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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서 날아온 한통의 전문은 1차아이피씨앞에 드리운 비구름을 예고해주고있었다. 나흘전 베를린에 날아간 류진영의 긴급보고였다. 베를린에서는 열흘후 모스크바에서 있게 될 1차아이피씨를 앞두고 행동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사회주의나라 청년일군들의 회의가 진행되고있었다. 축전장소와 구호문제가 기본으로 토론되는 이 회의에서 쏘련측이 《반제》를 빼는것이 어떻겠느냐 하는 의견을 공식 제기했다는것이다. 진영은 물론 꾸바를 비롯한 여러 나라 국제비서들의 완강한 반대로 다수가결은 보지 못했으나 이것은 위험신호였다.

쏘련측이 그 의견을 철회한다 해도 그에 추종하는 나라들은 좋게 봐야 《침묵》아니면 《보류》로 나올것이고 서방은 만세를 부를것이였다.

아침조회에서 이 사실이 알려지자 방안은 폭탄이 터진만치 소란스러웠다. 제일 분이 나 펄펄 뛰는 사람은 김관이였다.

《두달전 성명발표는 어데 던지고 이 변덕이야.》

《축전구호야 2차아이피씨에서 토론되는것이니… 그땐 다르게 나올수 있지 않을가. 우리가 사업도 벌리고.》

누군가 하는 말에 김관은 버럭 성을 내였다.

《사업이라니? 우리가 그만큼 말해줬는데두 그저 막무가내가 아닌가. 어제는 전술이요 뭐요 하고 얼림수를 놀더니 끝내 오리발이야.》

《그치들은 처음부터 전술인것이 아니라 굳어진 립장이였어.》

온 하루 이 《배신행위》에 대한 분분한 규탄과 시비속에 대책문제가 론의되였다. 축전주최는 포기할수 없고 《반제》구호 역시 높이 들어야 한다. 그러나 《반제》를 양보하지 않는 경우 축전주최가 거부될수 있지 않는가. 리상적인것은 이제 있게 될 회의에서 일체 축전성격과 구호문제가 론의되지 않게 하는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공상에 불과하였다.

축전장소를 론할 때 그 나라의 정치적분위기와 지배사상, 축전성격과 구호에 대한 립장을 밝히지 않을수 없을것이다. 《평양축전》에 대한 반대세력들이 이미전부터 《트집거리》를 잡으며 윽벼르지 않는가. 일단 립장문제가 밝혀지고 그에 대한 시비와 반발이 있으면 부득불 반격이 있을것이고 끝내는 론전끝에 유야무야되는 파탄이 올수 있는것이였다. 이 문제는 지정철의 방에서도 진지하게 토론되였지만 신통한 해결책을 찾아낼수 없었다.

쏘련측과의 실무적접촉을 통해 우경적탈선을 막고 발전도상나라들을 비롯한 지지세력들과 잘 짜고들어 서방측의 방해책동을 사전에 눌러버린다는 방향적인 대책안이 주어졌다.

그런 어느날 김정일동지를 만나뵈온 김준선이 동맹청사에 찾아왔다. 창혁이와 김관이 마주 붙어 1차아이피씨에 참가하여 연설할 토론원고를 한창 수정가필하던중이였다. 준선은 책상한켠에 마구 구겨버렸거나 찢어버린 초고무지를 측은히 보다가 연설문을 전반적으로 다시 써야 하겠다고 말했다.

《무엇때문입니까?》

연설문작성때문에 어지간히 지친 창혁은 의문보다 기대를 앞세우며 물었다.

《오늘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1차아이피씨준비정형을 보고받으시고 이번 회의에서 축전장소만 아니라 구호와 시기도 동시에 결정하게끔 해야 한다는 말씀을 주시였소.》

《네?!》

《그렇소. 장군님께서는 조성된 정황에 따라 평양축전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이번 회의에서 종지부를 찍자는것이요. 일괄타결이요!》

어떤 가능에서 일괄타결을?… 창혁의 머리에는 의문부터 앞섰다. 그러나 이때의 준선이도 창혁이와 별반 다름이 없었다. 일괄타결이란 그에게도 뜻밖의 일이였던것이다.

오늘 그가 김정일동지를 접견할 시간은 20분으로 제한되여있었다. 당부서의 여러 일군들과 비서들이 그이의 접견을 기다려 대기실에 있을 때였다. 수도건설과 관련된 보고끝에 1차아이피씨와 관련된 쏘련측의 태도변경을 말씀드리자 그이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요술을 부린다?!》

말씀과는 달리 당연히 있을수 있는 일로 치부하시는 태연한 표정이시였다.

《네, 이로부터 축전구호는 2차아이피씨에서 결정되니만치 <반제>성격문제에 대한 론의는 피하는 방향에서 하자고 합니다.》

《아니 이번 회의에서는 축전장소는 물론 축전구호와 축전시기까지 동시에 결정하게 합시다. 아예 이번 회의로 그 모든것을 다 결속짓자는것이요. 말하자면 일괄타결이지. 일괄타결! 지금 쏘련측에서의 <반제성격> 운운은 미국이나 서방사람들의 눈치를 봐서 하는 소리이지 아직까지는 그 나라의 공식립장은 아니요.

수령님께서 쏘련방문을 하신 이후에도 그 나라 당에서 통보해왔지만 반제는 의연히 그들의 행동강령이라고 하고있소. 물론 최근에 와서 정치에서의 <개편>문제까지 들고나오며 그 무슨 <다원제>에 대해서도 론의한다는데 이건 좋은 징조가 못되오. <개편>이라는걸 보면 당내 민주주의확립이라는 표제밑에 제가끔 뿔다른 의견을 내두르면서 사상적통일을 이루지 못하고있다고 하오. 이렇게 놓고볼 때 쏘련청년들속에서의 <반제>거부는 보다 우경화로 나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되받아뇌이는것이라고 볼수 있소. 때문에 나는 이번 기회에 장소문제만 아니라 축전성격과 구호문제까지 다 결정을 보게 하자는것이요.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불리하오.》

《알았습니다.》

준선은 그이께서 축전을 90년이나 91년으로가 아니라 80년대안으로 하자고 하신 뜻이 여기에 있었음을 알았다. 그런데 밖에 나왔을 때 그는 《알았습니다.》라고 한 대답에 아무런 확신적타산도 서있지 못했음을 생각했다.

《일괄타결을 가능한것으로… 보셨겠지요?》

창혁이가 재차 물었다.

《그 문제는 우리가 답을 찾아봅시다.

오늘 내가 그이의 말씀에서 명백히 깨달은것은 이번 1차아이피씨에서 축전장소와 구호, 시기가 무조건 결정되여야 한다는것이요. 그렇지 않고 이번에 축전장소 하나만 결정하고 다음기 회의에서 축전구호를 론하게 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것 같소?

<반제>문제를 둘러싸고 론전이 벌어지고 그 론전에서 <반제>를 빼자는 측이 득세하면 반제주장에서 물러서지 않는 우리 나라에서의 축전주최도 다시 론의되여 <평양축전>을 류산시키는 결정이 나올수도 있다는것이요.

때문에 내 생각엔 이번 회의에서 가장 우환거리로 되는 축전성격과 구호문제에 대한 견해일치를 보면서 동시에 장소문제를 결정하는것이 백번 옳다는 생각을 하게 되오.》

창혁은 입술을 강물고 생각에 잠겨있다가 입을 열었다.

《저로서는 방책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반제>문제를 걸고들며 평양축전을 류산시키려는속에서 구호까지 결정한다는것이… 도저히 자신이 가지 않는군요. 더우기 반제를 빼자는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쏘련측이 그에 맞장구를 치면 수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일것이고… 그때의 저를 상상해보십시오. 물론 우리의 목소리에 합치는 소리들도 높을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회의장을 싸움마당으로 만들것이고… 축전장소토론은 아예 묵살될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땐 저희들이 리준이처럼 배를 가르던가 침을 뱉고 돌아서는 길밖에 없지 않습니까. 난 그것이 두렵습니다.》

준선은 심각해졌다. 창혁이나 김관은 이제 모스크바에 가서 김정일동지의 의도와 결심을 실현하는 첫 조우전에 나서게 되는것이다.

《언젠가 그 사람들이 <반제>양보는 전술이라고 했지요?》

《네. 반년전에 그런 소리를 줴쳤고 두달전에는 그런 소린 뻐꾹도 하지 않고 전적으로 우리의 립장을 지지하였다가 지금은 또 무슨 꼴입니까.》

《지금은 그때의 약속과 지지를 놓고 다불러대는수밖에 없소.》

《그런데 그들이 뿌린 씨앗이 문제입니다. 공식회의에서 <반제>를 빼자고 한걸 보면 벌써 적지 않은 나라들에 전파를 날렸을것일게고 설사 그들이 우리 주장에 동의한다 하여도 서방측이 강하게 <반제>를 거부할 때 그에 역시 추파를 던질수 있다는것입니다.》

《그건 사실이요.》

다음날 국제부일군들과 지정철이 참가한 가운데서 일괄타결안에 대한 토론이 있었으나 별로 전진을 보지 못했다. 그대신 매 정황에 따른 처리안과 연설과 발언들에 담아야 할 구체적내용들이 토론되였다.

그 협의회는 무거운 기분속에 끝났다.

1차아이피씨개막날에 할 연설문은 여러 일군들의 집체작으로 완성되였다. 표현 하나 단어 하나가 신중히 검토되였다. 외국어전문가들이 그 연설문을 놓고 매 나라 말로 번역을 해보며 2중적리해를 줄수 있는 문장이 없는가를 검토할 때 김정일동지께서 그 연설문과 정황처리안을 찾으시였다.

아침부터 흰눈이 하염없이 쏟아져내리는 날 조창혁과 김관은 1차아이피씨에 가게 될 대표단책임일군들과 함께 경애하는 장군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당중앙위원회청사에서 김준선과 지정철이 그들과 동행했다.

그들이 김정일동지의 집무실에 들어섰을 때 그이께서는 무엇인가 열심히 쓰고계셨다. 왼손을 약간 쳐드시며 재빨리 몇자 더 쓰시고 난 그이께서는 환한 미소를 머금으며 자리에서 일어서시였다.

《다들 끌끌하구만. 반갑소.》

준선부장이 그이의 접견을 처음으로 받게 된 청년일군들을 소개해올렸다. 순서가 창혁이에게 이르자 김정일동지께서는 가볍게 손을 저으시였다.

《창혁동무하구야 구면인데 소개가 필요있소?》

그이의 눈길엔 크게 성장한 친자식을 보는듯싶은 어버이의 심정이 력력히 맥박쳤다. 창혁은 가슴뭉클한중에 놀랐다. 이따금 행사때에는 멀리서나마 그이를 뵙군 할 때마다 장군님께서 자기를 유심히 보시는듯 한감을 수시로 느끼군 했다. 하지만 지금 하시는 말씀은 그때문이 아닐것이였다. 눈굽이 쩡- 하고 저려드는속에 만경대학원시절의 일이 뜨겁게 돌이켜졌다.

위대한 수령님과 함께 학원에 오셨던 장군님께서는 창혁이의 학습장까지 봐주시며 전사한 아버지 못지 않은 혁명가가 되라고 말씀해주셨었다.

보안간부학교 1기졸업생인 창혁의 아버지는 조선인민군 첫 해군지휘관들중의 한사람으로서 군산항앞바다에서 장렬한 최후를 마쳤다.

《어머니는 건강하시오.》

김정일동지의 부드러운 물으심에 창혁은 건듯 정신을 차렸다.

《네.》

창혁은 목이 꽉 메여 고개를 떨구었다.

(어머니가 이 일을 아시면!…)

항일의 녀성영웅이신 김정숙어머님의 사랑속에 새로운 인생을 찾은 어머니는 늘 대를 두고 이어받은 사랑과 복을 두고 말한다….

《왜들 그렇게 서있소. 앉으시오.》

매 사람들에게 자리를 권하시고난 김정일동지께서는 집무탁에 가앉으시였다.

《대표단활동대책안도 그렇고 연설문도 괜찮습니다. 다들 속을 썩인다 해서 졸장부들인가 했는데 조선청년일군다운 기백들이 느껴지오.》

그이께서는 믿음어린 눈길로 청년일군들을 보시다가 준선에게 물으시였다.

《연설문을 봤소?》

《네, 보았습니다.》

《내가 좀 손을 댔는데 한번 보시오. 참 개막날의 이 연설문을 누가 읽게 되오?》

《창혁동무가 하기로 되였습니다.》

《그렇소?! 하긴 창혁동무야 목소리도 밝고 기운찬데다가 전체적으로 군인출신으로서의 패기가 있으니 좋소.》

그이께서는 싱그레 웃으시며 창혁을 보시다가 연설문을 넘겨주셨다.

《연설할 당자부터 먼저 봐야겠지. 동무들이 오기전에 끝내느라 좀 휘둘렀소.》

창혁은 꿈을 꾸는것만 같았다. 그이께서 언제 자기 목소리를 여겨들으셨겠는가를 생각하니 놀랍기 그지없었다. 텔레비죤에 몇번 나섰을뿐인데.

연설문을 받아들자 또다시 눈앞이 뿌잇하게 흐려졌다. 글줄 사이마다 빼곡이 적힌 글발들이 불덩이처럼 가슴을 지졌다.

《왜, 알아보지 못하겠소?》

《알아볼수… 있습니다.》

그이께서 수정가필하신것은 몇몇 단어표현뿐만아니라 옹근 두세페지씩 새로 더 써넣기도 하셨다. 창혁이네가 써넣은 요란한 수식사와 정치적술어들이 적잖게 빠져나간 대신 조선의 력사와 지리, 축전준비에 기울인 우리 인민들과 청년들의 노력이 반영되고 평화와 친선을 바라는 인민들의 념원과 지향이 설득력있게 강조되여있었다….

《어떻습니까. 내가 손댄것은 우리 나라에 대한 자랑, 우리 청년들 자랑을 좀 한것이고 곧추치기가 너무 많아 좀 부드럽게 돌린것입니다. 또 있다면 서방측에서 요구하는 담보조건엔 너무 린색한것같아 폭을 좀 크게 넓혀준것입니다.》

《장군님! 정황처리안은 더는 필요할것 같지 않습니다.》

지정철이 흥분한 어조로 말씀드렸다.

《가만, 주인의 의사부터 들어야지. 창혁동무, 어떻소?》

《고맙습니다.》

창혁은 뜨거운 눈물속에 김정일동지를 우러러보았다.

《의견이 없다면 마음이 놓이오.》

그이께서는 창혁에게 앉으라고 하시며 청년일군들의 옷차림을 여겨보시였다.

《그런데 모스크바에 갈 때 어떤 옷들을 입자고 하오? 좀더 젊어보이는 색갈이 좋겠는데.》

모두가 뜻밖의 말씀이라 서로의 옷차림을 살펴볼 때 그이께서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다.

《내 생각엔 저번 설명절공연때 동무들이 수령님을 모시며 입었던 옷들이 좋을것 같소. 밝으면서도 무게있는 색갈이였지.》

《알겠습니다. 그 옷을 입겠습니다.》

이구동성의 기뻐하는 대답에 그이께서는 흡족하신 안색이였다.

《그렇게 하자구.》

김정일동지께서는 준선에게 대표단출발날자를 물으시였다. 준선이 1월 28일임을 말씀드리자 그이께서는 벽가의 달력에 눈길을 주셨다가 지나가는 소리처럼 말씀하셨다.

《쏘련공산당전원회의가 열리는 날이구만.》

저으기 심중한 안색이시였다.

《내가 오늘 청년동맹일군들까지 부른것은 낯도 익히고 이야기도 좀 나눠보자는데서였습니다. 오늘 받은 자료에 의하면 지금 서방에서는 우리의 축전주최를 막으려고 맹렬한 움직임을 벌리고있다고 합니다. 지어는 우리의 축전이 성립되는 경우 보이꼬트하여 다른데서 축전을 한다는 <뉴질랜드축전설>까지 돌리고있습니다.

쏘련측의 태도도 동무들이 우려하는것처럼 신통치 않습니다. 이런데서부터 사로청대표단의 활동은 여러가지 난관과 장애를 물리쳐야 하는 어려운 사업으로 될것입니다. 대표단사업과 그 중요성에 대해서는 더 말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동무들로서 자부심을 가져야 할것은 세계를 상대하고 벌리는 외교전이라는 의미에서 공화국력사에 이이상 큰것이 없었다는것입니다. 그만큼 간단치는 않습니다. 동무들도 자주 말하지만 이런 회의야 우리의 욕망대로 좌지우지되는 일은 아니거든. 그러나 우리는 자기의 주장을 실현해야 합니다. 우리의 주장은 실제상 우리의것만이 아닌 현세기의 진보적청년들과 인류의 지향을 담고있기때문입니다.

사실 우리가 축전을 하자고 나선것도 바로 그런 사람들의 요구와 희망을 고려한데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좀 이러쿵저러쿵하는 제동이 있다고 해서 물러서려 한다면 그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동무들의 생각을 좀 들어봅시다.》

《장군님! 제가 한가지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창혁이가 일어섰다. 방금전과 달리 그의 눈빛이 단쇠처럼 번쩍였다.

《만약경우에 대해서입니다. 최악의 경우로 쏘련측이 끝끝내 <반제>구호를 반대하면서 회의장에서까지 그걸 들고나온다면 저흰 단호히 치려고 합니다.》

《찬성이요!》

이 순간 조창혁은 엄하게 변하신 그이의 모습에서 말씀그대로의 긍정임을 알았다. 용기가 생기면서 한편 가슴이 후두두 떨렸다. 그는 바싹 단 입술을 혀로 추기고 계속했다.

《다음의 경우는 극단적인 반동청년단체들과 반축전세력들, 그에 동조하는 어중이떠중이들을 제껴버리자는것입니다.》

《제껴버린다?!… 그건 무슨 의미에서 하는 소리요.》

창혁은 비장한 기분속에 말씀드렸다.

《저는 우리 축전이 종래의 축전과는 달리되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축전의 반제성격을 강화하고 우리 당의 반제립장을 명백히 보이기 위해서도 그런… 잡탕세력들을 받지 말자는것입니다.》

《그건 언제부터 품고있던 생각이요?》

《저는… 지난해 부다뻬슈뜨에 갔다올 때부터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서방계의 반동적청년단체까지 포옹한다는것은… 불가능한 일이기때문입니다. 어저께 받은 세계민청책임일군인 왈드의 편지에도 그에 대한 우려가 적혀있었습니다. 지금 서방계의 반동단체들에서는 우리 축전을 뒤집어엎으려는 음모가 꾸며지고있다고 합니다. 때문에 저는 이번 회의에서 폭발될 그런자들의 도전에 대하여 단호히 맞받아치고 그런자들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것을 엄숙히 선포했으면 합니다. 아예 편을 쫙 가르자는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절름발이 축전이 되지 않겠소. 그러지 않아도 축전을 사회주의나라들의 일변도적잔치놀음이라고 떠든다는데.》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얼룩배기축전보다는 나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얼룩배기라?!… 그럴듯 한 표현이요.》

그이께서는 담담한 표정으로 웃으시였다. 창혁은 부쩍 사기가 올랐다. 이 시각 이 장소에서 새로운 축전의 앞날이 결정된다고 생각했다.

《저는 우리 청년들에 대해서도 생각했습니다. 극단적으로 이질화된 청년들이 오게 될 때 그런자들의 악선전과 망탕짓에 우리 청년들이 넘어갈수는 없겠지만 좋지 않은 씨앗이 뿌려질 위험성이 있기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청년들속에서는 혹간이기는 하지만 재외에 다녀오는 경우 좋지 않은 물에 젖어오는 경향도 있습니다.

저는 우리의 축전이 명실공히 <반제>와 정의의 리념을 구현한 축전으로 돼야 한다는 당의 결심에 비춰봐도 이 길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동무들모두의 생각이요?》

《네, 그렇습니다.》

김관이 벌떡 일어나 말씀드렸다. 우람찬 체격에 목소리도 우렁찼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대견스러운 미소를 머금으시였다. 좀전에 그의 경력을 물으시였을 때 저격려단출신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던것이 떠오르셨던것이다. 그러자 이 청년일군과 대조되는 모습으로 그려지시는 류진영부위원장은 어떤 생각일가 하는것이 퍼그나 흥미를 동하시게 하였다.

지금 그 청년일군은 재외로 나갔다고 한다.

그이께서는 누구에게라없이 물으시였다.

《그 문제에 대해 류진영동무는 어떤 견해입니까?》

창혁이가 일어섰다.

《진영동무도 저희들과 같은 생각입니다. 그 동문 이미 부다뻬슈뜨에 갔을 때 어중이떠중이들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견해를 굳혔습니다.

뿐만아니라 도전적으로 나오면 단호히 치자고 하였습니다.》

《그렇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예상밖의 일이라 저으기 놀라셨다. 한편으로는 반갑기도 하셨다.

류진영에 대한 인식에서 새로운 수정을 가하게 된것이 기쁘셨다.

좀 연약하고 우유부단한 성격이라고들 했지. 그런데 과감하게 나왔거든.

지난해 이들한테서 올라온 대외사업보고서가 상기되셨다. 폴리오에 대한 가슴아픈 사연뒤에 불순청년들의 책동자료가 상세히 적힌 보고서였다.

(그러고보면 오늘의 주장은 이미 그때부터 생겨난셈이다.)

찌르르한 아픔이 가슴굽을 훑었다. 그이께서는 창혁이며 김관의 얼굴에 그늘을 짓게 하는것이 마음에 걸렸으나 스쳐넘길수 없으셨다.

그이께서는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으며 말씀을 떼시였다.

《동무들의 생각엔 어느정도 일리가 있습니다. 편을 가른다는것도, 하긴 편은 갈라져있는것이고… 얼룩배기축전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것도, 하지만 틀렸습니다.

동무들은 지금 일개 사로청일군의 립장에만 있습니다. 그렇다면 락제지. 조선청년일군이라면 우리 청년들만 아니라 세계청년들전체를 품어안는다 하는 배포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쪼물짝합니다.》

그이께서는 탁 트인 웃음을 터치시고 말씀을 이으시였다.

《우선 우리 청년들에 대해 말해봅시다.

바줄당기기같은것을 례들어 말할수 있는데 그땐 티각태각하던 사이들도 한마음이 되여 기를 쓰고 바줄을 당기지 않는가. 또 동무들도 늘 자랑하지만 우리 청년들이 어떻소. 개중에 좀 뒤떨어진 청년들도 있지만 이번 기회에 더 한층 성장할것입니다. 모름지기 우리를 헐뜯으려는 청년들이 나타나면 그런 동무들이 우선 교양자, 선전자가 되자고 달라붙을것이고 제 나라, 제 민족을 떨쳐보이려는 승벽에 키가 더 커질것이고. 두고보시오. 혹간 먼지가 생기면 좀 닦으면 될것이고… 그렇지 않소?》

《알겠습니다.》

붉어졌던 얼굴들이 활짝 밝아지며 눈빛들이 빛났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윽한 정이 담긴 눈길로 그들을 보시다가 준선과 정철을 일별하시며 계속 말씀하시였다.

《난 요즘 축전을 놓고 청년들과 미래의 세계를 자주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 그대로 나간다면 세계의 미래는 암담합니다. 지금 세계의 많은 젊은이들이 똑바른 리상과 사상도 없이 정신적으로 방황하고 도덕적으로 타락하고있습니다. 이런 현상에 가슴아파 몸부림치면서도 갈길몰라 번민하는 청년들도 많습니다.

여기서 언젠가도 말했지만 폴리오라는 청년의 일이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그런 청년이 어찌 그 하나뿐이겠습니까. 자본주의사회에서 범죄와 타락의 길로 굴러떨어지는 청년들을 생각해봅시다. 그 사회에서마저 청년들의 타락을 놓고 미래에 대해 불안을 느끼고있습니다.

이렇게 볼 때 현대제국주의는 청년들을 책임질수 없다는것이 명백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제국주의자들이 승세를 보이며 세계를 틀어쥐려 하고있습니다.

우리의 축전은 그에 대한 단호한 공격으로 될것입니다. 그렇기때문에 적들은 이것을 무서워하고 결사적으로 막으려 하고있습니다. 남조선 <안기부>에서는 우리의 축전을 파탄시키려 해외공관에까지 지령을 떨구고 각방의 암해책동에 들어섰다고 합니다. 그만큼 우리의 영향력이 무섭다는것이지요.

수령님께서 계시는 우리 평양에 와보고 수령님께서 키우신 우리 인민들과 청년들의 모습을 대하면 제아무리 반동이라 해도 생각이 달라질수 있다는것이야 명백한 진리가 아닙니까. 때문에 우리는 사상이 다르고 우리를 적대시하는 청년들이라 해도 그들을 탓하지 말고 다 받아들이자는것입니다.

세계의 미래를 우리가 책임져야 한다! 이것이 세계에 대한 나의 사상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빛나는 안광으로 지구의쪽을 보시다가 창혁이네쪽에 시선을 옮기시였다.

《어떻소? 한번 통이 크게 판을 벌릴 배심이 없습니까?》

《꼭 되리라고 믿습니다.》

창혁이가 크게 들이숨을 쉬며 말씀드렸다.

《믿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두손을 엇걸어끼시다가 한손을 가볍게 저으시였다.

《자신이 덜하다는 소리지. 일없소. 자신만만히 패기있게 움직이라구. 정황처리안도 참작하고… 내 생각한 의견도 거기 적혀있소.》

《고맙습니다. 경애하는 장군님!… 더는 걱정마십시오.》

《걱정… 나는 내몫을 생각하는중이요.》

김정일동지께서는 빙그레 웃으시며 일어서시였다.

이때의 창혁이네는 내몫이라고 하신 그이의 말씀뜻이 무엇인지는 전혀 알수 없었다. 그들의 마음속 고충과 번민에 대해 보고받으신 그이께서는 쏘련측과의 관계문제는 창혁이네로써는 풀수 없는것이라고 생각하셨던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들을 바래주시려 문밖에까지 나오시였다. 준선이 모두를 대신하여 그만 들어가주실것을 말씀드리자 김정일동지께서는 머리를 저으시였다.

《난 먼길을 떠날 동무들때문에 나오는거요.》

김정일동지께서는 창혁이네가 걸음을 멈추는것을 막으시며 복도계단에까지 이르시였다.

《경애하는 장군님! 부디 건강하십시오.》

창혁이네는 깊숙이 머리숙여 절을 올렸다.

《앓지들 말아야 돼.》

김정일동지께서는 매 사람의 손을 뜨겁게 잡아흔드시고 손을 쳐드시였다. 눈물이 글썽해 그이를 우러러보던 창혁이가 애원조의 음성으로 말씀드렸다.

《장군님! 향옥동무에 대해선 더는 근심하지 마십시오. 청년돌격대동무들은 그에 대해서 보증했습니다.》

《허허, 난 보증없어도 믿소. 고맙소.》

김정일동지께서는 모두가 계단으로 내려갈 때도 여전히 복도계단우에 서계시였다. 먼길 떠나는 자식을 바래주는 어머니의 모습이시였다.

사로청대표단이 모스크바로 출발하는 날 아침, 비행장역사에는 사로청대표단의 외국방문력사에 전례없이 많은 간부들이 나왔다. 모두가 한결같이 밝은 표정을 지어보였으나 또한 한결같이 근심어린 얼굴들이기도 하였다. 떠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모스크바의 쉐레메찌예브비행장에 도착했을 때 알려진 첫소식은 레닌공청1비서가 새로운 사람으로 바뀌였다는 사실이였다.

김관은 이를 놓고 매우 불길한 징조라고 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쏘련청년일군중에서 우리에 대하여 제일 극진한 관심을 보이고 《볼쉐비크식립장》을 지킨 사람이 해임당한 공청1비서였다는것이 그의 견해였다.

창혁이도 김관과 같은 생각이였다. 지난 10월 레닌공청청사에서 만났던 미쉰은 쏘련측의 어정쩡한 립장과 태도가 자기로서는 어쩔수 없다는것을 허심하게 사과하며 축전과 청년운동에 대한 자기 견해를 밝혔었다. 우리와 거의 공통되는 견해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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