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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컴하게 흐린 하늘에서는 끝없는 비줄기가 쏟아져내렸다. 하늘과 땅은 맞붙어있었다. 포대산줄기에서 밀려내린 먹구름이 산야를 거슬러올라와 마을의 언덕들과 길들을 죄다 삼켜버렸다. 고산지대의 무거운 비구름은 공중으로 떠가는것이 아니라 안개처럼 땅우로 기여간다. 무시무시하고 음침한 구름의 바다가 온 천지를 캄캄하게 뒤덮고있었다. 비를 맞은 마을의 초가지붕들은 볼품없이 후줄근히 꺼져내렸다. 시꺼멓게 고삭아버린 울바자들도 땅으로 기울어졌다. 그것들은 군데군데 동강이나 길우에 배를 드러내고 자빠져버렸다. 작은 퇴수도랑에 넘쳐난 물들은 자빠진 수수깡 울바자를 타고넘어 길을 메우면서 맹렬히 흘러갔다. 들에 씨붙임을 나갔던 아낙네들이 함지박을 뒤집어쓴채 마을로 뛰여들어왔다. 남정들도 밭고랑에 연자들을 팽개쳐둔채 뛰여왔다. 소먹이군애들도 회초리로 소궁둥이를 때려몰았다. 모두들 경황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어떤 집에서는 함빡 젖어버린 빨래가 후줄근히 줄에 걸려 바람에 펄럭거리고있는가 하면 또 어떤 집에서는 멍석에 널어놓은 썩은 감자가루가 비에 짓이겨져 락수물과 함께 도랑으로 흘러가고있었으며 이해에 처음으로 깨워낸 병아리들이 웃설미가 없는 닭장속에서 비를 맞으며 삐양삐양 울어대고있었다. 땔나무들이 비에 젖고 장독들에 물이 고이고 열어놓은 문짝에서 창호지들이 떨어져나갔다. 우리에서 놓여난 돼지들은 무작정 뛰여다니며 마당이나 굴뚝모퉁이를 파뒤집었다. 온통 마을은 란리를 만난듯이 소란스러웠다. 때없이 갑자기 기습하는 고산지대의 비바람은 그렇지 않아도 가난하고 옹색하기 그지없는 농군들의 살림에 기수없는 걱정거리를 가져다준다. 사람들은 변덕스러운 하늘을 원망하고 굼뜬 안해에게 화풀이를 하기도 하며 죄없는 아이들을 몰아대기도 하면서 한바탕 짓이겨진 마당에서 뛰여다녔다. 그러나 이들보다 한층 더 경황없이 돌아가고있는것은 칠봉로인이였다. 머리에 낡은 무명수건을 동이고 허줄한 벼짚우장을 등에 걸친 칠봉로인은 물창속에 쌍엽장을 바삐 내짚으면서 집집의 뜨락에 대고 소리쳤다. 《백주사어른께서 동네사람들을 사랑채에 모이라고들 하시오. 어서들 가시라구요.》 로인은 골목골목을 지나가며 소리쳤다. 《백주사어른께서 모이라고들 하시오!》 개들이 따라가며 짖어댔다. 로인은 쌍엽장을 휘둘러 개들을 쫓았다. 그러나 영악한 짐승들은 발뒤꿈치를 물려는듯이 기승스레 따라갔다. 《빨리들 가시라구요. 백지주어르신네 분부이시오. 이놈의 개새끼들!》 지세경은 급히 종이우산을 받고 길에 나섰다. 쌍별이가 길모퉁이에서 지키고있다가 쪽지 하나를 지세경에게 넘겨주고 사라졌다. 방숙이네 집으로 와달라는 김정숙동지의 부탁이 적혀있었다. 세경은 방숙이네 집으로 갔다. 춘옥이, 쌍별이, 옥탄이, 복방아 어머니 등 여러명의 녀성들이 김정숙동지의 말씀을 듣고있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지세경이를 보시더니 하시던 말씀을 중단하시고 오늘밤 백지주가 어디서 연사라는놈들을 불러다가 지주를 옹호하는 선전놀음을 벌리게 된다는것을 알려주시였다. 가와사끼가 관동군사령부에 갔다와서 지주가 마을사람들로부터 돌리움을 받고있다는것을 알고 추궁이 있자 아라가와와 백지주가 이런 선전놀음을 벌린다고 하셨다. 그래서 이 선전놀음을 파탄시키기 위한 의논들을 하고있던참이라고 하시였다. 《예, 예 알겠습니다.》 지세경은 사뭇 긴장되여오는 마음으로 그이를 주시하며 방안의 분위기를 살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녀성들을 향해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우리에게는 이것이 첫싸움이지만 얼마든지 이길 자신이 있습니다. 똑똑하게 리치를 따지면서 놈들의 약점들을 발가놓으면 저절로 거꾸러지는겁니다. 지주라는게 무슨 큰 존재가 아닙니다. 지혜도 없고 정의도 없고 돈밖에 모르는 버러지예요. 시간이 없지만 교훈이 될만하기에 지혜있는 소년이 욕심많은 지주를 굽혀놓은 이야기를 하나 하겠어요.》 긴장된 순간이였지만 아낙네들은 웃는 얼굴로 그이를 쳐다보았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여유있고도 다정한 눈길로 한사람한사람을 차례차례 여겨보시면서 그들에게 힘을 주시려는듯 말씀하셨다. 《앞집에는 권세가 서리같은 욕심쟁이지주가 살고 뒤집에는 가난하고 순한 농민이 살고있었는데 가난한 농민의 집 복숭아나무가 담을 넘어 지주집 뒤뜰안에 늘어져있었더랍니다. 욕심많은 지주는 그것이 농민의 소유인줄 뻔히 알면서도 업수이 여기며 내 집으로 늘어진 복숭아나무가지는 내 소유인즉 내가 먹어 마땅한것이라고 하면서 주저없이 따먹었습니다. 그러나 농민은 우리가 항상 그래온것처럼 권리가 없고 지주가 어려운 생각에 한마디 항변도 못하고 해마다 복숭아를 빼앗기군 했어요. 참말 억울한 일이 아닙니까? 이렇게 여러해가 흘러 가난한 농민의 아들 철민이라는 소년이 철이 들어 생각해보니 분하기 짝이 없고 지주가 하는 노릇이 괘씸하여 하루는 지주보고 〈령감님은 어찌하여 남의 집 복숭아를 묻지도 않고 제것처럼 따가는것입니까?〉 하고 물었더랍니다. 그러자 지주가 하는 말이〈이놈아, 그따위 경칠 생각은 아예 하지두 말아. 나무뿌리는 아무리 너희집에 있다쳐도 가지는 고맙게도 내 집에 내려졌은즉 이것이야말로 내것이 아니고 네것이란말이냐?〉 하고 오히려 도적놈 매를 드는격으로 어처구니없어하였답니다. 그때 철민이는 생각다가 제팔을 울타리구멍에 쑥 들이밀고 〈령감님. 이 팔이 내 팔이온지요? 령감님 팔이온지요?〉 하고 물었다질 않겠습니까? 소년의 조그마한 새빨간 주먹을 한참이나 멍청히 내려다보던 지주는 〈어, 미친놈이로군, 그것이 네 팔이지, 내 팔일게 뭐냐?〉 하고는 어처구니없어 입맛을 쩝쩝 다셨답니다. 그러자 소년은〈령감님, 리치는 바로 그러하온데 어찌하여 남의 집 복숭아가지를 제것이라 할수 있단말입니까?〉 하고 지주를 곤경에 빠뜨렸답니다. 그후로는 지주가 뜰안에 빨갛게 내려드리운 복숭아를 보고도 군침만 삼켰지 지혜있는 소년이 두려워서 손을 대지 못했다는 옛말이 있어요.》 《아이 어쩌면!…》 녀인들은 감탄하면서 활기를 띠고 술렁거렸다. 기쁨어린 눈들은 희망에 넘쳐 반짝거렸다. 지세경은 갑자기 기세를 올리며 희망에 넘쳐있는 녀인들을 보면서 김정숙동지의 침착하고도 예지있는 말씀에 경탄하였다. 교훈적인 즐거운 일화로서 분위기는 고조되였다. 녀인들은 긴장과 불안을 떨어버리고 신심에 넘쳐있었다. 한사람씩 두사람씩 빠져 어두워오는 골목길에 사라졌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지세경이와 함께 마지막으로 집을 나서시였다. 요즘 지세경은 김정숙동지의 영향하에 혁명사업에 대단한 열성을 내고있었다. 그는 김정숙동지께서 조선인민혁명군 지하공작원이라는것까지는 알지 못하고있었으나 쉽지 않은 큰뜻을 가진 사상가녀성으로서 마을에 혁명조직을 꾸리고 일제와 지주를 반대하는 싸움에 인민들을 궐기시킬 커다란 구상을 가지고있다는것을 알았다. 그리고 앞으로는 혁명조직을 국내 신파지구에까지 확대하여 광범한 지구에서 반일세력을 조직할 포부를 가지고있다는것도 알았다. 지세경은 전적으로 그이의 구상을 믿고 따랐으며 부락청년들을 계몽하는 일에 발벗고나섰다. 지세경이의 이러한 활동은 마을에서 《반일청년동맹》을 조직할수 있는 군중적토대를 마련하는데 큰 도움이 되였다. 《세상에 착취자와 피착취자가 있고 수억만의 인민대중이 못사는것이 소수의 착취자들때문이라는 단순한 생활리치도 알지 못하고 모든 빈궁과 고역이 팔자탓이라고만 생각하면서 일생을 짓밟혀 살던 사람들이 세상을 알고 혁명의 길로 억세게 걸어나가는것을 보면 정말로 눈물이 날 때가 있습니다. 얼마전까지도 자기가 못사는것이 그저 팔자탓이라고만 생각하고있었던 녀인들이였지요. 지주놈이 원쑤고 그놈때문에 자기의 아까운 인생이 버림을 받으며 진창속에 처박히고있다는것을 모르고있었습니다. 그렇던 녀인들이 이제는 세상을 알게 되였습니다. 그래서 저렇듯 신이 나서 투쟁의 마당으로 걸어가고있는것이지요.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앞으로 칠봉로인도 저렇게 진리를 깨우칠 때가 올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지주놈도 감히 륙십늙은이를 〈칠봉이〉, 〈칠봉이〉 하고 하대해 부르지 못할것이며 동네사람들도 병신늙은이라고 업수이 여기지 않을것입니다. 사람이 혁명에 뛰여들었을 때처럼 아름답고 의젓하고 고결해보이는적은 없는것입니다.》 지세경은 어디엔가 발을 헛짚고 풍덩 빠져버렸다. 그이의 말씀에 온통 정신을 팔다가 웅뎅이에 빠져버린것이였다. 《어, 참.》 지세경은 우산을 걷고 머리우에 찬비를 맞으면서 잠시 멍청히 서버렸다. 김정숙동지께서 굳은땅을 발로 울려주시면서 이쪽으로 올라서라고 알려주셨으나 지세경은 그 소리를 듣지 못한듯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든채 쏟아지는 비줄기를 맞고있었다. 《좋군요. 이렇게 찬비를 맞는것이… 이따위 기름칠한 종이우산밑에 들어가고싶은 생각이 없구만요. 지지리 이런것 쓰고 살아왔으니까요. 이까짓게 무업니까. 비를 가려준다고? 그것도 잠시동안이지요. 소나기가 창살처럼 내리꽂히면 이따위 종이장은 창이 나고마는겁니다. 졸지에 인간은 자연의 세례를 받기 마련이지요. 저는 종이우산을 걷고말렵니다. 차라리 시원히 비를 맞으면서 가는게 좋지요. 얼마나 좋습니까.》 《선생님은 또 흥분하셨군요.》 김정숙동지께서는 지세경의 팔소매를 잡아 부축하시며 말씀하셨다. 《흥분했지요. 내가 왜 흥분을 했는지 알겠습니까? 저는 방금전까지만 해도 불안이 영 없지 않았더랬습니다. 저 녀인들이 과연 놈들과 겨루어 이길수 있을것인가, 내가 너무도 잘 아는 저 녀인들이 어려운 싸움을 어떻게 겪을수 있을가? 하고말입니다. 그런데 이 불안이 차츰 사라져갑니다. 〈싸울수 있을게다!〉 〈이길수 있을게다!〉 하는 생각이 자꾸만 북받쳐오른단말입니다.》 《이길수 있을거예요. 저는 그것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온 사람들이기에 놈들에게 굴복한단말입니까? 사람은 자기가 뼈저린 생활고를 체험한 그만큼 용맹하며 단호해질수 있는것입니다. 그래서 무산자의 각성된 힘이 무섭다고 하는것이지요. 저는 선생님께서 이것을 보시게 되리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선생님도 이 어려운 첫싸움을 이겨내리라고 믿겠습니다.》 《옳습니다. 옳습니다. 믿으십시오. 굳게 믿어주는분이 계시면 이기는 법입니다. 저는 이 철리만은 알고있습니다.》 지세경은 행복하게 부르짖고 팔을 내저으며 걸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바삐 걸음을 다그쳐 지세경의 머리우에 손을 높이 올리시고 우산을 받아주시였다. 엇비듬히 내려지는 비줄기가 그이의 한쪽어깨를 적시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얼마나 상쾌하며 또한 얼마나 신선한것인지 알수가 없으시였다.
오늘밤 모임에는 향옥이도 가고있었다. 촌에서는 그리 흔하게 볼수 없는 우산을 받고 새까맣게 몰켜서 철버덕거리는 한떼의 사람들을 앞세우고 조금 호젓이 뒤떨어져 걷고있었다. 사람들을 이렇게 비오는 밤길에 갑작스레 불러대는 백지주의 처사가 궁금하여 저마끔 목청을 돋구어 묻고 대답하고 하면서 떠들었다. 그들은 아마도 부역독촉이 아니면 빛독촉이거나 하다못해 지주녀편네의 앙탈이라도 있을것이라고 하면서 푸념들을 하였다. 그러나 향옥이만은 오늘밤 무슨 일이 있을지 대강 알고있었다. 방금 함석필이가 향옥이더러 오늘밤 여사여사한 일이 있을것이니 정신을 차려 사람들의 동정을 잘 살펴두었다가 후에 보고하라고, 그것이 아라가와의 지시라고 하면서 알려왔다. 향옥은 그렇게도 발버둥치며 물러서고싶은 렴탐군노릇을 그만두지 못하였다. 함석필이가 그냥 돈에 미련을 품고 숨박곡질을 하고있는 그 사품에 끼여서 자기도 숨박곡질을 하며 매일매일을 량심과 리성간의 사이를 수천번도 오락가락하였다. 량심을 얻느냐, 돈을 얻느냐, 량심을 버리느냐, 돈을 버리느냐 하는… 향옥은 돈이 이처럼 무섭게 량심을 갉아먹는 독벌레인줄 알지 못했다. 그의 친정아버지는 몇마지기 자작땅뙈기를 가지고 근실히 농사를 짓고 겨울에는 벌목장에 가서 통나무를 나르고 하여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였다. 향옥이의 머리에는 돈이란 저렇게 근실히 자기의 로동을 팔고 땀을 바쳐 얻은 귀하고 귀한것이며 그 곱게곱게 번 돈을 곱게곱게 써야 한다는 생각만이 골수에 사무쳤다. 향옥이 시집올 때 례장감 마련하느라고 친정에서는 그때 돼지를 팔고 닭을 팔고 큰소를 팔아 중소를 갈아매고 그것도 안되여 얼마큼은 변돈을 당겨오기까지 하였다. 요즘 들려오는 소식을 받아보면 고향집에서는 그 얼마 안되게 당겨쓴 변돈때문에 무슨 가차압인가 하는걸 당할판이라고 하며 그것때문에 온 가솔이 근심에 눌려있다고 하였다. (딸 하나를 곱게 키워 시집이라는데를 보내놓고 온 집안이 그 지경이 되였다면 나는 얼마나 크게 죄짓고 사는년인가, 친정에도, 동리에도 나는 참말이지 죄짓고 사는년이야.) 이런 생각이 향옥이의 머리속에서 불쑥불쑥 일어났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함석필이가 산판 채벌림지를 놓고 가슴을 앓고있으며 시어머니는 어디엔가 또 행상을 떠날 차비를 하면서 향옥이더러 변돈들을 거두어들이라고 매일같이 성화를 대였다. 그래서 향옥은 가끔가다 죽고싶은 생각도 들며 정말 자기가 동구밖 황철나무아래에다 목을 매고 그것을 띄여본 동네아낙네들이 기절을 하여 자빠질 생각도 해본다. 그렇게 되면 불쌍한것은 친정집 아버지, 어머니, 동생들이며 그리고 그다음은 함석필이도 가엾어질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렇지만 함석필이야 곧 자기를 잊고 새색시를 맞아들여 구구하고 재미있게 살는지도 모르며 영악한 시어머니도 어쩌면 새며느리에게 정을 붙이고 《아가야.》 하고 정답게 불러줄는지도 모른다. 그것을 생각하면 향옥이는 설음이 북받쳐 정말로 죽어없어지고싶은 생각이 더욱 간절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기를 쓰고 살아보려는 앙심도 치미는것이였다. 살자면 이 집안의 가풍, 지독스런 그 습성이며 방식들에 어느만큼 습관되여가야 하리라고 향옥이는 생각하였다. 동네아낙네들은 나날이 여위고 핼쑥해지는 향옥이를 보고 이쁜 색시가 미상불 태기가 있는 모양이라고 수군거리며 허리도리를 굽어보았다. 그러면 향옥이는 새침해져서 《태기는 무슨 태기》 하면서 속으로 아니꼽게 반항하였다. 이 집의 자식을 낳아주고싶은 생각까지는 없었다. 어디에 정을 붙이고 살만한 구석이라고는 눈에 띄우지 않았던것이다. 그저 돈, 돈, 하는, 돈때문에 가슴을 앓고 공상을 하는 사람들의 틈바구니에 끼여서 그의 가슴은 어떤 벌레인가에 자꾸 갉히우고있는듯 한 생각만 들었다. 향옥은 요즘 아라가와가 남편을 통해 안해가 구장누이의 뒤를 캐고있는가, 소득을 보았는가 하고 잔침질을 하며 자기가 직접 향옥이를 만나게 될 때는 똑똑히 자료라고 할만한것을 내놓아야 한다고 으르더라는 말을 여러번 들었다. 향옥은 이제 자기가 아라가와를 만나면 어떻게 행동을 취할가, 구장누이에 대해 뭐라고 할가, 똑똑한 결심이 아직 없었다. 춘옥이는 요즘 야학에 나가자고 저녁마다 찾아온다. 구장누이도 가끔 와서는 야학에 나가자고 하며 손에 일이 걸리지 않아 빨래통에 담그어놓고 빨지 못한 빨래를 말끔히 해주고갔다. 천성이 모질지 못한 녀자이며 선량하고 어진 성미그대로 사람들의 순한 마음을 알아주는 향옥은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으나 김정숙동지의 진정에 어느만큼 가슴이 울리기 시작하였으며 그때문에 아라가와앞에서 자기가 어떻게 행동을 취해야 할지 더욱 막막해지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