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왕이나 고관대작들을 조롱하다

 

2

개펄을 논으로 팔아넘기다

 

이 설화류형은 두가지가 있는데 그 하나는 광포호수를 팔아먹은 이야기이며 다른 하나의 이야기가 바로 아래에 소개하려는 서울 김판서에게 연백벌의 개펄을 논으로 팔아넘긴 통쾌한 이야기이다.

어느해 초겨울인가 김선달이 서울로 가는 길에 연백벌에서 사는 한 친구의 집에 들려 묵어간 일이 있었다. 그런데 친구의 말에 의하면 요즘 서울량반들이 연백벌에 나와 저저마다 땅을 사들이느라고 정신없이 돌아친다는것이였다.

선달은 연백벌이 기름진 땅이니 고관대작들도 저저마다 그 땅을 사서 가난한 농군들에게 소작을 주어 저들의 배를 불리려 한다는것을 알고 다음날 연백벌을 돌아보았다.

한곳에 이르니 살얼음이 진 개펄이 눈에 띄였다. 그래서 이 땅을 팔아먹을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그는 한가지 궁냥을 생각해내였다.

우선 김선달은 친구와 함께 벼짚을 작두로 가쯘하게 썰어 개펄에 꽂은 다음 얼구어 한 3천평가량 만들어놓았다. 그리고는 땅을 사려고 연백벌에 하인을 보냈던 김판서의 집을 찾아갔다.

김판서를 찾아간 김선달은 연백벌에 평양량반의 땅이 있는데 그 집안이 관가에 걸려들어 돈을 마련하느라고 《논밭》을 눅게라도 팔려고 하는데 사지 않겠는가고 물었다.

김선달의 말에 구미가 동한 김판서는 얼른 자기 하인을 따라 보냈다.

김판서의 령을 받은 하인이 선달을 따라가 《논밭》을 살펴보니 벼그루가 탐탐하고 무성한지라 이것은 분명 옥답일것이라고 생각하고 좋다고 사들이였다.

그런데 다음해 봄에 가보니 사들인 땅이 모두 논밭이 아니라 개펄이였다.

김판서는 노발대발하여 당장 김선달이를 잡아오라고 형리와 함께 하인을 따라보내였다.

자기에게 어떤 화가 미칠지도 모르고 김선달은 그때 술집에 들어가 한창 푸짐히 먹고있었다.

그런데 서울에서 온 손님들이 찾는다기에 나와보니 다짜고짜로 선달을 잡아가려고 하는것이 아닌가.

선달은 자기가 잡혀가더라도 동생에게는 알리고 가야겠다면서 그들에게 잠시 강건너마을에 들렸다 가자고 했다. 그는 김판서에게 잡혀가면 죽은 몸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지라 막다른 골목에서 김판서를 골탕먹일 신통한 궁냥을 하나 생각해냈던것이다.

일행이 대동강에 이르러 배군을 청하여 강을 건느고있을 때였다.

갑자기 선달이가 날쌔게 형리의 손아귀에서 빠져 강물속으로 첨벙 뛰여들었다. 그리고는 《김판서에게 죽기보다는 차라리 여기에서 물귀신이 되는것이 낫다.》고 하면서 물살에 파묻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다.

형리와 하인은 선달이가 분명 물에 빠져죽었겠는데 이러다가 살인죄라도 쓰지 않겠는가 하면서 걱정이 말이 아니였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맞은편 강안에서 웬 사나이가 배를 빨리 갖다대라면서 급하게 소리치는것이였다.

형리가 강가에 배를 대니 그 사나이는 다짜고짜로 형리와 하인에게 달려들며 《땅값은 도로 물면 되지만 사람을 물에 처넣어 재판도 없이 죽이는 법이 어데 있소?》 하면서 판서라고 사람을 이렇게 마구 죽이니 당장 임금에게 상소하겠다고 고아댔다.

급해난 형리가 그 사나이에게 《당신은 도대체 누구요?》 하고 물으니 그는 자기가 바로 선달의 동생이라는것이였다.

형리와 하인이 그 사나이를 자세히 살펴보니 아닌게아니라 《죽은》 선달이와 모색이 비슷하였다. 그들은 선달의 《동생》에게 그가 제절로 물에 뛰여들어 자살했으니 우리도 어쩔수 없었다고 말하였다.

그러자 그 《동생》은 우리 형은 자살할 사람이 아니라고 하면서 어쨌든 사람을 죽였으니 조정과 임금에게 판서가 살인을 하였다고 상소해야겠다고 야단을 쳤다.

형세가 이렇게 번져지자 배군도 두려웠던지 아니면 증인으로 나서기 시끄러웠던지 형리와 하인에게 돈을 많이 주어 얼려보내라고 귀띔하였다.

하인이 가만 생각해보니 상소되면 김판서도 무사치 못한데다가 선달에게 속히워 개펄을 논밭으로 샀으니 그게 또한 큰 망신인지라 얼른 돈주머니에서 200냥을 꺼내주면서 《일이 이렇게 되였으니 상소한들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겠나? 시신은 우리가 꼭 찾아줄테니 이 돈으로 제부터 지내게!》 하고 겨우 얼려서 돌려보내였다고 한다.

이렇게 선달은 고관대작인 김판서를 속여넘겨 개펄을 《논밭》으로 팔아넘겼을뿐아니라 배에서 뛰여내려 물에 빠져죽은것처럼 꾸미고는 물밑으로 헤염쳐 강기슭 대안에 나와 《동생》으로 둔갑하여 놈들을 련속 골탕먹이고 공포에 떨게 하며 돈 200냥까지 받아낸다.

설화는 보는바와 같이 봉이 김선달의 기발한 꾀와 변신술을 신통하고 방불하게 보여주고있다.

 

 

3

청류벽의 낭비둘기를 팔다

 

한때 봉이 김선달은 평양에 온 홍참판에게 청류벽에 깃들이고 사는 낭비둘기를 팔아넘겨 크게 소문을 냈었다.

그는 홍가성을 가진 량반부자인데 먼 조상이 참판벼슬을 지냈다고 하여 홍참판이라고 불리우고있었다. 그는 자기 가문이 조상대대로 량반벼슬을 지내왔다고 가난한 백성들을 천시하고 깔보며 그들의 돈을 긁어내기 위해 갖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있었다.

그러다 이번에는 평안도의 특산물을 사가려고 평양에 와 머물고있었다.

이 소문을 들은 선달은 이번에는 서울 량반부자인 홍참판을 한번 골려주리라 생각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선달은 홍참판이 대동강에서 배놀이를 한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 선달은 청류벽에 올라 홍참판이 탄 배가 지나가기를 지켜보다가 놀이배가 가까이에 오자 《오! 비둘기야, 모여와 모이를 쪼으라!》 하고 소리치며 삼태기에 들어있는 모래섞인 겨와 낟알을 뿌려주었다. 그러자 수백마리의 낭비둘기가 일시에 모여와 먹이를 쪼아댔다.

선달은 《이제 모이를 쪼아먹고 몸을 불쿠어 저녁에 식찬을 또 푸짐히 하자꾸나!》 하면서 비둘기와 대화를 하듯 말했다.

그때 그 광경을 살펴보던 홍참판이 하도 신기하여 배를 청류벽에 대라고 하고는 올라와 춤을 추며 좋아하는 선달의 곁에 다가와 《저 많은 비둘기를 자네가 기르는가?》고 물었다.

선달은 그렇다고 하면서 《저 비둘기로 말하면 근 천여마리가 넘으니 집에서 기를수는 없고 해서 이 청류벽을 집으로 삼고 기르는데 아침저녁으로 모이를 가져다 뿌려주면 저렇게 모여와 쪼아먹고 씽씽 자라지요. 그리고 달마다 몇백알씩 낳아 절로 깨우니 그 마리수가 달마다 늘어나 하루에 몇십마리씩 잡아먹어도 줄지 않고 일년내내 비둘기고기로 식찬을 푸짐히 한답니다. 원래 비둘기고기는 꿩고기처럼 달고 고소하여 장사도 잘되거니와 량반어르신님들이 너무도 청이 많아 미처 대지 못할 형편이랍니다.》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미리 준비해왔던 낭비둘기를 꺼내보이면서 이것은 방금 잡은 비둘기인데 이렇게 매일 잡아먹어도 그 수가 줄지 않기에 성가스러워 한 절반가량은 팔아넘기려고 한다고 귀맛이 좋게 말하였다.

홍참판은 평양에 와 이런 희한한 광경을 처음 보니 구미가 바짝 동하여 비둘기 한마리에 얼마나 받는가고 물었다. 선달은 참판이 묻는지라 주섬주섬하면서 《작은 닭 한마리값은 실히 되옵지만 많이 산다면 눅게 팔수도 있습지요.》 하고 얼버무리였다.

홍참판은 수백마리나 되는 비둘기를 세여서 살수도 없고 해서 생각을 다시 굴려보았다.

그 심중을 꿰뚫어본 선달은 《참판어른께서 꿩고기를 좋아하신다면 좋기는 이 비둘기를 다 사시여 시중군을 두세명 여기에다 두고 필요한 량만큼 잡아다 매일 잡수시면 좋을듯 한데… 그러면 나도 이따금 보살펴줄수도 있으련만…》 하고 슬슬 구슬렸다.

그러자 참판은 그게 신통한 생각이라며 청류벽의 낭비둘기를 다 사기로 하고 가지고있는 돈을 털어 그 절반값을 먼저 물어주었다.

다음날 홍참판은 하인을 시켜 가지고 갈만큼 비둘기를 잡아오라고 하였다.

하인이 청류벽에 와서 모이를 뿌려주니 예전같이 수백마리의 비둘기가 발밑에까지 모여들어 모이를 쫏고있었다. 그는 때를 놓치지 않고 붙들려 하였으나 한마리도 잡을수 없었다. 그래서 주인이 바뀌여져 그러는가보다 하고 련속 모이를 뿌려주며 잡으려 하였으나 끝내 한마리도 잡지 못하였다.

하인이 그 사실을 참판에게 알리니 그의 솜씨가 서툴러 그런가 하여 자기가 직접 나와보았다. 그런데 집비둘기와 달리 낭비둘기인지라 잡힐리 만무하였다. 참판은 그제야 속은줄 알고 평양감사에게 그 《협잡군》을 고소하였다.

그리하여 평양감사는 청류벽에서 비둘기를 판 그 《협잡군》을 잡아오게 하였다.

아전들이 수소문하여 잡아온 《협잡군》을 보니 그가 바로 다름아닌 평양종까지 울리게 한 그 유명한 익살군 김선달이였다.

평양감사는 선달이를 꿇어앉히고 《이놈, 감히 량반어른께 청류벽의 낭비둘기를 제 집 비둘기라고 거짓을 꾸며 팔아먹다니… 네 죄를 알겠느냐?》 하고 을러멨다.

선달은 감사를 쏘아보면서 《주인있는 남의 땅과 재산을 롱간을 부려 게눈 감추듯 해도 죄가 되지 않는 세상에서 어찌 주인없는 낭비둘기를 판게 죄가 된단 말입니까? 감사님도 그 리치는 잘 아실터인데요.》라고 말하였다.

감사는 이제 봉이 김선달에게서 또 무슨 죄상이 고발될지 두려웠던지 《우선 서울량반에게서 받은 돈을 정히 돌려주고나서 회계를 해보자.》며 어성을 낮추어 구슬리였다.

그러자 선달이 《그 돈은 벌써 청류벽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다 나누어주었습니다.》라고 하였다.

김선달의 말에 감사는 그만 분이 치밀어올랐으나 이 《우환거리》를 조용히 돌려보내야겠다고 생각하고 백성들로부터 수탈해낸 돈을 선달에게서 빼앗은것처럼 하면서 홍참판에게 주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김선달이 서울 홍참판에게 청류벽의 낭비둘기를 팔아먹은 소문이 일시에 퍼지게 되였고 고관대작들을 골려준 또 하나의 풍자재담이 생겨나게 되였다.

 

 

4

인경을 두번이나 치게 하다

 

이 설화는 봉이 김선달이 서울에 가서 인경을 치게 하여 소란을 피운 이야기와 평양종을 치게 하여 량반관료와 그 통치배들을 골탕먹인 이야기를 담고있다.

첫번째 설화는 《인경쳐라》로 전해오고있다.

어느날 봉이 김선달이는 서울에 가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큰 술집에 찾아들어가게 되였다.

허줄한 선비옷차림으로 큰 술집에 찾아드니 사람들의 눈길이 모두 그에게 쏠렸는데 유명한 봉이 김선달을 알아본 서울량반들이 술을 나누자면서 그를 자리에 청하였다.

마침 목이 컬컬하던 참이라 선달은 《오늘따라 술맛이 좋다. 무슨 좋은 수가 나려는가보다.》 하면서 그들과 자리를 같이하였다.

그러자 옆에 앉았던 한 중년량반이 《여보게 선달이, 자네 귀밑머리도 희여가는걸 보니 그사이에 재주도 여간 늘지 않았겠구만. 한다하는 대감님들도 다 속여넘기니 이젠 또 어떤 수를 써보려나?》 하고 말을 걸었다. 사실 이들모두는 김선달에게 골탕을 먹었던 량반들과 장사군들이였다.

《그거야 두말할게 있소. 옥은 닦을수록 빛나구 사람의 궁냥은 쓸수록 더 깊어지는 법이 아니겠소!》

선달이 즐겁게 웃으며 대답하였다.

그러자 한 젊은 량반이 선달에게 듣건대 임금님도 당신의 수를 꺼려한다는데 서울판에서 한번 크게 소문을 낼 대범한 수를 한번 써보지 않겠는가고 물었다.

선달은 마침 적적하던 참이라 그게 대체 어떤 수이기에 그렇게 서울판을 들었다 놓을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궁중벼슬아치나 되는상싶은 량반이 말하기를 《자네가 서울 한복판에 있는 인경종을 때아닌 대낮에 한번 크게 울리면 온 서울판이 떠나갈듯 들볶을텐데 그걸 보여주지 않겠나?》라고 하는것이였다.

그때로 말하면 인경종은 성문을 열고닫는 시간을 알리거나 나라의 경사와 란이 났을 때 치군 하였다. 하기에 이놈들은 서울판을 돌아치며 량반관료들을 골탕먹이는 봉이 김선달을 부추겨 이 기회에 참형을 당하게 하자는 수작이였다.

선달은 그놈들의 속심을 가늠하고도 남는지라 그런 일을 내가 어떻게 하겠는가고 면박을 주며 거절하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또 여우같이 생긴 량반이 《그런 일도 못하면야 무슨 봉이 김선달이겠소. 선달의 첩지도 공짜로 따내는 자네가 그것도 못하다니…》 하며 약을 올리는것이였다.

주위에 있는 량반들의 능글맞는 심보를 꿰뚫어본 선달은 그들을 둘러보며 만약 내가 그 일을 해내면 값을 얼마나 치르겠는가고 물었다.

모여앉은 량반들은 저저마다 얼굴을 쳐다보면서 사형수값을 치를만 한 재산밑천이 없었던지 대답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기만 하였다.

그 꼴을 본 선달은 그 주제에 량반구실은 어떻게 하며 목을 내대는 그런 불법무도한 일은 어떻게 하라고 부추기는가 핀잔하며 크게 요구하지도 않겠으니 이제 당장 술 한동이와 개 한마리를 잡아다 놓으라고 하였다.

그제야 량반들은 화기가 돌아 이제 당장 가져다 놓을테니 량껏 마시라고 하면서 분주히 돌아치는것이였다.

량반들은 선달의 기분이 사라지기 전에 인경종을 치게 하려고 즉석에서 술 한동이에 송아지만 한 개 한마리를 잡아 가져왔다.

그런데 김선달은 술 한동이에 단고기까지 놓고 실컷 추렴을 하고는 조는듯이 눈을 감고 앉아있기만 하였다.

량반들은 그러고있는 선달이가 술에 취해 자기들과 한 약속을 저버리지나 않겠는가 해서 초조해졌다.

한동안 조용히 앉아있던 김선달은 먹은것이 내려가기 시작했으니 이젠 약속을 거행하겠다면서 술집을 나서 인경을 매달아놓은 종루로 향했다.

량반들은 정말 김선달이가 인경종을 치는가 보려고 그의 뒤를 따랐다.

김선달은 곧바로 인경종이 있는 곳에 이르러서는 팔자걸음으로 다가가면서 울음섞인 소리로 《인경쳐라, 인경쳐라!》 하고 고아댔다.

이 소리에 인경종이 화답하듯이 《뎅!-뎅!-뎅!-》 울리였고 그 종소리에 궁궐안에서는 물론 사방에서 군사들이 장비를 갖추고 쏟아져나왔으며 서울장안은 법석 들끓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여 김선달은 군사들에게 묶이여가 임금앞에서 문초를 받게 되였다.

《이놈, 너는 어이하여 함부로 인경을 치라고 했느냐? 사실대로 이실직고하지 않으면 형틀에서 죽을줄 알아라.》 하고 임금이 대노하여 소리쳤다.

그러자 선달은 《나는 인경을 치라고 하지 않았소이다.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시고 아들생각이 나서 그애 이름을 부르면서 크게 울었을뿐입니다. 저는 9대 외독자에 늦어 아들 하나를 보았는데 15살 되여 약 한첩 써보지 못하고 죽였으니 친구들과 술을 마시면서 아들생각이 간절하여 그애의 이름을 부르며 목놓아울었을뿐입니다.》 하고 더듬거리며 대답하였다.

임금이 물었다.

《네 아들의 이름이 무엇이냐?》

선달은 《임경철이라 하나이다.》라고 대답하고는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혹시 종지기가 <임경철아> 하고 부르는것을 <인경쳐라>로 잘못 들은것이 아니온지요?》 하고 말하는것이였다.

그제야 임금은 비슷한 소리인것 같기도 하여 그 사실을 보증할 사람이 있는가고 따져물었다.

선달은 《예, 대궐밖에 그 술친구들이 아마 있을것이나이다.》고 대답하였다.

아닌게아니라 그 술친구량반들은 인경치는 소리를 듣느라고 따라왔다가 김선달이가 대궐에 잡혀가는것을 보자 과연 어찌되나 보자고 대궐밖에 서있었다.

이렇게 되여 그 량반나부랭이모두가 잡혀와 왕앞에 꿇어앉게 되였다.

왕은 꿇어엎드린 량반들을 보고 《이 사람의 아들이름이 임경철이 맞느냐?》 하고 물었다. 땅에 머리를 수그린 량반들은 아니라고 아뢰면 자기들이 인경을 치라고 부추긴것을 선달이가 고발할터이니 하는수없이 그렇다고 대답하고는 종지기가 잘못 듣고 그렇게 한것이라고 변명까지 해나섰다. 그리하여 선달은 량반들과 임금까지 속여넘기고 무사히 궁궐문을 나서게 되였다. 그리고는 자기뒤를 줄레줄레 따라나오는 량반패거리들을 보고 《한다하는 량반들이 임금님앞에서까지 거짓말을 밥먹듯 하니 이거야말로 나라의 큰 수치가 아니요?!》 하면서 다시는 이 선달이를 얼려볼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쏘아붙였다고 한다.

보는바와 같이 설화는 선달을 얼려서 혼내우려다가 도리여 제놈들이 망신만 당하고 그의 꾀에 넘어 임금까지 속이게 되는 량반관료들의 어리석고 추한 언동을 기지있는 재담적꾸밈새로 통쾌하게 풍자하고있다.

두번째 설화는 선달이가 평양종을 울린 사실과 관련하여 전하여지는 풍자재담이다.

봉이 김선달이가 때아닌 때 인경을 울리게 하여 서울장안과 대궐을 법석 끓게 하고 임금에게까지 끌리워갔다가 무사히 놓여나왔다는 소식이 평양성안에도 쫙 퍼졌다.

이 소문을 들은 평양의 량반나부랭이들은 그를 혼내줄 심산으로 이번에는 평양종을 치게 해보자고 쑥덕공론을 벌렸다.

그러던 어느날 련광정가까이에서 술놀이를 하고있던 량반들은 마침 그앞을 지나는 김선달을 보자 《자네 이번에는 평양종을 한번 쳐보지 않겠나?》 하며 슬슬 구슬리기 시작하였다.

선달은 량반들의 잔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는지라 《평양종소리를 듣고싶어 그러나? 평양종이야 하루 두번씩 성문을 여닫는 시간에 꼭꼭 울리는데 그때 들으면 될것이 아닌가?》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량반들은 《아니야, 그 종소리말고 비상시에 울리는 종소리를 듣자고 그러네!》 하고 말하는것이였다.

선달은 그제야 알아들은체 하면서 《그거야 함부로 울릴수 있나. 목숨내대고 하는 일인데. 공짜로야 어떻게 하겠나!》 하고 손을 내저어보였다.

그러자 량반들은 반승낙되였다고 생각하였는지 《값은 후히 줄테니 무엇을 요구하나?》 하고 바싹 다가들었다.

선달은 넌지시 웃어보이며 《종을 한번 치는데 백냥금을 받겠나? 내가 좋아하는 술 다섯동이면 돼. 그런데 기회를 봐서 한가한 때 한번 울려보자구.》 하니 모두가 좋아하며 그때 가서 알리라는 부탁을 하고 헤여져갔다.

량반들은 김선달을 골탕먹일수 있게 되였다고 만족해하면서 자기들의 묘안을 축하하여 늦도록 술까지 마셔댔다.

김선달은 량반귀족들과 평양종을 울리기로 약속한 뒤에 곧 중화로 떠났다.

평양종 역시 아침저녁 성문을 닫고여는 시간을 알릴 때와 나라에 사변이 있을 때 그리고 임금의 특별지시가 있을 때에만 울리군 하였다. 그리하여 중화에 간 김선달은 평안도로 오는 임금의 특사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이렇게 두달이 지나고 석달이 되여 마침내 평양감사한테 임금의 지시문을 가지고 오는 특사가 나타났다.

김선달은 특사일행이 오늘중으로 평양성에 입성 못할것이라는것을 타산하고 말을 달려 평양성으로 돌아왔다.

그가 대동문을 지나 종로술집에 이르렀을 때였다.

이제나저제나 선달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던 량반들이 달려나와 그를 반갑게 맞아주며 술좌석으로 잡아끄는것이였다.

그들과 자리를 같이한 선달이 이미 약속한 일을 상기시키듯 《술 다섯동이는 어데 가고 이것뿐이야?》 하며 밀어놓자 량반나부랭이들은 《자네가 끝내 평양종을 울리려나. 좋네, 술은 다섯동이 가져오겠네. 그런데 언제 종을 치겠나?》 하고 묻는것이였다.

선달은 빨리 술을 가져오라면서 《래일 미시(오후 1시부터 3시사이)에 울리겠네!》라고 대답하였다.

그 시간이 바로 임금의 특사가 평양성으로 들어설만 한 시간이였던것이다.

그리하여 김선달은 그날 저녁 푸짐하게 대접받고 기분좋게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낮 미시경이 다가올 때 김선달은 량반들의 독촉에 못이기는체 하고 그들과 함께 대동문가로 나갔다. 그리고 곁눈질로 대동강건너 동편 둔덕을 슬금슬금 바라보다가 특사일행이 나타나는 기미가 보이자 대동문종각으로 오르며 다급히 소리쳤다.

《인경쳐라!》

그러자 종지기는 급한 그 소리에 놀라 종을 《뗑!- 뗑!-》 하고 련속 울리였다.

평양감사는 《이게 웬 종소리냐?》 하면서 당장 종각으로 달려가 종지기를 잡아오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결국은 종을 치라고 한 선달이가 감사앞에 잡혀왔다.

감사는 《이놈, 네 어찌하여 때아닌 때 종을 울리게 하느냐?》 하고 성을 독같이 냈다.

선달이는 태연스레 《기별을 못 들으셨소이까? 임금님의 특사가 남문에 들어섰다는데 종소리도 내지 않고 이렇게 박혀있으면 어찌하옵니까?》 하고 핀잔하듯 알려주었다.

그러나 감사는 거짓말이라고 하면서 당장 릉지처참하겠다고 을러대는것이였다.

그 찰나 감영 수비관리가 달려들어오며 특사가 성문에 들어섰으니 감사가 마중나가야 한다고 아뢰였다.

그제야 평양감사는 선달이가 종을 쳐준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이 사람, 노엽게 생각말게!》 하고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선달은 감사가 쩔쩔 매며 아전들을 바삐 불러내는것을 보고 《감사님, 그렇게 어물거리다가는 문턱에 들어서는 특사의 발등을 밟겠소이다. 감사의 눈과 귀가 이 백성의 눈과 귀보다 밝지 못하고서야 어찌 그 자리를 지켜내겠소이까?》라고 하고는 감영을 유유히 나섰다고 한다.

이렇게 봉이 김선달이 평양종을 울린 다음에는 량반들속에서 그가 익살도 잘 부리지만 앞일도 내다보는 점쟁이 못지 않다는 소문이 크게 나게 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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