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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 요 늙는것이 민망하여 (작자 최연록)
거울에 비쳐보니 눈물만 흘러 수척한 이내 얼굴 잔주름 가득하네 청춘시절 꽃나이 바로 어제 같은데 어느새 백발이 이다지도 성성한가
시름에 못이겨 큰 칼 어루만지며 활시위 튕겨도 한스런 마음가시지 않네 나라의 은혜 끝내 갚지 못하여 꿈결에도 변방으로 달려가노라 (《풍요삼선》)
탄 식 (작자 전만종) 옛날엔 어진이를 당할자 없다 했건만 오늘엔 정의가 비웃음을 받는다네 부귀는 누릴수록 더욱더 탐욕스러워지고 가난하고 천하면 옳은 일도 죄로 되네
하늘의 뜻은 헤아릴 도리 없고 사람의 속이야 알고도 모르겠네 산깊고 물맑은 그윽한 곳으로 일찌감치 돌아가 살기만 못하리 (《풍요속선》)
집에 써붙이노라 (작자 김희중)
돈있고 술있던 지난날에는 가깝지 않은이도 자별하게 찾더니 돈없고 술없는 오늘날에는 가까운이들마저 발길이 떠지누나
귀여워라 그래도 처마밑의 제비만은 가난을 마다않고 해마다 찾아오네 말하노니 세상의 경박한 무리들아 하루아침 변하는 그런 신의 버리라 (《풍요속선》)
고향의 봄날 (작자 유필원)
날 버리는 세상을 나도 버리고 고향으로 오는 길 누가 막으랴
콸콸 솟는 샘터에 우물 만드니 아아한 메부리들 울타리로다
버드나무가지마다 검푸른 단장 꽃이 피니 오두막도 향기로워라
어지러운 속세와 소식 끊으니 시름과 기꺼움이 따로 없는듯 (《풍요속선》)
중에게 (작자 김효일)
신선되긴 늦었으니 중이라도 되여볼가 시험삼아 산에 드니 흥취도 아득해라 지나온 삼십구년 해놓은 일 무엇인가 이 세상 잔근심에 머리만 희였어라 (《소대풍요》)
농사집풍경 (작자 김익환)
닭이 살찌고 술도 제법 익었으니 이웃끼리 청하여 오고가고 하누나
정자나무처럼 늙은이들 장수하고 아이들은 송아지와 함께 뛰노네
추위가 다가오니 가을걷이 바쁘고 시내가엔 나무군의 구성진 노래소리
흥겨운 농사집 이 광경 보니 파강에 밭갈고 고기낚던 때가 그립네 (《풍요속선》)
저 녁 (작자 백리상)
가락잎 태우는 뜨락 한복판 농사이야기로 어둠이 깊어가고 밭에서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데 산새들은 깃을 찾아간지 오래네
초생달은 동쪽령마루에 솟았고 싸늘한 연기 온 마을에 자욱한데 소와 염소 들여맨 집들에선 저마다 사립문을 닫는구나 (《풍요삼선》)
거미줄에 나비는 걸리고 쉬파리는 빠졌구나 (작자 탁주한)
배속에서 실을 뽑아 그물을 떴네 꽃동산에 층층이 늘여놓았네 어찌하여 꽃을 찾는 나비만 잡고 얄미운 쉬파리는 잡지 못하노 (《소대풍요》)
리 별 (작자 차규)
술 한잔에 노래 한곡조 리별하는 가슴속엔 슬픔이 이네 이처럼 서둘러 헤여지면 그대여 어데로 유유히 가려나
마지막 산굽이를 돌아갈 때의 쓰린 마음 꿈에도 잊지 못하리 언제이고 봄이 와서 꽃이 피거든 만나자는 기약을 잊지를 말게 (《풍요속선》)
무술년에 느낀바를 적노라 (작자 리만형)
봉황새는 대숲에서 죽실을 먹고 맑은 하늘 높이 날아예건만
좀된 저 새무리들은 낟알이나 훔치려고 다툼질만 하더라 죽실=대나무열매 (《소대풍요》)
농부의 노래 (작자 엄의길)
농사짓는 늙은이 소를 몰아다 풀 우거진 들판에 놓아먹이네
메고 나간 호미로 가라지 매고 지팽이 세워놓고 논고도 보고
실개천 굽이굽이 연기 이는 곳 꽃나무 집집마다 한창 피였네
고달프면 심심결에 휘파람 불며 언덕에서 시름없이 낮잠잔다네 (《소대풍요》)
싸움터로 나가며 (작자 김만최)
전란 알리는 봉화 서경에 닿으니 장군의 가슴에 분노가 치밀어
활 메고 대궐을 하직하더니 단숨에 말을 달려 변방에 이르렀네
광막한 벌판에 풍진이 짙어가고 진중에 울리는 북소리 나팔소리
나라위해 이 한몸 바쳤거니 싸움에서 어찌 살기를 바라랴 (《소대풍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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