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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권용산이가 그러했듯이 강성태는 비오는 산판등성이를 철떡거리며 마가리들을 찾아다니고있었다.

그동안 권용산이가 준비하고 기초를 닦아놓은 《반일청년동맹》을 결성하고 산판투쟁을 벌리기 위해 핵심들을 소집하고있는것이였다.

김정숙동지께서 직접 산판에 올라오시여 조직을 뭇고 투쟁을 지도하시겠다고 하시였다. 거기에는 귀중한 혁명동지가 피를 흘리며 이루어놓은 자취를 묻어둘수 없었으며 숨을 거두면서도 애타게 바랐을 그의 소원, 그의 모든 희망이 성취되여 혁명전의 꽃으로 붉게 피여나게 하시려는 그이의 깊은 뜻이 스며있었다.

캄캄하게 어두운 밤이였다.

그는 풀더미같은 검스레한 마가리를 바라보며 다가가 땅에서 손더듬을 하여 조약돌을 찾아쥐였다.

그것으로 몇번 마주 찧어 딱딱소리를 내였다. 그리고 어둠속에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문이 삐걱하고 열리는 소리가 울리더니 한사람이 조용히 발을 저겨디디면서 다가왔다.

《나요!》

강성태는 낮은 소리로 자기를 알리였다.

《누굽니까?》

상대방은 강성태의 목소리를 알아듣지 못한다.

《나라니까.》

강성태는 이렇게 말하다가 상대방이 자기의 목소리에 익지 않았으며 그리고 자기를 권용산과 얼핏 혼돈하고 당황해한다는것을 느끼자 급급히 이름을 외웠다.

《강성태요. 안됐소.》

《예. 이거 안됐습니다.》

《안될거야 없지. 마땅히 찾아올 사람이 찾아오지 못했으니 혼돈할수밖에… 오늘 회의가 있소. 권용산동무가 준비를 하고있던…》

《알겠습니다.》

《오늘 동무들은 중요한분을 만나게 되오. 그러니…》

《어떤분말입니까?》

다그쳐묻는 청년의 말에 강성태는 동안을 두었다가 조용히 말하였다.

《이제 날이 밝으면 곧 알게 되오. 귀한분이니 비밀을 엄수해야겠소.》

청년은 당황해하는 기미를 나타냈다.

이런 때 권용산은 로골적인 충고를 주군했었다. 그러나 강성태는 부드럽게 에둘러서 이야기한다. 아직 가까이 사귀여보지 못했으며 권용산을 통해 알고있는것밖에 다른것이 없었기때문이였다.

청년은 사죄하듯 말했다.

《제가 묻지 말아야 할것을 물었습니다. 이전에도 규률이 없다고 충고를 들었는데… 누구와 함께 오랍니까?》

《찬혁동무 한사람만 데리구 오오.》

《예, 알겠습니다.》

강성태는 청년의 등을 밀어 돌려세우고 경사지에 미끄러지면서 걸었다.

이 길은 권용산이 걸어야 할 길이였다. 수없이 그의 발자국이 찍혀있을 이 길을 걷자니 강성태는 가슴이 미여지는것 같아 자주 발을 멈추고 주위를 돌아보게 되였다.

초막에 들어서니 일군들의 밥을 짓느라고 불을 지펴놓고 이남박에 쌀을 일고있던 복순 어머니가 강성태를 보자 바삐 이남박을 내려놓고 우장을 벗겼다.

《밤중에 누가 찾아오지 않았소?》

《대호상에 있다던가 하는 얼굴이 길쭉한 젊은이가…》

《그래서?》

《시켜준대루 아침밥 자시구 일군들 일나간 다음에…》

《됐수다. 어서 쌀을 일구려. 두어그릇 여분이 있게 지어서 찬이랑 갖추어 부뚜막에 올려놓수다.》

《귀한분 오시나요?》

복순 어머니는 반색을 하며 호기심이 동해 물었다.

아낙네는 요즘 생기가 돌아 일하고있었다. 합숙인부들이 감독놈에게 밀려가서 앓는 사람의 밥값을 면제하고 치료를 해줄데 대한 투쟁을 벌려 밥값만이라도 제해주겠다는 대답을 받은것이였다.

복순 어머니는 주인이 조금만 병을 털고 제발로 걷게만 되면 고향에 돌아가려고 맘먹고있었다. 복순 어머니 일이 편것때문에 인부들의 기세는 자못 높았다. 그들은 자기들이 들고 일어나서 감독놈을 누르고 이만한 성과라도 얻을수 있게 된것이 여간 기쁘지 않았으며 이제는 가만히 앉아있을것이 아니라 들고 일어나 맞서야 하겠다는 각오들을 가지게 된것이였다.

이런속에서 합숙에는 가난한 사람들끼리 서로 의지해 살려는 지향밑에 《상조》가 생겨나고 그것을 외피로 둘러쓴 《반일청년동맹》조직의 기초가 꾸려지고있었다.(복순 어머니도 《상조회》의 성원으로 활동하고있었다.) 합숙에서 생겨난 《상조회》는 산판의 여러 합숙들에 줄을 뻗치고 청년들을 흡수하는 일들을 맹렬히 벌리고있었다.

《아주 귀한분이 오시오. 그러니 준비를 잘 갖추어야겠소.》

《뉘신데요?》

강성태는 대답을 않고 부엌안을 둘러보았다.

《찬거리랑 뭐 좀 갖춘게 있소?》

《북어 두어코하고…》

《그다음에?》

강성태는 머리를 끄덕이다가 물었다.

《그다음에야 뭐 있나요. 산나물하구 부락에 갔다 고추장 한종지 얻어온것이 있지요.》

《살림두 궁색하군.》

강성태는 입맛을 쩝쩝 다시더니 캡을 벗어 비틀어짜가지고 그것으로 젖은 머리며 목덜미를 훔쳤다.

《북어 있는대루 내여다 두들겨서 뼈랑 털어버리구 장을 발라 구수하게 찌시우. 고추장 가지군 산나물 무치구. 내 실수했군. 신방자초막에 갔을 때 노루껍데기가 부엌봉당에 딩구는걸 보았는데. 올라가 명덕이를 깨우.》

《예.》

복순 어머니는 통나무를 쪼개 만든 사이문을 열고 들어가더니 팔이랑 허리춤이랑 다 짧고 솖아보이는 무명등거리 입은 청년을 데리고 나왔다.

《자네 감독놈들의 합숙에 가서 불을 때주면서 최감독놈의 기동을 살피게. 어제밤 술추렴을 하다가 어느 인부한테 머리를 얻어 맞았는데… 이놈이 오늘 하루동안만이라도 운신을 못해야 하네.》

청년은 강성태의 심부름에 그새 습관이 되여있는지 묻지도 않고 젖은 우장을 걸치고 걸어나갔다.

최감독놈은 가와사끼가 산판에 박아넣은 밀정이였다. 이 사실을 백지주에게서 알아내가지고 이놈을 따돌리기 위해 《상조회》의 한 인부를 시켜 같이 술마시게 하고 취중에 실수하는척하면서 병사리로 대갈통을 울려주게 한것이였다.

《옷 좀 말리우지요? 찬걱정은 마시구.》

복순 어머니는 강성태의 저고리앞섶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보면서 아궁앞에 불을 끄집어내였다. 강성태는 함빡 발등에 달라붙은 지하족을 벗어 물을 쏟아버리고 불앞에 앉더니 곧 다시 일어나 신을 신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천천히 몇바퀴 초막주위를 돌았다.

오늘 이 장소에서 김정숙동지를 모시고 조직을 결성하는 회의가 열린다.

강성태에게는 이 합숙이 아무래도 미타하였다. 나무를 찍어내는 채벌림이 멀지 않았고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며 게다가 주위는 반반히 나무를 찍어넘겨서 만일의 경우에 산속으로 몸을 피하기도 난처한곳이였다.

그러나 김정숙동지께서는 부디 이곳에서 회의를 하자고 하시였고 그것도 밤이 아니라 아침나절에 하는것이 좋을것이라고 하셨다. 무슨 뜻이 있어 그렇게 정하신 결심이라고 생각되여 강성태는 두말없이 응하고 회의를 소집하였는데 곰곰히 타산해보면 아무래도 비밀장소로서는 합당치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열번도 넘게 집주위를 돌았다. 복순 어머니는 문앞으로 규칙적으로 지나가는 발자국소리에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허리를 구부정한 강성태가 어깨며 잔등에 비를 맞으면서 지나가군하였다. 이윽고 강성태는 부엌으로 들어왔다.

복순 어머니는 별로 수상쩍은 생각이 들어서 강성태를 쳐다보았다. 강성태는 아까처럼 캡을 벗어 물을 쥐여짜더니 머리며 목덜미를 문질렀다.

《아주머니, 초막에 사람들이 제일 분주스레 들락거리는 때가 언제요?》

《하루 세끼 밥먹을 때지요.》

《그야 물론, 밥먹는 시간을 제하고는?》

《점심을 먹은 뒤나 저녁을 먹기전이나 또 저녁밥 먹은 뒤지요.》

강성태는 복순 어머니의 총명한 대답을 귀담아들었다.

《그럼 감독놈들이 많이 오는 때는 언제요?》

복순 어머니는 물음이 자못 심각하고 엄엄하다는것을 깨고 차츰 정신을 차렸다.

《감독놈들이야 초저녁에 싸다니지요. 깊은 밤중에도 가끔 와보구.》

《아침나절에는 어떻소?》

《그때엔 나다니는 사람이 없지요. 인부들이나 감독놈들이나 다 일터에 밀려가니까요. 간혹 인부들 몇이 떨어져있는 때도 일터를 살피느라고 감독들이 얼씬 안해요.》

《알겠소. 아침나절이 그중 안전하다는 말이군. 이젠 부지런히 하던 일을 하우. 북어랑 모두 들어내다 두들겨서 뼈랑 말끔히 털어버리구…》

《이젠 그만 짐작이 가니 걱정 마시구 옷을 말려요.》

복순 어머니는 눈웃음을 짓고 밉지 않게 나무라더니 부엌항아리속에 손을 넣어 북어 세마리를 집어냈다.

그리고 도끼모태에 놓고 콩콩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강성태는 아궁앞에 팔을 벌리고 앉아 입은채로 옷을 말리기 시작했다. 김이 문문 피여올랐다. 단김은 안으로도 들어가 살이 익는듯 하였다. 그는 한증을 하는 사람처럼 후후 입으로 단기를 내뿜으며 끈덕지게 앉아 이리저리 몸을 돌리면서 지졌다. 목덜미며 얼굴이며 손등이 벌겋게 익었다. 그때 《아앙!》 하고 산판을 세차게 뒤흔들며 싸이렌소리가 울려났다.

성급히 아침을 치른 인부들은 우장들을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어둠이 채 물러가지 않은 채벌장들에서 담배불들이 번쩍거리고 홰불망치가 타오르며 가끔 감독놈들이 들고 다니는 전지불들이 벙끗거리였다. 이어 톱질소리, 도끼질소리, 나무가 넘어가는 요란한 소리며 바람과 비방울이 한데 뒤엉켜 회오리를 일으키는 새된 음향들이 솟아올랐다.

잠시후 인부들과 함께 채벌구역에 나갔던 조직원들이 한사람 두사람 돌아왔다. 강성태는 그들중 두사람에게 급히 골짜기아래로 내려가 공작원동지를 모시고 올 과업을 주어 떠나보내고 다른 세사람에게는 감시임무를 주어 보초를 세웠으며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각 구역에서 모여오는 회의참가자들을 맞아들일데 대한 지시를 주었다.

날은 밝은지 오래였으나 하늘이 새까맣게 흐리고 게다가 구름들이 낮추 등판우에 깔려있어 먼곳의 사람은 똑똑히 볼수가 없었다.

복순 어머니는 부엌을 거둔다, 방을 정돈한다 바쁘게 돌아갔다. 그는 김정숙동지께서 올라오신다는것을 방금전에야 알았다.

그래서 복순 어머니는 노여워하였다.

잠시후에 초막에는 삼십명 가까운 핵심들이 모였다. 모두 집회의 성격을 알수가 없어 강성태의 긴장한 얼굴을 바라보고있었다. 그는 방안에서 두명의 청년들을 더 불러내여 원목더미 저편에서 이중으로 망을 보게 하고 안의 사람들에게는 밖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신호가 있기전에는 함부로 움직이지 말며 급히 헤여지라는 지시가 있으면 뒤문으로 하여 원목더미들사이로 흩어져야겠다고 하였다.

만단의 사전준비가 이루어지고 비상시의 계획까지 세워진 다음 강성태는 조용히 청년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동무들, 나는 동무들에게 대단히 중요한 사실을 알려드리자고 합니다. 우리가 그동안 진행한 모든 사업들과 공작들은 바로 다름이 아닌 김일성장군님께서 직접 파견하신 유격대공작원동지의 지도하에서 진행되였으며 앞으로의 모든 투쟁도 공작원동지의 지도밑에서 벌어지게 된다는것을 알리는바입니다!》

청년들은 처음 한순간 너무도 뜻밖의 사실에 어안이 벙벙하여 정신을 수습할수가 없었다. 정말 이게 무슨 일이냐 하는듯이 그들은 서로 얼굴들을 마주보며 감격에 넘쳐 어쩔바를 몰라하였다.

《모두 믿기 어려운 일이지요. 동무들!》

강성태는 말을 계속하였다.

그러나 동무들은 오늘 그분을 만나게 됩니다. 동무들은 특히 신임을 받은 핵심들이기때문에 공작원동지를 뵈옵게 되며 그분의 가르치심을 직접 듣게 됩니다. 얼마나 큰 영광이 우리앞에 다가왔습니까!》

강성태는 눈을 슴벅거렸다. 그 순간 방안이 떠나갈듯 한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사람들은 이 환희에 넘친 감격을 어떻게 터칠지 몰라 마구 설레였다.

《조용들하오. 소란을 피우지는 말아야겠소.》

강성태는 손을 쳐들어 만류하였다.

《그런데 동무들, 부탁할것은 비밀을 엄수하는것이요. 여기 모인 동무들은 공작원동지의 신변을 보위하는것을 혁명가의 의무로, 의리로 간직하고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친구나 친척, 부모처자에게도 물론 함께 손잡고 싸우는 다른 청년들에게도 이것만은 비밀로 되여야 하겠습니다. 혁명이 승리하자면 지도자를 보위해야 합니다. 더구나 동무들이 앞으로 일해나가면서 절실히 알게 되겠지만 공작원동지는 자신을 전혀 돌보시지 않고 위험도 곤난도 마다않고 도와주려구 나서기때문에 동무들이 이것을 알고 미리 잘 처신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념려마십시오!》

《우리들을 믿으십시오!》

청년들은 사방에서 감격에 넘친, 그러면서도 낮은 목소리로 부르짖으며 끝없이 설레였다.

강성태는 밖으로 나갔다. 모두 자리를 흐트리지 말고 정숙한 태도로서 기다려달라고 부탁하였다. 사람들은 긴장되고 뒤설레는 분위기속에서 한초, 한초를 기다리며 각기 공작원동지앞에서 자기들이 취할 행동이며 그리고 이 순간에 마땅히 해야 할 생각과 각오며 또 자기들이 미처 의식하지 못하고 놓치고있는, 분명 놓치지 말아야 할것을 놓침으로써 그이앞에 큰 실수를 저지를것 같은 걱정으로 마음을 놓지 못하고있었다.

《공작원동지께서 오셨소!》

강성태는 나지막한 소리로 외웠다. 방안사람들은 일제히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강성태의 뒤를 따라 김정숙동지께서 들어서시였다.

부엌에서 복순 어머니가 먼저 달려나오며 그이의 손을 와락 움켜잡았다.

《아지미!》

아낙네는 너무 기뻐 눈물을 흘리면 어쩔바를 몰라하였다. 그 순간 방안이 와르르 무너져내리는듯 사람들이 흩어지면서 부엌으로 밀려왔다. 그들은 자기들의 합숙에 올라오시여 옷도 빨고 찬거리도 마련하고 신발도 손질하고 앓는 사람의 병시중도 하시며 별의별 험한 일을 다해주시던, 고맙기 그지없던 그분이 유격대공작원이였다는것을 알자 놀라움과 더불어 솟구쳐오르는 감격을 금할수 없었던것이다.

강성태가 혼잡을 이루지 말고 자리를 정돈하라고 몇번이나 충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질서를 세워낼수 없었다.

사람들은 김정숙동지를 에워싸고 그냥 붐비며 돌아갔다. 그이께서는 얼굴을 익힌 여러 사람들과 일일이 인사를 하시면서 얼마전까지만 해도 복순 어머니의 가긍한 처지를 동정만 하고 한숨을 뿌리던 사람들이 이렇게 싸움의 길에 나선것을 보니 기쁘기 그지없다고 하시였다. 그새 험한 마음고생도 잊어버리고 병도 눈에 띄게 나아진 복순 아버지는 김정숙동지의 손을 부여잡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생각할수록 고맙기 그지없는 일이였다. 김정숙동지께서도 병자의 손을 쓸어만지시며 그와 이야기를 나누시였다.

이윽고 자리가 정돈되였다. 사람들은 자리에 앉아서도 흥분을 삭일수 없어 눈을 슴벅이면서 가벼이 들레고있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빛나는 눈길로 사람들을 둘러보시면서 채벌장에 이렇게 끌끌한 핵심들이 많이 자라난데 기쁨을 금치 못해하였다.

강성태는 방안에 모인 조직원들을 소개하였다. 김정숙동지께 이미 말씀드린바와 같이 도천리에서 온 청년들을 중심으로 남강, 대호상, 탕성리, 룡천리, 요방자 13도구에서 온 핵심청년들이라고 하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괴로움에 찬 눈으로 청년들의 얼굴을 돌아보시였다. 이들모두가 권용산이 땀과 피를 들여 찾아내고 규합한 청년들이고 그들이 모여앉은 이 귀틀집의 저 바람에 펄럭이는 창문과 벽과 천정도 그리고 급히 도끼로 다듬어만든 책상도 모두다 권용산의 손길이 닿아있는것이라고 생각할 때 가슴이 미여지는듯 한 아픔과 괴로움을 느끼시였다.

그이께서는 바람에 펄럭이는, 키가 낮은 출입문에 언뜻 눈길을 주시였다. 금시 권용산의 커다란 체구가 문앞에 나타나는것만 같으시였다. 그러나 문틈으로 거무칙칙한 숲이 마주보일뿐 그 너부죽한, 항상 웃음이 흐르던 권용산의 얼굴은 보이지 않으시였다.

《동지들!…》

김정숙동지께서는 목메인 소리로 그리고 힘들게 말머리를 떼시였다. 그러시고 분명 하시자던 말씀을 잊으시고 방안을 돌아보시였다. 옆에 누군가 얼른거리는것이 느껴지시여 이번에도 은연중 그리로 시선을 돌리시였다. 거기에는 권용산이 아니라 머리를 무겁게 떨구고 어깨가 꺼져내린, 그래서 아주 조그매진것 같은 강성태의 모습이 보이시였다. 얼핏 보기에도 입술을 깨물고있는 그의 얼굴은 이그러져있었다. 그옆에 앉은 지세경은 눈물이 떨어지는 얼굴을 창문쪽으로 돌리고있었다.

《동지들…》

애써 비애를 누르시며 그이께서는 한결 다잡으신 음성으로 부르시였다. 안광에는 불현듯 뜨거운 눈물, 그러지 말자고 거듭거듭 결심하신 그 눈물이 문득 고이였다.

뜻밖의 일에 부닥친 청년들은 숨을 죽이고 그이의 모습을 주시하였다. 벌써 그이의 안광에는 방안의 청년들이 안개속에 있는것처럼 뽀얗게 보이시였다.

《오늘 이 모임을 마련하느라고 그렇게도 애써오던 권용산동지가… 권용산동지가… 이 자리에 없습니다.》

마디마디 눈물에 젖은 음성이 그러지 않아도 무거운 방안의 공기를 눌렀다.

《그렇게도 어질고 순박하고 례절이 밝고 인정이 많던 동지를… 그가 소원한것은 제 나라, 제땅, 자기의 고향을 도로 찾는것이였습니다. 그는 일생 남에게 성 한번 내보지 못했고 남에게 아픈 말도 못한 어진 동지였습니다. 그런데 원쑤놈들이…》

김정숙동지의 음성은 자연 높아지시고 비분에 잠겨 떨리였다. 그리고 그이께서는 권용산의 희생을 깊은 애도의 심정으로 조용히 전하시며 머리를 떨구시였다.

방안은 뜻밖의 소식에 잠시 긴장해졌다가 가느다란 흐느낌소리가 터져올랐다. 뒤이어 가슴아픈 슬픔을 삼키는 흐느낌의 물결이 파도처럼 높아졌다낮아졌다 하였다. 벙글벙글 웃으며 원목을 끄는 소잔등을 커다란 손으로 철썩 때리면서 이제 있게 될 모임을 눈앞에 그리며 그렇게도 생의 기쁨에 충만되였던 사람이 갑자기 가다니… 슬픔은 이어 분노로 바뀌였다. 청년들은 눈물을 씻고 주먹을 불끈 쥐며 이를 갈았다.

《동지들, 우리는 권용산동지가 걸음걸음 피를 뿌린 이 채벌장에서, 권용산동지가 목숨으로 마련한 이 성스러운 모임을 가지게 됩니다. 오늘의 모임을 위하여 우리는 너무도 엄청난 희생을 바쳤습니다. 이 모임은 그가 생전에 그렇게도 념원했고 바랬으며 또 손꼽아 기다리던 모임입니다. 동지들…》

김정숙동지께서는 권용산이 오늘의 모임을 준비하느라고 다급히 만들었을 터실터실하고 아직도 습기가 축축한 책상을 떨리는 손으로 쓸어만지시며 잠시 말씀을 멈추시였다.

방안은 엄숙하고도 긴장한 공기가 흘렀다. 눈물이 마른 충혈된 눈들이 일시에 김정숙동지를 우러르며 까딱 움직이지 않고있었다.

《동지들, 원쑤놈들은 우리의 혁명동지를 빼앗아갔습니다. 원쑤놈들은 우리의 전진을 걸음걸음 총칼로 막으려고 더 큰 슬픔과 희생을 강요할것입니다. 우리는 이 원쑤들을 맞받아 투쟁에 일떠서야 하며 혁명동지의 피값을 천백배, 아니 천만배 받아내야 합니다.》

김정숙동지의 낮으나 강경한 음성이 날카롭게 허공을 갈랐다.

《동지들, 실지 투쟁은 이제부터 시작되며 이제부터 간고하고 복잡한 정황들에 부닥치게 될것입니다. 지난해와 금년초에 걸쳐 압록강연안과 장백일대에서 조선인민혁명군의 타격을 받고 수세에 빠진 일제놈들은 동변도를 안전지대로 만들기 위해 무슨 <특별대강>이라는걸 꾸며가지고 그 실현에 광분하고있습니다.

관동군사령부는 유격대에 대한 <토벌>로써는 도저히 기세를 제압할수 없다는것을 알자 이 지대에서 집단부락을 만들고 인민들과 유격대를 분리시키며 각종 선전공작을 들이대여 인민들에게 <황국정신>을 주입할 목적으로 이와 같은 특별<치안>대책을 강구하고있는것입니다. 놈들은 그 첫 대상을 장백지대에 정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시범을 도천리일대에 정하였습니다. 그런데 동지들이 잘 알다싶이 도천리에서 놈들의 토성공사, 포대공사가 실패에 직면하고있으며 놈들의 앞잡이인 백지주가 인민들로부터 고립을 당하여 맥을 추지 못하게 되였습니다.

도천리에서 놈들이 망하면 장백일대에서 망하게 되고 장백에서 망하면 동변도의 전지역에서 망하며 나아가서 일제의 <치안>정책은 총파산을 면치 못하게 됩니다. 그러니 놈들에게 있어서야 이게 얼마나 큰 사변으로 되겠습니까?》

김정숙동지께서는 청년들을 굽어보시였다. 놀라움과 감격이 뒤엉킨 하나같은 시선들이 그이를 주시하고있었다. 혁명사업의 규모와 중대성, 내용의 심각한 정황이며 사변들이 눈앞에 똑똑히 떠올랐고 그것은 누구에게나 일찍 겪어볼수 없었던 흥분과 긴장을 동시에 느끼게 하였다.

《형편이 이렇게 되고보면 놈들이 이제부터 얼마나 강압적조치를 강구하고 발악적으로 나올것인가 하는것이 짐작이 갑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말씀을 계속하였다.

《놈들은 우선 실패에 직면하고있는 토성공사, 포대공사를 빨리 다그쳐 인민들을 성안에 가두고 무서운 각종 폭압조치를 취하여 유격대와의 련계를 강제로 끊으려 할것이며 밀정들을 풀어 지하조직의 냄새를 맡으려고 발광할것입니다. 그렇기때문에 우리는 이에 대처하여 인민들을 빨리 각성시켜 놈들의 공사장에 나가지 않도록 하며 할수없이 나가는 경우 여러가지 방법으로 일을 태만하고 파괴하여 공사가 제대로 진척되지 않도록 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조직을 급속히 확대하여 마을을 지하조직망으로 뒤덮고 한놈의 밀정도 움직이지 못하게 하며 놈들이 어떠한 정책도 실현할수 없게 하여야 합니다. 여기서 바로 동지들, 이 채벌장에 있는 동지들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이 채벌장에는 마을들에서 끌끌한 청장년들이 뽑혀와있습니다.

앞으로 많은 핵심들이 여기서 나와야 하고 투쟁을 또한 여기서부터 크게 벌려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매일같이 찍고있는 나무들은 장백일대의 집단부락 토성과 포대공사에 들어갈 목재들이며 관동군사령부와 조선총독부에서 군수용으로 쓸 특수목재들입니다. 그렇기때문에 여러모로 투쟁을 벌려서 채벌인부들이 나무를 찍지 않도록 하며 찍어놓은 목재들을 못쓰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 투쟁을 벌릴수 있겠습니까?》

김정숙동지께서는 여기서 잠간 말씀을 멈추시고 한사람한사람의 표정을 눈여겨 살피시였다.

잠시 동안을 두시였다가 김정숙동지께서는 강성태며 지세경의 얼굴을 일별하시고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혁명은 인민들이 하는것이며 인민들을 옳게 묶어세워 투쟁에로 궐기시키려면 혁명조직이 꾸려져야 합니다. 그동안 동지들은 〈상조회〉와 같은것을 내옴으로써 서로 돕고 서로 의지하며 인부들의 리익을 옹호하여왔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법으로는 간악한 윈쑤들과 맞서 싸워이길수 없습니다. 여기에는 인부들모두를 힘있게 동원하고 투쟁을 지도할수 있는 혁명조직이 있어야 합니다.
이제는 여기 산판에 혁명조직을 내올 기초가 튼튼히 마련되였고 실지 투쟁속에서 단련되고 뜻을 같이 하는 동지들이 뭉쳐있습니다. 오늘은 이 산판에 〈반일청년동맹〉조직을 결성하게 됩니다.》

청년들은 기쁨과 감격, 긴장하고 엄숙함이 깃든 얼굴을 들고 숨을 죽여가며 김정숙동지틀 우러렀다. 그들은 한결같이 오늘의 이 순간을 기다리고있었다는 표정이였다.

그이께서는 《반일청년동맹》의 성격과 사명에 대하여, 이 조직이 김일성장군님께서 조직령도하시는 조국광복회조직의 한 형태이며 장군님의 사상을 받들고 조국의 광복을 위하여 싸우는 혁명조직이라는데 대하여 차근차근 설명하시였다.

《저는 오늘 산판의 〈반일청년동맹〉조직을 결성하면서 이 조직의 책임자로 도천리 상덕동지를 추천합니다.》

사람들의 시선은 일시에 출입문곁에서 일어서는 상덕에게로 쏠리였다.

키는 크지 않으나 어깨가 벌어지고 몸이 다부지며 나이에 비해 눈빛이 의젓한 상덕이가 조심스럽게 일어서서 청년들앞이 아니라 김정숙동지의쪽으로 얼굴을 돌리였다.

약간 당황한 눈길이 얼마동안 허공에서 언뜻하였으나 김정숙동지의 엄숙한 모습과 강성태의 엄한 기침소리에 힘을 얻고 머리를 힘있게 들었다.

《상덕동지는 원쑤들에게 아버지를 빼앗기고 불쌍한 동생과 어머니를 모시고있는 가난하고 천대받는 집에서 자라면서 나라없는 민족의 설음과 고통을 뼈에 사무치게 체험한 동지입니다. 지금도 집에서는 아버지를 잃은 어린 동생들이 죽물도 없어 배를 곯고있고 어머니는 앓는 몸으로 소작밭에 나가 땅을 허비고있습니다. 저는 상덕동지가 우리와 같은 처지의 농민청년으로서 반일청년동맹조직을 책임지면 자신의 몸과 마음 다 바쳐 싸우리라고 믿게 됩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믿음에 찬 시선으로 상덕을 바라보시였다.

이마를 덮은 총이 센 머리를 한번 손으로 쓸어올린 상덕은 자기를 지지하여 손을 높이 든 동무들의 사랑과 애정과 믿음이 담긴 시선을 바라보며 가슴이 높뛰는것을 느끼였다.

뜻이 깊고 무거우나 벅찬 박수가 한동안 방안을 울리였다. 한결같이 상덕을 지지하는 박수였고 기다리던 혁명조직의 탄생을 기뻐하는 박수였다.

김정숙동지께서도 조용히 생각에 잠기시여 박수를 치시였다.

그러신 다음 《반일청년동맹》이 앞으로 벌려나갈 사업을 구체적으로 말씀하시였다. 처음으로 적들의 목재채벌계획을 파탄시키며 목재의 채벌과 운반을 될수 있는껏 지연파탄시킬 문제가 론의되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조직원들의 의향을 물으시였다.

벽안쪽에서 한사람이 일어났다.

《공작원동지, 13도구조직원인 림우걸입니다. 어제 상덕동무가 상급조직의 지시라고 하면서 그 문제에 대해서 연구를 해가지고 회의에 참석하라고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요?》

《찍어놓은 목재를 못쓰게 만드는 방법을 저희들이 생각해냈습니다. 지금 이틀째 산판에 비가 내리는데 경사지의 원목더미들이 받침대가 없으면 모두 넘어갈 형편입니다. 감독놈들은 모두 햇내기들이여서 이걸 눈치채지 못하고있는데 우리들이 선손을 써서 해치우면 됩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상덕을 돌아보시였다. 어제저녁에 올려보내여 연구를 해보라고 하셨는데 벌써 포치를 하여 조직원들이 움직이게 만든것이였다. 상덕의 그 책임성이 하도 미더우시여 그이께서는 친근하고도 생각깊은 시선을 보내시였다.

《저의 생각에도 그럴듯이 느껴집니다.》

강성태는 시무룩이 웃으며 그이의 얼굴을 마주보더니 조직원들을 향해 다시 물었다.

《동무들은 어떻소. 림우걸동무의 제의가 마음에 드는가요?》

《마음에 들다뿐이겠습니까. 우리 대호상조직에서도 똑같은 생각을 했었지요. 절벽에 처박을 무지가 열댓무지는 됩니다.》

대호상에서 온 키가 큰 젊은이였다.

《저 동무가 대호상청년조직 책임자입니다.》

강성태가 김정숙동지께 말씀드렸다.

《참? 모두 끌끌한 동지들이군요. 열다섯무지면 얼마나 됩니까?》

《3분의 1은 되지요. 그걸 새로 찍자면 스무날은 걸립니다.》

《대단하군요.》

김정숙동지께서는 감탄하시였다.

《그러면 동지들, 지체없이 원목을 절벽에 굴리기 위한 투쟁을 벌립시다. 놈들에게는 여간만 타격이 아니겠습니다. 그런 이와 함께 채벌을 반대하는 운동도 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찍어놓은 원목을 못쓰게 만들고 새로 꼬박꼬박 찍어주어서야 안되지요.》

《그렇지 않구요.》

《그건 안됩니다.》

조직원들은 사방에서 떠들었다.

《그러면 이 일은 어떻게 하는것이 좋습니까? 어떻게 해야 채벌을 반대할수 있겠습니까?》

13도구조직원인 림우걸이 다시 일어났다.

《그건 도천리에서 하는 방법대루 봄씨붙임을 하겠다구 일제히 들구일어나 부락으로 돌아가면 되겠지요.》

《그렇게만 해서 될가요?》

김정숙동지께서는 웃으시며 반문하시였다.

《장백일대에서 온 농민들은 돌아간다치구 외지에서 온 농민들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들이 지주의 림지를 채벌해줄텐데요?》

그것은 자못 심중한 문제였다. 산판인부들을 어떻게 일제히 채벌에서 떼내겠는가? 하루라도 벌지 못하면 굶게 되는 형편인데 그들은 당장 씨붙임을 해야 하는 절박성도 없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말씀하시였다.

《문제는 이것이 중요합니다. 외지에서 온 농민들을 어떻게 투쟁에 인입하겠는가? 그들이 채벌을 반대하는 투쟁을 통해 각성되고 나중에는 혁명을 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투쟁에 궐기시킬것인가? 저의 생각에는 산판에서 일삯을 올리고 대우를 개선할데 대한 문제를 내걸고 일제히 파업을 하면 어떻겠는가 하는것입니다.》

《될수 있습니다!》

여기저기에서 청년들이 목소리를 합쳐 말하였다.

뒤켠에서 얼굴이 거밋거밋하고 부리부리한 눈을 가진 함흥에서 온 청년이 일어났다.

《우리가 일하는 채벌장에 함흥아바이가 있습니다. 함흥에서 돈을 벌려구 이태전에 소를 끌구왔다가 감독놈에게 소까지 떼우고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불쌍한 아바이인데 앉으면 산판에 불을 처지르겠다고 해요. 인부들이 싸움을 벌리면 이 아바이가 가만있겠나요?》

《우리 신방자채벌장에는말이오다.》

이번에는 다른 청년이 일어나서 스무나문 잘되는 경상도 인부들이 고생을 겪고있는 실정을 이야기하였다. 청년들은 앞을 다투어 일어났다.

그들의 이야기를 주의깊이 듣고계시던 김정숙동지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시며 신심에 넘쳐 말씀하시였다.

《확신이 생깁니다. 로동자출신〈반일청년동맹〉원들이 한개 채벌장씩 맡아가지고 외지에서 온 농민들에게 선전공작을 벌리십시오. 싸우지 않으면 살아갈수 없는 절박한 처지를 깨우쳐주십시오. 그래서 일제히 파업을 일으켜야 하겠습니다.

한쪽에서 쌓아놓은 원목더미를 절벽에 처박구 농민들은 마을에 돌아가고 외지에서 온 농민들도 파업을 일으키고… 이렇게 되면 놈들은 안팎으로 녹게 됩니다. 장백현일대의 마을들에서 벌리고있는 공사들은 다 중단상태에 빠지게 될것입니다. 놈들이 몇달만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만들면 그사이에 우리는 마을들에 조직을 확대하여 혁명촌을 꾸릴수 있고 다음단계의 투쟁을 주동적으로 끌고나갈수 있습니다.》

바람을 맞은 수림처럼 방안은 설레였다. 투쟁의 목표와 전망이 똑똑히 내다보이고 싸우면 이길수 있다는 신심이 북받쳤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자못 흥분하여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조직원동지들, 우리는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비록 목숨은 바칠지언정 변절하거나 투항하지 않으며 백사의 난관을 극복하고 결단코 싸워이기리라는 맹세를 다지고 혁명에 나선 몸들입니다.

강도 일본제국주의를 반대하고 조국의 광복을 이룩하기 위해 한몸바쳐 싸우는것은 조선청년으로서의 영예이고 자랑이며 크나큰 행복입니다. 반만년의 빛나는 문화와 유구한 력사를 이어오는 2천3백만 우리 민족이 결코 강도 일제에 의해 멸망해버릴수 없습니다.

조선이 일제에게 강점된후 조선인민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리며 싸워왔습니까? 그러나 조선민족은 승리하지 못하였습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조선을 이끌고 나갈 령도자가 없었기때문이며 위대한 령도자의 지도를 받지 못하였기때문입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위대하고 영명하신 령도자가 계십니다. 그이는 조선인민이 한결같이 높이 받들어모시는 김일성장군님이십니다. 장군님께서는 조선인민혁명군을 창건하시여 강도 일본제국주의를 삼대같이 쓸어눕히고계시며 조국광복회를 창건하시고 전체 조선인민을 조국광복전선에 묶어세우고계십니다.

동지들은 조국광복회산하에 조직된 〈반일청년동맹〉원들로서 김일성장군님의 혁명전사들입니다. 장군님의 혁명전사, 이 말보다 세상에 더 고귀하고 빛나며 자랑스러운 칭호는 없습니다. 동지들은 자기들이 일하는 채벌장에서 핵심청년들을 선발교양하여 오늘과 같은 조직을 내오기 위한 투쟁을 적극적으로 벌려 조직을 확대해나가야 합니다. 오늘은 비록 하나의 조직이 나왔지만 동지들이 나가 투쟁을 잘하면 열백의 동지들이 생겨날것입니다.

국내 여러 지역에서 온 동지들은 고향에 다녀올 때도 그렇고 여기서 일을 끝내고 고향에 돌아가는 경우에도 혁명투쟁을 계속하며 국내 곳곳에 혁명조직을 내와야 합니다. 나는 동지들이 김일성장군님의 전사답게 혁명가의 절개를 지켜 조국이 광복되는 그날까지 굴함없이 싸워나가리라는것을 굳게 확신합니다.》

폭풍같은 박수가 터져올랐다. 김정숙동지께서도 높이 손을 들어 조직원들에게 박수를 보내시였다.

조직원들은 저마다 키를 솟구고 눈을 슴벅거리면서 김정숙동지의 격려에 무한한 감동을 표하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한낮때가 가까와서 산을 내리시였다. 복순 어머니는 없는 재간을 내여 정성껏 마련한 식찬을 그이께 대접하지 못하고 떠나보내는것때문에 그냥 가슴을 앓았다.

김정숙동지께시는 녀인을 위로하고 일도 거들어주고싶으시였으나 오늘은 겨를이 없으시였다.

마을에서 원군물자조직사업을 포치하시고 급히 올라오신 걸음이시였다. 하루이틀새 도천리와 주변의 마을들에서 첫 원군물자대렬을 떠나보내기로 리동학이와 의논이 있었던것이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복순 어머니더러 하루속히 주인의 몸을 추세워가지고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소식만 들어도 정말 기쁘시겠다고 거듭거듭 말씀하시였다. 복순 어머니는 멀리까지 그냥 따라왔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돌아오시는 길에도 걸음걸음 권용산의 생각으로 마음괴로우심을 느끼시였고 숲속의 오솔길과 이름없는 나무들에서 그의 숨결을 느끼시며 주를 자주 돌아보시였다. 그러시고 문득 뒤를 돌아다보시였다. 그러나 꼭 있어야 할 권용산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복순 어머니와 청년들의 흰옷그림자가 언뜻거릴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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