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6. 15의 봄빛

조 창 근

1

 

경애하는 김정일장군님께서는 야전차의 뒤좌석에 몸을 깊숙이 잠그시고 전선서부로 달리고계시였다. 차창밖으로는 7월의 밝고 뜨거운 폭양아래 검푸른 독을 쓰며 아지치는 무연한 논벌이 달려왔다.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개였고 성벽처럼 치솟은 멸악산줄기의 련봉들이 서서히 선회하면서 골짜기와 산기슭에 새로 일떠선 목장들과 농촌마을들이 겨끔내기로 제 자랑하듯 선경을 펼쳐보이군 하였다.

새 세기에 들어선지도 두해째 되는 여름이였다. 왕성한 기운을 뻗치며 무성하는 이 여름처럼 이 땅의 모습도 나날이 변하며 일떠서고 기름기가 철철 돌기 시작한다.

얼마나 간고한 투쟁속에서 수호되고 창조되는 우리의 생활이고 번영인가. 어느 하루도 이 땅에는 전쟁의 구름이 떠돌지 않는 날이 없다. 며칠전에는 서해해상에서 무장충돌사건이 일어났다. 6. 15의 열풍을 타고 터져오르던 통일의 기운에 미국과 남조선호전광들이 총포성의 서리를 들씌웠다. 오죽하면 통일관계부문의 일군인 강국일의 표정과 목소리에서조차 당혹감과 주저감이 알리였겠는가.

장군님께서는 차창밖의 풍경에서 시선을 떼고 지그시 눈을 감으시였다. 방금전 평양출발에 앞서 만나보시고 함께 데리고 떠나신 강국일의 분개한 모습이 떠오르고 자신심이 덜 느껴지던 그의 목소리가 귀전에 다시 살아오르는것이였다.

《장군님, 정말 뜻밖의 일입니다. 일사천리로 내닫던 통일의 앞길에 분렬주의자들이 차마 그런 무장도발의 차단벽을 치리라고는… 이건 단순한 도발이 아니라 우리에 대한 선전포고입니다. 6. 15공동선언이야 우리만 아니라 남조선당국자자신도 수표한 민족공동의 문건이 아닙니까. 그런데도 군부호전광들이 <주적>이니, <핵개발>이니 대결을 고취하다가 그것도 모자라 총포를 쏘아대다니, 정말 뻔뻔스럽고 후안무치한 민족반역행위가 아닐수 없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좀해서는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고 용의주도한 태도로 매사를 다루던 강국일이 그답지 않게 격노하는 리면을 리해하시며 물으시였다.

《그래 동무들은 어떻게 대처하려고 합니까?》

《장군님, 부서에서는 급변한 정세에 대처하여 협의회를 열고 토론중에 있습니다. 론의는 우리 선수단이 부산경기에 참가하느냐 마느냐 하는데까지 이르렀습니다. 현재 참가해야 한다는 부류와 단호하게 참가하지 않는 원칙으로 대답해야 한다는 부류로 나뉘여 각기 론거들을 내놓고있습니다.》

장군님께서는 목소리는 높지만 자신심이 덜 느껴지는 강국일의 둥그런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시다가 서운한 안색을 지으시였다.

《그렇다?》

장군님께서는 묵묵히 생각에 잠기시였다.

부산아시아경기대회와 관련하여 강국일은 자신만만한 배심을 가지고 국제경기가 비록 남쪽땅에서 진행되고 반통일세력들이 경기를 저들의 불순한 목적에 리용할수도 있지만 우리 선수단이 참가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면서 국제경기마저 민족대결장으로 만들려는 분렬주의자들의 비렬한 술책을 분쇄하고 북남화해와 단합의 대회장으로 전환시킬 방안을 완성하여 제기하겠다고 하였다.

장군님께서는 수십년간 조국통일부문에서 일하고있는 충직하고 로숙한 일군인 강국일을 크게 믿으시였다. 6. 15공동선언이 발표된 후 북남삼천리를 뒤흔드는 통일열풍-금강산에서 열린 민족통일대토론회에 이어 6. 15공동선언발표 2돐을 기념하는 민족통일대축전과 여러 갈래의 통일행사들 그리고 오는 8월에 서울에서 열리게 될 민족통일대회… 분렬사상 전례없이 고조되고 앙양된 이 모든 통일운동에는 강국일의 몫도 크게 들어있었다. 그런데 전혀 예상할수 없었던 서해무장충돌사건이 터진것이였다. 꽃게잡이계절에 일어난 이 사건은 단순히 수산물을 독점하기 위한 경제적목적의 추구가 아니였다. 분렬주의자들의 진의는 6. 15이후 화산처럼 타오르는 통일기운을 꺾고 두 녀학생들의 죽음을 계기로 반미투쟁에 떨쳐나선 남조선인민들의 이목을 반공화국대결에로 돌리려는데 있었다. 이 사건은 사전에 면밀히 계획되고 조작된 고의적이고 의식적인 무장도발이였다. 사건당시 괴뢰군은 우리의 2배이상 되는 전투무력을 이 수역에 들이밀고 뻔뻔스럽게 령해를 침범하였다. 우리의 해군경비정이 그를 제어하자 그들은 불의적인 기습공격을 가해왔다. 부득불 우리 해군은 자위적조치를 취하지 않을수 없었으며 따라서 쌍방간에 치렬한 해상전투가 벌어지게 되였다. 결과 량측에서 인원손실이 나고 함선들이 파괴, 침몰되였다. 더우기 이 사건에서 강국일의 아들이며 정치지도원이였던 24살의 전도유망한 강렬이가 장렬하게 희생되였다. 그러니 서해사건은 사적으로는 그의 가정에, 공적으로는 그의 통일부문 사업에 큰 타격을 주었다고 할수 있었다. 6. 15의 열풍을 타고 부산경기로 힘차게 그어졌던 강국일의 방안이 구멍이 뚫리고 크게 뒤흔들렸다. 아무리 심장이 든든하고 단련된 그라고 해도 그도 인간인 이상 어찌 손을 내미는 이웃에 총포를 쏘아대는 배신행위에 격분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초기에 세웠던 방안을 재검토하며 위축되지 않을수 있겠는가.

장군님께서는 그의 심정을 리해하며 물으시였다.

《그래 경기참가를 보류해야 한다는 동무들의 론거는 무엇입니까?》

《장군님, 서해사건후 남조선정세가 여간 험악하지 않다는데 초점을 두고있습니다. 사실 분렬주의자들은 전몰자들의 <장례식>이요, <반공대회>요 하는것들을 벌려놓고 <복수>와 <승공>을 부르짖으며 <위령탑>을 세운다, 어쩐다 하고 복닥소동을 피우고있습니다. 이런 정황에서 우리 선수들이 나가면 환영대신 랭대와 타매를 받을수 있다고 봅니다. 지어 자칫하면 극우익세력들의 테로까지 당하지 않겠는가 우려됩니다.》

《알만 합니다. 부산경기문제는 동무네도 토론하고 나도 생각해보겠습니다.》

장군님께서는 무엇인가 더 말씀드릴듯말듯 머뭇거리는 강국일을 눈여겨보시며 물으시였다.

《뭐 더 제기할 문제가 있으면 하시오. 통일문제보다 급하고 중대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아니, 저… 그런게 아니라 우리 선미가…》

강국일이 얼굴을 붉히며 우물쭈물하자 장군님의 안색이 대뜸 환하게 밝아지시였다.

《편지를 보내왔소? 그럼 어서 주시오.》

장군님께서는 강국일이 드리는 편지를 손에 드시고 기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선미가 용쿠만. 울고있지 않습니까?》

《아닙니다. 매일 학교에 나가고… 웃음이 없어지고 독해진것 같습니다.》

장군님께서는 가슴아프신 시선으로 축이 간 강국일의 얼굴을 더듬어보시며 편지를 주머니에 넣으시였다.

《지금은 볼 시간이 없구, 차안에서 봅시다. 그리구…》

장군님께서는 잠시 생각에 잠기시였다가 말씀을 이으시였다.

《국일동무도 차에 오르시오. 나와 함께 갑시다.》

《예?!》

어디로 무엇때문에 가는지는 말씀이 없으시여 강국일은 어리둥절해졌다. 그러나 장군님의 류다른 믿음이라는 충격이 가슴을 쳐 힘차게 대답올렸다.

《알았습니다.》

지금 강국일은 맨 뒤차에서 장군님을 수행하고있다.

장군님께서는 여전히 깊은 사색에 잠겨계시였다. 과연 악화된 북남관계를 풀수 있는 길은 없단 말인가, 반세기이상 쌓이고쌓였던 통일의 용암이 6. 15의 분출구를 타고 활화산처럼 터져오르다가 서해무장도발이라는 한방의 총성에 눌리워야 하는가?

차가 급한 굽인돌이를 약간의 경사각으로 도는 바람에 장군님께서는 자리를 고쳐앉으시느라 몸을 움직이시였다. 그때 야전복주머니안에서 종이가 빨각거리는 소리가 났다.

(음, 잊을번 했군. 선미가 편지를 보내왔었지.)

장군님께서는 정성들여 만들고 봉인한 하얀 편지봉투를 꺼내드시였다.

(이번에는 어떤 사연을 적어보냈나?)

장군님의 얼굴에 사뭇 기대와 호기심의 다감한 표정이 어리였다. 하시면서도 선뜻 편지를 개봉하지 못하시였다.

 

2

 

장군님께서는 올해 16살 나는 음악대학학생인 강선미와는 그가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아무때나 허물없이 편지를 주고받는 류다른 연고관계를 맺고계시였다. 우리 인민 누구나 어버이이신 장군님께 편지를 올리기도 하고 서한을 받기도 하는 일이 이제는 가장 영예로우면서도 례사로운 생활의 향기로 시대를 풍미하고있지만 강선미의 경우에는 그것이 남다른 특전으로 차례졌다고 할수 있었다.

10년전 선미가 여섯살 나던 해였다. 장군님께서는 70이 퍽 넘은 그애의 할머니 고희순이 몸져누웠다는 기별을 받으시고 집을 방문하신 일이 있었다. 고희순은 산에서 싸울 때 입은 부상과 동상의 후과가 로화에 미치면서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고있었다. 어린 강선미가 할머니머리맡에 물소랭이를 놓고 수건을 적셔 이마에 찜질한다, 약을 먹인다 하며 간호하고있었다.

장군님께서는 대뜸 기분이 좋지 않으시여 치료대책을 세워주는 한편 출장지에 나가있는 강국일을 부르고 고희순의 늙고 피기없는 얼굴을 아픈 시선으로 더듬으시였다.

《어머니, 이게 웬 일입니까? 이렇게 되도록 왜 나한테 알리지도 않았습니까?》

장군님께서는 말씀이 목에 걸려 잘 나가지 않으시였다.

《장군님, 전 일없습니다. 저때문에 귀중한 시간만…》

고희순은 눈물을 흘리며 일어나려고 애를 썼다.

《그냥 누워계십시오. 움직이면 안됩니다. 언제부터 그리 됐습니까?》

고희순이 덮어놓고 일없다고, 안심하시라고 외우기만 하여 선미에게 할머니가 언제부터 앓기 시작했느냐고 물으시였다. 똑똑하고 령리한 선미는 장군님의 물으심에 사실그대로 또박또박 말씀드리는것이였다.

《장군님, 할머니는 한달전부터 밥맛이 없어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가 근심하면 <됐다. 너희들은 제 일에나 전심해라.> 하고 욕을 했습니다. 아버지는 늘 나가살고 어머니도 출장이 잦아 제가 밥공장에서 밥이랑… 약두 타오구… 어제부터는 위생실에도 가기 힘들어합니다.》

교외출장지에 나가있던 강국일이 헐썩거리며 나타나자 장군님께서는 그를 다른 방에 데리고 가시여 준절히 말씀하시였다.

《강동무, 동문 달라졌습니다.》

《예?》

《어렸을 때의 동무는 수령님앞에 얼마나 솔직하고 진실했습니까. 난 아직도 동무가 수령님앞에 고희순어머니가 밤에는 앓음소리를 치다가도 꼭꼭 출근한다고 말씀올리던 일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때 수령님께서 우리 국일이가 제일이다, 사람은 그렇게 솔직해야 한다, 앞으로도 가정일이라고 숨기지 말고 다 말해라 하시던 일말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큰 일군이 됐다고 해서 그럽니까. 나는 동무가 어머니가 저렇게 운신하기 힘들게 되도록 나한테 알리지 않은데 대해 정말 섭섭하게 생각합니다.》

《장군님…》

강국일의 어깨는 서리맞은 호박잎처럼 처지고 예리하던 눈빛은 생기를 잃고 초점없이 허둥거렸다.

《동무는 자기의 어머니가 아니라 항일의 로투사를 모시고있다는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수령님께서는 로투사들이 하나둘 떠나갈 때마다 조국통일을 못보고 가면 어찌하느냐고, 이젠 옛일을 추억할 말동무조차 없어진다고 애석해하십니다. 그래서 나는 항일투사들이 앉아만 있어도 우리 당에 힘이 된다고 건강을 돌보도록 하고있습니다. 그런데 동무는 나와 늘 만나기도 하고 전화도 하면서 어머니의 병에 대해 귀띔도 하지 않았습니다. 섭섭합니다.》

《장군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실은…》

《아니, 됐습니다. 동무와는 안되겠습니다. 얘 선미야.》

여태 문설주를 잡고 콜짝거리던 선미가 눈물을 씻으며 다가왔다.

《나하고 약속하자. 이제부터 할머니의 건강에 대해 나한테 편지를 써보내거라. 매일 써도 좋다. 숨기지 말고 솔직하게 써야 한다. 그럴수 있냐?》

《예, 쓰겠습니다. 그런데 장군님.》

선미는 귀엽게 미간을 쪼프리고 눈을 째긋해보였다.

《어떻게 보냅니까? 체신소에 부치면 되나요?》

《응, 그게 문제로구나.》

장군님께서는 말뚝처럼 굳어져있는 강국일을 흘깃 눈짓해보이시였다.

《체신소에 갈것 있냐? 너희 아버지한테 드려라. 네 아버지는 배달부노릇이나 하라고 하자. 어떠냐?》

《야, 좋네.》

선미는 언제 울었던가싶게 방긋거렸다.

《강동무, 우리 선미와 셋이 약속합시다. 선미의 편지는 할머니도 부모도 볼수 없다는것, 서신거래의 비밀을 엄수한다는걸 말입니다. 그래야 선미가 마음놓고 쓸걸 다 쓸게 아닙니까. 선미야 그럴수 있냐?》

《예, 제가 쓰고싶은것은 다 써도 되나요?》

《그렇구말구. 할머니건강만 아니라 네 하고싶은 말을 다 써라. 약속하자.》

장군님께서는 손가락을 내미시여 선미의 작고 보동보동한 손가락에 걸고 흔들기까지 하시였다. 장군님과 선미와의 이 류다른 편지거래약속은 차츰 날이 가면서 장군님의 뗄수 없는 생활의 한 부분으로, 기쁨과 즐거움을 실어오는 한줄기 바람결과 같은것으로 되여갔다.

선미는 처음에는 할머니가 약은 얼마, 밥은 몇숟갈 먹었으며 아버지와 어머니가 무슨 말다툼을 했는가를, 지어는 강국일이 선미더러 편지에 이런 부부다툼은 절대 쓰면 안된다고 말했다는것까지 이실직고하여 웃지 않으실수 없게 하였다. 고희순의 건강이 회복되고 선미가 성장하는데 따라 편지회수가 떠지고 내용은 가정을 벗어나 유치원, 학교, 대학, 인민반 등 사회생활로 확대되면서 내용이 심오해졌다. 장군님께서는 편지를 보실 때마다 그의 정신육체적성장이 기쁘시였고 아래실정 그대로인 인민생활의 구체성, 진실성, 생동성에 감심하시였으며 때로는 어떤 번뜩이는 착상을 얻기도 하시고 때로는 민심의 목소리에서 힘을 얻기도 하시였다.

(선미가 이번에는 어떤 사연을 적었을가?)

장군님께서는 여적 손에 드신 편지봉투를 내려다보시며 다시한번 생각해보시였다. 웬 일인지 이번에는 선미의 편지를 개봉하실 때마다 느끼시던 은근한 기대와 호기심의 감미로움을 맛보실수 없었다. 오히려 종전 편지들과는 달리 불안하고 두려운 심정을 느끼게 되시는것이였다.

선미가 혹시… 말이 적어지고 독해졌다? 그런 속에서 편지를 썼단 말이지. 팔순이 넘은 고희순이 마른하늘에서 떨어진 날벼락같은 소식에 심장병이 도진것은 아닌지, 아니면 고희순과 아들, 며느리사이에 무슨 심상치 않은 일이라도 벌어진것은 아닌지?

장군님께서는 갑자기 가슴이 서늘해지는감을 받으시였다. 그이께서는 편지봉투가 여느때없이 별로 두툼하다는 감촉을 느끼시며 조심스럽게 개봉하시였다.

 

3

 

《… 얼마전 장부대장아저씨가 무력부에 올라왔던차에 집에 들렸댔습니다. 저녁상을 마주하고 장아저씨와 아버지사이에 심중한 말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부산경기에 선수단을 파견하자고 했는데 서해사건이 터져 재검토중이라고 하면서 장부대장생각은 어떤가고 하였습니다. 장아저씨는 머리를 기웃거리다가 <내 생각에는 잘된것 같지 않소. 통일문제야 정세의 변화에 관계없이 시종일관 줄기차게 밀고나가야 할 문제가 아닌가. 원료가 있으면 생산이 올라가고 없으면 떨어지는 경제문제와는 성격이 다르거던. 통일되는 그날까지 하루도 한시도 미룰수 없는 문제지.>라고 하면서 이제 더는 부대전방수역안에서 강렬이를 잃는것과 같은 무장충돌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초강경대책을 취하겠다고 했습니다.》

장아저씨란 서해지역 해군부대장이다. 강국일이와는 만경대혁명학원을 함께 나온 친구사이였다.

장군님께서는 편지에서 잠간 시선을 떼고 근엄한 안색을 지으시였다. 강렬이… 장군님께서도 크게 기대하셨던 젊은 군관이 날아오는 적탄을 막아 병사들을 구원하고 최후를 마쳤다. 항일빨찌산의 유능한 지휘관이였던 그의 할아버지 강진동이 1차남진때 고향을 한발 앞에 두고 락동강모래불에 쓰러졌던것처럼 반세기가 지난 오늘에는 그 손자가 또 분렬의 비극으로 쓰러져야 한단 말인가. 강씨가문의 대를 이를 맏손자라고 고희순이 얼마나 둥개둥개 안아키운 사랑둥이였던가. 고희순이 어린 강렬이를 안고 장군님께 자랑스레 말씀올리며 희색이 만면하여 벙글거리던 모습이 눈에 선하시였다.

《장군님, 이애가 제 할아버지를 신통히 닮았습니다. 옛말 그른데가 없나 봅니다. 눈섭이 우로 치째진거랑 입술을 다문거랑… 내 그래 네가 어서 커서 할아버지가 못간 고향에 가거라, 부산가까운 김해라는 곳이 네 할아버지의 고향이란다, 이 할머니의 조상들은 제주도라는 섬에서 살았구 하면서 지금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일러줍니다.》

그래 장군님께서는 《어머니, 왜 손자대에까지 미루겠습니까. 이 국일이대에 꼭 가야지요. 아니, 꼭 갑니다.》 하고 자신의 결심을 피력하듯 힘주어 말씀하시던 일이 방불히 떠오르신다.

장군님께서는 차창밖에 주시던 근엄한 시선을 다시 손에 드신 편지지우에 떨구시였다.

《어제 우리 학급 초급청년동맹에서는 오빠의 원쑤를 갚기 위한 모임을 가졌습니다. 제가 선참으로 토론하면서 인민군대입대를 열렬히 탄원했습니다. 이것이 며칠밤 고민끝에 내린 결심이고 더는 참을수 없는 증오의 폭발임을 어찌합니까. 장군님, 저의 입대를 찬성해주십시오.

장군님께서는 저를 음악대학에 보내주시면서 <예술이 편안한 자리가 돼서 그리구 항일투사의 손녀라고 해서 보내는건 더욱 아니다. 천성이 있기때문에 공정하게 보내는거다. 넌 어렸을 때부터 성악과 무용에 남다른 특기를 가지고있어 해마다 진행되는 설맞이공연때마다 어버이수령님께 기쁨을 드리지 않았느냐.>라고 하시였습니다.

그렇지만 장군님, 오빠를 잃고보니 제가 너무 철이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어려운 초소에서 당을 받들 생각은 않구 세계무대에 나설 야심으로 밤낮 노래춤속에만 묻혀 살아온 저야말로 얼마나 철부지소녀입니까. 더우기 할머니의 품에서 응석을 부리며 같이 자란 오빠를 이젠 영영 볼수 없고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니 믿어지지 않고 잠을 잘수 없습니다.

장군님, 오빠가 섰던 바다초소에 저를 세워주십시오. 총을 잡지 못한 청춘을 어찌 선군시대의 청춘이라고 하겠습니까.》

《허허…》

불현듯 장군님께서는 웃음을 터치시였다. 군대에 가겠다? 이젠 다 자랐다는, 철이 다 들었다는 기특한 생각이 드시였다. 하긴 자기 앞길을 자립적으로 개척해나갈 나이가 된것이다. 그것이 기쁘시면서도 장군님께서는 고개를 가로저으시였다.

갸륵한 청원이지만 너무 단순하고 어이없는 제기이기도 했다.

(총을 잡지 못하면 선군시대의 청춘이 아니다?!)

그 견해에는 공감이 가지 않고 부정하게 되시였다.

(허 참, 선미야 넌 뭔가 잘못 생각하고있다. 그래 선군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사랑이라는걸 네가 몰라서 하는 말이냐, 아니면 입대를 정당화하려 그래보는 소리냐. 너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백두산에서 싸울 때 총대와 함께 노래와 춤을 가지고 일제를 쳐부시고 인민들을 깨우쳐 혁명투쟁에로 불러일으키지 않았느냐. 만강에서 너의 할머니랑 녀대원들이 <피바다>공연을 하여 인민들을 반일전에로 일떠세우고 김금순이랑 아동단원들이 굶주려 쓰러지면서도 중국인반일부대에 들어가 춤과 노래로 반일공동전선을 펴는데 큰 공적을 세웠다는걸 그래 옛말로 들었단 말이냐? 아니다. 넌 정말 잘못 생각하고있다.)

장군님께서는 선미와 마음속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으시며 다음글줄을 더듬어보시였다.

《저의 토론이 끝나자 너도나도 연단에 달려나가 열변을 토하면서 입대를 탄원하였습니다. 모임에서는 학급전원이 입대를 탄원하는 편지를 장군님께 올리기로 하였습니다.》

장군님께서는 몹시 랑패한 기색을 지으시였다.

(허허… 이것 참 야단이 났군. 학급전원이 책상을 떠나 총을 메겠다? 청년조직의 결정이라니 편지가 올라오면 총비서의 힘으로 막을수도 없구. 어떻게 한다?)

차츰 장군님의 얼굴에는 대견스러운 미소가 사라지고 심각한 빛이 깃들기 시작했다.

장장 반세기가 넘는 분렬의 력사! 대결과 불신의 얼음을 녹이고 화해와 협력의 대지우에 통일의 기둥을 세워야 하련만 분렬주의자들이 어느 하루도 그칠새없이 전쟁의 눈보라를 들씌워 분렬을 동토대처럼 얼구려드니 우리 새 세대들이라고 어찌 좋은 감정만 가질수 있겠는가. 이래가지고서야 어느 세월에 대결의 얼음을 밀어내고 통일을 이룩하겠는가.

(그래 선미야, 불신과 대결의 얼음장을 눈녹듯 녹여버릴수는 없단 말이냐. 그럴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

장군님께서는 마음속으로 선미와 이야기를 나누시느라니 당황감을 애써 감추던 강국일의 모습이 떠오르고 두 일군이 마주앉았다는 환경이 눈에 보이듯 하시였다. 아마 총대를 쥔 장부대장의 신념과 의지는 전사를 잃은 증오와 분노로 하여 천백배로 굳어졌을것이다.

장군님께서는 끝없이 깊디깊은 사색의 세계에 심취되시였다. 그러시다가 선미의 편지에 손자를 잃은 고희순의 슬픔과 건강상태가 씌여있지 않을가 하여 다시 글줄에 시선을 떨구시였다.

《장군님, 할머니건강은 념려마십시오. 할머니는 오빠의 소식을 듣고도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았습니다. 눈이 퉁퉁 부어오른 제가 너무 이상하여 <할머닌 슬프지 않나?> 하고 물었더니 할머니는 <년아, 그것도 말이라고 하느냐. 울고싶어도 장군님생각에 울지 못한다. 나야 제 손주 하나 잃었지만 애지중지 키우신 전사들을 잃은 장군님의 심중이 어떻겠느냐. 반일공동전선을 펴느라 수령님께서 리광동지랑 숱한 동지들을 억울하게 잃고 그 아픔을 생애의 말년까지 묵새기지 못하셨는데 이 할미가 눈이 퍼렇게 살아가지구 그런 아픔을 오늘엔 장군님께 얹어드렸으니 아, 이 죄 막중하구나.> 하며 가슴을 두드렸습니다.》

장군님께서는 가슴이 쩡 울리여 고개를 드시고 차창밖을 내다보시였다. 해빛이 가득차 빛나는 여름날의 맑은 하늘이 어쩌면 저리도 무사태평한지 야속하게 생각되시였다. 인간의 슬픔과는 관계없이 너무도 태연하고 아름다운 자연이다.

장군님께서는 어버이수령님께서 그리도 가슴에 맺혀 잊지못하시는 리광의 손자를 만나주시고 네가 꼭 할아버지를 닮았다며 아득한 옛시절에 희생된 전사가 환생하여 돌아온듯 기뻐하시던 모습이 떠올라 눈시울이 뜨거워지시였다. 사상은 물론 민족도 다른 반일부대들과 공동전선을 이룩하려고 가장 충직했던 동지들을 잃으신 수령님의 비애와 절통함의 크기를 그 무엇으로 헤아릴수 있단 말인가. 고희순은 그래서 제 슬픔보다 장군님의 아픔을 먼저 생각하며 꿋꿋이 이겨내고있다. 그러면서 분렬의 비극으로 하여 오늘까지 지속되는 민족의 불행을 두고 자기의 책임을 느끼고있으니 장군님께서는 자신께서 걸머지신 숭고한 사명감과 책임감에 더 큰 불길을 지피게 되시는것이였다.

(어머니, 어머니세대의 혁명의 1세들은 수령님을 따라 조국해방의 력사적위업을 이룩하고 이 땅우에 사회주의강국을 일떠세우지 않았습니까. 조국통일은 혁명의 2세들의 몫입니다. 어버이수령님의 조국통일유훈은 우리 대에, 강국일의 대에 기어이 실현하겠습니다. 이것은 수령님의 령전에서 내가 다진 철석의 맹세이며 신념입니다. 어머니는 그저 오래 앉아계시여 이 김정일에게 힘만 보태주십시오. 내 인간의 정을 터놓고 의지할데는 어머니와 같은 항일의 로투사들입니다. 백두산의 청청거목처럼 건강하십시오. 내가 바라는것은 그것뿐입니다.)

장군님께서는 추연한 눈길을 차창밖의 하늘에 보내시였다. 어쩐지 하늘은 더 밝게, 더 푸르게, 더 건듯 들리여 무성한 삶을 키워내는 계절의 교향곡을 소리없이 연주하는것처럼 느껴지시였다.

장군님께서는 온 심신에 활화산처럼 솟구치는 열정과 힘의 충동에 충만되시며 운전사에게 이르시였다.

《좀더 속도를 내시오.》

 

4

 

해안기슭의 낮은 야산들과 들쑹날쑹한 푸른 언덕너머 멀리로 서해의 수평선이 아득하게 바라보인다. 파도소리마저 들려오는듯 한 부대감시소의 탁상에 펼쳐놓은 해상군용지도앞에서 장군님께서는 군사일군들과 함께 장부대장으로부터 서해사건의 전말을 청취하고계시였다. 사건당시 즉시적인 보고를 통하여 다 알고계시는 사실이지만 이렇게 현지에 나와 직접 확인하며 료해하니 해일처럼 밀려드는 비분강개한 심정을 참기 힘드시였다.

성격이 날카롭고 직선적인 부대장은 울분을 누르느라 애를 쓰며 침착하게 말씀드렸다.

《최고사령관동지, 저는 이번 사건에서 적들의 도발에 대해서는 크든작든 무자비하게 짓뭉개버려야 한다는 심각한 교훈을 찾았습니다. 그래서 부대의 배비변경과 무력증강을 다음과 같이 하려고 합니다.》

부대장은 군용지도에 동그라미, 화살표, 삼각점, 점선 등 각종 군사부호들로 표기된 전략지대들과 전술적지점들을 짚어가며 병종호상간의 배비변경은 어떻게 하며 지상대해상미싸일과 함께 포를 비롯한 상용무력을 얼마나 증강해야겠는가를 한동안 설명하였다. 강마르게 생긴 그의 얼굴 볼편근육이 푸들푸들 떨었고 작은 눈에서 비수같은 섬광이 번뜩였다.

《…이렇게 되면 적들의 그 어떤 대규모적인 침공은 물론이고 우발적인 도발도 즉석에서 짓뭉개는 동시에 그것이 곧 공격으로 되는 말하자면 방어와 공격구분이 따로 없는 공격형의 립체적인 전투방안이 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미 이 작전방안을 작전국에 제출하였고 실동훈련준비도 완료하였습니다.》

군사일군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들 공감하는 눈빛들이였다. 그속에 끼인 강국일도 군사가로서의 장동무의 참모습을 처음 보는지라 경탄과 선망의 눈길을 떼지 못하고있었다. 최첨단군사과학기술과 재래식상용무기들이 잘 결합되고 해안선이 복잡한 지대적특성에 맞게 현대전의 각이한 주체전법들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새 작전방안은 대담하고 통이 크면서도 세부에 이르기까지 치차처럼 맞물리고 째인 완성미를 갖춘 걸작이였다.

장군님께서는 서해격전을 치러본 사람만이 내놓을수 있는 작전방안이라 내심 만족하시였으나 내색은 안하시고 묵묵히 듣고만 계시다가 말씀하시였다.

《동무들, 총포성이 울리는 전쟁마당이라면 이런 작전방안을 써보는것이 얼마나 리상적이겠습니까. 그러나 우리는 반세기동안이나 총포성이 없는 전쟁을 하고있습니다.》

장군님께서는 감시소의 흉장너머 먼 남쪽하늘과 바다에 시선을 던지시며 차츰 목소리를 높이시였다.

《수령님께서는 지난 전쟁시기 서울해방작전때 포사격을 못하게 하시였습니다. 왜 그러셨겠습니까? 포가 없어서가 아니고 포탄이 부족해서도 아니였습니다. 현대전의 도시해방작전에서 포사격을 못하게 한 례는 서울해방전투밖에 없을것입니다. 세계전쟁사에 있어본 일이 없는 이 서울해방작전은 무엇을 보여줍니까. 수령님께서 창건하고 키우신 주체의 혁명무력, 인민무력의 전혀 새로운 성격과 사명을 보여줍니다. 수령님께서는 항일무장투쟁의 그 간고한 조건에서도 성시공격전투에서는 적들을 성시밖에 유인하여 끌어내다 족치셨습니다. 그러자니 몇갑절 어렵고 희생을 각오해야 했습니다.

오늘 우리가 모진 어려움과 시련을 이겨내며 총포성없는 전쟁을 치르고있는것도 힘이 약해서가 아닙니다. 전쟁이 두려워서는 더욱 아닙니다. 단기간이면 승리하고 조국을 통일할수 있는 실전보다 몇배로 비싼 값을 치르면서 말입니다.》

장군님께서는 잠시 말씀을 멈추시였다. 탁상우에 놓인 쌍안경을 집어드시고 바다쪽을 향해 돌아서시였다. 쌍안경을 눈에 대고 이쪽저쪽으로 몸을 돌리시며 걸음을 옮기시였다. 일망무제한 서해가 그이의 눈앞에서 아무 일도 없었던듯 태연히 평화롭게 설레고있었다. 얼마나 풍요하고 아름다운 조국의 바다인가. 이 바다를 지켜 월미도용사들이 목숨을 바쳤고 오늘은 강렬이와 같은 사랑하는 병사들이 피를 흘리고있다. 응당 조국의 령해는 고희순의 본적지인 제주도남단으로 그어져야 하련만 외세와 분렬세력의 죄악으로 바다조차 갈라졌으니 이 민족의 비극을 더는 용서할수 있는가, 더이상 지체할수 있는가. 과연 이번 서해사건에서 리를 본것은 누구이고 손해를 본것은 누구인가? 미국병사는 한명도 없다. 손해를 본것은 우리 동족밖에 없다. 피로 물든것은 태평양이나 대서양이 아니라 조선서해이다. 이것을 보고 깨고소해하며 박수를 친것이 누구인가? 미국과 반통일세력이다. 한줌도 못되는 분렬주의자들이 일신의 권력과 영달, 부귀영화를 위해 강토는 어떻게 되든 외세에 붙어 갖은 못된짓을 다하고있다.

장군님께서는 철석의 결심과 의지가 빛발치는 안광을 뿜으시며 군사일군들에게로 돌아서시였다. 둥그런 무개감시소의 원형바닥에 발자국을 이리저리 찍으시였다.

《동무들, 전면전쟁으로 번져질수도 있은 서해무장충돌사건이 즉각 중지되고 더 번져지지 않은것은 우리 혁명무력의 강대성과 전쟁억제력의 성격에 있습니다.》

강국일은 물론 군사일군들도 엄숙해졌다. 긴장하고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서늘해진 해풍이 감시소주변의 울창한 솔숲을 흔들며 불어왔다. 사방에서 울어대는 매미들의 귀따가운 합창이 침묵을 더 짙게 하였다.

장군님께서는 숨을 돌리셨다가 다시 말씀을 이으시였다.

《우리 혁명무력은 인류전쟁사에 그 류례가 없는 장기적이고도 간고한 총포성없는 전쟁을 치르는것으로 하여 그 어떤 무력보다 무한히 강해야 하며 그 강대성으로 실전을 제압통제하여야 합니다. 자주의 혁명무력이 지배의 침략무력을 제압통제하지 못할 때 전쟁이 일어나며 나라와 민족이 전란속에서 피를 흘리며 아우성치게 된다는것을 오늘날 약소국가들의 실례가 잘 말해주고있습니다.》

장군님의 음성은 점점 그이의 독창적인 군사관의 심오한 진리를 드러내보이며 열정적으로 울리였다. 강국일은 자기도 늘 들어왔고 말해왔던 총포성없는 전쟁이라는 이 특수한 전쟁의 참의미와 그 심각성, 간고성을 새삼스럽게 깨닫는 심정에 휩싸여 엄숙해졌다.

장군님께서는 드센 배짱과 정의의 기상이 번쩍이는 눈빛으로 일군들을 둘러보시며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물론 적들의 도발은 사소한것일지라도 가차없이 짓뭉개버려야 합니다.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추호도 용서없이 침략의 아성을 송두리채 들어내야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것은 적들이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게 미연에 억제하는 군사전략과 전술, 작전방안을 세우는것이며 강력한 군사적조치를 취하는것입니다. 적들이 갖은 수단과 방법을 다 써서 전쟁도발모략을 꾸몄다가도 우리 무력의 강세와 령활한 전법에 눌리워 주저앉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평화를 지키고 강토를 보존할수 있습니다.》

군사일군들은 또 하나의 새로운 군사철리를 받아안은 감동과 흥분에 싸여있었다. 사실 오늘의 세계에서 《유일초대국》으로 자처하는 미국은 《반테로전》이라는 명목으로 세계도처에서 약소국가들을 불가사리처럼 집어삼키고있다. 반대로 우리 혁명무력은 총포성없는 전쟁으로 동방의 평화와 세계의 자주위업을 개척해나가고있다. 그러니 그에 따르는 공격과 방어, 군사전략과 전술, 작전방안과 전법들이 부단히 개선완성되고 창조되여야 한다. 이것은 자주적무장력이 명실공히 갖추어야 할 참모습이다.

이런 생각으로 모두들 경탄하고있는데 장군님께서는 일군들의 한쪽옆에 서있는 강국일쪽으로 돌아서시였다.

《조국통일문제도 그렇습니다. 선군과 조국통일의 호상관계를 잘 풀어야 합니다. 우리가 선군으로 강력한 군사력을 마련한것은 아름다운 조국강토의 풀 한포기, 귀중한 민족의 생명 하나 다치지 않고 평화적으로 조국을 통일하기 위해서입니다. 군사력은 통일의 강력한 추동력으로, 담보로 되여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강력한 군사력으로 외세와 반통일세력의 전쟁도발을 제압하고 평화를 담보하는 조건에서 민족의 화해와 단합, 협력의 열풍이 대하처럼 계속 도도히 굽이치게 해야 합니다.》

그제야 비로소 강국일은 장군님께서 왜 전선시찰의 길에 자기를 동행시켰고 군사일군들의 작전협의회에까지 참가시켰는가를 깨닫게 되는것 같았다.

강국일은 자기의 심중에 어떤 거대한 강철기둥이 들어앉는듯 한 느낌으로 심장이 세차게 고동쳤다. 장군님께서 하신 말씀은 바로 자기에게 하신 말씀이 아닌가. 주저없이 통이 크게 통일운동을 더 힘차게 밀고나가라고 주신 고무가 아닌가.

긴긴 여름해도 어느덧 저물었다. 떠나실 시간이 되자 장군님께서는 강국일을 따로 부르시였다.

《고희순어머니의 건강이 어떻습니까?》

《장군님, 어머니는 일없습니다. 저도 어머니의 강직성을 이번에 더 잘 알았습니다. 나와 안해가 오히려 어머니의 고무에서 힘을 얻고있습니다.》

선미의 편지를 보시고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계시던 장군님께서는 저으기 안심되는 표정을 지으시였다.

《어머니야 백두산에서 싸운… 숱한 전우들을 묻고 온… 인생고초를 다 겪으신분이 아닙니까. 그렇다고 안심해서는 안됩니다.

80이 넘은 고령이 아닙니까. 그리구…》

장군님께서는 뭔가 생각에 잠기셨다가 은근한 미소를 지으시였다.

《선미가 무슨 말이 없었습니까?》

《예? 아무런 말도…》

《그애가 나한테 쓴 편지에서 군대에 나가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런 기미는 전혀 없었습니다.》

《허허, 부모도 모르게… 하긴 그럴 나이가 됐습니다. 동무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강국일은 당황해졌다. 어떻게 말씀올려야 할지 알수 없었다. 여태 딸의 장래에 대해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자기는 사업속에서만 살고 딸은 할머니와 어머니의 생활속에서 살았던것이다. 강국일은 안절부절하다가 장군님께서 대답을 기다리신다는 생각에 정신이 펄쩍 들어 자신없이 말씀드렸다.

《그애의 요구대로 해주었으면 합니다.》

《선미가 오빠생각으로 얼마나 강심을 먹었으면 그런 결심을 했겠습니까. 눈물겨운 제기이지만 나는 찬성하고싶지 않습니다.

총이 아니라 자기의 전공인 춤과 노래로 통일운동에 기여하게 할수 없을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

강국일은 흥분하였다. 장군님의 말씀에서 뇌리를 치는 그 무엇인가를 받아들인것이였다.

《선미의 의향을 잘 알아보시오. 나한테서 들었다는 소리는 말고…

편지비밀을 루설했다고 그애가 날 원망하면 야단입니다. 하하하…》

《알았습니다.》

장군님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였으나 강국일은 벌써 자기의 사색속에 깊이 빠져들고있었다.

 

5

 

북방의 여름밤은 짧고도 깊다. 낮은 뜨겁고 밤은 차다. 기온차가 심한 대륙성기후여서 밤에는 이슬이 흠썩 내린다.

장군님께서는 엷은 겉옷을 걸치시고 자정도 넘은 이슥한 밤의 숲속을 홀로 거닐고계시였다. 강국일에게 담력을 주고 자신의 의도를 시사해주신 그이께서는 그길로 동해안지구를 거쳐 지금은 백두산지구의 혁명전적지를 현지지도하고계시였다.

원시림처럼 울창한 숲속은 눅눅한 습기와 신비스러운 어둠의 고요속에 깊이 잠들어있었다. 하늘을 지붕처럼 덮은 이깔나무, 전나무, 분비나무의 혼성림속 여기저기에 이슬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 우듬지에 튼 둥지속에서 새들이 가끔 푸드득- 끽끽 잠꼬대하는 소리, 그런가 하면 온밤 지칠줄 모르고 설분을 토하는 소쩍새의 피타는 소리… 그 사이사이로 조용히 귀를 기울이느라면 수목이 줄기속으로 대지의 물을 빨아올리는 소리, 낮동안 저축한 광합성의 힘으로 잎을 살찌우고 키를 솟구는 소리… 잠시도 중단과 안식을 모르는 생명의 줄기찬 호흡과 리듬이 력력히 느껴진다.

장군님께서는 삼라만상이 잠든 이런 야밤 고요속의 신비한 음향을 느끼시며 세계와 우주와 사회와 인간생활의 끝에서 끝까지 종횡무진으로 사색을 달리고계신다. 그러면 분망한 사업속에서 끊임없이 생겼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흩어졌다가는 모이기도 하고 빙빙 와류하며 타래치며 뭉게치던 변화무쌍한 거대한 사색의 구름바다가 상대적인 안정상태에서 정화되여감을 느끼군 하신다. 그리고 사색의 구름바다 아득한 종심-미지의 세계에서 벙끗벙끗 일어나는 번개가 보이고 둔중한 우뢰소리가 은은히 들려옴을 느끼신다. 그러시느라면 차츰 거대한 구름바다가 서서히 움직이고 돌면서 그 어떤 형체로 나타나는것을 보군 하신다.

지금 장군님께서는 그 사색의 구름바다가 선미의 가정과 강국일이 안고있는 문제를 둘러싸고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면서 자신의 심중에 점점 자리를 넓히며 선회하는것을 뚜렷이 느끼고계시였다. 그리고 사색의 종심에서 일어나는 번개는 다름아닌 며칠전 차안에서 보셨던 선미의 편지에서 벙끗거리며 방전을 일으키고있음을 묵묵히 음미하고계시였다. 입대를 승인해달라? 총 잡지 못한 청춘은 선군시대 청춘이 아니다? 어렸을 때와 다름없는 솔직하고 꾸밈없는 고백은 반갑고 기특했지만 그 견해에는 처음부터 공감이 가지 않으시였다.

(총을 잡겠다? 그것도 제 혼자가 아니라 온 학급이? 그래 선미야, 물어보자. 너도 현대과학을 배웠겠지. 얼음장만 아니라 암반도 금속도, 이 세상 가장 굳은 물질도 뚫고 녹이는것은 빛과 열이라는것을! 그래 네가 너의 동무들과 같이 총대신 그런 빛과 열이 되여줄순 없을가. 불신의 얼음을 봄눈 녹이듯 하는 통일의 빛과 열이 되여줄수는 없을가.)

이렇게 선미와 자문자답하며 걸음을 옮기시느라니 도화선에 불을 단듯 방전을 일으키며 종심에로 타들어가던 번개가 우뢰를 둔중히 몰아온다.

(네가 만일 춤과 노래를 가지고 부산에 간다면? 노래와 춤으로 얼음산을 녹인다면? 너의 할아버지가 못가보고 쓰러진 고향땅에 춤노래로 통일열풍을 불러온다면? 그래도 선군시대의 청춘이 아니라고 하겠느냐. 먼 뒤날에 보람없이 청춘을 보냈다고 후회하겠느냐.)

조국통일, 얼마나 비싼 피의 대가를 치르어야 이룩될것인가. 수령님께서 생의 마지막친필을 남기신 문건도 조국통일의 문건이 아닌가. 외세에 붙어 민족과 겨레앞에 죄를 진 사람일지라도 그가 진심으로 자기를 뉘우치고 나온다면 과거를 불문하고 손을 잡으시겠다는 용단으로 통일문제에 모든것을 복종시켜오신 수령님, 그 길에서 당하신 가슴아픈 손실과 비애, 피눈물은 다 묻어두시고 봄날같은 미소로 찾아오는 정객들의 허물을 다 씻어주시며 민족앞에 내세워주시던 수령님.

장군님께서는 백두산에 오시면 늘 그렇듯이 수령님을 생각하시고 수령님과 끝없는 마음속대화를 나누시며 새벽숲속길을 걸으시였다. 그러시느라니 전사를 잃은 비분과 민족이 당하는 참기 어려운 아픔속에서 산악같은 의지와 결심이 하늘을 치받듯 일어서는것이였다.

장군님께서는 점차 숨결이 높아지고 심장의 고동이 빨라지셨다. 빠른 걸음으로 야전숙소의 방에 들어서신 장군님께서는 송수화기를 드시였다. 여기서 멀지 않은 호수가의 휴양소에 고희순이 와있을것이다. 항일의 로투사들을 위한 피서지이다. 얼핏 시계를 보시니 새벽 4시였다. 너무 이르지 않을가. 여름밤이 짧다고는 하지만 하지를 넘은지도 보름나마 되였으니 댓시가 돼야 동이 틀것이다.

잠시 망설이던 장군님께서는 언제인가 새벽잠이 없다던 고희순의 말이 생각나시여 전화번호를 찾으시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마치 대기하고있었던듯 응답이 나오는것이였다.

《고희순입니다.》

《아 어머니, 벌써 깨셨습니까?》

장군님께서는 반가운 마음이 앞서시여 미소를 지으시였다.

《아니, 장군님이시군요. 여기 오셨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 그런데 또 밤을 새신건 아닙니까?》

《좀전에 눈을 좀 붙였댔습니다. 어머니는 어찌된 일입니까. 푹 자고 건강을 돌보는게 기본임무인데…》

《장군님, 옛 싸움터가까이에 오니 생각이 많아 그럽니다. 그래도 초저녁잠을 자서 일없습니다. 자다깨면 첫 생각은 그저…》

고희순의 어조에서 코소리가 났다.

《그저… 지구너머 저쪽에서는 장밤 해가 불탔겠구나, 그것도 모르고 이쪽에서는 밤이 왔다고 셈평좋게 잠을 잤구나하는 생각입니다.》

장군님께서는 자신께서 옹색해할가봐 세련된 은유로 념려를 표현하는 고희순의 인사에 가슴이 화끈 달아오르시였다.

《어머니, 다른게 아니구 어머니와 뭘 좀 의논하자고 합니다.

이제 9월말에 부산에서 아시아경기대회가 열리지 않습니까. 그 경기가 복잡한 론난들을 낳고있는데 난 거기에 선수단은 물론 큰 응원단까지 무어 내보낼가 합니다. 선미도 그 응원단성원으로 보내면 어떨가 해서 그러는데 어머니생각은 어떻습니까?》

《응원단말입니까? 장군님, 전 미처 그런 생각까지는 못해봤습니다. 부산경기를 두고 아들이 고심하는걸 보고 아니, 다른 나라에서 하는 경기는 다 참가하면서도 제 나라, 제땅에서 하는 경기도 참가하느니 마느니 하면 통일은 언제 하느냐고 말해주었습니다만…

장군님, 정말 큰 용단을 내리셨습니다. 손자잃은 생각을 하며 통분하고 피맺힌 한이 풀리지 않았는데 장군님말씀을 받고보니 속이 후련히 열립니다. 그런 개인감정을 가지고야 어떻게 통일을 하겠습니까.》

《옳습니다, 어머니. 계급, 계층, 당파, 신앙의 리해관계와 개인의 감정을 민족우에 올려놓아서는 언제 가도 통일을 이룩할수 없습니다. 오직 전민족의 리익을 대표하는 민족적 리성으로 통일문제를 대해야 합니다. 그래서 6. 15공동선언에서도 <우리 민족끼리>의 리념을 핵으로 쪼아박은것입니다. 말하자면 통일의 종자라고 할수 있습니다.》

《옳습니다, 장군님!》

고희순의 환희에 넘친 탄성이였다.

《우리 민족이 죽어도 베고죽어야 할 종자구말구요. 태양이 있고 해빛이 있는 한 땅에 심은 종자는 싹트고 줄기를 뻗고 열매를 맺기마련입니다. 겨울이 아무리 사납다 해도 봄이 오는것은 법칙이 아닙니까. 이것은 김정숙어머님께서 조국으로 진군하며 우리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그 말씀대로 조국해방의 날이 온것처럼 통일의 봄도 올것입니다.》

고희순의 음성이 사뭇 떨리였다.

《어머니, 고맙습니다. 저에게 또 힘을 주셨습니다.》

고희순과의 전화를 마치신 장군님께서는 평양에 전화를 거시여 강국일을 찾으시였다.

《동무들이 밤을 패며 고심한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왜 퇴근하지 않고 새벽까지 사무실에 있습니까?》

《장군님, 협의회가 절정에 올라 저만 이렇게 남았습니다. 다른 동무들은 제때에 퇴근합니다.》

《그래 좋은 안이 나왔습니까?》

《장군님, 부산경기에 선수단과 함께 나가게 되여있는 응원단문제와 관련하여 론의중입니다.》

장군님께서는 자신의 의도에 가까이 접근한 일군들의 일처사에 기쁘신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구체적으로 말해보시오.》

강국일은 분렬사상 응원단파견은 처음 되는 일이여서 많은 론난을 거치다가 시험적으로 남자 50명, 녀자 50명 도합 100명정도의 응원단을 뭇는것으로 락착되였다고 말씀드렸다.

《남자들은 왜 넣었습니까?》

강국일은 선뜻 대답을 못드렸다.

《그건, 저… 처녀들의 신변과 여러가지 정황을 예견하여 넣었습니다.》

《허허… 동무들은 자라 보고 놀라더니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는 속담을 압니까. 일없습니다. 춤과 노래에 조예가 있는 처녀들, 녀성취주악대로 한 300명 되게 크게 응원단을 무읍시다. 화해와 단결을 위해서 말입니다. 거기에 선미도 망라시키고 입대를 청원했다는 그의 학급처녀들도 다 넣는것이 좋겠습니다. 그들을 내보내면 부산땅을 통일의 환희로 뒤흔들수 있습니다.》

전화를 마치신 장군님께서는 심신에 차오르는 새날의 열정과 힘과 용기를 가슴뿌듯이 느끼시며 창문을 활짝 열어제끼시였다. 아득한 천리수해에 드리운 새벽하늘이 밝아오고 있었다. 반만년의 력사를 낱낱이 굽어 저 멀리 남해끝까지 백두의 정기를 뿌리며 푸르게 열리는 조선의 하늘…

장군님께서는 빛나는 안광을 하늘과 숲과 려명이 밝아오는 누리에 보내시며 머리를 높이 드시였다. 누가 7월을 슬픔과 비애의 달이라고 했던가. 비가 많고 땅이 구질거리고 습기가 끈끈하여 을씨년스러운 달이라고 했던가. 아니였다.

장군님께 있어서 7월은 저 려명이 불타는 하늘밑, 판문점의 화강석비돌에 새겨진 김일성 1994. 7. 7.》이라는 아홉글자가 온몸의 피를 끓이며 통일의 의지와 신념을 천백배로 벼려주는 맹세의 달, 결심의 달이였다.

지금 장군님께서는 그 불멸의 아홉 글자에서 퍼져오르는 통일의 려명을 똑똑히 보고계시였다. 그 려명은 자연의 려명이 아니라 영생하고계시는 수령님의 위대한 심장이 누리를 밝히는 통일의 려명이였다.

숲우로 비낀 하늘이 점점 붉게 물들어갔다. 해가 솟으려나보다. 번개와 우뢰를 다스리며 우주의 생명과 삶을 창조하는 태양은 언제나 저렇듯 고요한 려명속에 소리없이 떠오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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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후인 9월말 강국일은 가슴터질듯 한 흥분속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있었다. 우리 선수단과 함께 수백명으로 구성된 대부대응원단의 부산도착, 다대포항에 정박한 《만경봉-92》호, 손에손에 공화국기와 통일기를 흔들며 춤추고 노래하는 우리 처녀들, 거리와 골목, 아빠트창가와 가로수우에까지 인산인해를 이루어 통일기를 흔들고 눈물을 흘리며 환영하고 화답하는 부산시민들, 경기장들마다 끓어넘치는 통일의 열풍과 공동응원, 《조선은!》, 북의 응원단이 웨치면 《하나다!》라고 화답하는 남의 관람자들…

《부산아시아경기대회장은 조선의 통일대회장》, 《북의 일당백 미녀군단 민심을 통일에로 고조》, 《부산땅은 통일이 다된듯… 북미녀들의 률동과 노래춤에 맞춰 련일 환호, 경탄, 찬사》, 《<만경봉-92>호 트로이목마? 아니, 평화선녀 300명 강림!》, 《북처녀들의 발랄한 웃음, 고운 눈매… 불신의 얼음 눈녹듯》 …

폭포처럼 쏟아지는 남조선과 세계각국의 반향들… 그 자료들을 묶어 장군님께 보고드릴 때마다 강국일은 커다란 격정에 휩싸이군 했다.

부산경기가 끝나가던 어느날 강국일이 반영자료를 종합하여 집무실에 들어서니 뜻밖에도 장군님께서는 자기 어머니와 함께 쏘파에 앉으시여 TV화면을 마주하고계시였다.

《마침 왔구만. 자료는 거기 놔두고 여기 와서 딸의 모습이나 좀 보시오.》

장군님께서는 응원단속에 섞여있는 선미의 모습만을 따로 골라내여 정지 또는 확대시켜 보여주시며 말씀하시였다.

《어머니, 여기에 선미가 부산에 나가 나에게 보내온 편지가 있습니다. 뭐라고 썼는가 하면 <… 전 이제야 선군의 참뜻을 깨달은것 같습니다.>》 하고 장군님께서는 다음문장의 《위대한 장군님의》라는 문구를 뛰여넘어 읽어주시였다.

《<선군사랑의 봄빛, 해빛으로 불신과 대결의 얼음산을 다 녹이겠다는것을 굳게 결의합니다.> 허허… 어머니, 우리 선미가 얼마나 장합니까. 저 선미가 웃는 모습을 좀 보십시오. 세련되고 우아하고… 가슴에는 피눈물을 안고서도 말입니다.》

고희순은 저고리고름을 들어 눈굽을 찍었다.

《저애가 제 할아버지도 못가본 고향땅을 넘어 남해끝까지 간 강씨가문의 첫 주인공이 되였습니다.》

장군님께서는 가슴이 쩌릿해지는감을 느끼시였다.

《이제 7천만이 북남으로 자유로이 오갈 날이 머지않아 옵니다. 선미는 그 선구자인셈입니다. 저 동무들이 돌아오면 크게 환영해주자고 합니다. 국일동무, 어머니랑 함께 선미를 맞을 준비를 잘해야겠습니다.》

《장군님!》

강국일은 아무 말씀도 올리지 못하였다. 그저 경모의 정이 가슴을 꽉 채워 민족의 어버이, 통일의 령장을 우러러 뜨거운것을 삼키고있을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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