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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난꾸러기가 장부로 되기까지의 웃음거리
《안의것도 보시렵니까?》
리항복이 15살 되던 어느날이였다. 하루는 아버지 친구인 권대감이 집을 찾아왔다. 리항복의 형이 대감을 맞아들이였다. 권대감은 형을 보고 동생이 집에 있는가고 물었다. 그의 형은 동생은 장난이 심하여 밖에 나가고 없다고 대답하였다. 권대감은 퇴마루에 앉아 집안형편을 물어보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기 아들(권률)에게 나이찬 딸이 하나 있는데 항복을 손녀사위로 삼아볼가 해서 왔다고 하였다. 이때 마침 리항복이 집으로 들어섰다. 형이 동생에게 다가가 《권정승이시다. 어서 인사를 올려라.》 하니 항복은 정기가 도는 두눈에 정다운 웃음을 띠우며 정중히 인사를 올렸다. 권대감은 리항복의 인사를 받고나서 그의 준수한 용모에 마음이 흡족해져 《손녀신랑감으로 너를 보러 왔다.》 하고 허물없이 말하였다. 리항복은 자기를 보려고 대감이 직접 왔다는 소리에 히죽이 웃으며 《그럼 겉도 보고 안의것도 보시렵니까?》 하고 능청스레 물었다. 대감은 어린것이 어처구니없이 물어보는지라 《어디 안이야 볼수 있느냐.》 하고 웃어보였다. 그러자 리항복은 《안도 보시겠다면 보여드리지요!》 하고는 아래바지를 훌렁 내리끌며 자기의 쟁기를 내보였다. 그 바람에 권대감은 껄껄 소리내여 웃고말았다. 리항복의 형은 너무도 거북하고 창피스러워 권대감앞에 꿇어앉아 사과하기를 《저놈이 아주 잡스럽고 롱질이 심하여 저로서도 얼굴이 뜨거울 때가 많습니다.》고 사죄하였다. 그러자 권정승은 손을 내저으며 《아닐세, 난놈이야. 앞으로 큰 인물감이 될수 있어. 잘 지도만 하면 대들보감이 될수 있네.》 하고는 《자네(리산복)가 승낙하면 약조가 된것으로 알고 나는 이만 가겠네.》 하였다. 그리하여 리항복은 권정승의 아들인 권률의 딸과 다음해인 16살때 혼인하게 되였다.
신부될 처녀의 얼굴을 훔쳐보다
리항복은 16살때 권률의 딸과 혼약을 맺게 되였다. 비록 항복이 부모를 일찍 여의고 누이집에 얹혀살고있었지만 성균관에서 글재주로 이름을 날려 권률댁에서는 자기 딸과 혼약을 맺도록 한것이였다. 그러나 리항복으로서는 높은 재상댁에서 딸을 그렇게 어렵지 않게 주는것이 이상하여 혹시 신부될 처녀가 박색이여서 그러지 않는가 하여 어떻게 해서든 잔치날전으로 신부의 얼굴을 꼭 훔쳐볼 생각을 하게 되였다. 마침 이웃집 대감댁에서 대사가 있어 권률댁에서 그릇을 빌려다 쓴것이 있다는것을 안 리항복은 자기가 가져다 주겠노라고 솔선 청해나섰다. 이웃집 대감댁에서도 항복이 손수 심부름을 맡아주겠다니 한편으로는 이상한 생각도 없지 않았지만 어쨌든 일손이 딸리던 참이라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삼아 맡기였다. 리항복이 대감집에서 온 머슴녀인처럼 머리수건을 눌러쓰고 권률댁 부엌에 들어서니 대부인이 《오냐, 수고했다. 그릇은 부엌에 내려다 놓고 돌아가거라.》 하며 문을 닫는것이였다. 사실은 그 집 딸을 보러 왔던 항복은 신부될 사람은 얼굴도 내밀지 않으니 애가 달아 잠시 머뭇거렸다. 금방 돌아서서 두어걸음 옮기던 항복은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라 그릇광주리를 우정 땅바닥에 쾅 하고 떨어뜨렸다. 《애개개-》 항복의 입에서 비명소리가 튀여나오는것과 함께 그릇 깨지는듯한 소리가 요란히 났다. 이때 대부인과 그의 딸이 황급히 달려나와 구부정해서 그릇을 주어모으는 《머슴처녀애》의 손을 잡아주며 다친데는 없는가고 살뜰히 묻는것이였다. 그제야 항복은 자기를 념려해주는 신부될 처녀의 얼굴을 마주 볼수 있었다. 몰래 처녀의 얼굴을 훔쳐보니 과히 밉지 않을뿐아니라 그 삽삽한 자태에는 저도 모르게 인정이 끌리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그래서 다시한번 훔쳐보았다. 볼수록 처녀는 예쁘장하고 정이 들었다. 리항복은 기쁜 마음으로 더 다른 말은 않고 종달음질쳐 대문밖을 나왔다. 한편 권률의 딸은 그가 장차 자기의 랑군이 될 총각인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도망치듯 내빼는 항복을 이상한 눈길로 바라만 보았다고 한다.
대돌에 덴 엉뎅이
권정승은 리항복을 손녀사위로 맞아들인 다음 그의 름름한 체구와 해학적인 기질에 감탄하면서도 큰 인물로 키우기 위해 학당에 그의 자리를 정해놓고 엄하게 공부시켰다. 《이제부터 글공부를 열심히 하여야 한다. 남아는 보통 이십안팎에 등과하여야 전망이 있으니 잡념을 없애고 공부에 전심하거라!》 권대감은 매일 아침 리항복을 데리고 다니며 공부하라고 자리도 정해주고 엄하게 통제도 하였다. 장가든지 얼마 안되는 항복이로서는 집에 가서 안해와 다정히 정도 나누고싶었고 동무들과도 밀려다니고싶었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항복의 안해도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훈시를 받았던지 어쩌다 남편이 일찍 돌아온것 같으면 후원에 있는 자기 방문을 걸어놓고 살틀히 대해주지도 않았다. 그럴 때마다 항복은 밸이 꼴렸지만 참고 견딜수밖에 없었다. 어느날 리항복은 저녁늦게까지 공부하고 후원에 들어서다가 문뜩 무슨 생각이 났던지 바깥의 토방돌우에 앉아 한참동안 엉뎅이를 얼구어가지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옷을 훌렁 벗어 던지고 이불속에 기여들어가 안해의 실팍한 엉치에 자기의 찬 엉치를 비벼댔다. 《앗, 차다!》 안해가 와뜰 놀라 남편을 밀어치우며 오늘따라 왜 그리 몸이 찬가고 물으니 항복은 정신이 번쩍 들라고 우정 추운 바깥에서 공부하여 그런다고 슬쩍 얼버무리였다. 남편이 원래 장난질이 심하다는것을 잘 아는 안해는 그의 말이 의심스러워 다음날 저녁 후원에 지켜서서 그의 행동을 살폈다. 그런줄 모르는 항복은 공부를 마치고 후원에 들어서다가 그날도 차거운 토방돌에 엉뎅이를 대고 얼구는것이였다. 그리고는 이번에도 전날 밤과 같이 집에 들어와 찬 엉뎅이를 안해에게 가져다 대는것이였다. 그날도 안해가 기겁하며 《무슨 엉뎅이가 이리도 차오이까. 병을 만난게 아니예요?》 하고 모르쇠를 하니 항복은 《병은 무슨 병이겠나. 공부하는 방이 찬데 권정승이 살피고있으니 어디 화로라도 쬘수가 있어야지…》 하며 투덜거리는것이였다. 남편의 말에 안해는 시름해서 《그래요. 우리 할아버님이 너무도 몰라주는 모양이군요.》 하였다. 다음날이였다. 저녁이 되자 안해는 밖에 나가 불을 피워놓고 그 토방돌을 뜨겁게 달쿠어놓았다. 그리고는 방에 들어와 모른체 하고 이불속에 몸을 숨기였다. 아닐세라 좀 있더니 후원으로 남편이 들어오는 인기척소리가 났다. 사연을 모르는 항복은 그날 밤도 전날처럼 무심히 대돌에 엉뎅이를 댔다. 《어이, 따가워라!》 다급히 그리고 기겁하듯 소리치는 항복의 목소리가 들렸다. 벌컥 방문이 열렸다. 항복이 성이 나서 방에 들어와 엉뎅이를 싸쥐고 안해를 쏘아보았다. 《웬일이세요. 엉뎅이가 어떻게 되였어요?》 시침을 따고 안해가 물었다. 항복은 안해의 소행이 틀림없는데 모르는척 하니 《정말 그럴 내기요?》 하고 어성을 높였다. 그러자 안해가 웃어보이면서 《장난은 누가 먼저 시작했게 그리 성을 내시오이까?》 하니 항복이도 더 할 말이 없는듯 안해를 바라보다가 《부인이 뜨뜻한 방에 가만 앉아있는것이 그만 심술이 나서 한번 놀려보려던건데 되려 내 엉뎅이만 대돌에 데였구만! 하- 하-》 하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안해의 걱정을 덜어주려고
백사 리항복이 쾌남아 청년관리로서 젊은 선비들의 선망을 모으고 서울장내의 기생들까지 넘겨다보게 되자 안해의 질투와 걱정은 더욱 커만 갔다. 리항복이 관청에서 일처리를 하느라고 좀 늦게 집으로 돌아와도 그의 안해는 의심을 품으며 안색을 흐리군 하였다. 리항복은 그때마다 구구히 설명할수 없고 그렇다고 안해의 걱정거리가 없어지는것도 아니여서 안해를 한번 놀려주리라 생각하였다. 어느날 밤 항복은 관청에서 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뒤간옆에 숨었다. 한참후에 그의 안해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소변을 보려고 뒤간으로 다가왔다. 그는 순식간에 달려들어 안해의 입에 《자갈》을 물리고 난봉군처럼 마구 엎어놓고 강짜를 부렸다. 그러자 항복의 안해 역시 필사적으로 반항하며 몸을 비꼬아대는것이였다. 옷은 찢겨지고 밑이 드러났으나 계속 용을 쓰는통에 《난봉군》은 《거사》를 성사시키지 못하고 아래것만 슬쩍 만져보고는 《에라, 이것이면 초벌소원은 성취된셈이지!》 하고 달아나버렸다. 항복은 어둠속에 사라졌다가 인차 사랑방으로 향했다. 항복의 안해는 《난봉군》에게 봉변을 당한 뒤라 찢어지고 헝클어진 머리를 미처 가꿀 사이없이 꿍꿍 앓고만 있었다. 이런 때 항복이 부인이 있는 방으로 들어섰다. 항복이 어디 아픈가고 물었으나 부인은 종시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장모에게 무슨 병인지 통 말을 안하니 알아보라고 하니 그제야 장모가 딸을 불러 알아보고는 항복에게 말해주는것이였다. 《웬 도적이 글쎄 자네가 없는것을 알고 겁탈하려 들었다누만. 그러니 약은 소용이 없으니 자네가 따뜻이 위로나 잘해주게.》 오늘 밤은 따질것도 못된다고 생각한 항복은 그날은 그대로 자버리고 다음날 저녁 일찌기 집에 들어와 사연을 캐물었다. 《진짜 겁탈을 당하긴 당했소?》 안해는 얼굴이 빨개져 눈을 내려깔며 겁탈하려는것을 뿌리쳤는데 결국은 반쯤은 당한셈이라고 할지 하고 어수선하게 대답하였다. 항복이 《반쯤 당한다는 말도 있소. 대체 그건 무슨 뜻이요?》 하고 반문하니 안해가 부끄러워하며 《그 난봉군이 그저 밑의것만 슬쩍 만져보고 달아났어요.》라고 하는것이였다. 그러자 항복이 껄껄 웃으며 《만져보던 손이 누구의 손인지 그리도 감각이 안 가던가?》 하고는 그때 했던 흉내를 다시 해보였다. 그제야 그의 안해는 그 《불량배도적》이 자기 남편이였다는것을 알고 놀라와하였다. 자기가 늘 남편에 대해 의심하니 그런 장난을 꾸미였다는것을 안 부인은 그후부터는 더는 항복의 행실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