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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김정일동지께서는 성강의 일군들과 로동계급을 생각하시였다. 그것은 최전연의 한 인민군초소를 현지지도하실 때의 일이였다. 성강과 떼여놓고 생각할수 없는 그런 일이 그곳에서 벌어졌었다.

그날 전선길에서는 한낮때부터 눈보라가 아우성쳤었다. 모진 광풍이 은빛의 장막을 이루어 해를 가리고 백설을 떠인 최전연의 산발들을 휩쓸며 뽀얀 눈가루의 회오리를 일으켰다. 잎 떨어진 나무들이 윙ㅡ윙ㅡ 앙칼지게 불어치는 삭풍에 허리가 부러질 지경으로 태질을 하며 몸부림쳤다.

눈보라는 그이께서 타신 야전차의 성에불린 시창에도 눈가루를 날리군 했다. 하건만 야전차들은 앙ㅡ앙ㅡ 용을 쓰며 고지로 치달아올랐다. 보통승용차들로는 이 고지를 엄두도 내지 못한다. 해발 1,050m인 이 고지를 오르는 야전차들은 굽이굽이 눈더미와 얼음강판우에서 앙ㅡ앙 용을 쓰는데 그때마다 파아란 배기가스를 포연처럼 날리군 했다.

김정일동지께서 몸소 운전대를 잡고계시였다. 전선천리 먼길에서 피로가 겹친 운전사를 쉬도록 하신것이였다.

고지정점까지 한시간나마 걸렸다. 조향륜을 돌릴 때마다 한고패씩 미츠러지군 하는 위험천만한 길이였던것이다.

드디여 고지정점에 오르자 눈보라가 멎었다. 늦어진, 그리하여 아직 흐릿한 태양이 서둘러 구름장틈새로 설핀 해빛을 뿌렸다.

김정일동지를 맞이한 초소의 병사들은 울고있었다. 초소장이 웨치는 차렷구령을 받고도 허연 입김들을 날리며 흐느낌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어찌 상상인들 할수 있었으랴.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부대지휘관들은 물론 중대장까지도 한번 오기 힘들어하는 높고 험한 고지에, 그것도 단 20여명의 병사들만이 살고있는 독립초소에 몸소 찾아오신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늘 그러하시듯 먼저 병사들의 침실과 세목장 등을 돌아보시였다. 이곳 독립초소의 병실과 세목장을 비롯한 건물들은 적들과 직접 총부리를 맞대고있는 최전연고지이므로 반토굴식으로 되여있었다. 그리고 다른 구분대들과 달리 그것들이 작고 비좁게 꾸려져있었는데 특히 식당취사장과 세목장은 다른 중대들의 목욕탕 탈의실처럼 작았다.

물이 발랐다. 여름에는 고지밑으로 내려가 물을 길어올리고 겨울에는 눈녹인 물을 써야 하는 고지의 어려운 생활이 이러한 극빈을 요구하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가슴이 아프시여 점도록 아무 말씀도 없이 걸음만 옮기시였다. 이윽고 감시초소에 이르시였다. 두명의 병사가 입김을 날리며 힘차게 보고드렸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 감시근무중 이상없습니다. 상등병 리호준!》

《전사 박상건!》

《수고하오.》 그이께서는 적들을 감시하는 포대경앞으로 몇걸음 옮기시였다. 《적초소와의 거리가 얼마나 되오?》

《옛, 200m입니다.》

그이께서는 병사들이 올리는 힘찬 대답을 들으시면서 포대경에 눈을 가져다대시였다. 하지만 그이께서 살피신것은 적정이 아니라 산밑으로 흐르는(지금은 허연 눈더미속에 묻혀있는) 작은 개울이였다. 한동안 고지정점으로부터 그곳까지의 거리를 가늠해보시려니 병사들이 물을 비롯한 다른 물동량을 물지게와 등짐으로 나르고있는것이 그 포대경속에 영화의 화면처럼 우렷이 그려지기 시작했다.보고 또 보신다. 이윽토록 아픔이 실린 눈길을 뗄수 없으시였다. 어느덧 구름장을 헤집고나온 태양이 눈덮인 련봉과 계곡들을 눈부신 은빛의 세계로 아물거리게 하였다.

《춥지 않소? 이런 날엔 발이 시리지?》

《아닙니다. 춥지 않습니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

초소근무중의 병사들과는 오래 담화를 하실수 없다. 하여 그이께서는 두 병사의 잔등을 가볍게 두드려주시였다.

《동무들, 수고하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

애젊은 병사들은 너무도 벅찬 격정을 이기지 못하여 더 이상 말씀드리지 못하고 눈시울만 떨고있었다.

다시 병실에 오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소대의 다른 병사들도 일일이 만나주시고 그들의 초소생활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료해하시였다.

세면과 목욕, 음료수문제, 물자운반… 그이께서는 이 모든것에 대하여 자상히 물으시고 그모두를 기억에 새겨두시였다. 또한 고지정점에서부터 아찔한 계곡의 맨 밑바닥을 누비는 실개울에 이르기까지 두텁게 덮고있는 흰눈더미들도 오래도록 살펴보시였다.

 

고지를 내려 얼마간 시간이 흘렀을 때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차를 멈추고 밖으로 나서시였다. 그리고는 한동안 고지정점까지의 거리를 눈으로 가늠하시였다.

이윽고 김하천대장을 비롯한 수행원들을 부르시였다.

《저 고지에서 사는 병사들에게 제일 애로되는것이 무엇일것 같소?》

그이의 물으심에 수행원들이 머뭇거리며 대답올리는데 그모두가 역시 물문제와 물동량의 운반과 관련되는 그런 문제들이였다.

《옳소.》 하고 그이께서 말씀하시였다. 《그래서 내 오늘 결심하였소. 저 고지정점까지 삭도를 놓아줍시다.》

《예?》

《더 이상 나의 병사들이 저 가파로운 고지로 등짐을 지게 할수는 없소.》

《?…》

그런데 놀랍게도 어느 한사람 대답올릴념을 못했다. 수행한 일군들의 낯빛은 세찬 눈보라에 얼어든것처럼 푸르끼레했다.

《왜 그러오?》

그이께서 이렇게 물으시자 김하천대장은 군단장에게 눈길을 던졌고 군단장은 마침내 용기를 내여 한걸음 앞으로 쑥 나섰다.

 《최고사령관동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고지는 사실 무명고지로서 얼마전까지는 수색통로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나날이 전술적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이번에 새로 독립초소를 내왔습니다. 그래서 이 고지에 삭도를 놓는 문제는 아직…》

《결심을 못했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사실 이 독립초소를 새로 내올 때〈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였으므로 설사 생각은 있어도 어쩔수 없는것으로 보았습니다. 겨우 20여명밖에 없는 초소인데다가 70리밖에서부터 저 험한 산봉우리들을 넘어 강철전주대를 세우며 전기를 끌어오고 삭도를 놓아야 하는 일이 너무 아름차서…》

그는 숨찬 소리로 계속 말씀드렸다. 경제가 활성화되여있을 때에도 이런 큰 공사를 벌리기는 쉽지 않았는데 지금은 모든것이 부족하고 어려운 때이므로 아예 엄두조차 낼수 없었노라고 했다.

《최고사령관동지, 이 공사를 벌리자면 강재만도 수천t이나 들이밀어야 합니다.》

《수천t?》 하고 김정일동지께서는 눈보라치는 고지정점을 바라보며 나직이 외우시였다. 《수천t…수천t이라…》

부지중 자강도를 현지지도하실 때의 일이 떠오르시였다. 그저 강재만 달라고, 그러면 그 어떤 어려운 과업도 다 수행해내겠다고 하던 그곳 로동계급의 모습을 상기하시였다. 온 나라가 손을 내밀고있는 강재, 경제국방건설의 대들보를 이루는 강재!…

하여 그이께서는 혼자말씀처럼 나직이 외우시였다.

《그러니 강재 수천t에 목이 메였단 말이지…》

《예, 그렇습니다. 지금 온 나라 곳곳에서 손을 내미는 강재인데 이런 자그마한 초소에 수천t이나 떼여 삭도를 놓는다는것이…》

《흠…》

바람이 세차지면서 태양은 다시 구름장들에 가리워졌다. 눈가루의 회오리가 다시금 산골짜기를 휩쓸며 아츠럽게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러나 김정일동지께서는 한자리에서 오래도록 움직이지 않으시였다. 수행원들도 천근만근 더해지는 무거운 마음을 안고 골바닥에 묵묵히 서있었다.

그렇게 얼마간 시간이 흘렀다. 마침내 그이께서는 산봉우리에서 눈길을 옮기시였다.

《내가 늘 말하는것이지만》 이렇게 말씀하시는 그이의 음성은 준절하시였다. 《우리 병사들을 위해서라면 아까울것이 없습니다. 혹시 20명밖에 안되는 독립초소의 병사들때문에 그런 큰 공사를 벌리겠는가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아주 잘못된것입니다. 단 한개분대, 아니 단 한명의 병사가 지켜서있는 초소라 할지라도 주저하지 말아야 합니다. 나의 병사들을 위해서라면 강재 수천t이 아니라 수만t이라도 아낌없이 들이밀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최전연초소를 지켜선 우리 병사들의 생활에 사소한 불편도 없게 하여야 합니다.》

벅찬 격정이 사람들의 가슴을 뜨겁게 적시고있었다. 하여 김하천대장을 비롯한 여러 수행원들은 그이를 우러러 눈시울을 슴벅거리며 허연 입김만 줄곧 내불고있었다.

그때부터 승용차들이 대도로에 나설 때까지 그이께서는 시종 깊은 생각에 잠겨계시였다. 성강이 한순간도 그이의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고있었다.

성강!… 성강이 빨리 살아나야 한다. 물론 그곳에서 지금 새로운 대고조의 불을 지펴올리고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너무도 부족하다. 아직도 그이께서 바라시는 강철생산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있는것이다.

그이께서는 반쯤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잠겨계시였다.

천리 최전연에 눈보라가 설레였다. 흰눈의 세계가 우ㅡ우ㅡ 울부짖으며 몸부림쳤다. 승용차의 차창들은 온통 하얗게 서리가 불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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