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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화의 비판적과제와 그 갈래
- 허영과 과대망상에 들뜬자들에 대한 우의적비판
우화는 우의적수법으로 비판적과제를 내세우고 그것을 풀어 교훈을 추구한다. 하기에 일찍부터 어리석은자들 특히는 자기의 처지도 아랑곳하지 않고 과신하거나 허영에 들떠 헤덤비다가 곡절을 겪고 크게 망신하는 설익은자들을 비판하는 작품들이 적지 않게 창조전승되였다. 이 부류의 우화들은 자기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지 못하고 과대망상과 허영에 들떠 놀아대는 의인화된 성격의 측면을 재치있게 비판적으로 발가놓고 결론을 교훈적으로 맺어준다. 따라서 자기과신과 허영에 들뜬자들을 비판적과제로 내세운 우화들은 오랜 세월 부단히 창조전승되면서 교양과 교훈을 되찾아보게 하였다.
토끼와 거부기(구토설화)
이 우화는 현존하는 설화들중에서 비교적 오래전시기에 창조된것으로서 세칭 《구토설화》로 일러왔다. 특히는 토끼의 허영에 찬 성격을 보여준것이라고 하여 《토끼와 거부기》라고 풀어서 제목화한것도 있지만 거부기의 어리석은 행동을 통한 교훈성도 함께 추구하고있다. 우화는 력사책 《삼국사기》권 제41에 기사화되여 전하여왔다. … 옛날 동해 룡왕의 딸이 병에 걸려 심하게 앓고있었다. 바다세계에서 좋은 약이라고 하는것은 다 써보았으나 효험이 없었다. 병이 점점 심해지자 룡왕은 궁중의원을 불러들이게 하여 무슨 좋은 방책이 없겠는가고 물었다. 의원이 말하기를 《바다세계에서는 그 병에 알맞는 약을 찾아내기 어렵습니다. 제가 알기에는 륙지에서 사는 토끼의 간이 특효약으로 쓰인다 하오니 그것을 얻어다 써보았으면 효험이 있을듯합니다.》라고 아뢰였다. 룡왕은 의원의 말을 듣고 귀가 번쩍 열렸으나 륙지에 사는 토끼의 간을 얻어온다는것은 그야말로 하늘에서 별을 따오는것과 같은 난문제가 아닐수 없었다. 그리하여 신하들을 다 불러다 앉히고 토끼의 간을 얻어올 묘안을 토론해보게 하였다. 신하들이 한참 골머리를 앓고있는데 거부기가 나서며 자기가 토끼를 꾀여서 룡궁으로 데려오겠다고 룡왕에게 아뢰였다. 룡왕은 너무도 기뻐 거부기를 칭찬하며 너는 바다뿐아니라 륙지에도 올라갈수 있으니 어떻게 하든지 토끼를 꾀여오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만약 일이 성사되면 후한 상과 함께 벼슬도 한등급 높여주겠다고 하였다. 성수가 난 거부기는 룡궁을 떠나 그길로 열심히 헤염쳐 륙지에 오르게 되였다. 거부기가 사방을 휘둘러 살펴보며 토끼가 있을만 한 곳으로 엉기적엉기적 기여가고있는데 갑자기 숲속에서 불쑥 웬 짐승이 뛰여나오는것이였다. 그것이 다름아닌 거부기가 찾는 토끼였다. 그러니 복이 저절로 굴러온셈이였다. 거부기는 다행스러워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토끼는 또 자기대로 바다짐승을 만났으니 바다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감출수 없었다. 거부기는 자기는 륙지형편을 알고싶어 이렇게 왔다고 말하며 바다세상에는 륙지에서 볼수 없는 그런 희한한 곳이 많은데 자기와 함께 가지 않겠는가고 귀가 큰 토끼를 꾀이기 시작하였다. 《자네는 가보지 못하여 모를터인데 바다 한가운데 섬 하나가 있다네. 거기에는 맑은 샘이 있고 돌이 깨끗하며 짙은 숲과 맛좋은 과일이 풍성하다네. 겨울의 모진 추위와 여름의 심한 더위도 없어 사철 신선한데다가 사나운 짐승도 침범하지 못하니 자네가 가게 되면 편안하게 살면서 온갖 근심걱정이 없을것이네.》 토끼는 어수룩해보이는 바다거부기의 말이 사실처럼 여겨져 《그러면 나를 태우고 그곳에 갈수 있겠니?》 하고 귀가 벌쭉하여 간청하였다. 거부기는 예상외로 토끼의 승낙을 쉽게 받아낸지라 《그러면 너를 위해 내 수고를 아끼지 않을테니 후에도 은혜를 잊지 말라!》 하고는 자기 등에 올라타라고 하였다. 토끼는 거부기의 등에 올라앉아 난생처음으로 바다구경을 떠났으니 연신 감탄하며 춤이라도 출듯 기뻐하였다. 뭍으로부터 2~3리 헤염쳐 바다가운데 들어섰을 때 거부기가 토끼에게 《사실은… 지금 룡왕의 딸이 병에 걸리여 토끼의 간을 약으로 쓰려 하기에 내가 수고를 꺼리지 않고 너를 업고 가는것이야.》 하고 말해주었다. 거부기로서는 토끼가 사실을 알아차린다 하더라도 바다 한가운데서 달아날수도 없고 룡궁으로 가지 않을수 없다고 생각하였기때문이였다. 토끼는 어수룩한 바다거부기가 자기를 속여넘긴것을 분하게 생각하였으나 내색을 하지 않고 순간 기발한 꾀를 생각해냈다. 《아뿔싸! 나는 신령의 자손이라 오장을 꺼내두었다가 다시 씻어서 넣군 하는데 요즘 속이 약간 불편한듯 하여 잠시 간과 염통을 꺼내여 바위돌밑에 숨겨두었으니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이냐. 너의 달콤한 말을 듣고 그길로 오는 바람에 그만 내 간을 가져오지 못했구나. 이제라도 돌아가서 가지고 가는것이 좋지 않을가. 그렇게 하면 너는 구하려는 약을 얻어가지고 갈것이고 나는 너에게 약을 구해주니 피차에 좋은 일이 아니냐?!》 거부기는 너무나도 범상하게 말하는 토끼의 말을 진실로 믿고 어리석게도 토끼의 간을 얻어가기 위하여 되돌아 수고로이 뭍에 기여올랐다. 토끼는 그제야 거부기의 등에서 뛰여내려 풀속으로 달음질쳐가다가 멎어서서 거부기에게 소리쳤다. 《이 어리석은 거북아! 세상에 간없이 사는 짐승이 어데 있다더냐. 네놈이 나를 꾀여 룡궁으로 데려가려다가 도리여 나에게 속히웠으니 빨리 돌아가 룡왕앞에서 나를 데려가지 못한 죄로 참형이나 당해봐라!》 그때야 거부기는 자기가 령리한 토끼에게 속히운것을 알고 분해하였다. 그리고 자기의 미련함을 후회하지 않을수 없었다. 빈손으로 룡궁에 돌아가면 참형을 면할 길이 없다는것을 아는 거부기는 할수없이 바다기슭의 얕은 물속에서 숨어살게 되였다고 한다. 이상에서 보는바와 같이 우화는 토끼와 거부기의 의인화된 형상을 창조하고 그들의 부정적측면을 개성적으로 파헤쳐 비판적과제를 교훈성있게 풀어나감으로써 우화의 특색을 잘 살리고있다.
들쥐의 혼인
이 우화는 류몽인의 《어우야담》에 실려 전하여온다. 필자는 우화를 소개하기 앞서 《대개 혼인을 높이 쳐다보고 하려다가는 실패하는 법이다.》라고 밝혀주고있다. 이것은 들쥐가 청혼하는데서 자기의 처지도 생각지 않고 대상을 높이 정하는데로부터 얻어지는 교훈을 되새겨보게 하는 우화라는것을 시사해준것이라고 볼수 있다. … 옛날 들쥐의 부부가 아들을 끔찍이도 귀하게 키워 어느덧 장가보낼 나이가 되자 혼처를 구하느라고 머리를 앓고있었다. 하루는 애비쥐가 자기 마누라에게 말하였다. 《여보, 우리가 저 아들을 금이야 옥이야 하면서 세상에 둘도 없는 귀한 자식으로 고이 길러 저만큼 키웠으니 장가보낼 때가 되지 않았소. 그래 나는 세상에 둘도 없는 귀한 우리 집 아들을 반드시 둘도 없는 명문거족의 가문과 혼인하기로 작정했네.》 그 소리를 듣고 어미쥐도 기뻐하며 빨리 사돈집을 정하러 떠나라고 재촉하였다. 애비쥐는 한참 생각하다가 세상에 둘도 없는 명문거족은 하늘만 한이가 없을것 같아 하늘을 찾아가기로 하였다. 그래서 하늘앞에 나타나서 청혼을 하였다. 《제가 자식 하나를 두었사온데 애지중지 길러 이제는 장가들 나이가 되여 혼사를 정하려 하옵니다. 아마도 이 세상에 하늘 당신밖에는 명문거족이 없을듯 하오니 청혼을 받아주옵소서.》 하늘은 대답하였다. 《나로 말하면 빛을 뿌려 능히 넓은 대지를 덮고 만물을 길러내지만 떠다니는 구름이 내앞을 가리워 막아나설 때는 나도 당할 길이 없으니 그를 찾아가보는게 어떠하오?!》 그리하여 애비쥐는 하늘의 말을 듣고 정말로 그럴듯하여 이번에는 구름을 찾아가 청혼을 하였다. 《제가 자식 하나를 두었는데 세상에 둘도 없는 보물로 여겨 애지중지 고이 길렀소이다. 그래서 지금 세상에서 둘도 없는 거족과 혼인을 해야겠사온데 아마도 당신만 한이 없사올가 하오니 청컨대 우리와 혼인을 하기를 바라나이다.》 그러자 구름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내 능히 우주를 가득 채워 해와 달을 가리워버리면 대지의 만물은 모두 암흑속에 묻히게 된다. 그러나 오직 바람이 있어 나를 능히 헤쳐내니 내가 바람만 못하노라.》 들쥐는 그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번에는 바람을 찾아가 아뢰였다. 《세상에 둘도 없는 귀한 내 자식을 무쌍한 거족과 혼약을 해야겠사온데 천하의 거족이 바람 당신만 한이가 없으리라 생각하고 감히 청혼하나이다.》 바람은 대답하였다. 《내 능히 큰 나무를 넘어뜨리고 큰집을 날리며 산을 까불고 바다를 뒤흔들어놓지만 오직 과천벌에 서있는 돌부처를 내 힘으로는 감히 넘어뜨릴수 없으니 나는 과천 돌부처만 못하노라.》 들쥐는 또 그말이 그럴듯이 생각되여 과천 돌부처를 찾아가서 같은 말로써 혼인을 청하였다. 돌부처는 《내가 들가운데 서서 천만년이 지나도록 확고부동할수 있으나 오직 꺼리는것은 들쥐로다. 들쥐가 내 발밑을 파게 되면 내가 쓰러지지 않을수 없으니 내 어찌 들쥐만 하리오.》 하고 대답하였다. 그제야 애비쥐는 작은 무릎을 치며 《이제는 알겠소이다.》 하고는 제 집으로 뛰여갔다. 그리고 마누라를 불러앉혀놓고 돌부처가 한 말을 되뇌이면서 《여보, 천하에 둘도 없는 거족으로 과연 우리 족속만 한것이 그 어디에 있으리요!》 하며 드디여 같은 들쥐와 혼인시켰다. 류몽인은 이상과 같이 우화내용을 전하면서 교훈적결론을 첨부해주고있다. 《분수에 넘치는 일을 부질없이 요구하기 쉬운것이 또한 인생이니 모름지기 사람들은 이 들쥐의 혼인에 거울삼을바가 없겠는가?》 이것이 우화 《들쥐의 혼인》이 제기한 비판적인 교훈추구의 과제라고 볼수 있다. 우화는 앞에서 본바와 같이 들쥐처럼 자기의 처지도 아랑곳하지 않고 허황하고 분별없는 행동을 하거나 허영과 망상에 사로잡혀 남이 웃는것도 모르고 욕망을 앞세우는자들을 대상으로 가벼운 해학과 함께 교훈성을 추구하고있는것이다.
청개구리의 슬픔
옛날 어느 한 산골 강변마을에 아버지를 일찌기 여의고 늙은 홀어머니와 함께 외롭게 사는 청개구리가 있었다. 그러나 청개구리는 아직 어리고 철이 없다나니 어머니를 돕기보다는 괴롭히는 일이 더 많았다. 장난이 심한데다가 하루종일 흙탕물에서 자맥질만 하다나니 매일같이 옷을 빨지 않으면 안되였다. 늙은 엄마는 청개구리가 강가에 나가 물참봉이 되여 놀기때문에 어느날 아들을 불러다 앉히고 말했다. 《오늘은 뒤산에 올라 풀숲에서 놀아라.》 그러나 청개구리는 그렇게 하겠노라고 대답하고는 산으로 간것이 아니라 반대로 강가에 나가 놀아댔다. 늙은 엄마는 저녁늦게야 들어온 청개구리의 옷주제를 보며 《산에 가 놀라고 했는데 왜 이렇게 물참봉이 되였느냐?》 하고 물었다. 암만 말해도 좀처럼 엄마말을 듣지 않는 아들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지 엄마는 《정 그러면 네 소원대로 래일부터는 저 강변에 나가 놀아라.》 하고 말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도 청개구리는 강가로 나간것이 아니라 반대로 산에 올라가 놀다가 나무그루에 옷까지 찢겨가지고 돌아왔다. 청개구리 엄마는 아버지없이 아들녀석을 너무나도 귀엽게 키우다보니 제 밸대로 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서럽게 한탄만 하였다. 이렇게 청개구리 엄마는 말 안 듣는 아들때문에 늘 속을 썩이며 하루하루 근심속에 살아갔다. 그런데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따뜻한 봄이 찾아오자 청개구리 엄마의 몸은 점점 쇠약해져 림종에 이르게 되였다. 청개구리는 그제야 자기가 엄마의 속을 너무 태웠다고 후회하며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 그러나 청개구리 엄마의 병은 차도가 없었다. 《엄마, 좋은 약이 무엇인지 대주면 내가 어데 가서라도 구해오겠어요.》 청개구리 엄마는 마지막숨을 몰아쉬며 아들에게 부탁하였다. 《내가 죽거든 산에다 묻지 말고 꼭 저 강변에다 묻어주렴.》 그렇게 말한 뒤 얼마 안되여 엄마청개구리는 죽었다. 엄마청개구리는 아들이 아무리 타일러도 시키는 말을 듣지 않고 언제나 반대로만 하기때문에 이번에도 강변에다 묻어달라고 하면 산에다 묻을줄 알고 그렇게 말한것이였다. 엄마청개구리가 죽고나자 아들청개구리는 너무 슬퍼 엉엉 소리내여 울었다. 아들청개구리는 지금까지 엄마가 미워서 그런건 아니고 엄마의 속을 태우는것이 재미있어 우정 거꾸로만 해왔던것이다. 《아! 나는 왜 엄마가 시키는 말을 그렇게 듣지 않았을가? 정말 난 몹쓸놈이야.》 아들청개구리는 울면서 속으로 결심하였다. (난 여태까지 엄마말을 안 들었으니 엄마의 마지막말이라도 시킨대로 해야겠구나.) 청개구리는 이번에는 엄마의 말대로 강변에다 엄마의 시체를 내다 묻었다. 그런데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면 물이 불어나 강변에 쓴 어머니의 묘가 물에 잠기군 하였다. 그래서 청개구리는 비가 올 때면 강변에 달려나가 어머니의 묘가 물에 떠내려가지 않을가 걱정하며 슬피슬피 울었다. 그때부터 청개구리들은 장마철이 되면 엄마의 묘가 큰물에 떠내려가지 않을가 걱정하며 슬피슬피 운다고 한다. 보는바와 같이 우화 《청개구리의 슬픔》은 짧고 간단한 이야기이지만 교훈성을 추구하는데서는 력사적으로 전하여온 대표적인 우화의 하나이다. 우화는 구성에서 심히 째여있을뿐아니라 교훈적인 문제를 단도직입적으로 제기하고 간단한 일화적사건을 통하여 결론을 재치있게 맺어줌으로써 청개구리의 교훈을 의미심장하게 되찾아보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