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린색한자를 골탕먹이다

 

2

닭을 타고가지

 

언제인가 정수동이 하늘소를 타고 먼 시골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오는 길에 한 고을의 옛친구집에 들려 묵게 되였다.

그 선비친구는 정수동이가 찾아들자 무척 반가워하며 안방으로 맞아들이였다.

이윽고 그 친구가 술상을 차려내오는데 안주라고 상에 놓인것이 풋나물 한접시에 김치 한보시기뿐이였다.

친구도 무안해하며 《촌에야 무엇이 있어야지. 모처럼 반가운 친구가 들렸는데 안주가 변변치 못해서 안됐네.》 하고 중얼거리는데 이때 뜨락 양지쪽에서 꼬꼬댁거리며 수닭, 암닭이 병아리들을 거느리고 유유히 거닐고있었다.

정수동은 너무나도 허술하게 차린 술상과 무리지은 닭무리를 번갈아 보며 한마디 했다.

《여보게, 안주걱정은 안해도 되네. 내가 타고온 하늘소를 잡아서 안주를 하면 될게 아닌가. 반가운 친구를 만났는데 그만한것도 못 잡겠나.》

그러자 그 친구는 와닥닥 놀라며 《아니, 하늘소를 잡으면 자네 갈 때는 무엇을 타고가겠나?》 하며 걱정해주었다.

친구의 걱정에 정수동은 빙그레 웃으며 《갈 때는 이 댁 수닭 한마리 얻어타고 가면 되지.》 하였다.

정수동의 말에 그 친구는 얼굴이 벌개서 아무 말도 못하였다고 한다.

설화는 보는바와 같이 린색한 친구를 가벼우면서도 신랄하게 골려준 정수동의 능란하고 세련된 해학적인 기질과 풍자수법을 실감있고 생동하게 드러내보인다.

특히 짧고 간단한 생활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탄력성있게 끌고나가 결론을 해학적으로 명쾌하게 맺음으로써 재담적인 특성을 잘 살려내고있다.

 

 

3

돼지의 《외상밥》

 

어느해 가을이였다.

정수동이 며칠간 집에 머물러있어보니 컬컬한게 술생각이 났다.

그러나 떠돌이를 하면서 돈도 다 불어먹고 집에 돌아왔는지라 호주머니엔 돈 한푼 없었다. 그래서 이미전부터 잘 알고 드나들던 주막집 녀주인을 찾아가 외상술이라도 청하리라 생각하였다.

정수동이 주막집 녀주인을 찾아가니 그녀는 대번에 《이젠 외상술이 없소이다. 맞돈을 내고 잡수시오이다.》 하고 딱 잘라매는것이였다.

녀주인의 말에 난감해진 정수동은 돌아가야 할지 그냥 앉아있어야 할지 몰라 먼 하늘만 쳐다보며 퇴마루에 앉아있었다.

이때 그 집에서 기르는 큰 돼지 한마리가 우리에서 뛰쳐나오더니 퇴마루에 널어놓은 술찌끼를 마구 먹어대는것이였다.

정수동은 (하, 그놈도 술생각이 나 저렇게 정신없이 먹어대는군.) 하고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런데 이때 주방에서 달려나오던 주막집 마누라가 돼지가 술찌끼를 절반나마 먹을 때까지 퇴마루에 앉아서 그냥 보고만 있는 정수동을 나무라며 말하였다.

《아주버니도 참, 그래 돼지가 술밥을 다 먹도록 그대로 보고만 있었어요?》

그제야 정수동은 허허 웃고나서 《난 또 저 돼지도 맞돈을 내고 먹는다구요. 외상으로 먹는줄 알았더라면 아예 쫓아버렸을걸…》 하고 말하는것이였다.

그 소리에 주막집 녀인도 호호 즐겁게 웃으며 정수동을 안으로 안내했다고 한다.

설화는 보다싶이 간단한 생활세태적인 소재를 취사선택하여 흥미있게 재담식으로 엮어나감으로써 돈만 아는 장사군들을 은유적으로 신랄하게 비판하고있다.

특히 문제제기와 정황설정에서 기발하며 결론이 명쾌하여 사람들에게 교훈적인 웃음을 안겨주고있다.

 

 

4

《친구》의 술잔

 

정수동은 상국 김홍근대감과 잘 아는 사이였다.

그래서 딱친구 홍은필을 소개하여 벼슬길에 오르게 해주었다. 자기는 벼슬길에 오르지 않고 떠돌이를 하였지만 친구를 도와주는데서는 언제나 사심이 없는 정수동이였다.

어느날 벼슬길에 오른 홍은필이 길가에서 만난 정수동을 자기 집으로 청하였다.

오랜만에 만난 두 친구들은 즐겁게 웃고 떠들며 그동안의 회포를 나누었다. 홍은필은 자기가 이렇게 벼슬길에 나서게 된것은 다 자네의 덕분이라고 하면서 무척 고마워하였다.

잠시후 소실이 술상을 차려 방으로 들여왔다. 그런데 술상에는 술 한병에 콩나물 한접시뿐이였다. 더우기 기분없는것은 밤알만한 작은 술잔이였다. 그러니 사발들이를 하는 정수동에게는 기분이 좋을리가 없었다.

홍은필은 《술밖에 대접할게 없구만!》 하면서 먼저 술을 부어 권하였다.

정수동이 작은 술잔으로 몇잔 받아마셔보니 그만 성차지 않아 갑자기 《에이!》 하고 신음소리를 내며 손을 떨었다.

홍은필이 당황해하며 《자네 왜 그러나?》 하고 술잔을 쥐고 떠는 정수동의 손을 잡고 물었다.

정수동은 그제야 작은 술잔을 상우에 놓으며 《술을 이렇게 마셔보니 내 형님생각이 나서 그러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홍은필이 《자네 형님이 어찌되였기에 그러나.》 하고 다급히 물었다.

정수동은 눈물이 글썽해있다가 《우리 형님도 오늘 나처럼 어느 친구의 집에 초청되여 가서 술을 마시다가 술잔이 하도 작아서 그만 목구멍으로 넘어가는통에 생떼같은 사람이 잘못되였네. 이 작은 술잔을 보니 형님생각이 나서 나도 경을 칠것만 같구만.》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홍은필은 얼굴이 벌개서 아무 말도 못하였다고 한다.

보는바와 같이 설화는 관료가 된 친구의 린색하고 허욕에 찬 생활을 진실하게 보여주면서 당시 봉건적사회관계의 일단을 신랄히 풍자조소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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