는 속으로 이렇게 부르짖으며 남몰래 슬쩍 옆으로 빠졌다. 사실 이때 나는 아직 적들이 눈먼 총질을 하며 또 내가 병실에서 얼마 뛰여오지 않았기때문에 달려가 모포를 말아가지고도 능히 대오를 따라잡을수 있다고 생각하였던것이다. 나는 날쌔게 병실쪽으로 다시 뛰여갔다. 그런데 적들은 벌써 밀영에 접근하고있었으며 적탄은 더욱 세차게 쌩쌩 날아왔다. 병실안에 들어가니 모포와 노루가죽은 제자리에 있었다. 그때의 나의 기쁨이란 정말 한량없었다. 내가 그것을 얼른 말아서 집어들고 밖으로 나오는데 한무리의 적들이 문붕상동지와 우리 대원들이 달려간쪽으로 총을 쏘며 몰려가고있었다. 그중 한놈이 나무그루터기에 의지하여 뛰여가는 우리 동무들을 조준하고있었다. 나는 얼른 그놈의 뒤통수를 겨누어 단방에 꺼꾸러뜨리고 다른 놈들에 대해서도 몇방을 갈겼다. 그러자 수림쪽으로 뛰여가던 놈들이 되돌아서서 딴 방향으로 달리는 나를 추격해오기 시작했다. 나는 모포와 노루가죽을 단단히 틀어쥔채 뒤에다 대고 총을 계속 쏘며 달렸다. 그러다가 나는 큰 몽둥이로 다리를 얻어맞은듯 한 감을 느끼면서 그자리에 푹 주저앉았다. 적탄에 부상을 입은것이였다. 적들은 나를 생포할 양으로 고함을 지르며 점점 더 가까이에 다가왔다. 그자리에 그냥 더 앉아있을수 없었다. 다시 일어난 나는 놈들에게 몇방 갈기고는 참나무가 빼곡히 들어선 숲속으로 몸을 피하였다. 그리고 재빠르게 속이 빈 진대나무속에 몸을 감추었다. 나를 뒤쫓아 숲가에 다달은 적들은 숲속에 대고 미친듯이 총질하며 수색하여 들어왔다. 아슬아슬한 순간이였다. 그러나 놈들은 나를 발견하지 못하고 나의 앞을 그냥 스쳐지나갔다. 이런 틈을 타서 나는 계속 숲속을 뚫고 야산 하나를 넘었다. 적들은 더 추격하여오지 못했다. 이렇게 하여 나는 모포와 노루가죽을 구해낼수 있었다. 그날 부대와 떨어진 나는 단신으로 숲속을 헤매며 많은 곤난을 겪던 끝에 부대를 찾았다. 후에 안 일이지만 그때 부대에서는 집결장소에 도착하자 유리한 계선을 차지하고 적을 물리친 다음 새로운 밀영으로 옮겨갔던것이다. 그리고 나를 찾기 위해서 대원들을 파견하여 림시로 밀영이 자리잡고있던 주변을 수차에 결쳐서 수색도 해보았고 행여나 내가 나타날가 하여 그곳에다 매복까지 조직하고 기다리게 했으나 나와 길이 어긋나서 서로 만나지 못하고말았던것이다. 그러다나니 지휘관들과 동무들을 무척 근심시켰다. 나를 보자 동무들은 깜짝 놀라며 여간만 기뻐하지 않았다. 문붕상동지는 두손으로 나의 두어깨를 와락 그러당기며 《병식이!》하고 큰소리로 불렀다. 그리고는 잠시 아무 말도 없었다. 그러다가 나에게서 한발자국 물러서서 엄하게 이렇게 말하였다. 《병식이! 누가 보고없이 대오에서 떨어지라고 하였소?! 언제부터 그렇게 규률을 위반하게 되였소? 앞으로 다시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소!》 그러나 이때 나는 그의 격한 어성에서 격렬하고 뜨거운 육친적사랑을 가슴깊이 느꼈다. 이것은 벌써 오래전에 있은 일이다. 그러나 오늘도 나는 모든 물자를 다루고 쓸 때마다 그때에 있은 일을 잊지 않는다. (동지들이 피를 흘리며 얻어낸 우리의 재산을 아끼고 사랑하자.) 실로 우리는 이러한 사령관동지의 가르치심대로 유격대생활을 꾸려나갔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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