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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련하고 교활한자들에 대한 우의적비판
동식물세계에 의탁하여 교훈성을 추구하는 우화에는 범과 같이 포악하고 힘도 세여 막힐데 없다고 생각하고 날치다가 우둔하고 미련한자로 규탄받거나 교훈을 되찾아보게 하는것들이 적지 않다. 그런가 하면 힘은 약해도 교활하기 그지없는 여우와 같이 제 《재간》을 믿고 날치다가 골탕먹는 내용의 우화도 있다. 우화는 동물들의 이런 생태기질적특성을 잘 살려 교훈적인 이야기를 풍부화시킴으로써 이 주제분야를 특색있게 장식하고있다.
함정에 빠진 호랑이
옛날 어느 깊은 숲속에 산중의 왕인 호랑이가 살고있었다. 어느날 호랑이는 앞에서 뛰여가는 노루를 잡아먹으려고 냅다 쫓아가다가 그만 함정에 빠지고말았다. 원래 깊이 파놓은 함정이라 호랑이가 아무리 톺아오르려 하여도 빠져나올수 없었다. 호랑이는 매일같이 필사적으로 뛰여오르며 나오려 하였으나 그때마다 죽을힘만 뽑았지 도무지 나올수가 없었다. 날고기를 먹지 못한지도 이젠 닷새째나 되여 울음소리조차 낼 맥도 없었다. 그래서 밑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잠을 청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이때 웬 짐승이 지나가는듯 한 소리가 들렸다. 호랑이는 정신을 번쩍 차리고 흙벽에 기대서서 《거, 누구시오?》 하고 소리쳤다. 함정옆으로 지나가던 사슴이 그 소리를 듣고 함정을 들여다보니 깊은 함정에는 호랑이가 빠져있는것이였다. 사슴은 《아니 산중의 왕이라고 자처하는 호랑이어른이 어쩌다 이런 함정에 다 빠졌소이까?》 하고는 겁에 질려 달아나려 하였다. 그런데 이때 호랑이가 죽어가는 목소리로 《인자하신 사슴님, 내가 이런 죽을 신세가 되였으니 구원해주신다면 앞으로 꼭 그 은혜를 잊지 않고 갚아드리리다!》 하고 눈물까지 흘리며 사정하는것이였다. 사슴은 그전에는 자기를 잡아먹으려고 사납게 쫓아다니던 호랑이가 오늘은 죽을 지경이 되여 사정하니 불쌍한 생각이 들어 구원해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사슴이 물었다. 《호랑님도 이런 죽을 처지에 놓일 때가 있구만요. 그런데 대체 제가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가요?》 호랑이는 한발을 내밀며 대답하였다. 《내가 짚고 올라갈수 있게 진대나무를 넣어주면 돼.》 사슴은 옆에 있는 진대나무를 굴려 호랑이가 빠진 함정에 넣어주었다. 그제야 호랑이는 그 진대나무를 밟고 휙- 날아올라 밖으로 나왔다. 호랑이는 함정에서 빠져나오자마자 털썩 주저앉더니 시장기를 참지 못하여 배를 끌어안고는 사슴을 넘겨다보았다. 그러나 호랑이를 구원해준 사슴은 자기도 기분이 좋아서 《그럼 난 이젠 가보겠어요.》 하며 제갈길을 가려 하였다. 그러자 호랑이는 어느 사이에 사슴의 뒤다리를 잡아당기며 《어찌겠나! 이왕 나를 도와줄바에는 끝까지 도와주게나. 오늘까지 닷새째나 고기 한점 못 먹으니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야! 그러니 내 먹이가 좀 되여주게.》 하고는 당장 잡아먹으려 하였다. 사슴은 너무나도 억울하여 《구원해주면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한게 방금전인데 세상에 이런 고약한짓이 어데 있단 말이예요.》 하고 소리쳤다. 그러거나말거나 호랑이는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사슴을 잡아먹겠다고 입을 쩍 벌리며 달려들었다. 이때 그옆을 지나던 토끼가 사슴의 목소리를 듣고 웬일인가 하여 급히 달려왔다. 사슴이 사연을 이야기하며 토끼에게 옳바로 판결해달라고 사정하였다. 사슴의 이야기를 다 듣고난 토끼가 사슴과 호랑이를 둘러보며 말했다. 《너희들의 말만 듣고는 알수 없으니 어디 한번 실지로 동작을 해보아라!》 그러자 호랑이가 앞뒤를 생각지도 않고 닁큼 함정에 뛰여들었다. 《자, 내가 이렇게 함정에 빠져있었단다.》 토끼는 함정에 들어간 호랑이를 내려다보며 《그렇게 빠져있었단 말이지. 그러면 너 혼자 어디 한번 빠져나와보렴!》 하며 사슴과 함께 진대나무를 함정에서 들어내였다. 그러자 호랑이가 펄쩍 뛰며 말하였다. 《내가 이런 형편에서 어떻게 나 혼자 나올수 있겠니?》 그제야 토끼가 《정말 그래! 이 간악한 놈아, 죽을 함정에 빠진 네놈을 동정하여 구원해준 사슴의 은혜는 갚지 못할망정 도리여 잡아먹겠다고 하니 너같은 악한 놈이 세상에 또 어데 있겠느냐. 이젠 구원해줄이도 없으니 거기에서 영영 죽고말아라!》 하고 야무지게 소리쳤다. 호랑이는 그제야 자기의 잘못을 느끼고 뒤늦게나마 후회하였으나 그 함정속에서 영영 나올수 없었다. 사슴은 토끼가 기발하고 재치있는 꾀로 그 악독한 호랑이를 다시 함정에 몰아넣은것을 보며 안도의 숨을 내쉬였으나 호랑이를 구원해준 자기의 어리석은 처사를 놓고는 두고두고 후회하며 교훈으로 삼았다고 한다. 우화는 이처럼 사슴과 범의 의인화된 형상을 통하여 선악관계를 밝히면서 토끼의 판결을 통하여 간악한자의 본성을 모르고 동정하거나 구원의 손길을 뻗치는것은 결국 자기를 멸망의 구렁텅이에 몰아넣게 된다는 심각한 교훈을 주고있다.
범과 발구끄는 황소
옛날 깊은 산속에 큰 범 한마리가 살고있었다. 겨울이 되면 산짐승들이 굴속에서 나오지 않아 범은 할수없이 먹을것을 찾아 산아래 마을어구에 내려와 지켜보고 서있다가 밤에 돼지우리에 달려들어 몰래 잡아먹기가 일쑤였다. 이날도 범은 날이 저물기 전에 산턱에 내려와 마을을 살피고있었다. 돼지우리가 있을만 한 곳을 가늠해보는것이였다. 그런데 오늘따라 처음 보는 힘센 짐승이 눈에 보이는것이였다. 범은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그 짐승인즉은 집채같은 나무단을 실은 발구를 끌고 마을에 들어서는 누런 황소였던것이다. 범은 속으로 (깊은 산중에서도 보지 못한 저런 큰 짐승이 이 마을에 있었단 말인가? 힘은 또 얼마나 세기에 저런 집채같은 나무단을 저렇게 슬슬 끌고 다닌단 말인가!) 하고 생각하며 황소의 움직임을 주시하였다. 좀 있더니 황소가 그 짐발구를 벗어놓고 자기 집으로 들어가는것이 보였다. 그래서 범은 생각하기를 그 짐승이 얼마나 힘이 센가 보기 위해서는 먼저 그 짐승이 끌던 짐발구부터 끌어보아야겠다고 생각하였다. 돼지를 잘못 훔쳐먹다가 그 짐승과 맞다들어 큰 봉변이라도 당하면 야단이였던것이다. 날이 어두워지자 범은 어슬렁어슬렁 산판을 내려 그 발구가 있는 곳으로 조심히 다가섰다. 그리고는 황소가 끌던 모양대로 앞채를 목우에 놓고 힘껏 당기며 끌어보려고 하였다. 그런데 종시 발구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는 벌써 발구가 땅에 꽉 얼어붙었던것이였다. 하는수없이 이번에는 뒤켠에 와서 등으로 힘껏 발구를 밀어보려고 하였다. 그래도 발구는 끄떡하지 않았다. (아니다. 나는 산중의 왕인데 이런것도 끌지 못하다니 될 말인가.) 범은 이렇게 자신을 부정해보며 밤새껏 얼어붙은 발구와 씨름질하였으나 종시 발구를 움직이지 못하고 눈판에 풀썩 주저앉고야말았다. 그러다나니 시간도 퍼그나 흘러 새날이 밝아오기 시작하였다. 범은 그제야 자기보다 힘센 짐승이 인가에 있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돼지를 잡아먹으려다가 오히려 밤새껏 힘만 빼다보니 범은 주린 배가 등에 올라가붙어 겨우 산어구 등성이에 오를수 있었다. 그리고는 마을을 내려다보며 다시는 그 힘센 짐승과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맞다들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였다고 한다.
교활한 여우와 꾀있는 메추리
옛날 어느 동산에 메추리일가가 살고있었다. 메추리일가는 산턱의 낮은 언덕에 집을 짓고 살기때문에 늘 여우가 싸다니며 노리는것을 경계하고있었다. 더구나 새끼가 방금 까나와 먹이를 달라고 소리를 내며 울어댈 때면 여우가 지나가지 않는가 하여 마음을 놓을수 없었다. 그래서 메추리는 이따금 들판에서 여우를 만나면 《이 간사한 여우놈아, 오늘은 또 무엇을 훔쳐먹으려고 그렇게 돌아치니. 너같이 교활한 놈들이 이 산판을 싸다니니 우리가 편안한 날이 있겠니?》 하고 욕을 퍼붓군 하였다. 그때마다 여우는 어떻게 하나 메추리를 잡아먹으려 하였으나 날아다니는 메추리를 도무지 잡아낼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간교한 여우가 메추리가 오가는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메추리를 잡아물게 되였다. 만족한 여우는 메추리를 입안에서 슬슬 굴리면서 《어때, 이래도 이 여우님과 맞서보겠다고… 어디 말해보아라. 한입에 차지도 않는게… 단번에 삼켜버리고말테다.》 메추리는 자기가 여우의 교활한 심보를 잘 알면서도 경각성이 무디여 그만 이 지경에 이르렀다는것을 한탄하였으나 어쩌는수가 없었다. 그래서 메추리는 《여우님, 내가 여우님의 먹이가 될것은 틀림없는 일인데 마지막으로 우리 집 애기메추리들한테 가서 내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니 기다리지 말란다고 큰소리로 말이나 해주시오. 그러면 나도 편안히 죽을게 아니겠소.》 하고 부탁하였다. 여우는 메추리의 마지막부탁을 들어주기로 생각하였다. 혹시 잘만 하면 새끼메추리들까지 모두 자기 입에 다 들어올수 있다고 생각했던것이다. 그래서 산등성이에 오른 여우는 《애기메추리들아!》 하고 있는 힘껏 소리쳐불렀다. 그 바람에 여우의 입안에 있던 어미메추리가 푸드득- 날개를 펴고 훌- 날아나버리고말았다. 어미메추리는 자기를 먹으려다가 놓친 여우의 살기찬 눈에 흙을 쥐여뿌리며 욕설을 퍼부어댔다. 《이 교활하기 그지없는 여우놈아! 네놈이 감히 나를 어째보겠다구.》 이렇게 메추리를 잡아먹으려던 여우는 오히려 봉변만 당하고 눈을 싸쥐고 도망쳐버렸다고 한다. 우화는 이처럼 여우와 메추리를 대립관계로 등장시키고 지혜로운자와 교활한자의 승패를 교훈적으로 제시해주고있다.
범이 거울과 싸우다가 도망치다
이 우화는 《팔도재담집》에 실려 전하여오는데 류형상으로는 아이가 등장하는 반의인화된 우화이다. 옛날 깊은 산골에 가난한 농가 한채가 있었다. 부모들은 아침일찍 일하러 나가고 어린아이가 마루턱에 나와 놀다가 무더운 여름철이라 그만 마루에서 잠들어버렸다. 원래 여기는 깊은 산골이라 낮에도 범이 싸다니며 먹을것을 찾는 곳이였다. 그런데 이때 집가까이 다가선 범이 마루우에 누운 아이를 보고 《따웅-》 하고 소리를 내며 달려들었다. 잠결에 범의 울음소리를 듣고 깨여난 어린것은 깜짝 놀라 방안으로 뛰여들어갔다. 그리고는 문을 닫으려다가 옆에 있는 큰 거울을 보고 무슨 생각이 났던지 범앞에 거울을 내놓았다. 범이 거울에 다가서니 자기와 똑같이 생긴 놈이 집안에서 자기를 마주보며 노리고있는것이 아닌가. 그래서 범은 자기의 위세를 한번 뽐내려고 《따웅-》 하고 거세차게 소리를 내질렀다. 그랬더니 마주선 놈도 똑같이 소리를 지르며 으르릉거리는것이였다. 그래서 이번엔 앞발로 땅을 힘있게 내리쳤다. 그랬더니 이번에도 그놈은 똑같이 앞발을 들어 땅을 내리치는데 그 기세가 사뭇 사나워 감히 범접할수가 없었다. 이렇게 오래동안 노려보며 으르릉거리며 맞서다나니 범도 이젠 맥이 진하여 끝내 달아나고말았다. 그제야 어린아이는 그 거울을 들여다보며 생각하였다. (너야말로 이 산골에서 범을 쫓아내는 신기한 《보물》이구나!) 그래서 산아래마을에 내려가 그 이야기를 하면서 모두 거울을 집에 사다놓으라고 하였다고 한다. 우화는 사나운 범을 거울을 통하여 솜씨있게 물리친 어린아이의 꾀스러운 행동을 찬양하면서 위급한 순간일수록 지혜와 림기응변의 용단을 내려야 한다는 교훈성을 찾아보게 한다. 그런것으로 하여 짧은 이야기지만 오늘까지 전하여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