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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문앞에서 까치가 깍깍 하고 울었다. 문을 지치면 금시 날아올듯 그렇게 가깝고 맑은 울음소리였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으려나?) 춘옥은 동자질을 하면서 생각하였다. 요즈음 춘옥은 전에없이 마음이 즐겁고 어디선가 기쁜 일이 날아들것 같은 기대와 몽상에 잠기는것이였다. 채벌장에 간 남편생각도 나고 지세경이와 쌍별이의 일도 궁금해지고 노상 같이 있다싶이하는 김정숙동지도 하루만 못보면 그냥 보고싶어진다. 아버지도 《얘, 구장누이가 왜 요즘 보이지 않느냐?》 하고 찾기마련이다. 요즘이라고 해야 겨우 하루나 하루반이 지난후다. 그러나 춘옥이나 춘옥이 아버지에게는 그 기간이 몇배로 길어보이였다. 김정숙동지께서 오셔야 이야기도 있고 웃음도 있고 혁명가요 같은 노래도 배우면서 즐길수 있고 혁명이라는 큰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도 되는것이다. 어제밤에도 김정숙동지께서는 어디에 들렸다오시는 걸음인지 꽤 늦게 오시여 여러 시간 혁명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였다. 그리고 떠나시면서 방숙형님이랑 데리고 오늘아침 포대산밑 어디어디로 나오라고 하시였다. 혁명을 할만한 녀자들끼리 무엇을 좀 의논할수도 있고 힘든 과업을 줄수도 있으니 방숙형님에게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시켜두는것이 좋겠다고 하시였다. 방숙이하고는 그새 사이가 아주 깊어졌다. 춘옥이랑 같이 유격대에 들어가 백지주같은놈들을 반대해서 총들고 한바탕 싸워보자는 약속까지 하였다. 여기에 구장누이도 교양을 해서 함께 데리고 떠나자는 의논이 있었으며 그것을 방숙이가 담당할데 대하여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래서 방숙이는 신분단이네 집에 키를 빌리러 가는척하면서 김정숙동지를 만나 무슨 교양을 하느라고 하였는데 이 과정에 그는 김정숙동지로부터 거꾸로 교양을 받아 빨리 혁명에 눈뜨게 되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마을녀성들을 급속히 혁명화하시기 위하여 여러가지 방법을 심중히 연구하시였다. 그것은 춘옥이의 생활권밖에서 무수히 진행되는 일이여서 춘옥이는 아는것보다 모르는것이 더 많았다. 부엌문에 해살이 비치였다. 새로 발라놓은 창호지가 요즘 소구경을 하느라고 그처럼 분주히 드나든 사람들의 사품에 구멍도 나고 째도 지고 하여 그 작은 구멍들로 실오리같은 해빛줄기가 스며들었다. 그것을 보느라면 창호지를 곧 갈아야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즐겁고 눈물겨운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그래서 춘옥은 때로 손바닥을 펼치고 그 해빛줄기들을 받아보며 이것은 복방아 어머니것, 이것은 인순이네 아버지것 하고 자기 집에 그중 많이 드나들었던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그려보는것이다. 문에 그림자가 얼른하고 지나갔다. 웃방에도 그림자가 얼씬한 모양인지 필섭로인이 기침을 깇고 지게문을 스쳐본다. 《오늘은 웬 문그림자가 이렇게 자주 치느냐?》 필섭로인은 벌써 세번짼가 네번짼가 된다고 하였다. 《아버지, 문그림자가 자주 치면 어떻다고 했지요?》 《기쁜 일 생긴다고 했었지.》 《기쁜 일… 그게 무슨 일일가요?》 《혹시 산판에 간 네 남편이 오게 될는지 알겠느냐?》 《아이참, 일 바쁜 사람이 갑자기 왜 와요?》 춘옥은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구장누이 하는 말이 곧 오게 될거라구 하더구나. 넌 아예 문서를 모르고 사냐?》 춘옥이는 방싯 소리없이 웃었다. (아버지두, 문서는 무슨 문서?…) 춘옥이는 늙은이를 나무라면서도 며칠전 채벌장에서 만났던 남편을 문득 생각하였다. (참 그때 딱하게두 버선을 벗기려들었지. 부끄러워 어떻게 발을 내맡기나 혼자 젖은 버선 벗느라고 죽도록 고생을 했구만.) 그다음 모닥불, 젖은 버선과 젖은 신을 량쪽 손에 하나씩 지고 발땀내를 맡으면서 보근보근 말리워 신겨주던 일이 생각났다. (그때 그이는 어째서 나더러 구장누이에 대한것을 자초지종 물었을가? 그이도 무슨 비밀을 가지고있는 사람 같은데, 혹시 아직은 나만치 무엇을 모르고있는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혁명에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있는지도 모르지. 우물집 방숙이형님이 바로 그렇지 않은가. 제가 교양을 한다고 하면서 교양을 받고… 혁명에는 엄격한 규률이 있으니 그럴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때 그 큰 목침은 무엇이였을가? 그게 정말 목침이였을가? 강성태아주버니는 그걸 얼마나 기쁘게 받았는가? 형님에게 이것을 말하지 못했지. 응당 그이께 무엇이나 다 말을 해야 하는건데.) 춘옥이는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재빨리 동자질을 끝내고 나물바구니를 들고 문밖에 나섰다. 《얘, 참나물이 돋았나 살펴보고 오려무나.》 《예, 그러지요.》 춘옥이는 대답하고 총총히 삽짝밖을 나서 우물집으로 갔다. 《방숙형님, 나물캐러 가자요.》 춘옥이는 뜰밖에서 소리쳤다. 재칸모퉁이에서 방숙이가 불쑥 나타났다. 《형님, 물방골버덩에 수리취가 많대요.》 이것은 어디에 일이 있으니 모이자는 신호이다. 《응, 그래그래.》 방숙이는 눈을 끔쩍하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바삐 부엌으로 뛰여들어갔다. 이윽고 방숙이는 외양간기둥에 걸려있는 나물바구니와 호미를 벗겨들고 춘옥이를 따라왔다. 그들은 재빨리 동구밖을 벗어났다. 포대산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이르렀을 때 춘옥이는 방숙이의 손을 꼭 그러잡으며 속삭였다. 《형님, 내가 유격대연줄을 찾았어요.》 《그래!》 방숙이는 무춤 걸음을 멈추고 놀란듯이 들여다보더니 춘옥이의 손을 끌고 개암나무숲으로 들어갔다. 《좀 찬찬히 말을 해달라구. 유격대를 어디서 만났어?》 《포대산에서요.》 《아이, 이걸 어쩌나. 지금 그리루 가는길이겠지?》 《그럼요.》 방숙이는 숨이 가쁜듯 한참이나 말을 못하고 눈만 껍적거렸다. 《이제 가면 우린 어쩌나, 무슨 일을 맡기겠지?》 《일을 맡기다니요. 아주 유격대루 가구말아야지요.》 《뭐? 그럼 춘옥인 진짜 떠나자구 맘을 정했어?》 《그렇지 않구요. 이때까지 말한건 가짤가? 난 형님이 유격대루 가자구 말을 한 다음부턴 잠두 오지 않았어요.》 방숙이는 점점 눈이 휘둥그래져서 춘옥이를 굽어보았다. 《산판에 간 쥔이 알면 어찌겠어?》 《알면 어때요. 난 아버지때문에 그랬지 벌써 떠난지두 오랬겠어요.》 방숙이는 한숨을 쉬며 자꾸 저고리앞섶만 여미였다. 《왜, 형님은 겁나요?》 《겁은 무슨 겁, 난 시집에두 알리지 못했구 친정에서두 모르구있는데. 동리가 발칵 뒤집히겠지. 어디 딴 서방을 따라 도망쳤다고는 하지 않을가?》 《그러면 뭐래요. 우린 당당한 유격대원이 될텐데…》 방숙이는 부러운듯이 춘옥이를 바라보았다. 춘옥이같이 얌전하던 녀자가 이처럼 당돌하게 나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것이다. 춘옥이는 말을 하면서 그냥 방숙이의 눈치를 살폈다. 정말 혁명을 할수 있는 녀자가 옳은가 아닌가 하여… 할수 없는 녀자라면 함부로 어디에 끌고 나타날 형편이 못된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어째서 형님은 방숙이를 데려오라고 서슴없이 말씀하셨을가? 방숙이에 대해서는 춘옥이보다 김정숙동지께서 더 잘 아신다고 말할수 있었다. 춘옥이 자기모르게 더 깊이 사귄 무엇이 있었는가? 그러나 김정숙동지께서는 오늘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마지막까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시켜두라고 하신것을 보면 전적으로 그런것 같지도 않다. 방숙이를 어떻게 보아야 옳을가?… 춘옥이는 마치 혼자서라도 유격대로 갈것처럼 일어섰다. 《형님은 마음대로 하라요. 나는 혼자라도 갈테니까.》 춘옥이는 개암나무숲을 헤치고 등성이로 올라갔다. 한참동안 선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쩔쩔매던 방숙이가 주먹을 쥐고 따라왔다. 《춘옥이, 나두 갈테야. 인제 못가면 나혼자 어떻게 떨어지나.》 춘옥이는 너무 기뻐서 방숙이의 허리를 껴안고 깔깔거리며 돌아갔다. 《나는 형님 하나를 영영 잃어버리는줄 알았지. 형님은 장해요. 사실은 유격대가 오라구 해 가는게 아니구 다른 일때문에 가는거예요. 형님은 시험에 합격한셈이예요. 나는 형님이 부러워.》 방숙이는 춘옥이의 어깨를 쥐여박고나서 무릎이 떨리는듯 풍덩 주저앉고말았다. 가정과 혁명사이에 가로놓인 장벽을 뛰여넘는다는것은 쉬운 일이 아니였다. 순박한 방숙이는 어찌나 긴장에 시달렸던지 이마에 땀까지 송골송골 돋았다. 그들은 다시 길을 떠났다. 《춘옥이, 우린 어디루 가는거야.》 《조직에서 오라는곳으로 가지요.》 《그럼 구장누이두 같이 가야지. 우리끼리만 가면 되나?》 《가보면 알아요.》 춘옥이는 간단히 대답하면서 그냥 한모양으로 앞서 걸었다. 경절나무가 우거진 비탈을 돌아서 큰바위옆으로 다가가자 숲속에서 불쑥 김정숙동지께서 나타났다. 《아니?》 방숙이는 깜짝 놀라 발을 멈추었다. 《얌전이 고몬 언제 여기 와 있었게?》 김정숙동지께서는 다정하게 웃으시면서 방숙이와 춘옥이의 얼굴을 번갈아보시였다. 《미안해요. 일이 그렇게 됐어요.》 그이께서는 방숙이와 춘옥이의 손을 량쪽에 갈라잡으시고 바위뒤로 돌아가시였다. 거기에는 10여명의 녀자들이 모여 누군가를 기다리고있었다. 그들중에는 쌍별이, 신분단이, 옥탄이, 복방아 어머니, 인순이네 고모도 있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서로마다 놀라와하는 녀자들을 미소를 띠우시고 둘러보시더니 조용히 말씀을 시작하시였다.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우리들은 마을에서 누구보다 일본놈들과 지주를 미워하고 그놈들을 반대하는 싸움에 한사람같이 떨쳐나설것을 굳게 결심한 녀성들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일본놈이 벌리는 집단부락정책과 포대공사를 반대하는 싸움을 벌려 숱한 마을사람들을 부역에서 떨어져나오게 하고 놈들에게 커다란 혼란을 주었습니다. 이것은 우리의 큰 승리입니다. 그러나 어려운 싸움은 앞에 있고 이 싸움에서 우리는 반드시 이겨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간악한 원쑤놈들을 물치치고 이 싸움에서 이길수 있겠습니까? 여기저기에서 한사람한사람 가물에 콩나듯 생각나는대로 일어나서는 이길수 없어요. 오직 온 부락이 일제히 뭉쳐서 맞설 때만 이길수 있습니다. 한데 뭉치자면 조직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조직을 뭇고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아낙네들은 그이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면서 놀라움을 금치못하고 서로 얼굴들을 마주보았다. 방숙이는 춘옥이의 손을 꽉 힘주어 잡았다. 구장누이가 이게 어찌된 일이냐 하고 묻는듯 한 당황한 눈길이였다. 춘옥이는 아무 소리 말고 구장누이 말씀을 새겨들으라고 눈짓을 하였다. 방숙이는 무엇인가 깨달은듯 고개를 끄덕이고 마른침을 삼키면서 그이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우리가 뭇게 되는 이 조직은》 하고 김정숙동지께서는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이 조직은 우리 조선인민이 그처럼 흠모하여마지않는 김일성장군님을 회장으로 모신 조국광복회라고 하는 조직입니다. 오늘부터 여러분들은 김일성장군님께서 작성하신 조국광복회10대강령을 높이 받들고 일제침략자들과 지주, 자본가들을 때려엎고 나라의 독립을 이룩하며 우리들이 잘살수 있는 새 세상을 꾸리기 위해 싸우게 됩니다. 여기 모인 동무들은 모두다 가난하고 천대받아온 녀성들입니다. 우리는 한마을에서 같이 살면서 서로들 잘 아는 사이입니다. 처지도 같고 마음도 같습니다. 그래서 이제부터 조국광복회 장백현 도천리지부 부녀조직을 내오자고 합니다.》 순간 아낙네들은 일제히 숨이 멎은듯 아- 하고 어깨를 솟구더니 이어 두손을 높이 들고 열광적으로 박수를 쳤다.
춘옥이와 방숙이도 서로 잡았던 손을 뿌리치고 박수를 쳤다. 춘옥이의 눈에는 벌써 눈물이 맺히여 그이의 모습이 어릿어릿해졌다. (조직이 무어지는구나, 정말 이게 어떤 조직인가! 형님이 그처럼 자주자주 말씀하시던 그 조직, 혁명을 하자면 조직이 있어야 하고 혁명을 하려는 사람에게는 조직보다 더 귀중한것이 없다고 늘 간곡히 깨우쳐주시던 그 조직이 무어지는구나. 형님이 그처럼 밤낮의 구별을 모르고 때식도, 잠도, 휴식도 다 잊어가며 애쓰시던 피와 땀의 열매가 여기서 드디여 맺어지는구나!) 이렇게 생각하니 춘옥은 그냥 가슴이 설레고 격정에 목메여 흐르는 눈물을 걷잡을수 없었다. (형님이 기울이신 수고와 쏟아부은 사랑이며 남모르게 거듭하신 애타는 생각은 그 얼마였으랴. 혁명을 하려고 이 생소한 동네에 내려와서 잡숫는것도 없이 세상없는 고생과 구질거리는 일을 다 맡아 치르며 한사람한사람 품에 안아 키워낸 형님의 그 진정을 알고있는 사람은 누구도 없지. 형님하구 늘 같이 있는 나자신도 안다는것이 고작 나를 보살펴준 그것밖에 없다. 여기 앉은 이 까막눈 녀자들을 손잡아이끌어 띄워주고 혁명을 알게 깨우치느라니 눈물겨운 사연인들 얼마나 많았으랴.) 춘옥은 둘러앉은 이 녀자들, 자기가 너무도 잘 알며 잘 알기때문에 그들이 이 자리에 와있다는것이 기이하게 생각되며 그 기이한 생각은 자신에게로 돌아와 자신도 여기 와있다는것이 그저 꿈만같이 여겨지는 그 놀라운 세계에 젖어들었다. 그러면서 이 녀자들도 모두 자기같은 보살핌을 받고 깨우침을 받았으며 사랑과 믿음을 받은 행복한 녀자들이라는 생각이 들자 다시 진정을 다하여 감사를 드리고싶은 끓어넘치는 충동에 휩싸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조국광복회10대강령내용을 한조항한조항씩 알기쉽게 이야기해주고 조국광복회란 어떤 조직인가를 설명하시였고 조직원의 임무에 대하여 조용조용 해설하시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부녀회원들이 조직의 비밀을 철저히 지키며 유격대원호사업과 당면한 적들의 집단부락책동을 반대하는 투쟁을 잘할데 대해서도 가르치시였다. 그리고 도천리 부녀회책임자로 리춘옥이 선발되였다는것도 알려주시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박수로써 춘옥을 축하하시였다. 춘옥은 후둑후둑 뛰는 가슴을 누르고 불같이 달아오른 얼굴을 숙이였다. 한없는 사랑과 믿음을 담으신 김정숙동지의 눈길이 그를 부드럽게 어루만지였다. 춘옥이를 놀랍고 기쁨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들은 난생처음으로 지성을 담아 박수를 쳤다. 춘옥이는 이런 때 꼭 일어서야 하는지 어쩌는지 알지 못했지만 김정숙동지께 인사라도 드려야 한다는 심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무들!》 춘옥이는 난생 처음으로 사람들앞에서 자기의 심정을 말하였다. 《동무들!》 그는 무척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한번 그렇게 부르고 부녀회원들을 둘러보았으며 김정숙동지에게로 눈길을 가져갔다. 그이께서는 인자하게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그 믿음, 그 강력한 고무가 춘옥이의 심장에 날아들자 순간 온몸은 어떤 따사로운 해살에 둘러싸여 둥둥 떠오르는것 같았다. 《저는…》 그는 눈을 슴벅이며 감격에 젖은 낮은 목소리로 마디마디 정성을 담아 말을 하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저는 모든게 처음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공작원형님처럼 김일성장군님의 충직한 딸이 될것을 맹세합니다. 죽는 한이 있어도 장군님의 뜻을 어기지 않으며 공작원형님처림 그렇게 살며 일하겠습니다.》 《고마워요. 장해요.》 김정숙동지께서는 두팔을 벌리시고 춘옥이의 어깨를 힘껏 안아주시였다. 자나깨나 그것을 소원하였으며 그것을 위해 힘과 정력을 깡그리 바쳐오신 하나의 혁명조직이 세상에 태여났으며 그처럼 소박하고 어진 녀인이 이 조직의 책임자로 되였다는, 말로 다할수 없는 행복과 더불어 가난속에서, 학대속에서, 눈물의 세파속에서 눈을 뜨고 생명을 받아안은 이 조직과 이 조직원들이 이제 충성을 다하여 장군님을 받들고 나아가리라는 눈물겨운 생각을 금치 못하시였다. 하늘에선 갑작스레 소나기가 쏟아졌다. 그러나 누구도 비를 그으려 하지 않았으며 고개를 들고 환희에 넘쳐 부드럽고 시원한 이해 봄의 첫 소나기를 맞았다. 비는 드리우다 말고 인차 개였다. 세상의 이끝에서 저끝을 련결하는듯한 칠색의 찬연한 무지개가 머리우에 아름답게 비치였다. 《무지개예요. 고운 무지개가 비꼈구만요!》 김정숙동지의 기쁨에 젖은 목소리였다. 부녀회원들은 모두 그이의 주위에 다가들어 성을 쌓고 무지개를 구경하였다. 얼굴에 뿌리운 산뜻한 비방울을 훔치며 그들은 행복속에서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