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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녀성들의 행실과 관련한 웃음거리
경박하고 용렬한 새색시
정만서가 어느날 서울에서도 젊은이들이 잘 드나드는 주막집에 들어갔는데 청년들이 그를 알아보고 우스개소리를 들려달라고 간청하기에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고 한다. … 옛날 서울장안에 세도가 있는 집 딸이 출가전에 많은 총각들을 상대하다나니 남자맛을 여러번 보게 되였다. 그러나 그 녀자의 뒤생활을 알길없는 총각들은 집안의 세도와 잘난 얼굴을 보고 문턱이 닳도록 매파를 보냈다. 그래서 그는 한다하는 어느 호부자의 자식에게 시집을 가게 되였다. 잔치날 신방에 들어가 하루밤을 즐겁게 보내고 다음날 아침 마당에 나서니 그 집 종이 신부에게 인사를 하였다. 그런데 신부는 종을 불러세워놓고 다짜고짜로 이렇게 묻는것이였다. 《너의 주인집 새서방이 소실을 두었느냐?》 종이 어리둥절하여 대답을 못하고 서있는데 그 신부가 재차 《소실을 두었는가 묻지 않느냐?》고 욱박질렀다. 종은 그제야 말귀를 알아차리고 《아니, 처음 장가를 드셨는데 소실은 무슨 소실을 두었단 말입니까?》 하고 골을 냈다. 그러자 신부가 하는 말이 《소실은 없다쳐도 매우 친절하게 지내는 녀자는 있었겠지. 나는 속이지 못한다.》 하고 핀잔하며 다시 물었다. 종은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어 《참, 답답도 하구만요. 신랑과 한이불속에 들어 재미를 보고서도 무슨 딴 계집 소릴 하시오.》 그러자 신부가 《어제 첫날밤에 나를 다루는 솜씨를 보니까 숫총각같지 않아서 그러는거야.》 하였다. 그 말에 종은 너무도 화가 치밀어올라 《아니, 첫날 색시가 신랑의 녀자다루는 솜씨를 보고 어떻게 숫총각이 아닌줄 아시우? 그러니 신부님도 숫처녀가 아닌 모양이구만요.》 하자 신부가 급해맞아 말하였다. 《아니야. 내가 어데서 듣고 하는 말인데 나야 너희네 신랑보다야 낫지!》 … 정만서는 이 이야기를 마치면서 젊은이들이 세도와 인물만 보고 처녀를 고르다가는 나중엔 화가 되니 애초에 들뜨지 말아야 한다고 교훈삼아 이야기하였다고 한다.
제가 내 손을 잡았지
정만서가 술생각이 나서 젊은이들이 모여앉은 주탁에 다가서자 그들이 저저마다 자리를 권하며 오늘은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겠는가고 물었다. 정만서는 권하는 술을 몇잔 받아마시고나서 이것은 우리 이웃동네에서 실제있은 이야기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였다. … 우리 마을 이웃동네에 인물 잘난 한 처녀가 있었는데 집은 비록 잘살지는 못하였으나 인물 고운탓에 많은 총각들이 따라다니였다. 그러다 결국은 한 가난한 집의 길동이라는 총각과 정분이 통하게 되였다. 그러나 부모들은 그런것도 모르고 좀 부실하나 잘사는 부자집 아들과 혼약을 맺자고 약조하였다. 이름을 간난이라고 부르는 처녀는 자기와 이미 정이 통한 가난한 집 총각 길동이를 매일 밤 만나 그 사연을 하소연하면서 정을 나누군 하였다. 그런데 이 사실을 혼약한 집의 돌쇠라는 머슴군총각아이가 눈치채고있었다. 그날 저녁에도 처녀는 길동을 만나러 남몰래 동구밖 물방아간 둔덕으로 향하였다. 그런데 물방아간을 돌아서려던 참에 불쑥 웬 총각아이가 나타났다. 처녀가 겁에 질려 《누구예요?!》 하고 소리를 지르자 돌쇠가 나오며 《내 돌쇠요. 그런데 밤늦게 어데로 가시나요?》 하고 간난이에게 묻는것이였다. 간난이는 난데없이 이런 곳에서 혼약한 집의 머슴아이를 만나게 된것이 불안하였으나 내색을 않고 《응, 급한 일이 있어 옆마을로 심부름가는 길이야.》 하고 슬쩍 넘겨버리려 하였다. 그러자 돌쇠가 가까이 다가서면서 《그래요. 난 요즘에 간난이에 대한 이상한 말을 듣고서도 설마 믿어지지 않아 물어보려다가 그만두었었는데 사실인지요?》 하고 제법 따지고 드는것이였다. 간난이가 놀라며 《그게 무슨 얘기인데…》 하자 돌쇠가 제 들은 소리를 털어놓았다. 《저 건너마을 길동형이 어느날 밤 간난이네 집앞을 지나는데 간난이가 쫓아나오면서 자기 손목을 덥석 잡고 집안으로 끌고 들어가더니 뭐 재미를 보았다나요. 그래서 내가 그럴수 있겠는가 하니 길동형이 나보고 정 못 믿겠으면 간난이에게 가서 물어보라고 하더군요.》 간난이는 길동이가 혼사말이 오간 그 부자집 머슴인 돌쇠에게 이야기를 해줄수는 없는 일이지만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혼약을 파탄시키기 위해 그가 우정 꾸며낸 술책일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간난이는 그것이 사실인것처럼 놀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세상에 망측도 해라. 내가 언제 그 총각의 손을 잡았나. 제가 내 손목을 잡고 무작정 끌고 들어가기에 약한 녀자가 뿌리칠수 없어 저 하자는대로 청을 들어주었을뿐이지. 신세를 망쳐도 할수 없고 혼약한 그 집 어른들이 알아서 파혼해도 별수 없는 일이야. 사실이 그러했으니까.…》 그제야 돌쇠가 《그러니 감나무집 길동이가 나쁘구만요.》라고 하는것이였다. 이리하여 간난이와 길동이가 매일 밤 방아간 둔덕에서 정을 나눈다는 소문이 온 마을에 퍼지여 그 팔삭둥이네 집에서는 파혼을 제기해왔다. 그래서 결국 간난이의 소원이 풀리였으며 길동이와 일생을 같이하였다고 한다. … 정만서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젊은이들이 자기의 소원을 풀려면 간난이와 같이 림기응변할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