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가지 웃음거리이야기

 

우스개인 소화에는 앞에서 본 주제외에도 여러가지 생활분야에서 환기되는 웃음거리를 담은 이야기들이 적지 않다.

특히 봉건사회의 세태생활분야에서는 녀자들의 《법도》와 례의범절과 관련한 우스운 이야기를 적지 않게 낳았다면 가정생활이나 이웃간의 관계에서도 웃음거리가 한두가지가 아니였다.

례하면 《팔도재담집》에 실린 방귀를 잘 뀌는 사람끼리 내기를 한 이야기라든가 서로 집을 헛갈린 두 사둔이야기는 당시로도 너무도 웃음나는 이야기이기에 소화이지만 재담집에 실렸던것이다.

세태생활에서는 남녀간의 우연적인 인연과 관련한 육담적인 색채를 띤 우스개소리도 적지 않다.

그런가 하면 부부간의 가정생활에도 해학적인 웃음거리와 함께 말썽거리도 적지 않아 일화와 함께 전해오고있다.

봉건관리와 기생, 고을원과 첩을 대상으로 하여 꾀있는 배사공총각이나 나무군총각이 기지와 슬기로 량반들의 처첩이나 기생을 나꿔채여 재미를 봄으로써 관리나 고을원을 골려주는 육담적인 웃음거리도 적지 않게 창조되였다.

 

방귀쟁투

 

이 이야기는 《팔도재담집》에 실려 전하여온다.

옛날 서울에서 사는 방서방이 방귀를 잘 뀌여 장안에 소문이 크게 났으나 사람들은 그것이 어느 정도인지 뜬 소문으로만 알고있었다.

그런데 들려오기를 경상도 안동땅에 사는 권생원이 또한 방귀를 잘 뀐다고 소문이 퍼져 서울장안 방서방의 귀에까지 미치였다.

방서방은 나라에 큰 공을 세우는데서라면 몰라도 방귀 뀌는데서는 자기를 당할자 없다고 생각해왔었는데 경상도 안동땅에 방귀를 잘 뀌는이가 있다니 그와 겨루어보리라 마음먹고 경상도 권생원을 찾아 길을 떠났다.

그 집에 이르러 주인을 찾으니 한 총각아이가 나왔다.

방서방은 그애에게 지나가던 길손인데 날이 저물었으니 하루밤 쉬여갈수 없겠는가고 주인량반에게 아뢰여보라고 일렀다. 그러자 총각아이가 쉬여가기 힘들것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왜 그런가고 캐여물으니 총각아이는 말하기 어려운 일이니 더는 묻지 말라고 하며 편히 쉬려거든 다른 집을 찾아가보라고 하였다.

서울 방서방은 소문대로 방귀소리때문에 그럴것이라고 생각하고 나는 아무리 불편하여도 일없으니 주인나리만 만날수 있게 해달라고 하였다.

총각아이는 방서방이 너무도 사정하기에 사실대로 말해주었다.

《우리 부친이 방귀를 남보다 류달리 뀌기에 손님이 견디기 어려울것 같아 그럽니다.》

방서방은 과시 듣던바와 다름없는지라 《그래, 그러면 더욱 좋지!》 하고 기뻐하면서 《내가 본래 방귀를 잘 뀌여 소문이 나서 너의 부친의 스승이 됨즉 하여 한번 겨루어보려던 참인데 오히려 다행스럽다.》 하고 말하였다.

총각아이는 손님의 말을 듣고보니 그것은 분명 자기를 얼려보려는 수작인것 같아 그러면 한번 방귀를 뀌여보라고 하였다.

방서방은 옆에 선 총각을 겨누어 참았던 방귀를 되게 뀌니 집아궁으로 날려갔다가 다시 굴뚝으로 빠져나왔다. 그러자 총각아이는 급히 아버지에게 달려가 어떤 사람이 방귀겨루기를 하러 왔다고 알려주었다.

이리하여 두사람의 방귀뀌는 재주겨루기가 시작되게 되였다.

집주인 권생원이 방귀를 뀌니 방아간 절구공이가 날려가 방서방의 볼기짝을 쳤다. 그러자 방서방이 노하여 방귀를 뀌니 절구공이가 권생원을 향해 날아갔다.

이 순간 권생원이 급하여 또 마주 뀌니 절구공이가 공중높이 떠올랐다. 권생원이 절구공이가 떨어질가 우려하여 마당가의 로적가리쪽으로 가니 손님인 방서방도 로적가리쪽으로 따라가며 연신 방귀를 뀌였다.

그러니 로적가리를 가운데 두고 방귀쟁투가 벌어졌다. 이쪽에서 뀌면 절구공이가 로적가리를 넘어 저쪽으로 기울어지고 저쪽에서 뀌면 또 로적가리에 떨어졌다가는 떠올라 이쪽으로 넘어왔다.

그리하여 량쪽에서 번갈아 방귀를 뀌는통에 절구공이만이 로적가리를 넘나들며 방아찧듯 하여 쌀이 절반이나 찧어지게 되였다.

그제야 주인인 권생원은 방서방이 저만 못지 않으니 방귀쟁투가 쉽게 판가리될것 같지 않아 서로 비긴것으로 하고 집에 청해들여 후히 대접하였다.

서울에서 먼길을 내려와 방귀쟁투에서 이기려 하던 방서방이 뜻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을 갖고 주인집 권생원에게 《나만 방귀 뀌는 쟁기가 있는줄 알고 과신하였더니 주인님은 방귀뀌는 쟁기와 함께 꾀가 특출하여 절구공이로 로적가리쌀을 절반이나 찧었으니 과히 칭찬할만도 하오이다.》라고 하였다.

그래서 두사람은 다같이 기뻐하며 이번 《재주놀음》은 잘된것으로 평가하고 술상에 마주앉아 서로 권하며 친분을 두터이 하였다.

그후로 이 소문이 퍼져 항간에서 특이한 웃음거리의 하나로 전하여지고 재담집에도 실리게 되였던것이다.

소화는 생활에서 있을수 있는 세태생활의 한 단면을 찾아 과장하여 하나의 웃음거리를 만들고 크게 생활적교훈을 주는것은 없지만 경쾌한 웃음을 자아냈다고 볼수 있다.

특히 절구공이를 날려 로적가리의 쌀을 찧게 하여 방귀겨루기가 결국 무의미한것이 아니였다는것을 강조함으로써 무슨 재주겨루기든지 리익이 나게 하여야 한다는것을 암시해주고있다.

 

집을 헛갈린 두 사돈

 

이 소화는 소팔러 장마당에 갔던 두 사돈이 술에 만취되는바람에 집을 헛갈려 사돈로친네와 한이불밑에 누워자게 된 심히 해학적인 이야기를 담고있다.

이 웃음거리는 《팔도재담집》에 실려 전하여온다.

옛날 어느 한 고을에 사돈간인 윤생원과 리생원이 살았다. 그들의 집은 동서로 서로 다른 방향에 있었다.

그러던 어느 장날에 두 사돈은 장마당에서 오래간만에 만나게 되였다. 그래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장마당에 온 사연을 물은즉 다같이 중소를 팔아 큰 소를 메우려고 온것이였다.

한고을에서 살지만 부락이 멀리 떨어져있어 알수 없었던 그동안의 안부나 알아볼겸 말을 건늰것이 그만 장시간이 되여 소도 흥정 못한채 날이 저물어갔다.

이젠 소팔기는 틀린지라 오래간만에 만나 그저 헤여질수 없어 장마당 음식점에 들어가 술을 사서 저마다 권하다나니 정도이상으로 많이 마시였다.

얼근한김에 음식점에서 나와 소를 타고 각기 제 집으로들 향하였는데 온전한 정신이 아니여서 서로 소를 바꾸어타고 소가 가는대로 이끌려 집에 들어서게 되였다.

두 사돈집 로친네는 장보러 갔던 령감네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다가 밤도 깊어 자리를 펴놓고 이불속에 들었다가 깜박 졸고있었다.

한편 두 사돈령감들은 그때에야 외양간에 소를 몰아넣고 방에 들어섰다. 로친네는 령감이 만취되였으나 어둠속에서도 제 잠자리를 찾아 들어눕자 어린 서방을 다루듯 옷을 벗겨 이불속에 눕히고 그옆에 나란히 누웠다.

윤생원은 술을 마시고 오는 날이면 자리에 누워서 가만있지 않는 버릇이 있었는데 오늘따라 공손히 잠드니 마누라가 생각하기를 술집계집과 수작질하고 기력이 빠져 곤히 잠든줄로 알고 아래것을 만져보니 노그라져있었다.

마누라는 그러니까 그가 그대로 잠들어버렸겠거니 하고 그 령감이 사돈인 리생원인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리생원집 마누라도 남편이 장마당에 갔다가 술에 취하여 들어왔으니 술을 마시면 늘 그러하듯 조용히 잠들줄 알았는데 별스레 오늘따라 용을 쓰며 손더듬질하는지라 쟁기를 꾹 잡아 눅잦혀주고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그 다음날 아침 두 사돈로친네가 잠자리에서 깨여나보니 웬걸 왕청같은 사돈령감이 옆에 누워있는것이였다.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알길없어 마당가에 나와 혼자 속으로 웃고말았다.

이 이야기는 두 사돈령감이 술에 취해 집을 헛갈려 로친네들까지 바꾸어 잠자리를 같이한 희한한 웃음거리를 담고있다.

소화는 이처럼 두 사돈간에 있은 세태생활의 일면을 통하여 사람이 지나치게 과음하면 본의아니게 실수를 하고 그 결과는 말하기 어려운 웃음거리를 낳게 된다는것을 교훈으로 찾아보게 한다.

앞에서 본바와 같이 술에 만취되여 소를 바꾸어탄것으로 하여 결국은 집도 헛갈리게 되고 나중에는 사돈로친네와 한이불속에 드는 해괴망측한 일까지 생겼으니 그것이 서로들 믿고 리해하는 사돈간이였기에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큰 봉변을 당하였을것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는것이다.

 

눈없는게 낫나, 귀없는게 낫나

 

이 소화는 해학적인 동기로 하여 한쪽귀가 없는 병신된 사나이가 애꾸눈을 찾아가 두 병신중에 누가 더 낫는가고 묻는것을 통하여 자기 위안을 하는 웃음거리를 담은것이다.

옛날 불민하면서도 방자한 한 사나이가 건너마을 과부한테 자주 드나들면서 재미를 보았는데 그만 홀아비가 메고 달아나는통에 다시는 재미를 보지 못하게 되였다.

그러던 어느날 사나이는 과부가 살던 집을 지나가다가 예전처럼 《에헴!》 하고 기침소리를 내며 부엌문을 열었다.

때마침 과부는 홀아비집에 갔다가 자기 집에 와서 홀딱 벗고 큰 함지박에서 목욕을 하고있었다. 그 모양을 본 사나이는 마음이 동하여 무작정 과부를 껴안고 돌아갔다.

과부는 이제 새 주인이 가산을 가지러 인차 올터인데 이러지 말고 정 생각이 있으면 빨리 치르고 가라고 사정하였다. 그래서 이 난봉군사나이가 아래바지를 벗으려고 하는데 마당가에서 《에헴!》 하고 기침소리가 났다.

과부는 새 주인이 들어오는것을 알고 당황하여 그자의 쟁기를 꽉 잡아쥔채 《도적이예요. 빨리 들어와요.》 하고 소리쳤다. 홀아비가 그 소리를 듣고 달려들어와보니 과부가 성난 쟁기를 꽉 쥐고있는것이였다.

홀아비는 다짜고짜로 부엌간에 걸려있는 낫을 들고 와 그 쟁기를 베여버리려고 하였다. 그런데 새로 맞은 안해의 손이 부들부들 떠는것을 보고 그놈의 쟁기를 베려다가 안해의 손을 벨것 같아 그만 난봉군의 한귀를 잘라버렸다. 그리고 쫓아버린 다음 안해보고 정말 용하다고 칭찬하여주었다.

한쪽귀를 잘리운 사나이는 난봉을 피우다가 병신짝이 되였으니 창피하여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있다가 하루는 이웃에 사는 애꾸눈을 찾아갔다. 그리고는 롱담삼아 말하기를 《병신중에서 눈이 없는게 낫나, 귀없는게 낫나?》 하고 물었다.

그러자 애꾸눈이 하는 소리가 《자네 나보다 훨씬 낫지.》 하였다.

그래서 왜 그런가 다시 물었더니 애꾸눈이 《자네는 거칠것이 없으니 뒤에서 하는 소리도 남먼저 빨리 들을수 있지 않는가.》 하고 말하는것이였다.

그 말을 듣고서야 귀없는 난봉군사나이는 매우 흡족해하며 속으로 《이것도 과부덕이구나.》 하고 자체위안을 하였다 한다.

소화는 방자한 사나이가 재가한 과부와 재미를 보려다가 한쪽 귀를 잃고 병신짝이 된것을 풍자조소하면서 병신된것을 자체위안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두고 병신이란 다름아닌 이런자들이라는것을 기지있게 꾸며주고있다.

 

감사를 골려준 총각

 

옛날 서울에서 벼슬을 하던 늙은 관료가 함경도 감사로 내려오면서 자기가 애첩처럼 귀여워하던 애어린 기생을 데리고 왔다.

어느 여름날 감사는 이름난 명산인 칠보산을 구경하고 해칠보에 나와 배놀이를 하면서 여기서 달포가량 묵게 되였다.

늙은 감사는 며칠간 기생을 끼고 배놀이를 하다가 지쳐버려 한동안 그 놀음을 하지 못하게 되였다.

한편 젊은 기생은 여러날 배놀이를 할때에 베잠뱅이를 입고 노를 젓던 총각을 측은하게 생각하다가 배사공을 불러 요즘 감사가 지쳐 배놀이를 못 나가니 우리 단둘이서 배놀이를 가자고 꾀여냈다.

어리무던한 배사공총각은 감사의 시중군인 서울기생이 배놀이를 나가자기에 그가 하자는대로 바다에 나가게 되였다.

그런데 기생은 노젓는 총각의 발치에 다가앉으며 하는 소리가 《이보, 사공총각, 늘 자네 배만 타고 즐기니 미안하기 그지없구만…》 하였다.

사공총각은 그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였는지라 《무슨 말씀이시오. 내 팔자에 이 일도 다행이오이다. 더구나 이번처럼 대접받아보기도 처음이구요…》 하고 도리여 미안쩍어하였다.

그러자 기생은 《아니야, 진짜 대접은 오늘 내가 한턱 쓰는거지. 늙다리도 없고 우리 단둘만이 신선배놀이를 해보자구!》 하고는 총각의 아래 베잠뱅이를 내리끌면서 《어서 내 배우에 타보라구.》라고 하였다.

총각은 바지가 훌렁 벗어진지라 쑥스러워 가운데것을 움켜쥐고 멍하니 있는데 기생은 치마를 걷어올리고 반듯이 누우며 어서 내 배우에 타고 노를 힘껏 저어보라고 하였다.

배사공총각은 뜻밖의 일인지라 《그 배우에 타도 일없을가요?!》 하고 머뭇거렸다. 그러자 기생은 《일없지 않구. 내가 하는 일이니 일없어.》 하면서 총각을 끌어안고 어서 《노대》를 힘껏 저으라고 독촉하였다.

그리하여 두 젊은 남녀는 배우에서 《신선놀이》를 하게 되였고 그후에도 감사령감이 일어나지 못하여 단둘이서 련 사흘동안이나 배놀이를 하게 되였다.

그런데 아니나다를가 이 기미를 알아차린 아전이 감사에게 이 사실을 고발하였다.

다음날 감사는 기생을 불러 그 죄를 따져물었다.

기생은 태연한 자세로 그것은 새로 부임한 감사께서 배놀이를 잘한다는 허물을 만들어씌우자는 잔꾀라고 우겨댔다. 그리고 덧붙여 그 아전이 자기와 같이 배놀이를 하자고 요망스럽게 구는것을 제가 뿌리쳤기에 모해하려고 하는짓이라고 아뢰였다.

그러자 감사는 더 확인해볼 심산으로 이번에는 배사공총각을 불러내였다.

《너 이놈, 기생과 한짓을 그대로 직고해보아라.》
배사공총각은 《저는 기생이 하라는대로 했을뿐 죄될것이 없나이다.》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감사는 기생이 무얼 하라고 하던가고 따져물었다.

그러자 총각은 《예, 제가 한짓이란 기생아씨가 저더러 배를 타고 노대를 힘껏 저으라고 하기에 그렇게 한 일밖에 없소이다.》 하고 말하였다.

감사는 그제야 《그밖에 딴짓은 한것이 없단 말이지!》 하고 되뇌이다가 기생이 말한것처럼 자기를 모해하려고 꾸며낸 계책이 틀림없다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다음날 아전을 불러내여 되게 욕설을 퍼붓고 모해죄로 파직시켜 멀리 귀양보내였다 한다.

소화는 기생을 데리고 다니는 당시 봉건관료들의 부패상을 풍자조소하는 동시에 육담적인 옷을 입혀 그 우매성을 해학하고있으며 기생과 배사공총각의 불우한 사회적처지와 우연적인 정분관계를 하나의 웃음거리로 채색함으로써 소화의 양상을 잘 살려내고있을뿐아니라 당시 사회상과 세태생활의 일면을 웃음속에 엿보여준다.

 

나무군총각에게 애첩을 떼우다

 

이 소화는 늙은 산골원이 자기의 애첩을 나무군총각에게 떼우고 창피까지 당하는 해학적인 이야기를 담고있다.

한 산골군에 늙은 원이 애젊은 첩을 데리고 살았다.

하지만 늙은 본처가 너무 행악질을 하여 할수없이 그를 딴 집에서 살게 하고 이따금 생각날 때마다 드나드나 애첩을 다룰 힘이 없어 헛씨름질만 하기가 일쑤였다.

그렇지만 그 애첩을 번듯이 치장시켜 내세우고 재산도 늘궈주면서 자기의 위풍을 세워보려고 애썼다. 그런데 이 애첩의 집에 나무팔러 오는 가난하고 못사는 늙은 총각이 있었다.

젊은 애첩은 나무를 팔아 살아가는 나이찬 총각을 측은하게 생각하여 나무단을 지고 올 때마다 마중나가 받아들이기도 하고 값을 후하게 치르어주기도 하면서 때로는 배고프겠다고 부엌간에 데리고 들어가 음식을 대접해주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나무군총각은 이 집을 단골로 정해놓고 애첩도 그 늙은 총각의 나무만 사들이다나니 자연히 두사람의 인연이 가까와지고 허물없는 사이가 되였다.

그래서 어떤 날엔 집으로 가면서 먹으라고 줴기밥에 닭알까지 싸서 주머니에 넣어주기도 했다. 그때마다 나무군총각은 자기도 모르게 다정한감을 느꼈으며 그 애첩의 그늘진 마음도 헤아려보게 되였다. 더우기는 젊은 애첩이 사람을 몹시 그리워하여 자기의 발자국소리만 듣고도 달려나오군 하는데 그럴 때마다 제 집사람을 만난듯 하였다.

그러던 어느 무더운 여름날이였다.

나무군총각이 나무를 량껏 지고 오느라고 땀흘리다나니 베잠뱅이가 물이 배여날 정도로 젖었다. 그 정상이 측은하게 보였던지 애첩이 《이리 벗어주세요.》 하는것이였다.

나무군총각은 반갑기는 하나 옷이 너무 람루한데다가 흠뻑 젖어있는지라 어찌할지 몰라하였다.

그런 마음을 알아차린 애첩은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집안으로 들어가더니 새하얀 옥당목바지저고리 한벌을 가지고 나와서 그에게 주었다.

머슴총각이 너무도 뜻밖이여서 《아니, 황송하게 이런 새옷을 다?…》 하고 주춤거리자 애첩은 《일없어요. 오빠에게 주려고 해둔것인데 이제는 소용없으니 어서 입으세요.》라고 하였다.

총각은 하는수없이 옷을 받아쥐였으나 아래바지를 벗기가 거북하였다.

그러자 애첩이 눈치를 채고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벗으라고 하였다. 총각이 새파란 녀자앞인지라 무안해서 그대로 서있자 《뭘 그러고있어요. 얼른 벗지 못하고…》 하며 재촉하였다. 그래 할수없이 총각은 바지를 훌렁 벗었다.

애첩은 바지를 받아쥐면서 총각의 쟁기가 살아오르는것을 보고 너무 힘을 쓰지 말라고 꾹 눌러주는것이였다. 그때에야 총각은 성난 쟁기를 잡고 어줍게 말을 하였다.

《이놈이 젊은 녀자만 보면 성을 잘 낸답니다.》

그 말을 들은 애첩은 《그것이 좋은 맛을 보려고 그러는거예요.》 하고는 둘이 다 이왕 성이 났으니 화를 풀어주자며 총각을 덥석 끌어안았다.

늙은 총각은 이런 《신선놀음》을 처음 해보는지라 자기를 이렇듯 허물없이 대해주는 애젊은 녀자를 내려다보며 《이래도 일없을가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원의 애첩은 이왕 이렇게 된바에는 우리 둘이 이길로 멀리 달아나자고 하였다.

총각은 겁이 덜컥 나서 《그러지는 못해요. 원님이 알면 우리는 다 죽어요. 그러니 얼마동안은 내가 나무단을 지고 올 때마다 재미를 보다가 차차로 좋은 궁냥을 생각해내지요.》 하고 말하였다.

그러던차에 고을원이 총각이 나무를 하군 하는 산판에 사냥군들을 데리고 사냥나왔다가 날이 어두워 돌아가지 못하고 산전막에서 하루밤 묵게 되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나무군총각은 한적한 산전막에 원이 찾아들었다니 인사도 하고 재미나는 말도 들려줄겸 찾아가 무릎꿇고 아뢰였다.

원은 하도 심심하던차에 나무군총각이 찾아와 인사를 올리니 상놈이지만 례절이 밝다 칭찬하고 산촌마을형편을 물어본 다음 너에게 무슨 쟁기가 있는가고 하면서 너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마음에 들면 한자리 주겠다고 말하는것이였다.

총각은 산판에서 하도 적적하여 옛말하는것을 배웠노라고 하였다.

그러자 원은 흥이 나서 그러면 재미나는 옛말이나 해서 우리를 즐겁게 하라고 하였다.

그래서 총각은 이야기를 엮어내려갔다.

《옛날 어느 한 산골마을에 로총각이 살고있었는데 그는 원의 애첩과 장거리에서 눈을 맞추고는 그의 뒤를 쫓아 집을 안 다음부터는 매일같이 나무단을 져다 주며 친하게 되였습니다. 그러던중 원님이 다른 지방으로 행차하고 없는차에 첩과 재미를 보게 되였습지요. 하루는 원이 이젠 늙어서 재미가 없다면서 달라붙는 그 녀인의 포동포동한 젖가슴을 로총각이 만져주자 애첩은 철썩 드러누워 총각의 성난 쟁기를 잡아 끌어넣는것이 아니겠나요. 그래서 그만…》
《그, 그만두어라!》

웬일인지 원이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그만두라고 꽥- 소리질렀다. 아무리 들어봐도 그 이야기가 자기 애첩에 대한 이야기 같았던지 려인숙집 마누라를 시켜 빨리 자기 애첩을 데려다 앉혀놓으라고 하였다.

애첩을 데려오자 원은 그를 웃방에 데려다 앉히고 아래방에 있는 총각더러 그 이야기를 처음부터 다시 계속하라고 하였다.

그래서 총각은 다시 엮어내려가다가 마지막대목에 와서 《한참 둘이 안고돌며 재미를 보다가 절정에 이르러 너무도 감개무량한김에 흠칫 놀라 눈을 뜨니 그게 꿈이 아니겠나요… 꿈이라 얼마나 아쉬웠던지?》 하고 끝을 맺었다.

애첩은 나무군총각의 말을 들으며 간이 콩알만 하였는데 다행히도 꿈이라고 하기에 안도의 숨을 호- 하고 내쉬였다. 그런데 얼굴은 빨갛게 상기되여있었고 숨소리도 고르롭지 않았다.

이것을 본 원은 나무군의 이야기가 꿈이 아니라 자기 애첩에 대한 이야기가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어 무턱대고 애첩을 쫓아버리였다. 그러니 나무군총각의 옛말에 얼리워 원은 그만 애첩을 놓아준셈이 되였다. 그후로 애첩은 자유로운 몸이 되여 총각과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소화는 육담적인것을 섞어 흥미있게 엮어줌으로써 방탕한 늙은 원을 해학하고 첩살이를 하는 가련한 녀인을 동정하였으며 봉건사회의 신분상차이와 세태생활상을 잘 보여주고있다.

 

방갓쓰고 달아난 개

 

이 소화는 《팔도재담집》에 실려 전하여오는데 효자된 상제의 행상장면을 통하여 웃음을 환기시키는 세속적인 이야기이다.

옛날 늙은 홀어머니를 모시고있던 효자가 급병으로 어머니가 세상을 뜨게 되자 련 삼일 밤낮으로 상제노릇을 하느라고 바깥출입도 못하였다.

조객은 많지 않았으나 상제가 혼자이다보니 그것을 치르느라고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잠도 변변히 자지 못하였다.

발인하는 날 아침 동네어른들이 그러다간 쓰러진다면서 아무거나 속을 좀 채우고 행상하여야 한다며 권하기에 묵은 음식 몇술을 급히 떠먹고 떠났다.

행상을 따라 곡을 하며 마을어구를 벗어날 때였다.

갑자기 배가 아파나면서 뒤가 급히 마렵기에 길에서 조금 벗어나 방갓으로 가리우고 뒤를 보았다. 그런데 뒤를 다 보고 일어서려는데 개가 쫓아와서 그것을 핥아먹고는 방갓까지 쓰고 달아나버렸다.

상제는 바지끈을 매고나서야 개를 부르며 쫓아갔으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멍하니 서있다가 마주오는 행인들에게 방갓을 쓰고 달아나는 개를 못 보았는가고 우는소리를 하였다.

그러자 지나가던 행인들이 《개가 방갓쓰고 달아나다니? 제정신이 아니군.》 하며 혀를 차고는 우는소리를 하는것을 보니 중병에 걸린 사람이 틀림없다고들 하였다. 그리고는 무작정 한의한테 끌고가 동침 석대를 놓아주었다.

상제는 너무나도 억울하여 나는 홀어머니를 잃은 상제인데 동침까지 놓아주니 더 설음이 솟구친다면서 목놓아울었다.

그때에야 의원도 사연을 알고 병은 다 나았으니 이제 산소에 가 실컷 울라고 위로해주었다.

그제야 상제는 방갓을 쓰지 않아도 행상을 따라가면 상제노릇을 하는것이라고 생각하고 《어머니! 어머니! 내 따라가요.》 하며 울면서 달려갔다. 이것을 보던 지나가던 사람들모두가 《개가 방갓쓰고 달아나는것을 못 보았소?》라고 묻던 말이 생각나서 배를 끌어안고 웃었다고 한다.

소화는 불가피한 일로 하여 개에게 방갓을 떼운 희귀한 생활단면을 웃음거리로 보여주면서도 효자의 도리를 다하려는 상제의 마음도 해학하여 엿보여주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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