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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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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사끼는 열흘가까운 기일을 관동군사령부와 길림에 출장중인 사까이의 숙소에서 보내고 5월초순에 13도구를 향해 길을 떠났다. 길림에서부터 교하까지는 자동차편으로 사까이소장과 동행하여왔고 교하에서부터 화전, 무송에 이르는 로정은 통화성지구토벌대사령관으로 임명된 이노야마대좌와 함께 경편마차편으로 왔으며 무송에서 장백까지는 이전에도 그랬듯이 애숭이 부관만을 데리고 말을 달려 내려왔다. 가와사끼가 봄날의 진창길에서 시달릴대로 시달린 군마에서 내려 붉은공단을 안에 받친 황록색 만또자락을 장화목다리에 스치면서 경찰서의 현관에 들어섰을 때 그를 본 아라가와는 2층에서 거의 반달음쳐 뛰여내리면서 불안에 가슴을 죄였다. 그것은 가와사끼의 얼굴이며 거동이 대단히 엄엄하고 뒤따르는 부관 역시 그 표정이 자못 랭랭한때문이였다. 젊은 부관은 모든 면에서 대좌를 본따려고 애쓰는 사람이며 따라서 대좌의 기분상태는 그시그시 젊은 부관의 얼굴에 옮겨갔다. 부관은 아라가와보다 한발 앞서나온 경찰서장의 인사에 목만을 간단히 끄덕여보였으며 어깨너머로 약속도 없이 벗어던지는 대좌의 만또를 냉큼 걷어안고 계단으로 뛰여올라갔다. 가와사끼는 경찰서장이나 아라가와의 인사에 건성으로 대답하고 자기의 림시집무실로 들어갔다. 대좌가 없는 사이에 아라가와는 사무실의 책상, 의자, 가구, 차종지들까지 일절을 새로 교체하고 사냥군들을 통해 얻어들인 호피를 안락의자와 긴쏘파에 장중히 깔아놓기까지 하였으나 가와사끼는 방안의 장식에 대해서는 무감각한듯 하였다. 그는 예전에 늘 써오던 물건들을 대하듯 아주 자연스럽게 의자에 가앉아 탁상일력을 당겨놓고 무엇인가 바삐 갈겨썼으며 다음 그것을 언제나 소지하고 다니는 밤색가죽뚜껑의 수첩에다 깐깐히 옮겨베끼고 일력장을 뜯어서 불살라버렸다. 그것은 길을 오면서 줄곧 무르익혔던 구상의 요점들이였다. 가와사끼는 다소 평온한 안색을 짓고 부관을 불러 장화를 벗기게 하였다. 그다음 몇시간동안 줄곧 드리우고있어 팽팽하고 무거워진 종다리를 주무르게 하고 머리와 잔등, 어깨에 안마를 받은 다음 실내화를 신고 부근부근한 양탄자우를 거닐며 혼자 생각에 잠겼다. 가와사끼가 이번에 사령부에 올라가보니 《지구토벌대》의 사령관들과 참모부장교들이 상급으로부터 담화를 받고있었다. 보나마나 그것이 최근 몇해사이에, 특히는 《도문회담》이후 압록강연안에서 유격대의 전면기습을 당하고 수세에 빠지게 된 그 책임한계를 따지는 담화라고 짐작되였다. 그리고 한쪽으로는 인사변동이 진행되고있었다. 륙군성과 참모부의 책임적인 직책에 있던 장군들, 대좌들이 파견되여왔다. 사령부안의 내적비밀이 엄격히 준수되고있는 이번의 급작한 사태변동은 여러가지 의미를 띤 중대한 사변으로서 가와사끼의 신경을 자극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막역지우인 참모부의 주임참모를 통해 비밀자료를 빼내려다가 성공하지 못하고 길림에 부랴부랴 현지출장을 떠난 사까이소장을 찾아가지 않을수 없었다. 거기서 며칠 묵으면서 가와사끼는 지금 제국이 중국본토에 대한 기습을 머지않아 개시하게 되리라는것과 이 중대한 사변에 직면하여 후방의 결정적인 안전문제가 일정에 오르고있는데 관동군사령부의 현 작전능력으로 이 모든 일들을 성과적으로 해낼수 없다고 보아 인사변동이 시작된것이라고 하였다. 사까이는 이번의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몸이 되고있었다. 지난 시기의 실책이야 어떠하였든 동변도의 치안유지를 담당하고있는 그에게서 사업의 성과를 기대하는 상부의 견해가 있었다. 《토벌》공작으로 유격대의 활동을 제압할수 없다는것이 갈수록 명백한 사실로 되고있는 지금 관동군이 매달릴수 있는 일루의 희망은 사까이소장이 펼치고있는 《치안》공작이였다. 최근에는 무송, 림강계선에 나갔던 《토벌》부대들이 도처에서 역습을 받아 부대의 과반수를 잃고 기지로 돌아오고있는 형편이였으며 유격대의 사령부가 무송현성에 들어섰다는 확실한 통보를 받고 수행한 작전들이 모두 파산되고만것이였다. 결국 유격대사령부의 행처는 놓치고 관동군은 무리죽음만 당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벌사령부》에는 계속 기세를 늦추지 말고 추격하여 유격대사령부를 기어이 다시 찾아내라는 불같은 명령들이 떨어지고있었다.《토벌대》들은 소멸당한 력량을 보충받아가지고 무송방향에 집결되였는데 그 림박에 벌써 유격대는 림강과 통화, 황구계선에서 분산활동하면서 사령부의 행처를 묘연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유격대의 주력이 어디서 포치되고있는지, 금후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움직여나갈것인지를 전혀 알수 없게 하였다. 이런가위에 사까이의 직속기관원으로 움직이고있는 정보장교들은 김일성장군의 조국광복회 산하에 적어도 30만의 회원이 집결되고있다는것과 그 주력이 장백과 무송, 북부조선일대에 포치되였으며 북만과 남만에까지 세력권을 맹렬히 확대하고있다는 사실을 장악하였다. 관동군사령부는 물론 군부의 중앙에서까지도 이 놀랄만한 사변이 전해져 물의를 일으켰다. 그래서 결국은 관동군의 작전능력을 검토할수밖에 없는 난사가 벌어지고만것이였다. 이 방면에서 이제 사업의 첫시작을 떼였다고 할수 있는 가와사끼는 제국이 바라는 중대한 고리에서 한몫을 담당하고있다는 그 점에서 참모본부와 륙군성의 실력자들에게까지 그 이름이 알려지고있었다. 결국 가와사끼는 군수뇌부와 관동군사령부에서 총애하는 인물로 되지 않을수 없었으며 제국에 충성하는 군인답게 수시로 유격대의 기습을 당할수 있는 현지에 내려가 《안민지대》를 꾸리고있다는 사실자체가 영웅적인 매력을 가지고 군부의 론의에 오르지 않을수 없었다. 사까이는 이 모든 사실들을 시시콜콜히 가와사끼가 알게 되는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는 필요한 약간의 내용만을 공개하는데 그치려 하였으나 어떻게 한가지 두가지 방설하게 되여 결국은 사변의 진모를 드러내보이고말았다. 이 순간 가와사끼는 어떤 야심의 불길이 가슴에서 타오르는것을 느꼈으며 사까이도 포함하여 군부의 늙은 장군들이 졸지에 밥버러지나 다름없는 가소롭기 짝이 없는 존재들로 보이였다. 가와사끼는 자부심을 느꼈으며 부질없이 들뜬 기분으로 도천리일대의 성과를 터무니없이 과장하고 앞으로의 전망을 크게 락관하는 객기를 내보이고말았다. (아무튼 일은 이제부터다.) 가와사끼는 흥분하여 아라가와를 불러들였다. 《도천리공사정형은 어떤가? 주민들의 동향은 어떻고?…》 《각하, 락관할바가 아닙니다. 농군들은 매일같이 공사에서 떨어져 봄씨붙임을 서두르고있습니다. 채벌장에 간 사람들속에서도 여러명이 부락으로 돌아와 민심들을 소연케 하고있습니다.》 《그래, 그래》 가와사끼는 마치 기다리고있던 대답을 듣기라고 한듯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린근에서 온 사람들도 말썽인가?》 《아직까지는 열성입니다. 할당된 공수를 바치고 빨리 돌아가려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해대고있습니다.》 《그런데 민심이 소연하다는건 뭔가?》 《지주를 반대하는 기운이 갑작스레 높아가고있습니다. 공사를 태만하는 사람들의 절대다수가 지주에게 앙심을 품은자들입니다.》 《이것봐, 아라가와.》 가와사끼는 자못 못마땅한 기색으로 그의 말을 중도에서 잘라버렸다. 《그들에게 렴탐군을 붙이라는 지시를 수행하였는가?》 《각하, 그것은 철저히 수행하였습니다.》 아라가와는 함석필부부를 렴탐군으로 들이박은 실정을 세세히 보고하였다. 《그래, 무슨 보고가 있는가?》 《각하, 죄송하게도 아직 이렇다할 자료는 없습니다. 함석필의 처 채향옥이를 야학방에도 보내고 춘옥이에게도 가까이 접근시켜보았는데 거기서는 신경을 쓸만한 자료가 나오지 못하고있습니다. 그런데 백지주로부터 중대한 통보가 왔습니다.》 《뭔가?》 가와사끼의 눈빛은 긴장해졌다. 《구장누이가 사상경향이 좋지 않은 녀자같다는 자료들이였습니다. 우선 그는 마을에서 가난뱅이들을 동정하고 감싸고 돌면서 무엇인가 좋지않은 기도를 전파하고있는것 같다고 합니다. 마을의 가난뱅이들이 구장누이의 주위에 뭉쳐돌아가는데 그러고보면 농군들이 공사일을 태만하고 씨뿌리기에 나서는것도 그 녀자의 작간같다구 합니다.》 아라가와는 흘깃 가와사끼의 표정을 훔쳐보았다. 그는 계속하라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지시대로 구장누이의 신분을 확인하라구 무산에 경찰관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채향옥에게 구장누이의 자료를 파보라고 단단히 과업을 주었습니다.》 《흥미있다.》 가와사끼는 짤막하게 말하였다. 아라가와는 구두뒤축을 딱 소리나게 붙이고 경건한 자세로 가와사끼를 바라보았다. 《일단 시작한 일을 근기있게 내밀어보라. 구장누이. 그 녀자를 파보는것은 나쁘지 않겠다. 그리고… 지세경이 그자가 협화회야학을 해주겠다고 나섰는가?》 《그렇습니다. 경찰에서 내보낸 다음날로 지팽이를 짚고 야학에 나타났습니다. 류치장맛을 보더니 정신이 든 모양입니다. 이자가 공산당이 아니라는것은 확인할수 있습니다.》 《그건 그렇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런 족속들은 이를테면 글깨나 읽고 좌익계의 선전물을 몇점 얻어들어가지고 나돌아가는자들은 친일을 하기도 힘들고 반일을 하기도 힘들어하는것이다. 그자들이 공산당과 쉽사리 손을 잡게 되는줄 아는가. 그것들은 우리에게 말썽이듯이 유격대에도 말썽인것이야. 온통 사회에 혼란만을 조성하는 작자들이거던, 그러니 이런자들에 대해서는 강권조치 하나로 일관하지 말고 회유도 하고 기만도 하고 으르기도 하면서 잡아쥐여야 한다.》 《각하, 지당한 말씀입니다.》 《그러나 아라가와.》 이번에도 가와사끼는 그의 말을 랭혹히 잘라버리면서 말을 이었다. 《이자에 대해서는 조금도 경계심을 늦추지 말라. 써먹을대로 써먹으면서도 항상 검토를 따라세우며 반드시 무엇이 있다는 추측을 세우고 점차 공작을 심화해야 한다. 농민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들에 대해서도 무엇이 있다는 절대적관점을 세우라. 미개한 농군들을 몽둥이로만 다스리지 말고 선무공작을 들이대여 정신계발을 도모해야 한다. 그리고 산판에다가도 물샐틈없는 경계조치를 취하고 안팎으로 죄여들라.》 이날 아라가와는 다급히 도천리에 내려와 백지주와 함께 모의를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