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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마 비에 젖은 퇴마루에는 진창에 이겨진 허름한 신짝들이 빽빽이 들어찼다. 총이 끊어진 짚신짝이며 둔하고 껑충한 나막신들, 창이 빠져 흙물이 게발린 낡은 고무신짝들이 놓여있었다.

토방의 한쪽옆에는 사람들이 쓰고 온 마대짝이며 삿갓이며 벼짚우장이며 혹은 살이 꺾인 낡은 우산들이 쌓여있었다.

문을 열어놓은 사랑방에는 휘황한 남포불이 켜져있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아래방문설주옆에 방숙이와 함께 앉아계시였다. 춘옥이와 쌍별이는 남포등밑의 구석진곳에 자리잡았으며 세경이는 웃방 남정들사이에 앉아있었다. 옥탄이와 복방아 어머니는 늙은이들이 자리잡은 아래방 병풍밑에 앉아 소곤소곤 이야기를 주고받고있었다.

지세경은 조용히 눈길을 돌려 야학생들을 찾아보고 그들의 시선과 마주치면 알릴듯말듯 고개를 끄덕였다.

토방에서 향옥이가 나타났다. 향옥은 남정들이 있는 웃방을 들여다보다가 인차 아래방쪽으로 내려와 자리를 엿보고있었다.

지세경은 김정숙동지께서 손을 내밀어 향옥이를 옆에 끌어다 앉히시는것을 보았다. 누구의 손인지 모르고 끌려와 앉았다가 구장누이인줄 알자 흠칫 놀래여 어찌할바를 모르고 당황해하는 향옥을 지세경은 놓치지 않고 보았다.

사람들이 모여 기다린다는 전달을 여러번 받은 뒤에야 중대문안에서 백지주의 호걸스러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모시두루마기를 입은 웬 늙은이 둘을 데리고 나타났다.

백지주는 처마밑에 이르러 큰기침을 한번 깇더니 성큼 토방에 올라섰다. 그는 번쩍거리는 단장끝으로 신발들을 툭툭 밀어치우고 양피구두를 벗어놓았다.

《어서들 올라오시라구요.》

백지주가 두루마기를 입은 늙은이들을 돌아보며 권고하였다.

늙은이들은 으험으험 기침을 하면서 대돌을 밟고 올라섰다.

남포등에 유난히 빛을 내는 세컬래의 가죽구두가 초라한 낡은 신발을 깔고 버젓이 놓여있었다. 백지주는 사랑방 안쪽으로 성큼성큼 들어가 돗자리를 깔아놓고 벽밑에 앉았다.

《연사어른들두 이쪽으로 나오시오.》

백가는 두루마기 늙은이들을 깍듯이 존대해서 연사라고 불렀다. 그들은 사람들의 어깨를 타고넘어 앉은책상앞으로 나갔다.

백가는 핑핑하게 살이 오른 굵은 목대를 꿋꿋이 빼들고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그러다가 향옥이의 눈길과 마주치자 그는 약간 고개를 끄덕였다.

지세경은 그것도 놓치지 않고 눈여겨보았다.

백가는 춘옥이와 쌍별이를 볼 때에는 대단히 엄엄한 기상을 나타내였다. 나중에 김정숙동지와 시선이 마주띤 백가는 눈섭을 꿈틀하며 사뭇 놀라와하는 기색이더니 곧 눈을 돌려버렸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임에도 불고하고 열성껏 모여준걸 고맙게 생각하오. 내가 여러분네들을 급자기 모이라고 한것은 다름아니라 우리 협화회조직에서 귀하신 연사어른들을 내려보내주셨기때문이요.》

백가는 주기가 올라 불깃불깃해진 눈가장자리를 몇번 손바닥으로 문대고나서 말을 계속하였다.

《요즘 하늘의 천기를 보는 선비어른들은 저 태양에 무슨 흑점인가 하는것이 생겨서 땅에 흉년이 든다고들 말하오. 하지만 이건 밥먹고 할짓이 없어 하는 노릇이라고 나는 생각하오.

그래 누가 그 태양이라는델 한번 가보기나 했는가? 이건 비행기를 타고 지붕꼭대기도 날아보지 못한 녀석들이 모여앉아서 육밥을 새기느라고 지껄여대는 수작이란말요.

땅에 풍년이 들고 안들고 하는거야 의당히 농민 여러분이 일을 어떻게 알씸있게 하느냐 하는데 전적으로 달려있는게 아니겠소.

난 자고로 부지런해서 못산이 없구 게을러빠진자가 부자가 됐단 말 못들었소.

한데 요즘 우리 작인들속에서는 좀 퀴퀴한 소리까지 나돌고있단말요. 뭬냐 하면…》

백가는 씨름군처럼 한손으로 허리띠를 단단히 움켜쥐고 사람들을 노려보았다.

방안은 갑자기 긴장하고도 무거운 공기가 떠돌았다. 사람들은 아무 죄없이도 하나둘 고개를 떨구었다. 희미한 남포등불빛이 일제히 고개를 떨어뜨린 사람들의 푸수수한 뒤통수들을 비치였다.

《〈농민들이 못사는건 지주가 착취를 혹심하게 하기때문이다. 농민들이 잘살자면 지주가 없어야 한다.〉 이런 고약한 소리들이 떠돌고있단말요. 그래 여기 지주한테 가산이라도 털리운 사람이 있단말인가? 백주에 처자를 도적맞히기라도 했는가? 흉년에 보리쌀말이라도 꾸어주면 줬지. 에익 고현사람들. 은공을 몰라봐두 분수가 있지.》

백가는 누구에게라없이 불호령을 내렸다. 깔고앉은 돗자리가 부시럭거리고 무르팍이 푸들푸들 떨렸다.

《하는 분수로 보면 괘씸하기 이를데 없으나 몽매한 농군들의 소리라 이번까지만은 너그러이 참아 넘구려고 하오. 그러니 여러분은 여기 초빙되신 연사어른들의 말씀 잘 듣고 농민이 못사는건 무엇때문인가를 똑똑히 알아야 하겠소.》

백가는 소매자락을 펴들고 이마를 훔쳤다. 눈두덩은 푸르딩딩하고 조끼를 입은 가슴앞자락이 마구 떨렸다.

《그럼 송주사님께서 먼저 말씀 좀 들려주시오.》

백가가 곁에 앉아 안경을 닦고있는 갱핏한 늙은이를 보며 권고하였다.

《그러지요. 사양할게 있습니까?》

늙은이는 냉큼 안경을 꼈다. 좁고 길쭉한 얼굴에서 수정안경이 핀뜩핀뜩하였다. 늙은이는 재빨리 방안을 한번 휘둘러보았다. 지세경은 생쥐같이 약아보이는 늙은 연사를 커다란 경계심을 가지고 주시하였다.

《방금 백형국씨께서 저더러 연사라 하셨는데 제가 무슨 연사이겠습니까? 과거엔 가난뱅이였구 지금은 당당한 지주로 살고있는 송일파올시다. 저 북청일판에 오셔서 송일파를 찾으십시오. 그럼 모르는이 없습니다.》

늙은이는 턱을 달달 떨며 분수없는 계집년처럼 깔깔 웃어댔다.

백가도 껄껄거리며 웃었다.

방안은 잠시 술렁거렸으나 소요는 곧 가라앉았다.

송가는 만족스레 사람들을 굽어보았다.

《저의 아버지는 몹시 가난한 소작인이였습니다. 여러분이 겪어 아시는바이지만 남의 땅을 몇마지기 얻어 살아가는 살림이 오죽했겠습니까? 그래도 사실 부지런했으면야 남이 밥먹을 때에 시래기죽이래도 쑤어먹었지요. 한데 난 천품이 생겨먹기를 게을러 빠져서 종아리 걷고 흙탕물에 들어가기 싫어했으니 되겠습니까? 아버지 돌아가신후로는 소작땅까지 뺏겨버리구 살수가 없어 무작정 산속으로 들어갔습지요. 그때 저의 생각엔 어디 사람 없는곳에 가서 목이라도 매여 죽자고 했었지요. 그러나 막상 박달나무가지에 바줄을 던지고보니 어디 그렇게 쉽게 죽을수가 있었던가요. 에라 죽지 못할바엔 살기라도 해보자 하고 산중에다 초막을 얽지 않았겠습니까? 그리구선 마누라허구 계집애 하나를 데리구 나무뿌리를 캐먹기 시작했지요.

그러다가 차차 산속에서 새를 잡아다가 팔아먹는 재주를 배웠드랬어요.

아마 내가 산에서 나오기까지 내 손에서 죽은 새만 하더라도 그렇지 아마 수만마리는 됐을거야. 허허… 하여튼 그 뒤이야기는 내가 하는것보다 여기 박령감께서 하시는 편이 실감이 있을걸.》

송가는 번쩍거리는 안경을 벗어들고 옷자락에 슬슬 문질렀다.

《아니 구변좋으신이가 웨 갑자기 이러시오. 내처 허실것이지.》

눈섭이 수북하고 컴컴하게 생긴 로인이 손바닥을 가리고 하품을 하였다.

《어서 허시라구요. 모처럼 모이신 동네어른들의 청두 있구 하니.》

백가가 박가의 무르팍을 쥐여흔들며 권고하였다.

박가는 누런 금이발을 환히 드러내고 웃었다.

《그럼 동네어른들의 대접삼아 한마디 하리다.》

박가가 퉁퉁한 얼굴을 쳐들고 말을 하자 곧 시큼한 술냄새가 방안에 풍겼다.

《나는 본시 강원도땅에서 소문난 박포수였어요. 어느해 이른가을에 나는 화총을 둘러메고 개고개숲이라는데를 들어가지 않았겠습니까? 우린 대대로 사냥질을 해서 연명해오는 사람인지라 산속길은 손금보듯이 샅샅이 알건마는 이날에 들어선 골짜기는 꽤 험상하구 숲이 우거져서 어디가 어딘지 알수가 없더군요.

짐승을 찾아 한참 산길을 헤맨 나는 해가 떨어지자 그만 길을 잃었지요. 이런 딱한놈의 처지가 어디 있겠습니까? 어둠속에서 산세를 보니 꽤 깊숙이 들어온 모양인데 사방이 온통 수풀이고 벼랑인데다 그날은 하늘에 별조차 없어 방향을 가늠할수가 없었어요.

이젠 죽었고나!

나는 절망한 사람모양으로 꼼짝 못하고있었지요. 사방에서 짐승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립니다. 뿌적뿌적 나무가지를 꺾어치며 다가오는 발자국소리도 들리구요.

자고로 사냥군은 범한테 물려죽던지 벼랑에 굴러나죽는다고 하더니 진작 제명에 못죽는 모양이로다. 나는 부시를 쳐서 산에 불이라도 처지를가 하는 허망한 생각까지 먹었지요.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갑자기 설렁거리는 숲사이로 반디불같은 불빛이 깜박이는것이 아니겠습니까? 저게 짐승의 눈깔이 아니야? 나는 버쩍 신경을 곤두세웠지요. 그러나 암만 보아야 그건 인가의 불이였어요.

나는 그제야 불빛을 향해 숲속을 더듬어 나가지 않았겠습니까? 마침내 옴폭한 산탁에 묘하게 들어앉은 초막이 나타났어요. 나는 처마밑으로 다가가서〈쥔 계십니까?〉 하고 불러보았지요. 그랬더니 방문이 열리면서 사람의 상반신이 불쑥 나오는데 그게 남자가 아니고 녀자더란말입니다.

〈안됐습니다, 아주머님. 이 산으로 사냥을 왔다가 길을 잃고 고생하는 사람이올시다.〉 하고 나는 황급히 말을 하였지요. 〈어서 들어오세요. 큰일나실번하셨습니다.〉 하는게 아니겠습니까?

나는 기뻐서 〈바깥주인은 안계십니까?〉 하고 물으니 〈곰시 밖으로 나가셨어요. 그래도 상관있습니까.〉하며 문을 훨쩍 젖혀줍디다. 나는 방에 들어갔지요. 아래목에 칠팔세 되여보이는 딸애가 잠자고있었지요. 나는 주인이 어디 갔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웬걸 사냥하러 나갔다는게 아니겠어요. 〈이 밤에요?〉 나는 놀라 또 물었지요. 〈놀라실게 없어요. 다른 사냥과는 달라 새사냥을 하신답니다. 새들이 자는 보금자리를 들추지요. 그래서 낮에는 놀고 밤에만 나가지요.〉 나는 놀라움을 금치못하고 새사냥이란 어떻게 하는것일가 하고 생각에 잠겨있는데 아래목에 누워 잠자던 계집애가 갑자기 경련을 떠는게 아니겠어요.

나는 등골에 땀이 즐벅해가지고 간신히 영문을 물어보았지요. 그때 아주머니가 처량한 안색을 짓고 말하는데 주인이 나가서 새새끼를 잡을 때마다 이상하게도 자고있는 애가 경련을 떤다는것이였습니다.

아주머니는 눈물이 글썽해서 하소연하더군요.

이 순간에 저는 자기의 생업을 돌이켜 생각하고는 몸서리를 쳤습니다. 저는 주인이 돌아오거든 어떻게 권면해서라도 이 일을 그만두게 하겠노라고 약속했답니다. 마침내 저는 여기 송주사님을 설득시키고야말았지요. 우리 두사람은 의형제를 맺었답니다. 그리고 함께 산에서 나왔지요. 이건 십년전 일입니다. 십년동안 우리는 지주의 토지를 소작하여 근실히 농사를 지었어요. 아참 그간의 고생을 무슨 말로 다 표현하겠습니까? 먹을걸 안먹고 입을걸 안입구 쓸걸 안쓰구 온갖 구박과 멸시와 업심을 다 참아가며 땅에 붙박여살았어요. 참말 누구에게 치탈할게 없어요. 있는이들에 의지해서 제가 근실하고 부지런하면 재산을 모으게 되는겁니다.

보십시오. 십년새에 가난뱅이던 송주사께서 어엿한 지주가 되시구 나도 당당하게 독농가의 명예를 쓰지 않았습니까?

여러분네들, 그러니 농민이 못사는건 지주탓이 아니라 모두 제탓이야요. 지주때문에 못산다는건 공산당하는 사람들이 부추기느라 하는 소리니 듣지 마시고 농민은 죽기내기로 땅하구 해봐야 해요. 무슨 사상놀음에 들떠다니다가 신세를 망치지 말구 착실히 농사지으시란 말씀이야요.

듣자하니 요즘 백지주어르신네는 목재판에 돈벌이감을 잔뜩 마련해놓으셨다는데 그게 여북 좋은 일입니까? 남편들은 목재판에 가서 공사용목재를 찍으시구 아낙네들과 애들은 집에서 농사를 짓구… 이래서 돈을 벌어들인다면 모두 지주도 될수 있고 독농가의 명예를 가지게도 되는거야요.》

박가는 말을 끝내고 점잖게 머리를 숙였다. 백지주가 두손을 머리우로 번쩍 올려가지고 손벽을 쳤다. 몇사람이 덩달아 박수를 쳤다.

《으험.》

백가는 사기충천하여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연사어르신네들의 말씀을 듣구서 생각이 많으신줄 알겠소. 고약한 심보들을 버리구 마음을 양순히 가져주기 바라오. 목재일이면 목재일, 농사일이면 농사일 가리지 말구서 열성을 내야 하겠단 말씀이요.》

사람들은 술렁거렸다. 그러나 누구도 자기 주견들을 가지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지세경은 사뭇 당황하여 김정숙동지께 눈길을 돌렸으나 어쩐 일인지 그이께서는 자리에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들레면서 얼떠름해있는것을 보자 백가는 기세를 올려가지고 한바탕 휘두를 차비를 하였다.

《그럼 어디 몇사람에게 물어나봅시다. 저 엄치수네 적은이 자넨 어쩔터인가?》

백가는 웃방 문턱밑에 앉은 어리숙한 농군에게 물었다.

《벌이가 좋다는데 채벌적지루 가야 합지요. 농사는 아낙한테 떠맡기구요.》

《옳거니, 그래야 하느니. 그럼 쇠돌이네 어멈, 거기선 어쩔터인가?》

《쥔 하는대루 해야지요. 나야 평생 땅을 허비구 살아온 아낙인데 쥔 없다구 땅을 묵이기야 하겠나요.》

《허허, 그 말세가 구수하다.》

백가는 엉치를 들썩거리며 웃어댔다. 연사라는 늙은이들도 아낙네가 구수하게 말한다고 치사들을 하였다.

부쩍 승기가 난 백가는 이 사람 저 사람에게 그냥 질문을 들이대더니 그만 일이 괜찮게 되여간다고 단정하고 늙은이들을 향해 말하였다.

《오늘밤 우리 농군들 깨달은바가 이만저만 아닌것 같습니다. 자고로 지주와 농군이 있었던것은 응당한 일이고 또 지주와 농군이 화목하게 살았던것도 세인이 잘 아는 사실이 아니겠소. 그러니 연사어른들, 이에 대해서 좀더 리치를 따져서 말씀해주시오.》

《예, 어서 그러리다. 이젠 동리어른들하구 구면이 돼버렸으니 뭘 념려할게 있겠나요.》

박가가 손바닥으로 입술을 훔치면서 일어섰다.

《지금 돌아가는 소문에는 지주때문에 농민이 못살고 농민이 잘살자면 지주를 없애야 한다고 기세들을 올리고있지만 기실 이 지주라는것은 없어지지도 않고 더 늘지도 않는 하늘이 정해준거야요.

무슨 말인고 하면 이 동리에서 부자 하나가 망하면 저 동리에서 부자 하나가 생기고 만석짜리 부자 하나가 없어지면 오천석짜리 부자 둘이 생기고 천냥짜리 부자 하나가 망하면 오백냥짜리 부자 둘이 생기는게 세상리치란 말씀이야요.》

《그것참 들으면 들을수록 귀맛당기는 이야기로군, 세상문서라는게 이래서 흥미있다는게 아니겠소.》

백가가 얼른 말을 받아가지고 웃음절반 말절반으로 떠들어댔다.

《한데 공산당하는놈들이 이 철리를 알지 못하고 드덤빈단 말씀이요. 지주를 없앤다, 착취자를 없앤다, 무엇을 어찐다 하구서, 세상리치를 모르는것들이 하늘의 뜻을 어기자구 해서 될탁이 있는가?》

《참.》

송주사라는 늙은이가 턱을 달달 떨며 끼여들었다.

《모르고 하는게 어디 그뿐인줄 압니까? 공산당은 지주만 아니라 일본사람들까지 반대를 해서 전쟁을 하겠다는 판이야요. 왜 전쟁을 하겠느냐고 물으면 일본사람들이 나라를 빼앗고 인민들을 착취하며 학대하기때문이라고 말하는거야요. 얼핏 보면 그럴듯하지만 이것 역시 문서를 모르고 하는짓이야요. 이제 좀 들어보시라요.》

늙은이는 조끼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여 아래턱을 몇번 훔쳐내더니 곧 말을 이었다.

《옛날에 어떤이는 이 세상을 온통 전쟁판이라구 보았어요. 사람들은 왼통 군인이고 지식이라는 날챙기를 들고 서로 싸우고있다고 하였어요. 그건 아주 그럴듯한 말씀이야요. 한데 이보다 알맞는 비유는 세상이 온통 도박장이라는거야요. 세상이라는 커다란 투전판에서 인간이라고 말하는 투전군들이 판을 차리고 화투, 사오패, 땅딸구리, 마장, 윷을 쳐가면서 죽기내기로 서로 뺏을내기를 한다는 말씀이야요.

이 투전판에서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느냐 하는 문제는 누가 손탁이 세고 뒤돈이 많고 외수를 잘하느냐 하는데 전적으로 달려있는거야요.

나라로 말한다면 손탁이 세야 한다는것은 민족이 강하고 군대가 많고 군기가 좋아서 세력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고 뒤돈이 많아야 한다는것은 자본이 많아야 한다는 뜻이요. 외수를 잘해야 한다는것은 학문과 지식이 많아서 남의 나라 남의 민족을 잘 속이여야 한다는 말이야요. 한데 조선이라는 투전군들은 과연 어떠한가요? 투전에서 이기는 세가지 가운데 어느 하나도 가지고있는게 없어요. 우선 정치적으로 보아서 민족의 세력이 없고 경제적으로 보아서 자본이 없으며 또한 지식이 없음으로 하여 상업과 공업이 발달되지 못했어요. 그러니 투전에서 이기지 못하고 지기만 하여 나라가 살아갈 길이 바이 없이 되였어요.

그런즉 투전을 할줄 모른다고 문을 닫아걸구 가만히 숨어살수가 있나요? 그렇게도 못하는 노릇이야요. 옛날하구 달라서 지금은 자동차가 달리구 비행기가 날구 하는 세상이야요. 동서양이 이웃같이 돼버린 밝은 세상천지란 말씀이야요. 앞문을 열면 일본이구 뒤문을 열면 서양이고 봉창을 내다보면 청국이예요. 그러니 투전판에 끌려나가지 않을수 있나요. 말 안들으면 대포소리를 울리는 판이야요. 할수없이 끌려나가서는 속바지까지 벗어주고 사타구니를 움켜잡고 들어서는 신세예요. 이런 때에 일본이라는 나라가 조선사람을 보호하려구 선뜻 투전판에 나선거야요. 손탁세구, 뒤돈많구. 외수 잘하는 일본이 조선하구 한나라가 돼가지구 서양 청국을 상대해서 투전을 한단말이야요.

그런즉 이것이야말로 큰 복이 아니겠나요. 이 고마움을 모르고 공산당하는것들이 일본을 반대하는 전쟁을 하려드는거야요.

여러분네들, 리치는 이렇사와요. 공산당하구 친할테냐 일본하구 친할테냐 하구 물으면 이제는 일본하구 싸우겠다는 사람들이 없을줄로 알아요. 그러니 여러분들은 기착을 해서 토성공사, 포대공사를 다그치시라요.

백주사님의 권고를 달게 여기구 일을 착실히 하면 일본사람들한테서 복많이 받게 되구 우리들처럼 독농가의 명예를 안구 지주도 어렵지 않게 되는거야요.》

《환영이웨다. 만족이웨다!》

백지주는 크게 감동하여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기까지 하면서 박장을 쳤다. 방안은 사뭇 팽배한 긴장이 어려있었다.

지세경은 초연히 당황하였다.

놈들이 순박한 농민들앞에서 그럴듯이 협잡을 하고있다는것은 알수 있었으나 그것을 당장 무찔러낼 방도가 그에게는 떠오르지 않았다. 지세경은 사뭇 어찌할바를 모르고 초조와 긴장에 가슴이 죄여들었다.

백지주는 기세를 올려 농민들을 다그어대고있었다.

《밤도 깊어가는데 우물쭈물할것없이 제꺽 상론들을 합시다. 토성공사는 어떻게 하고 씨붙임은 어떻게 하며 산판채벌은 어떻게 할려구 한다, 이렇게 씨원씨원히 속심들을 헤쳐놓잔말이요. 일심전력으로 재산을 모으고 잘살아볼 생각들을 했을테니까…》

방안은 갑자기 고요해졌다.

《아니 웨 이렇게들 결심이 늦소?》

백지주가 목을 뽑아들고 엄엄하게 채근하였다. 그때 춘옥이가 일어났다. 지세경은 눈뿌리에 힘을 모아 춘옥을 주시하였다.

《제가 결심을 말하기전에 한가지 연사어른들앞에 물어두 좋겠어요?》

백지주가 입을 열기전에 안경쟁이 늙은이가 냉큼 대답하였다.

《질문이 있으면야 허세야지요. 복잡한 세상이야기면 몰라두 내 살아온 곡절이야 말 못하겠나요?》

《그렇다면 묻겠어요. 연사어른은 아까 밤새를 잡아다 연명을 했다고 하셨는데 대체 어떤 새들을 잡았는가요?》

《그것참, 질문이 구수하웨다.》

늙은이는 턱을 까불며 웃기부터 하였다.

《그저 부락에 흔한 새들로부터 시작하여 희귀한 산속 새들을 가리지 않고 잡았지요. 저 참새, 박새, 노고지리, 밀화부리, 꾀꼴새, 그담에 부엉이, 박쥐같은것두 잡구, 개구마리, 뻐꾸기… 아무튼 그 수자를 헤일라면 한정이 없어요.》

《밤에 잠자는 새들을 잡았다면서 부엉이, 박쥐를 어떻게 잡습니까? 그 새들은 낮에 자고 밤에 먹이를 먹는 새들인데요?》

《그렇지!》

늙은이는 무릎을 철썩 쳤다.

《내가 그만 실언을 했군. 그게 부엉이가 아니라 산비둘기였군.》

《산비둘기는 틀림이 없습니까?》

《그렇지 않구, 산비둘기가 다시 부엉이 될수야 있나요?》

몇사람이 늙은 연사를 따라 웃었다. 백지주도 허허하고 헤식은 웃음을 웃었다. 그러나 춘옥은 웃지 않았다. 지세경이 역시 웃을수 없었다. 그는 자못 긴장한 눈으로 늙은 연사를 쏘아보았다.

《그렇다면 산비둘기는 어떻게 잡았나요?》

춘옥이가 다시 물었다.

《손으로 잡지요.》

늙은 연사는 주저없이 제꺽 대답하였다. 그는 손을 내뻗치고 가만가만 덤불숲으로 다가가 비둘기를 부둥키는 형용을 해보이기까지 하였다.

《그러니 메비둘기가 덤불숲에서 잔단말인가요?》

《그럼요. 말꼴숲이나 개암나무밑이나 잡덤불속에 닭처럼 앉아 졸지요.》

《아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춘옥이가 어처구니없어 하였다.

《메비둘기는 덤불숲이 아니라 벼랑턱에 깃을 틀고 삽니다. 사람이 다가붙지 못하는 바위벼랑에 산단말이예요. 새사냥을 전문으로 하셨다는 어른이 왜 문서가 그렇게도 캄캄합니까?》

늙은 연사는 당황해하였다. 사람들은 술렁거렸다. 지세경의 입에서는 가벼운 탄성이 흘러나왔다.급해난 백지주는 소리쳤다.

《네가 가만보니 말본새가 고약하기 그지없다. 닭도 홰에서 떨어지는 날이 있다고 연사어른들이라고 왜 실수가 없겠다고 그걸 트집잡아가지고 걸고든단말이냐?》

《걸고드는게 아니라 저분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믿자니 그럴수밖에 없어요.》

춘옥이는 조금도 기가 눌리지 않고 똑똑하게 대답하였다.

《주사님, 흥분하지 마시라요. 저렇게 착하게 생긴 새애기가 험한 맘 먹구 그러겠나요. 말대루 진심으로 믿자니 뭘 좀 알고싶었던게지요.》

늙은이는 약삭바르게도 춘옥이편을 두둔하여 나섰다.

《글쎄 그렇다면 몰라두…》

백지주는 어색하게 웃었다.

《저는 마지막으루 한가지만 묻겠어요.》

춘옥은 잠시도 기세를 늦추지 않고 들이댔다.

《연사어른은 산속에서 노고지리두 잡았다고 하셨는데 노고지리는 그래 산속에서 잡니까?》

늙은이는 냉큼 안경을 벗어 저고리섶에 문지르며 기색이 좋지 않아 대꾸했다.

《아니 직접 이 손으로 수년간 새를 잡고 산 사람이 말하는데 뭐가 믿어지지 않아 그냥 시시콜콜이 따지는가요. 내가 아무렴 노고지리를 밀화부리쯤으로 혼돈할수야 없지 않나요?》

《그러게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의심스러워요. 노고지리는 산속 풀덤불에 있는게 아니구 곡식밭 덤불속에 둥지틀고 살아요. 밭갈이하러 나가면 밭이랑에서 총알처럼 날아오르는 노고지리를 보지 못합니까? 십년동안 근실히 농사를 지어 가난뱅이로부터 지주가 되셨다는 어른이 다른건 말고라도 노고지리가 어디서 자고 깨는가 그것만이라도 알아야 하지 않습니까?》

《아!》

지세경은 기쁨을 금치 못하고 춘옥이를 바라보았다. 얼마나 똑똑하고 사리정연하게 따지고 드는가.

그의 마음은 대견함과 미더움에 마냥 설레이며 눈굽이 뜨거워나기까지 하였다.

사람들은 의혹에 잠겨 늙은이를 주시하였다. 그러느라니 방안분위기는 어색해지고 점점 수상쩍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아니 이 애, 너 실성을 하지 않았냐.

연사어른을 보구 그게 무슨 말본새냐, 그게 법도를 차리구 하는 소리냐?》

백지주가 흥분하여 삿대질을 해대면서 소리쳤다. 바빠맞은놈은 강박으로 내리누를 차비였다.

한창 끓어오르던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서 백지주를 바라보았다. 어떤 사람들은 그의 독기어린 눈총을 받고 죄지은듯이 머리를 떨구었다. 농민들의 기세가 기울어지는것을 본 지세경은 자리를 차고 뛰여나려고 하였다. 그때 쌍별이가 냉큼 일어섰다.

《주사님은 사람들을 너무 윽박지르지 말아야겠어요. 어디 그래서야 되겠어요. 농민들은 이분들의 말을 심중히 듣고있어요. 무엇을 가지구 연사들의 말을 믿어야 하겠나요. 묻는 말에 대답을 못한다면야 이게 거짓이지 참말이겠나요?》

(그렇지, 바로 그것이다. 쌍별이가 옳게 말했다.)

지세경은 후득후득 뛰여오르는 감격속에서 부르짖었다.

《너는 어떻게 맘먹고 하는 소리냐?》

백지주는 피진 눈알을 번뜩이며 저고리앞섶을 후들후들 떨었다.

《우리두 세상에 났다가 한번 번하게 살아보려구 그래요. 저분들의 말대루 우리가 못사는게 정말 게을러빠졌기때문인가. 우리 못사는게 정말이지 뉘탓인가. 그걸 알고싶고 잘살자문 어떻게 해야 하나 그것 역시 알아야겠기에 따지고드는거예요.

나는 우리가 못사는게 게으르기때문이라고 생각지 않아요. 주사님은 늘 나더러 뭐라고 하셨던가요? 〈쌍별이는 부지런해, 저렇게 하고야 못살턱이 있나. 장마비도 모르고 오뉴월 염천도 모르구 밤낮 밭이랑에 매여살거던. 기특하기라니〉 이러지 않았나요.

내 손을 보라요. 십년동안 근실히 농사를 지어 지주가 됐다는 저 어른들의 손보다두 몇갑절 험해요. 이런데두 우리가 못사는게 게을러빠졌기때문이란말예요? 그래서 난 좀 묻자는거예요. 사실이 그렇거든 우리가 믿도록 진실대로 대답해요. 연사어른들이 실지로 농사군이였다는걸 증명하란말이예요. 우선 곡우에 무슨 종자를 뿌리나요? 감자는 씨를 묻어 며칠이면 싹이 돋구 며칠이면 꽃이 피구 감자를 캐먹자면 도합 며칠이나 걸려야 하나요? 베섬은 어떻게 결박을 하구 콩마당질은 어떻게 해야 하구 수수종자, 기장종자, 메밀종자는 어떻게 보관해야 하나요? 연사어른들은 닭도 쳐보았겠지요. 닭알은 며칠 품어야 병아리가 되나요. 좀 차근차근 말해보지요. 그래야 우리두 믿을만큼 믿지 않겠나요.》

(아참 이렇게도 강력하게 진실에로 육박할수가 있는가. 바로 이것이다. 바로 이렇게 부셔야 한다.)

지세경은 힘껏 주먹을 틀어쥐였다. 그는 농민들을 둘러보았다. 농민들은 연방 《그것 참 ! 그것 참!》 하면서 감탄을 하는가 하면 통쾌해서 요란하게 웃어대기도 하였다.

급해맞은 백지주는 얼굴이 새까매졌다. 연신 기침을 깇고 손수건으로 이마를 문지르고 엉치를 달싹거리면서 가시방석에 앉은 모양을 하였다.

급해맞은 백지주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사어른들, 그만 돌아들 가십시다. 케가 글러먹었소. 전체 시비질만 하는판에 무슨 의논들이 되겠소.》

늙은이들은 급급히 일어났다.

《어디루 가요?》

쌍별이가 늙은이들을 막았다.

《묻는 말에 대답을 하구 가라요. 말 못하겠으면 어디서 돌아치던 사람들이라구 진실을 밝히구 가라요. 그냥은 못갈줄 알라요.》

사람들은 껄껄 소리내여 웃었다. 쌍별이가 여간 아니라고 부추기는 아낙네도 있었다.

《얘, 어서 비키지 못할가!》

백지주가 기가 나서 고함을 질렀다. 그는 한손으로 쌍별이를 잡아 밀치면서 사람들의 어깨우를 마구 타고 넘어갔다. 늙은 연사들은 백지주의 뒤를 따라가느라고 덤비면서 사람들의 발등도 밟고 무릎에 엉치를 부딪치며 곤드라지기도 하였다.

방안은 온통 수라장이 되였다.

사람들은 흥분하여 연사들을 욕하였다. 그리고 어디서 저따위들을 끌어들여 수작을 부리느냐고 백지주를 원망하였다.

지세경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러분!》 그는 흥분한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우리는 오늘 무엇을 보았습니까? 우리는 무엇을 채심해야 합니까? 저 사람들은 거짓을 선전하며 여러분들을 속이려 하고있습니다. 절대로 속지 말아야 합니다. 농민이 못사는것은 누구때문입니까? 두말할것없이 지주때문입니다. 지주가 바로 농민들을 착취하며 학대하기때문에 못사는겁니다. 여러분들은 이것을 똑똑히 알고 세상을 내다보아야 합니다.》

농민들은 술렁이고 소란을 피우면서 감격에 넘친 눈으로 지세경을 쳐다보았다.

일단 흥분하기만 하면 자신을 걷잡지 못하는 성미인 지세경은 정의감과 의분에 불타오르자 아무것도 두려운것없이 세상을 향해 진실을 웨치기 시작하였다. 그는 조선농촌의 참담한 상태와 지주의 악랄성, 착취적본성을 폭로하고 농민들이 잘살아가자면 지주가 없어져야 한다고 주먹을 흔들며 부르짖었다.

밤이 깊어 농민들은 헤여졌다. 골목골목으로 웃음소리, 말소리들이 쏟아졌다. 기뻐 어쩔줄 모르는 사람들, 지주가 골탕먹는 하도 기이한 현상에 놀라고 감탄하면서 방금 있었던 일들을 다시 외우고 떠들어대는 사람들, 가지각색 모양으로 흥분하고 감동한 사람들의 흐름이 골목골목을 메우면서 끝없이 밀려갔다.

밤이 깊었으나 집집의 창문마다에는 불이 켜져있었다. 석유값, 어유값이 비싸져서 초저녁에도 방등을 못켜던 집들에서 등디에 솔광을 태우면서까지 밤늦도록 앉아있었다.

골목길에도 사람들의 그림자가 얼른거렸다. 두런두런 말소리, 발자국소리에 담배불들이 사방에서 번쩍거리고 우물가에서는 난데없이 드레박소리까지 울렸다.

아이들도 깨여났다. 개들은 사방에서 컹컹 짖어댔다.

마을사람들은 그처럼 기세가 도도하던 백지주가 아낙네들앞에서 골탕먹던 모양이며 지세경이 흥분하여 지주의 죄행을 폭로하던 광경을 눈앞에 똑똑히 그려보는것이였다.

《세상에 사노라면 별일 다 본다더니!》

사람들은 한결같이 놀라와했다. 조직원들은 집집들을 돌아다니면서 혹은 이웃들을 자기 집에 청해들여서 일본놈과 지주놈이 농민들을 어떻게 착취하는가 하는 내용으로 선전활동을 맹렬히 벌리고있었다.

모든 조직원들이 김정숙동지께서 주시는 과업을 받아 움직이고있었다. 춘옥이는 무엇때문인지 이 밤에 울면서 집으로 달려간 향옥이를 만나러 그의 집에 갔고 쌍별이는 제또래 개순이라는 처녀를 교양하려고 그의 언니네 집으로 갔으며(개순이는 십가장으로 있는 오빠와 말다툼을 하고 사흘째 언니네 집에 가있었다.) 지세경은 지주의 사랑채에 오지 않은 농민들을 만나려고 그들의 단골인 부락의 맨 끝집, 탁주를 담가두고 투전군들을 불러들이는 홍과부네 집으로 갔다.

이날밤, 김정숙동지께서는 뜻밖의 반가운 소식을 받았다. 천상수의 산전막 사냥군로인이 사령부통신원이 포대산밑 어디어디에 와서 기다린다는 련락을 가지고 온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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