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일하기 싫어하고 허례허식하는자들에 대한 우의적비판

 

동물세계에는 부지런히 일하는 꿀벌이나 개미, 다람쥐와 같은 짐승들이 있는가 하면 일하기 싫어하고 겨울에 자기가 날 굴도 파기 싫어 남의 굴에 얹혀사는 게으른 짐승도 있다.

우화는 이런 동물세계에 의탁하여 일하기 싫어하고 게으른 건달군, 허례허식을 좋아하는자들을 비판적과제로 내세우고 의인화한것들도 적지 않다.

 

 

2

똥진 너구리

 

이 우화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대표적인 유산으로서 야담집과 구전문학자료집들에 실려왔으며 속담에서는 《똥진 오소리》로 통용되여있다.

옛날 어느 산촌의 개울가에서 좀 떨어진 바위산밑에 너구리 한마리가 살고있었다.

너구리는 낮에는 바위턱에 의지하여 실컷 낮잠만 자다가는 저녁켠이 되면 개울가에 나가 물고기를 잡아먹군 하였다. 그리고 또 어떤 날에는 산열매를 몇알 주어먹고는 계속 낮잠만 자군 하였다.

이렇게 너구리는 더운 여름철과 열매가 주렁진 가을철에 그날그날 때식을 에우며 낮잠만 자다나니 겨울나이준비를 미리 해놓을수 없었다.

절기는 바뀌여 어느덧 추운 겨울이 닥쳐왔다.

그제야 겨울을 날 굴을 파려고 서둘렀으나 땅이 얼어붙어 도무지 굴을 팔 재간이 없었다.

원래 일할줄도 모르는데다가 여름내껏 놀고먹고 지내다보니 맥이 진하여 몸은 온통 땀투성이가 되고말았다.

그렇다고 추운 겨울을 바깥에서 그냥 지내다가는 얼어죽거나 필경 승냥이의 먹이감이 되고말것이였다.

급해맞은 너구리는 할수없이 아래동네에 사는 오소리령감에게 찾아갔다.

《오소리령감님! 내가 일솜씨가 빠르지 못하다나니 겨울날 굴을 파지 못했어요. 그래서 할아버지와 함께 겨울을 날가 해서 이렇게 찾아왔어요. 아무런 궂은일을 시켜도 마다하지 않을테니 제발 이 굴에서 함께 겨울을 나게 해주세요.》

오소리령감은 애걸하며 하소연하는 너구리의 정상이 하도 가긍한지라 집안에 들어오라 하였다.

《겨울날 준비야 미리부터 깐깐히 하여야지 겨울이 닥쳐와서 시작하니 거렁뱅이신세를 면할수 있겠나. 먹을것도 장만 못한데다가 굴까지 파놓지 않았으니 언제 남에게 얹혀사는 그 버릇을 고치겠나. 사정이 딱하여 올겨울만은 우리 집에서 함께 지내되 내가 이젠 늙어서 오륙을 잘 쓰지 못하니 집안의 궂은일을 자네가 다 맡아해주게나!》

너구리는 궂은일이야 얼마 되랴 하고 생각하면서 오소리령감의 《훈시》에 잘 알겠노라고 감지덕지해 대답하였다.

그리하여 너구리는 다행스럽게도 오소리령감의 집에 와서 한겨울 《머슴살이》를 하게 되였다.

잠이 많은 너구리는 오소리령감의 눈치를 보면서 아침일찍부터 집안청소를 하고 먹다남은 찌꺼기도 내다버려야 했다.

그런데 겨울추위가 더 심해지자 오소리령감은 바깥에 나가 누던 오줌, 똥을 오륙이 말을 듣지 않는다면서 나가지 않고 너구리를 불러 등에다 쏘아놓고는 내다 버리라고 하였다.

너구리는 그것만은 너무도 루추하여 참을길 없었으나 오소리령감의 호통에 눈을 질끔 감고 매일과 같이 오줌똥을 받아냈다.

이렇게 너구리는 겨우내 오소리령감의 구린내나는 시중을 들게 되였다.

이 일이 있은 후 너구리에게 별명이 붙었는데 그것인즉 바로 《똥진 너구리》였다.

그후로 사람들은 오소리의 고약한 처사를 못마땅히 여겨 너구리가 아니라 오소리에게 그 흉담을 붙여 《똥진 오소리》라고 속담화하였다고 한다.

우화는 오금을 놀리기 싫어하고 놀고먹기를 좋아하다가는 나중에 남의 수족이 되여 멸시당하게 된다는것을 교훈으로 되새겨보게 한다.

 

 

3

손발의 어리석은 타발질

 

한 옛날의 일이라고 한다.

어느날 손과 발이 하루종일 먹을것을 찾아가지고 힘들게 걸어와 그것을 내려놓았다.

그런데 자기들은 이렇게 고생스럽게 일만 하고 좋다고 쩝쩝 먹어대고 채워두는것은 입과 배라고 생각하니 몹시 불만스러워 타발질을 하기 시작하였다.

먼저 손이 울분을 터치였다.

《나는 일생 일복을 타고났는지 열손가락을 쉴 사이없이 놀리며 먹을것을 마련하느라 눈코 뜰 사이없이 일하여도 차례지는것은 조금도 없다. 입과 배의 좋은노릇만 하는셈이지.》

그러자 이번에는 다리가 불만을 터쳤다.

《손이 부지런히 걷어들인들 이 다리가 없이야 먹을것을 날라올수 있나. 나도 손과 마찬가지로 쉬지 않고 일하여도 차례지는것은 하나도 없다. 그러니 우리 손과 발들이야말로 먹기만 하는 입과 배의 충실한 노복들인셈이지. 그래도 그런 수고를 누가 알아주기나 하니?》

손과 발이 타발질하는 소리를 듣고있던 입이 속이 꼬여들었던지 그게 무슨 타발질이냐 하며 자기도 한마디 하는것이였다.

《내가 맛있게 먹고싶어 먹는것 같지만 그것은 다 배를 채우기 위한것이야. 부지런히 이발을 놀리며 고기를 뜯는것 같지만 배가 안 찼다고 골을 내면 할수없이 또 입을 놀려야 하니 그것이 간단한 일인줄 아니? 나 역시 배를 채워주기 위한 노복일따름이야!》

이번에는 그들의 말을 다 들은 배가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모두 이 배때문에 일하는것처럼 말들을 하는데 그건 정말 잘못된 생각이야. 너희들은 내가 음식물을 주물러서 소화시키느라고 얼마나 고생하는줄 알기나 하니? 열물집에도 다녀와야 하고 취장의 도움도 받아야 하고… 이렇게 온종일 남몰래 일하고있는데 뭐 모두가 나를 위해 일을 한다고?!》

그러자 손발은 성이 나서 《우리가 배를 채우기 위해 일했지 그럼 누구를 위해 일했겠니? 그것도 알지 못하면서…》 하고 반박해나섰다.

그 소리를 들은 배가 분격하여 《그래 너희들이 나를 위해 일한단 말이지… 그렇다면 나도 나를 위해 일하지 않거늘 그 누군들 남을 위하여 일할 필요가 있겠나. 나도 음식을 한가득 배에 채우고 숨가쁘게 일하고싶지 않으니 그러면 래일부터 모두 일하지 말고 놀아보자. 그러면 누구를 위해 일을 하는가를 알게 아니냐. 어때?》 하고 다그쳐묻는통에 한동안 손과 발, 입은 벙벙해있다가 배가 제기한대로 모두 일하지 않기로 하였다.

이때부터 손발은 먹을것을 날라오지 않아도 되였고 입은 먹을것이 없으니 움직이지 않아도 되였으며 또 배도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되였다.

그러다나니 다음날부터 배는 곯아 등에 가붙고 온몸은 나른해져 손발을 놀릴수가 없었으며 입도 벌릴수가 없었다.

이때 입이 겨우 힘을 모아 자기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우리모두가 부지런히 제 맡은 일을 하여 배불리 먹을 때엔 힘든줄 몰랐었는데 손발이 남을 위해 일한다고 타발질하며 먹을것을 얻어들이지 않으니 배는 어떻게 채우며 힘은 어데서 나올것인가. 그리고 살기는 어떻게 산단 말인가? 내가 먹기만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바른말을 하는것도 이 입이라는것을 알아두게나!》

그제야 잠잠하던 배도 한마디 건네였다.

《먹을것을 얻어오는 일은 손발이 하지만 그것을 소화시켜 영양분이 되고 힘이 되게 하는것은 이 밥주머니를 떠나서는 생각할수 없지. 몸체에 달린 모든 장기들이 제 몫이 있는데 남을 위해 일한다고만 생각하니 우리가 이렇게 힘이 진하여 일어서지도 못하는 꼴불견이 된것 아닌가?!》

배가 핀잔하는 소리를 듣고서야 손발은 저들의 잘못을 비로소 깨닫고 자기들이 입과 배를 위해 일한것처럼 어리석게 싱갱이질한것을 두고두고 후회하며 열심히 손발을 놀리며 일했다고 한다.

우화는 로동은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자신을 위한것임을 의인화하여 생동하게 펼쳐보임으로써 자기의 형상과제를 원만히 해결하고있다.

 

 

4

사슴의 뿔자랑

 

옛날 깊은 산중에 사는 사슴이 새벽 일찌기 일어나 이슬이 맺힌 좋은 약초잎들을 골라가며 먹어대다가 한낮이 되여 청계골 내가에 이르게 되였다.

맑은 물이 고여있는 담소를 보고 갈증이 났던지 사슴은 시원한 샘물을 량껏 들이켰다. 그리고 얼굴을 들었는데 담소의 물면에 자기의 큰 뿔이 환하게 비쳐졌다.

《아니, 내 뿔이 이렇듯 굉장하고 요란한줄 처음 보는구나!》

사슴은 저도 모르게 이렇게 감탄하였다.

문득 사슴은 뭇짐승들앞에서 자기의 뿔자랑을 하고싶은 생각이 간절해졌다.

그래서 내가에서 산등성이로 달음쳐온 사슴은 《내 <왕관>뿔을 볼 산짐승들은 모두 여기로 모여들라!》 하고 크게 소리쳤다.

그때 옆나무로 기여오르던 다람쥐가 그 소리를 듣고 《<왕관>이란 말이지. 어디 한번 만져나 보자.》 하고는 사슴의 등에 뛰여내려 뿔을 가로타고 앉으며 소리쳤다.

《사슴뿔이 <왕관>이라면 나는 그우에 올라앉은 왕자로구나!》

사슴은 그러는 다람쥐를 보고 나처럼 뿔을 가지고있어도 모르겠는데 뿔도 없는 놈이 무슨 자랑질이냐면서 다람쥐를 떨구어버렸다.

이번에는 고슴도치가 기여나와 말하기를 《이 밤송이같은 내 몸체를 그 뿔우에 얹혀놓으면 그 <왕관>이 더욱 고색찬란할텐데 어디 그렇게 해보지 않겠나?》 하고 조롱하였다.

사슴은 더욱 화가 치밀어올라 《너희들은 천백번 변신한다 해도 내 뿔과 같은 <왕관>을 쓸수 없다. 이것은 조상때부터 물려받은 산중의 령물인 우리 사슴들의 둘도 없는 자랑이야.》 하고 흥이 나서 소리쳤다.

때마침 먼데서 사슴이 뿔자랑을 하는 소리를 듣고있던 승냥이가 맞받아 달려오면서 나도 한몫 끼워보자고 사슴을 얼려보려 하였다.

승냥이와 맞다들게 된 사슴은 뿔자랑은 고사하고 목숨도 건지지 못할 위급한 정황인지라 진대나무숲속을 향해 향방없이 냅다 뛰였다.

그런데 일도 안될세라 그만 그 큰 뿔이 진대나무가지에 걸려 더 뛸수 없게 되여 승냥이에게 잡혀죽을 지경이 되였다.

그제야 사슴은 온몸을 떨면서 자기의 불민한 처사를 한탄하였다.

《뿔자랑을 하며 <왕관>을 썼다고 좋아하였는데 그 뿔이 도리여 거치장스러운것으로 되다니… 겉치레만 좋아하다가 이런 봉변을 당할줄이야 어찌 알았겠는가!》

우화는 보는바와 같이 사슴이 산중의 령물이라고 뿔자랑을 하며 우쭐렁대다가 승냥이에게 곤경을 치르는 이야기를 통하여 겉치레만 요란스레 하고 뽐내기를 좋아하는 어리석은자들의 운명이 어느 지경에 이르게 되는가 하는것을 교훈적으로 잘 시사해주고있다.

 이전페지  차례  다음페지 
되돌이 목록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2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
辽ICP备15008236号-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