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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사군들을 골려주다
김선달의 《묘》
어느해 여름 봉이 김선달은 친구 박서방과 함께 한 시골마을을 지나다가 소낙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한 농가에 들어간 일이 있었다. 그런데 문을 열어제낀 집안을 들여다보니 늙은 로인이 신음소리를 내며 앓고있었고 그옆에는 손자인듯 한 소년이 걱정스레 앉아 간호하고있었다. 그 정상이 하도 가긍한지라 선달은 무슨 병을 앓고있으며 무슨 약을 써보았는가고 다정히 물었다. 그러자 소년이 하는 말이 약을 쓰려고 이웃의 보가지국 장사군에게 가서 돈을 꿔달라고 사정하였으나 성가스럽다고 내쫓더라는것이였다. 정 그러면 자기가 삯일이라도 하겠다고 졸랐으나 그 장사군은 오히려 늙으면 죽기마련인데 약쓸 생각일랑 아예 말고 옆에 앉아 지키기나 하라고 말했다는것이였다. 선달은 어린것이 서러워 하소연하는 소리에 그만 분격하여 《그런 도적놈같은 놈도 다 있단 말이냐? 병을 앓지 않아도 죽을 놈은 바로 그놈이구나!》 하며 박서방과 함께 보가지국집으로 달려갔다. 보가지국집으로 가며 선달은 그놈을 대번에 망조가 들게 할 계략을 박서방에게 알려주면서 자기가 하라는대로 뒤처리를 잘해달라고 일렀다. 그들이 대문에 들어서니 저녁때인지라 모두들 가버리고 손님은 선달이와 박서방 두사람뿐이였다. 이때 부엌에서 대머리에 기름이 번지르르한 주인이 마주 나오며 어서 앉으라고 자리를 권하였다. 선달은 그러는 주인에게 《먼길을 떠난 길손들인데 보가지국을 두그릇만 주시오.》 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주인이 주방에 들어가는것을 보고 얼른 주방주변에서 버려진 보가지알을 주어 건사하였다. 잠시후 김이 문문 나는 보가지국이 들어왔다. 선달이 두손을 비비며 《이게 그리도 맛이 좋다는 보가지국인가. 우리도 한번 먹어보고 한그릇씩 더 청하자구.》 하니 주인녀석도 사기가 나서 《보가지국을 처음 맛보는 모양인데 이런 국은 우리 집밖에 없소이다.》 하며 제 집 음식자랑을 하였다. 뜨끈뜨끈한 보가지국을 훌훌 불며 맛있게 먹던 선달은 밑창이 드러날즈음에 보가지알을 슬쩍 국그릇에 넣었다. 그리고는 숟가락을 국그릇에 떨구며 《아이구 배야. 나 죽는다!》 하고 신음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 소리를 듣고 주방에서 달려나온 주인이 선달의 국그릇을 보니 아니 글쎄 국그릇에 보가지알이 들어있는것이 아닌가! 당황한 주인은 《아니, 보가지알이 여기에 어떻게?!》 하며 안절부절 못하였다. 그러다가 죽어가는 선달의 입에 손가락까지 넣어가며 먹은것을 토해버리게 해보려고 야단이였다. 이렇게 박서방과 주인이 선달이를 식탁에 눕혀놓고 손발을 주무른다, 배를 눌러준다 하며 야단쳤으나 오히려 그의 몸은 더욱 굳어져만 갔다. 박서방이 너무도 안타까와 《이 사람, 한번만이라도 눈을 떠보라구. 죽어서는 안돼.》 하면서 사지가 굳어져가는 선달을 흔들어 깨웠으나 그는 이미 《죽은 몸》이 되였다. 그러자 억울함을 참을수 없게 된 박서방이 주인을 쏘아보며 말했다. 《아니, 보가지알을 먹여 사람을 이렇게 죽이다니. 당신은 그래 사람을 죽이려고 이 음식점을 차려놓았소?》 그리고는 온 마을이 떠나갈듯 곡성을 해댔다. 바빠맞은 주인이 박서방의 팔을 붙잡으며 《이제 그렇게 슬퍼해야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겠소. 제발 남이 알지 않도록 진정해주시오!》 하며 빌붙었다. 그러자 박서방은 오히려 더 큰소리로 《함께 가던 친구가 이렇게 속절없이 죽었으니 내 가슴이 편할상싶소. 아이구! 귀신도 무정하지. 보가지알을 먹인 장사군은 잡아가지도 않고 생사람을 이렇게 저승으로 끌고 가다니. 아이구!-》 하며 더 요란스레 곡성을 하였다. 일이 이쯤되자 살인죄를 쓰게 된 보가지국 집주인은 울며불며 소리치는 박서방에게 더 바싹 다가들며 《이제야 친구를 살릴 방도도 없는데 산 사람이나 후환이 없도록 눈을 좀 감아주시오. 그다음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테니…》 하고 손이야 발이야 사정을 하는것이였다. 박서방은 그제야 울음을 그치고 정색하여 《아니, 장례도 치르지 않고 회계부터 하자는거요?》 하고 주인을 욱박질렀다. 그러자 주인은 《장례까지 하면 소문이 나서 죄를 묻게 될터인데 손님께서 무사히 처리해주시면 은혜는 후히 갚아드리리다. 그러니 제발 눈을 좀 감아주시옵소.》 하고 손목을 딱 잡는것이였다. 그제야 박서방은 마음이 가라앉은듯 《하긴 주인어른의 사정도 막바지에 이른건 사실이요. 그런데 후히 은혜를 갚겠다는것은 도대체 무슨 뜻이요?》 하며 모르쇠를 하였다. 주인은 그제야 숨을 내쉬며 《우리야 장사를 하는 사람인데 돈밖에야 딴것이 있나요. 내 후히 200냥을 드리지요.》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박서방은 발칵 성을 내며 《200냥이라니? 죽은 사람의 값이 그래 200냥밖에 안된단 말이요? 됐소. 그럼 우리 관가에 가서 해결해봅시다.》 하고 을렀다메였다. 박서방이 이렇게 도고한 자세로 나오자 주인은 그가 관가에 고발할가봐 두려운지 방안에 들어가 돈궤를 가지고 나와 500냥을 세여보이고는 이것이 다라며 우는소리를 하였다. 그제야 박서방은 《재산이 500냥밖에 되지 않는다니 할수 없군!》 하며 주인에게 빨리 거적을 내오라고 하고는 《시체》를 둘둘 말아 어깨에 메였다. 그리고는 주인에게 자기 혼자서 파묻고 올테니 당신은 집에 그냥 있으라고 하고는 대문을 나섰다. 박서방이 집대문을 빠져나온 다음 말아놓은 거적에서 선달이를 일궈세우며 《참, 용케 참아냈구만!》 하고 얼싸안으니 선달이 《그래서 내가 봉이 김선달이가 아닌가!》 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두 친구는 산에 올라가 거적때기에 풀잎을 싸서 묻어놓고 분묘를 하였다. 이렇게 되여 여기에 김선달이의 《묘》가 생기게 되였다. 선달과 박서방은 보가지국집 주인에게서 받은 돈을 몽땅 그 앓는 로인의 집에 주고는 유유히 가던 길을 재촉하였다. 봉이 김선달이 보가지국 장사치를 골려준지 꼭 1년이 되는 어느 여름 이곳을 지나던 그는 작년에 병을 앓던 로인을 찾아 그의 집에 들리였다. 로인은 귀한 손님이 왔다고 반가와하며 자기는 그때 그 돈으로 약을 써서 병도 다 나아지고 송아지까지 마련했다고 자랑하였다. 그러면서 그 장사치가 그때 돈을 다 떼운 후에 더 극성스레 돈을 빨아낸다고 알려주는것이였다. 선달은 그 소리를 듣고 또 한바탕 골려줄 심산으로 그 보가지국집을 다시 찾아갔다. 《이 집이 보가지국을 파는 집이 맞소?》 김선달의 말은 첫 순간부터 몹시 거칠었다. 주인이 황황히 달려나오자 김선달은 자기는 1년전 이 집에서 보가지알을 먹고 죽은 사람의 동생인데 형님의 《묘》를 찾아보려고 이렇게 왔다고 하며 떡떡거렸다. 집주인이 자세히 살펴보니 손님의 모습은 꼭 1년전에 죽은 그 사람의 모색과 신통히도 같았다. 집주인은 금시 얼굴이 새파래지며 부들부들 떨었다. 선달은 그러고 서있는 주인에게 어서 형님의 《묘》를 보고 관가로 가자고 말하였다. 그러자 주인은 이대로 있다가는 큰일난다고 생각했는지 김선달의 손목을 잡으며 《여보시우, 가시더라도 좀 들어왔다 갑시다.》 하고 방으로 이끄는 한편 로친에게 주안상을 빨리 차리라고 독촉하였다. 《여보소, 어서 드시우. 눈물은 내려가고 밥술은 올라간다구 가슴아프지만 어찌겠소. 이미 세상을 떠난 형님인데…》 주인내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죽은 사람 동생의 마음을 사려고 하였다. 그러나 김선달은 그런것은 아랑곳없는듯이 주안상앞에 앉아 《아이구 형님! 형님이 그렇게 돌아가시다니 웬말이요.》 하고 눈물을 뚝뚝 흘리다가 주인내외의 권고에 못이기는척 하며 술을 받아마시였다. 물론 그러면서도 슬픈 기색만은 얼굴에서 지워버리지 않았다. 마주앉아 그의 기색을 슬금슬금 지켜보던 주인이 조심스럽게 《여보시우, <묘>는 우리가 잘 보살피고있으니 걱정마시우. 헌데 관가에 가는건 여러가지로 생각해주시면 하외다. 관가에만 가게 되면 우린 죽은거나 다름이 없으니 불쌍히 여기여 사정을 좀 봐주시우.》 하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자기에게는 장사를 해서 그간 모은 돈이 얼마간 있으니 그것으로 죄지은 값을 치르겠다고 통사정을 들이대는것이였다. 이쯤되자 김선달은 좀 누그러드는척 하며 《그럼 얼마나 치르겠소?》 하고 물었다. 주인령감이 200냥을 주겠다고 하자 선달은 펄쩍 뛰며 《내겐 돈이 필요없소. 우리 형님은 늙으신 어머니를 모시고있었고 또 형수와 어린 조카도 있소. 정 도와줄 생각이 있거들랑 그들에게나 좀 주시우.》 하고 말하였다. 《얼마나 주면 되겠소?》 《어찌 그 집식구들을 먹여살릴수야 있겠소만 어머니몫으로 오백냥, 형수몫으로 삼백냥, 조카몫으로 이백냥을 주면 그리 야박치 않다고 보겠소.》 선달의 말에 주인은 액수가 많다고 아름차하면서도 그러지 않으면 관가로 가겠다는 바람에 꼼짝 못하고 돈 천냥을 꺼내주었다. 돈을 받은 김선달은 이왕 사정을 보아주기로 한바에는 다른 사람들이 눈치를 채지 않도록 야밤으로 떠나겠다고 하였다. 이에 주인이 감지덕지하여 무수히 치하하니 그는 한번 더 뒤를 누르는게 좋을듯 하여 《허지만 형님의 산소를 어찌 찾아보지 않겠소. 이 집 사정을 보아 매해 올수는 없어도 3년상을 치를 때 조용히 찾아오지요.》 하고 곰상스럽게 말하였다. 주인내외는 김선달에게 술과 고기를 듬뿍 먹이고는 한짐 잔뜩 지워주고 멀리까지 따라나와 배웅하여주었다. 보가지국 장사군의 집을 나온 김선달은 그걸음으로 가난한 로인과 아이가 사는 집에 들려 《이 돈으로 집도 사고 땅도 사서 남부럽지 않게 잘 살아가시우.》 하며 천냥을 다 주고 유유히 돌아섰다. 김선달이 다시 다녀간 뒤 보가지국장사군은 인차 불행의 화근인 그 《묘》를 먼곳에 옮기기로 하였다. 이제 3년상을 치르러 죽은 그 사람의 가족이 몰려오면 자기가 저지른 끔찍한 일이 탄로날가 겁이 났던것이다. 며칠이 지나 인부들을 데리고 산에 은밀히 올라가서 김선달의 《묘》를 파헤친 그들은 그안에 빈 멍석만 있는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제야 자기들이 속은것을 안 보가지국 장사군내외는 가슴을 치며 통탄하였으나 이미 엎어진 물이라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이 일을 보복하자고 관가에 고소하자니 이미 관가를 속여온 일이 켕기였고 마을사람들의 힘을 빌리려 하여도 평시에 박절하게 대해주었던 그들이 이 일을 알면 도리여 쾌재만 부를것 같았다. 그뒤 이 사실이 한입두입건너 퍼져 보는 사람마다 인정머리없는 돈벌레로 살다 봉변당한 집이라 손가락질당한 보가지국 장사군내외는 그 마을에 더 있을수 없어 어느날 깊은 밤 어데론가 멀리 솔가도주하고말았다 한다.
《검정닭알은 내가 고르겠소》
어느해 늦은봄 서울에 간 봉이 김선달은 친구를 만나기 전에 장마당에 들려 닭알을 두어꾸레미 사가지고 가려고 하였다. 그런데 한 청년이 닭알을 사가지고 살펴보다가 작은 닭알만 골라주었다고 장사군을 욕질하면서 입이 쓰거운듯 가버리는것이였다. 선달은 장사군이 자기에게도 작은 닭알을 골라줄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고 《령감! 검정닭이 낳은 닭알만 골라주시오. 약으로 써야 할데가 있어 그러오!》 하고 말하였다. 장사군은 선달이를 힐끔 쳐다보고는 량반행색을 한지라 《검정닭이 낳은 알은 있기는 한데 어디 분간할수 있어야 골라내지요?》 하고 닭알무지를 살펴보며 기가 죽어 말하였다. 선달은 《닭알장사를 하면서 그것도 모르오? 내가 골라내는것을 보시오!》 하고는 큰것들만 골라 주어넣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두 꾸레미를 고른 선달은 《이젠 검정닭알을 다 골랐으니 값을 치릅시다.》 하고는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려 하였다. 그제야 장사치는 《검정닭알이라고 큰것만 다 골라가지면 어떻게 하오?》 하고 불만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선달은 《방금 령감이 검정닭알을 고를줄 모른다고 말하지 않았소! 물계가 밝다는 령감이 돈값만 알고 검정닭알도 모르니 장사를 해먹기는 다 틀렸수다.》 하고는 유유히 가버리는것이였다. 닭알 사러 왔던 사람들도 그 소리를 듣고 속이 후련하였던지 저 령감이 작은것만 골라 팔다가 한코 떼운셈이라고 크게 놀려댔다. 닭알장사는 선달이앞에서 아무 소리도 못하고 톡톡히 망신만 당한지라 큰 닭알들만 골라가지고 들고 가는 선달의 뒤모습을 덤덤히 살펴보며 닭알장사 10년에 검정닭알을 찾는 사람은 난생처음 본다면서 닭알장사도 못해먹을 일이라고 한탄했다고 한다. 그후로 닭알장사는 작은 닭알과 큰 닭알을 절반씩 섞어주면서 이것은 약효있는 검정닭알이라고 사람들에게 말하였다고 한다. 설화는 짧고 간결하게 엮어지면서도 풍자재담으로서의 특색을 잘 살려낸것으로 하여 오랜 기간 구전되여올수 있었다.
나무장사군을 골탕먹이다
봉이 김선달은 어느날 이른아침 대동강가의 선창에 나갔다가 한 로파가 나무장사군들이 흘리고 간 나무부스레기를 줏고있는것을 보았다. 그래서 물으니 돈이 없어 나무를 사서 땔수는 없어 이렇게 쉬염쉬염 나와서 줏기라도 한다는것이였다. 로파는 이것마저도 이른 아침에 나오지 않으면 줏지 못한다면서 성천에서 오는 나무장사군은 나무단도 비싸게 파는데다가 다 팔고 갈 때는 이 흘린 나무부스레기까지도 돈으로 팔고 간다며 우리같은 가난뱅이들은 어떻게 살아가겠는가고 푸념질을 하였다. 선달은 로파의 가긍한 정상을 보고는 성천나무장사군을 한번 골탕먹여주리라 생각하고 로파에게 롱삼아 《이제 그 나무장사군이 오면 공짜로 몇단 빼앗아줄테니 그가 오면 잊지 말고 여기로 나오십시오.》 하고 일러주었다. 다음날 아침을 먹고 선창에 나가보니 정말 성천나무장사군이 배에 나무단을 싣고 오는것이 보였다. 선달은 그가 오기를 기다려 서있다가 《빨리 배를 선창에 대시오!》 하고 소리쳤다. 그리고는 나무를 통채로 다 사겠다고 하였다. 나무장사군은 오늘따라 혹시 도매군과 맞다든게 아닌가 하여 빨리 팔고 갈 생각에 좋아라 나무단을 부리웠다. 그가 나무를 한 절반가량 부리웠을 때였다. 무슨 생각이 났던지 선달이 나무장사군에게 다가가서 《왜 그리도 도적질한것처럼 성급하게 부리우시오? 혹시 허가증이 없는건 아니오?》 하고 의심쩍어하며 물었다. 그 말에 나무장사군은 《허가증이라니? 금시초문인데…》 하고 어물거렸다. 선달은 《금시초문이라니? 몰랐다면 관가에서 용서할것 같소?! 게 여기 좀 있소. 내 좀 알아봅시다.》 하고는 관가로 가는듯 빠른 걸음으로 어디론가 가는것이였다. 나무장사군은 이러다가는 장사짐을 다 빼앗길것만 같아 심부름군들에게 《관가의 아전이 오기 전에 빨리 도로 싣고 떠나자!》 하고 헤덤비며 나무단들을 싣기 시작하였다. 한편 선달이 급히 대동문을 빠져 성안으로 들어서는데 마침 자기가 잘 아는 순라군이 륙모방치를 차고 마주 오고있었다. 선달은 마침이라고 생각하고 그 순라군에게 성천나무장사군이 지금 나무 한단에 1냥씩 받고 파는데 눅으니 같이 가지 않겠는가고 물었다. 순라군도 마침 나무를 사려던 참인지라 쾌히 승낙을 하고 대동강가로 향하였다. 선달과 순라군이 대동문쪽에서 나오는것을 본 성천나무장사군은 더욱 급해하며 《나무는 둬두고 빨리 배를 떼라!》 하고 소리치며 노를 저어 도망치는것이였다. 선달이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듯 순라군을 바라보다가 《여보시오, 배를 돌려 선창에 대라구!》 하고 크게 소리쳤으나 나무장사군은 점점 배를 더 빨리 몰아 종적을 감추어버리는것이였다. 그러고보니 버리고 달아난 나무단이 50단은 훨씬 넘었다. 선달은 그제야 《성천장사군이 무슨 급한 일이 있어 떠났으니 이젠 내가 주관할수밖에 없구만!》 하고 순라군보고 필요한 량만큼 가져가라고 하였다. 마침 나무를 주으러 나왔던 할머니를 본 선달이 《할머니! 이 나무단을 가져다 때시오. 내 후날 또 찾아뵙겠으니 그리 알고 걱정할것 없이 차곡차곡 쌓아놓고 마음놓고 때시오.》라고 하였다. 그러자 할머니는 이 많은 나무단을 다 가져가라니 임자가 누구인지 알고나 가져가자며 이름을 물어보는것이였다. 할머니의 물음에 선달은 환하게 웃으며 《제가 바로 봉이 김선달입니다.》라고 대답해주었다. 그제야 로파는 《아이구! 말은 많이 들었어도 이렇게 만나보기는 처음일세. 백성을 위하는 자네야말로 진짜 량반이야!》 하며 거듭거듭 고맙다고 인사를 하였다고 한다. 설화는 재담적인 째임새를 가진 풍자해학적인 이야기인것으로 하여 봉이 김선달의 재치와 인민적성격을 잘 보여주고있다.
대동강을 팔다
옛날 평안도의 어느 벌방에 있는 한 장사군이 엽전을 가득 넣은 돈자루를 하늘소등에 가득 싣고 평양성 장마당에 나타났다. 평양성사람들은 저 장사치가 이번에는 또 무슨 물건을 협잡하려고 저 많은 돈자루를 싣고왔는가 하며 저놈을 골탕먹이는 방법이 없겠는가고 욱욱 벼르는것이였다. 그들의 말을 들은 선달은 그 장사치를 가만두면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한번 혼내주리라 작정하였다. 그리하여 먼저 돈냥이나 있는 친구에게 가서 인차 갚아줄테니 엽전 한자루를 하루만 빌려달라고 하였다. 다음날 선달은 집집마다 엽전 한잎씩 나누어주면서 래일 아침 대동강물을 길어갈 때 대동문앞에 앉아있을테니 이 돈을 나에게 도로 달라고 하였다. 그 이튿날 아침 일찌기 대동강반에 산보를 나왔던 벌방부자는 대동문을 지나다가 괴이한 광경을 보게 되였다. 대동강물을 길어가는 사람들이 모두 봉이 김선달이가 펼쳐놓은 자루에 엽전 한잎씩 던지고 가는것이였다. 장사치가 너무도 신기하여 한참이나 지켜보는데 숱한 사람들이 대동강물을 길어가면서 모두 돈을 바치고 가는것이였다. 그러니 잠간사이에 엽전이 한마대나 차올랐다. 벌방부자는 대동강물은 사시장철 마를줄 모르고 저절로 흘러내리는것이요 또 성안의 사람들은 누구나 다 물을 마시지 않고서는 한시도 살아갈수 없을것이니 참말 저것이야말로 밑천을 적게 들이고도 흐르는 강물처럼 돈이 쏟아질 벌이라고 생각하고 군침을 꿀꺽 삼키였다. 불어나는 김선달의 돈자루를 한참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고있던 부자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선달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여보시오, 이 대동강을 나에게 팔지 않겠소?》 그러자 이때를 기다리고있던 김선달인지라 무슨 희떠운 소리를 하느냐는듯 안된다고 딱 잘라매였다. 그러면서 김선달은 이 대동강은 대대로 내려오는 집안의 보물이고 여기에서 나오는 돈으로 백을 헤아리는 가족친척들이 살아간다고 말해주었다. 그러자 더욱 등이 달아오른 부자는 수다스럽게 김선달에게 접어들면서 평양에 가지고 온 돈을 몽땅 줄테니 제발 자기한테 대동강을 팔라고 지꿎게 졸라댔다. 선달은 흥정으로 한낮을 끌다가 부자의 간청에 못이기는척 하면서 그럼 가져온 돈을 몽땅 내놓고 대동강을 사라고 하였다. 가지고 온 돈을 나귀등에 실어 김선달에게 주고 대동강을 산 부자는 너무 좋아 하늘에라도 오른듯 덩실덩실 춤까지 추었다. 다음날 새벽 벌방부자는 대동문으로 드나드는 길어구에 자루대신 나무궤짝을 내다 놓고 물을 길어가는 아낙네들을 보고 엽전 한잎씩 놓고 가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물동이를 이고 지나가던 아낙네들이 《어머, 별난 사람 다 보겠네. 평양사람같지는 않은데 대동강물이 좋다는것은 어떻게 알고 이제는 물까지 팔아먹으려네!》 하고 크게 웃어댔다. 그러자 벌방부자는 《이 물은 내가 산것이니 공짜로 가져가선 안되오!》 하고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녀인들은 저저마다 되돌아보면서 《대동강물은 평양성사람들것이니 돈은 무슨 돈이요! 관가에 잡혀가기 전에 빨리 제 집으로나 돌아가보시우. 어제 우리가 낸 돈은 물값이 아니라 김선달님이 미리 나누어주었던 돈을 도로 되돌려준것이외다.》라고 말해주었다. 그제야 어리석기 짝이 없는 장사군은 자기가 그 유명짜한 봉이 김선달한테 걸려들었다는것을 알고 땅을 치며 한탄하였다. 이리하여 더 큰 부자가 되여보겠다고 평양성에 기여들었던 벌방부자는 김선달과 평양성사람들에 의하여 골탕을 먹고 쫓겨갔다고 한다. 그후로 이 소문이 널리 퍼지게 되여 대동강물이 유명해지게 되고 봉이 김선달이 시골부자 장사치를 얼려넘겨 대동강물을 팔아먹었다는 기지있고 풍자해학적인 재담이 생겨나게 되였으며 그것이 더욱 가공보충되여 전하여지면서 류형성을 띤 설화들이 창조전승되게 되였다. 설화는 세태생활의 일단을 펼쳐보여주면서 봉이 김선달의 기지있고 꾀스러운 계책과 함께 돈만 아는 어리석고 미련한 장사치의 무분별한 행동을 통쾌하게 풍자한것으로 이채를 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