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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옥이는 백진사댁 셋째첩이 급히 찾는다고 하기에 서둘러 몸치장을 하고 백지주의 집으로 갔다. 무슨 일인지 알수가 없어 향옥이는 자못 궁금하였다.

며칠전에 셋째첩은 함석필의 편에다 향옥이를 한번 만났으면 좋겠다는 의향과 요즘 출입이 잦아진 귀한 손님들의 복잡한 업무를 어떻게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보내왔다.

그때 향옥이는 험한 사내들의 놀이판에 녀편네를 잡아넣어 어떻게 할 판이냐고 발끈하여 함석필을 곤경에 빠뜨리고 셋째첩년에다는 몸이 편찮다는 구실을 대여 가까스로 모면하였다.

그러고보면 이번에도 무슨 그러루한 청일는지 알수가 없었다. 이번에도 사실이 그렇다면 어찌하나? 하고 향옥은 걱정하였다.

유난히 광채가 얼른거리는 유리문들을 제쳐놓고 대청마루에 기름걸레를 놓고있던 계집애가 향옥이를 보고 발딱 일어나더니 안으로 뽀르르 달려들어갔다.

잠시후에 계집애는 아까처럼 뽀르르 뛰여나와 건넌방에서 아씨가 기다린다고 하였다.

향옥이는 발바닥이 찰찰 미끄는 마루를 지나 역시 기름이 자르르한 안방 장판바닥을 건너 아자문양의 간살을 촘촘히 박은 새하얀 장지문을 조심히 열었다.

방금 낮잠에서 깨여나 청과수에다 양치를 하고난 셋째첩은 푸른 보료우에 반몸을 눕힌채 미츨하고 굴곡있는 전신을 드러내놓고 화투쪽으로 신수를 떼여보고있었다.

아무리 녀자들 사이라고 해도 향옥이는 부끄러워 될수록 그 흰 속옷바람의 육체를 보지 않으리라 고개를 숙이고 문턱안에 앉았다.

《밤새 손님들 시중에 맥을 빼우고 아침나절에는 령감님 성화에 얼혼을 떼우고 잠시 처져누운것이 벌써 한낮이야.》

셋째첩은 두팔로 방바닥을 짚고 일어나 경대우에 벗어걸친 옷들을 주어입기 시작하였다. 손에 스치는 비단의 사륵사륵하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히였다.

향옥은 머리를 들어 셋째첩의 약간 군턱진 복실복실한 얼굴이며 비자루 한번 쥐여본것 같지 않은 분길같은 하얀 손을 번갈아 바라보면서 호사하는 녀자들의 생활이란 가까이서 보면 볼수록 신기한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조금만 거리를 두고보면 그저 번쩍거리는 비단이며 하얀 고무신이며 머리우에 펼쳐진 양산따위며 무슨 여우목걸이며 하는것들이 어릿어릿 하는것이지만 지금 이렇게 눈바투 굽어보면 저 젖빛같은 흰 손이며 흰 얼굴이며 교태가 충만된 검은 눈이며 빨간 입술이며 어깨의 탄탄한 미츨한 륜곽이며가 모두 얼마나 싱싱하고 자극적이며 남자들의 애간장을 녹일가싶었다.

《향옥이는 참 이뻐요.》

옷을 입고 치마허리를 쓸어보던 셋째첩이 갑자기 시샘이 어린듯 한 눈을 치켜뜨고 향옥이를 바라보았다.

《아씨두.》

향옥이는 고개를 푹 숙이였다.

《안야, 여간 절색이 안야. 아라가와따위가 한번 구경하면 가만두려고 안할테니… 참 요전엔 몸이 어떻다고 했었지?》

《예, 편도선이 났댔어요.》

《그건 무슨 병이게?》

《목구멍이 붓는 못된 병이야요. 말도 못하고 밥도 못먹고.》

《오라. 우리 녀학교시절에 그런 병 앓는 애가 하나 있었어. 그애가 병원에 입원하면 우린 모두 침대 부러운 생각을 했었지.》

셋째첩은 벽시계를 할끔 쳐다보더니 바삐 화장을 하고 일어섰다.

《잠간 앉아있어요. 령감보구 올테니.》

향옥은 방안을 누가 엿볼세라 바삐 둘러보았다. 처음은 모든것이 번쩍거리고 환하고 어릿어릿하여 아무것도 분명하게 눈여겨볼수가 없었다.

전에 술취한 함석필이가 온밤 자지 않고 중얼중얼 하면서 《백지주는 정말 호사스레 살더라. 우리두 언제 그렇게 살아보나. 에라, 도까비처간이라두 헐어서 패물을 훔쳐와야겠다.》라고 하던 말이 떠올랐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채리고있었게 그렇게 부러워했을가?)

향옥이는 정신을 차리고 좀 똑똑히 눈여겨보려고 하였다.

자개와 백동으로 장식한 의농이 먼저 눈에 안겨왔다. 그것은 오동나무로 짜고 주토칠을 하고 시우쇠장식을 한것인데 자기네 농짝같은것에 비할바가 아니다. 뿌연 유리가 박힌 이불장안에는 푸른바탕에 붉은깃이 달린 양단이불, 록색바탕에 붉은깃이 달린 공단이불이 층층 쌓이고 10장생, 원앙새, 혹은 수복을 수놓은 베개모에 하얀 잇을 낀 베개들이 아롱지게 놓여있다.

흑갈색바탕에 그보다 좀 붉은 적갈색깨가 박힌 례장함, 경대함에 남자들이 드나들면서 사용하고있는것 같은 문갑, 책상, 연상들이 놓여있고 검은 옻칠을 하고 흰 자개를 박은 탁자장우에는 여러 형태의 목각골동품들이 놓여있었다.

그것들은 모두 향옥이로서는 한번 만져도 못본 물건들이며 이름이나 겨우 들어 알고있는 진귀한 가구들이다.

향옥은 이왕 이 방에 들어온이상 무슨 새의 깃털로 굽도리를 장식한 비단보료나마 만져보고 바늘뜸새랑 살펴보려고 무릎걸음으로 다가갔다.

그때 갑자기 문밖에서 남자들의 목소리가 나고 셋째첩이 깔깔거리면서 장지문을 밀었다.

《어디 누가 왔나 보아요.》

향옥은 머리를 돌리자 셋째첩뒤에 백지주와 함석필이가 서있는것을 보았다.

향옥은 깜짝 놀라 일어섰다. 함석필이도 눈이 둥그래서 안해를 마주 보았다.

《이사람들 놀라지들 말구 앉게.》

백가가 점잖게 한마디 하고 방으로 넘어서더니 함석필의 잔등을 밀어 병풍앞에 앉히였다. 향옥이와 함석필은 어쩐 영문인지 알지 못해 자주 공중에서 눈길만 부딪쳤다.

《자네들을 부른것은 다름이 아니라 젊은 부처가 일하는 품이 아주 기특하여 무엇을 좀 선사를 하려고 한것이네.》

셋째첩이 의농을 열더니 하얀종이에 싼 얄팍한 물건을 두손에 정중히 받들어내였다.

《함석필십가장이 공사에서두 모범이구 민심을 옳게 이끌어나가는데서두 열성이구 하여 이사람이 일부러 신파장에 넘어가 성의껏 마련해가지구 온것일세.》

함석필이와 향옥은 이 뜻밖의 사례가 도무지 어쩐 일인지 알수가 없고 또 생각조차도 해본적이 없었던 관계로 그저 얼떠름한 상태에서 그 얄팍한것을 바라보았다.

《어서 보자기를 풀구 내보이게, 나도 아직 구경못한 물건일세. 주인아닌 사람은 함부로 구경도 못한다는데 별수가 있었나?》

백가는 자기도 여간 구미가 동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입맛까지 쩝쩝 다시였다.

셋째첩은 옹색하기 그지없는 자세를 하고 앉아있는 향옥이며 함석필을 슬슬 넘겨다보면서 보자기를 풀었다. 그리고 그 한쪽에 손을 넣어 넥타이 하나만을 집어내였다.

《이것부터 먼저 보실가요?》

셋째첩은 쌩긋 웃고 향옥이를 들여다보았다. 향옥이는 어떻게 할지 몰라 두손을 마주 잡고 남편을 살피였다.

넥타이는 검은 바탕에 흰줄을 가로세로 친것이였다. 셋째첩은 손가락에다 이리저리 무르녹게 감아가지고 향옥이 앞에 쑥 내밀었다.

《어드래요? 넥타이같은것은 남자쪽에서보다 녀자쪽에서 더 마음에 들어야 하니까.》

향옥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면서 대답을 못하였다.

《이것은 요즘 새로 류행된 넥타이라오.》

셋째첩이 얼른 말을 받아챘다.

《류행이라고 하지만 물건이 당자의 마음에 들어야지 않소?》

《왜요? 류행이라는것은 가장 새로운 모양인데요. 같은값이면 시대에 뒤떨어진 케케묵은것을 고르겠나요.》

《사실이야 그렇지. 함십가장 생각이 어떤가?》

함석필은 그저 황송하고 딱하기만 하여 뒤더수기를 썩썩 문질렀다.

《함십가장은 류행에 대한 취미가 퍽 고상한줄 알아요.》

《원, 그거야 남의 속생각이지. 그것까지 알아내는 재주가 있나?》

《아니 그만것을 몰라요. 난 첫눈에 알아맞히고말었는데요. 요 넥타인 금년류행중에서는 점잖고도 산뜻한것으로 고상한 취미를 가진 신사들은 누구나 칭찬을 마지 않는답니다. 보니 함십가장도 첫눈에 벌써 마음들어하는 눈치더군요. 여간한분으로 그리되겠습니까.》

백지주는 고개를 끄덕이였다.

함석필은 뻘건 얼굴을 외면하고 향옥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있었다.

《이달에 백오십개가 왔다던가? 한데 관광손님들이 쓸어들어서 이틀안팎에 다 팔리고… 꼭 요 한개가 남아있지 않어요?》

《그렇다면 상당한 물건일세.》

백지주는 감탄을 하면서 손을 뻗쳐 넥타이를 주물러본다. 그리고 한숨을 쉬고 입맛을 다시고 다시 넥타이를 만져보면서 여간 부러운태를 내보이지 않았다.

《령감님도 차차 하나 장만하지요. 딱하게두 꼭 한개뿐이니까 령감님께서 양보를 허세야죠?》

《아무렴, 나같은것이야 낡은걸 걸치면 뭐라노. 어서 함십가장목에 견주어보세. 얼굴색에 어울려야 하니까.》

셋째첩은 깜박 잊었다는듯 주먹으로 무릎을 콩 치더니 스스럼없이 다가들어 이마를 마주칠듯 가까이하고 함석필의 목에 넥타이를 걸어보았다.

향옥은 멍에를 멘 소처럼 목을 거북스레 내뻗치는 남편을 딱한 눈으로 보았다.

《검은 바탕은 얼굴이 흰 사람에게 좋은데…》

백가는 향옥의 눈치를 보면서 슬그머니 한마디 비치였다. 함석필은 요즘 공사판에서 타기도 하였거니와 워낙 얼굴색은 밝지 못한 사람이다.

《령감님은 어쩌면 그렇게두 잘 아시는 말씀을 허세요. 그렇지 않아두 그걸 고르면서 함십가장 얼굴색이 검든지 희든지 그걸 생각하느라고 골치를 썩였다니까요.》

《아니, 하루에도 몇번씩 제집드나들듯하는 귀한 사람의 얼굴도 몰라?》

《그게 어디 쉬운 일인줄 아세요. 령감님의 얼굴도 가끔 아리숭해지는 때가 있어요. 밤에 보면 흰것 같구, 낮에 보면 검은것 같구… 하지만 과히 걱정허실건 없어요. 이 넥타인 얼골 검은 함십가장에게 더 좋아요. 검은 바탕에 흰줄이 있으니까요. 모양새는 문양이 돋우는것이지 바탕이 돋우는게 아니니까요.》

《그것참 듣고보니 그렇군.》

《아무렴 이 방면에서야 령감님이 나를 당하겠나요. 자주 신식류행을 놓구 연구를 하는 녀자니깐요.》

향옥이와 함석필은 한순간에 정신이 떨떨해지고말았다.

넥타이 경매가 끝나 그것이 향옥이 손으로 넘어오고 그다음 흰와이샤쯔, 손수건, 칼라, 이렇게 차례차례 그 공정을 거치다나니 그만 저녁때가 되고말았다.

향옥이와 함석필은 얼굴에 함뿍 땀을 흘려가면서 몇시간 곤경을 치르고 그야말로 정신을 수습할수 없는 상태에서 자리를 물러났다.

함석필은 백가에게 무엇으로 또 붙잡히고 향옥이는 셋째첩의 친절한 바래움을 받으면서 문간을 나섰다.

집으로 돌아온 향옥이는 선사인지 무엇인지 한 물건따위는 되는대로 팽개치고 우선 피곤하여 깔개도 없이 방바닥에 나가 누워버렸다. 아무것도 생각하고싶지 않고 돌이키고도싶지 않았다.

함석필은 늦게야 술에 초절금을 당해가지고 불없는 방으로 무엇에 쿵쿵 부딪치면서 들어왔다.

향옥은 함석필의 허둥거리는 발에 허벅다리를 밟히울쯤 해서야 신음소리를 내였다. 함석필은 깜짝 놀라 뒤걸음쳤다.

《사람이 있어가지고 이 모양이야?》

향옥이는 간신히 기여나와 방등에 불을 달았다. 이마에 머리칼이 쏟아져내린 함석필의 꼴은 말이 아니다.

그것을 보자 향옥은 발끈 돋아올랐다.

《아니 어디가 제손으로 떳떳이 빌어먹고 살아야지 이따위 물건 선사받아먹고 살겠나요?》

《선사가 어째서? 백지주가 그쯤 생각해서 주는것이면 그건 상당한것이야.》

《말두 말아요. 나는 겨우 자리를 지켰어요. 당신꼴은 또 어쨌는줄 알아요. 사람이 자기모양을 들여다볼줄도 알아야 해요.》

향옥은 가슴이 터지게 한숨을 내쉬였다. 함석필은 머리를 내젓고 술내를 푸푸 풍기면서 향옥이 가까이로 다가왔다.

《여보, 돈날 구멍이라는게 그렇게 쉬이 열리는게 안야. 돈얻고 권세를 얻고 한 다음에는 그것이 어떻게 생겼던지 몰라도 그렇게 되기까지는 땀을 바치구 피를 바치구 별의별 작간을 다 놀아서 그같은 횡재를 한것이야. 맹추같은것이, 누가 떳떳한 일자리를 주어? 공로가 없이 백지주가 그래 줄터이야? 가와사끼가 그래줄터인가?… 오늘받은 선사는 앞으루 일만 잘하면 무엇이나 생각해준다는 암시같은것이야.》

함석필은 녹아들어오는 몸을 가누지 못하여 쿵 하고 벽에 머리를 찧으며 나가 동그라졌다.

《아니, 이 량반이.》

향옥은 냉큼 일어나 함석필의 머리를 받들어 안았다. 그는 가슴을 풀떡풀떡 하면서 여전히 술내를 풍기는 단숨을 내쉬고있었다. 향옥은 함석필의 무거워오는 머리를 손에 받쳤다가 그다음 다리에 받치고 그것도 저려오자 눅눅한 방바닥에 밀쳐놓았다.

어쩐지 정도 안가고 사내같지도 않은 하찮은 생각이 떠올랐다.

값도 비싸지 않은 넥타이를 가지고 올리추고 내리깎고 하면서 장난을 치던 셋째첩의 모양새며 거기 잡혀가지고 빈충맞은놈처럼 정신을 잃고 쩔쩔기던 남편꼴을 생각하면 분하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하였다.

갑자기 무슨 기운이 뻗쳤는지 함석필은 두손으로 벋디디며 일어나 앉았다.

《내 말을 똑똑히 들으라구. 돈날 구멍이 생겼어. 백지주가 나한테 상당한 림지의 채벌구역을 떼주겠다고 약조를 했어. 이것만 걷어쥐면 우리도 부호가 된단말야.》

향옥은 무슨 말인지 영문을 알수가 없었다. 그러나 함석필이 다시한번 그말을 반복하고 격동에 차서 가슴을 풀떡거리고 랭수를 찾고 하면서 점차로 격렬히 흥분되는것을 보자 비로소 큰 일이 있었다는것을 짐작하였다.

향옥은 정신없이 달려가서 랭수를 떠왔다. 함석필은 랭수 한사발을 단숨에 꿀꺽꿀꺽 다 들이키고나서 한결 똑똑한 기분으로 안해의 손목을 꽉 잡고 가벼운 경련을 일으켰다.

향옥은 까닭모를 어떤 흥분과 전률에 오한을 느끼면서도 아프게 잡히운 손을 그냥 내맡기고있었다.

《당신두 돈을 벌려거든 잡도리를 단단히 하구 나서야 해. 어디 가서 제번 돈두 받아오지 못하는 그런 기력으룬 아무 일도 못하구말아. 알만하지?》

《말을 해요. 무엇이게 다짐부터 받는거예요?》

《다짐을 받아야지. 아무리 녀편네라구 해두 이건 다짐을 받아야 할 일이란말야. 일푼어치라두 발설하면 그땐 작두에 목이라두 찍든지 해야 할 일이니까.》

향옥은 함석필한테 잡히운 그 손으로부터 갑자기 온몸의 피와 힘이 고스란히 빨리는듯 한 아찔한 느낌을 받았다.

《진사댁 셋째첩이 당신을 왜 찾은줄 아우? 와이샤쯔 하나가 나한테 힘겨울가봐 그걸 거들어주라구 찾은줄 알아?》

《뭘 그렇기야 하겠어요.》

《그러니 당신도 뭘 짐작했구만.》

함석필은 무언가 좀 말하기 쉬워진듯 한 가벼운 느낌을 드러냈다.

《나는 아무것도 짐작한게 없어요. 그저 그렇단말이지.》

《그렇다면 똑똑히 들어두어.》

함석필은 단단히 오금부터 박았다.

《당신은 오늘밤부터 야학에 나가야겠소.》

《야학에는 왜요?》

《거기 나가서… 지세경이랑, 춘옥이랑, 쌍별이랑 뭘하고있는가 그걸 알아야겠소. 특히 구장누이 뒤를 단단히 캐보아야겠소. 백진사의 말이 이 사람들이 모두 구장누이풍에 논다는거야. 백진사는 구장누이가 진짜 구장누이같지 않으니 이것두 알아보라는군. 칠봉령감도 구장누이 손에 넘어갔다나. 아무리 생각해봐두 이상하다는거야. 백진사는 벌써 강구장을 돌려놓았어. 강구장도 믿지 못해하거던… 문제는 그 구장누이야. 그러니까 당신이 이걸 알아내야 한단말이요.》

《아이참, 내가 그런걸 어떻게 알아내요.》

향옥이는 아연하여 두손으로 머리를 꽉 움켜잡았다.

《그러게 내 뭐라던가. 당신같이 약한 마음으룬 돈벌이를 못한다구 하지 않았어.》

《돈벌이하구 이런짓하구야 무슨 상관이 있어요. 돈 벌랴문 떳떳이 벌 노릇이지 꼭 이런 일하구야 돈이 생겨요?》

함석필은 멀거니 안해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기가 막힌 노릇이 아닐수 없다고 그는 생각하였다. 백가는 자기네 부부를 렴탐군으로 써먹을 잡도리를 단단히 하고 아라가와하고도 상세한 의논이 있었다고 하는데 향옥은 통 말귀조차 알아듣지 못하고 그냥 뻗치기만 하는것이다.

《여보, 당신이 이노릇이 싫다면 다시는 날더러 어디가 돈벌라는 소리를 말아야 해. 종아리를 걷어붙이구 죽을 때까지 흙을 쥐여뜯을 생각을 해야지.》

향옥이는 말이 없었다. 함석필은 안해의 눈치를 잠간 살피고 나서 한숨을 쉬고 달래듯 중얼중얼 외웠다.

《그러지 말구 야학에서 무엇을 하고있나 그저 그런것이라두 알아가지구 오라구. 꼭 렴탐군이다 하는 생각을 할거야 뭐 있어?》

《제발 돈을 벌랴문 곱게 벌어요. 누굴 꽂아넣구 번돈이 무슨 재력을 펴주겠나요. 그런 돈은 오히려 집안을 망하게 할수도 있고 그러는거예요.》

《이렇게 코막고 답답한것이, 남들이 어떻게 돈벌이를 하나 그것도 알지 못하고?》

함석필은 벌써 술을 말끔히 깨여가지고 충혈된 눈으로 안해를 흘기고있었다.

《당신이 이 일을 싫다고 해서 춘옥이랑 다 무사하게 되는건 아니야. 돈을 주겠다고만 하면 웃동을 제껴버리구 해댈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단말야.

어떻게 하겠어. 정말 백지주나 저 아라가와, 가와사끼같은 사람들의 지시를 거역하구 밥술이나마 먹으며 살수 있을것 같애?》

향옥은 한손으로 방바닥을 짚고앉아 오래동안 생각에 잠겼다.

들어주면 횡재를 하게 되고 그것을 거역하면 목숨까지도 내놓아야 할 어려운 갈림길에 서있는것이다.

향옥은 어떻게 할지 똑똑한 결심을 못한채 떨리는 가슴을 다잡으며 어쨌든 야학이라고 하는데 나가보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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