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살이 역겨워 한탄하다
 

착취사회에서 평백성은 뼈심을 들여 고되게 일하고 살림살이를 깐지게 하여도 번한 날이 없었고 기쁨보다 눈물이 많았다.

가난한 사람들이 잘사는자들에게 천대와 멸시를 받고 봉건관료들의 압박과 수탈로 걸인신세가 되거나 살림살이를 잘못한다고 쫓겨나는 어진 며느리들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속에서는 불평등한 사회를 저주하며 세상살이가 역겨워 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갔고 그것을 반영한 은유적인 풍자재담이 적지 않게 창조되였다.

 

고기 만진 손을 우물에 씻어야 했을걸

 

이 재담은 말로 전해오다가 《팔도재담집》에 실려 오늘까지 전하여오는 은유적인 풍자재담이다.

옛날 어느 한 동네에 대식솔에 가난하고 못살아 풀죽으로 겨우 연명해가는 집이 있었다. 그 집 며느리는 없는 살림에 세간살이를 알뜰하고 깐지게 하느라고 애썼으나 시아버지는 밥상이 들어올 때마다 늘 타발질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물고기장사가 고기를 한짐 지고 찾아들었다. 고기를 사먹을 형편은 못되였으나 시아버지를 공대해볼 심산으로 물이 나쁜 물고기를 이리저리 만져보면서 골라보았으나 돈이 모자라 끝내는 돌려보내고말았다.

그래서 서운한김에 고기 만진 손을 씻은 물로 국을 끓여 시아버지에게 대접하였다. 국물을 몇숟갈 떠마시던 시아버지는 오늘 국물은 구수한게 제법 고기맛이 난다고 하였다.

며느리는 그날 저녁에 사실을 그대로 솔직히 말하였다.

그랬더니 시아버지는 대노하여 말하기를 그것을 장독에 풀어넣으면 오래동안 두고 먹을수 있겠는데 무슨 살림살이를 그렇게 하는가고 꾸짖고나서 너처럼 살림하면 다 굶어죽고말겠으니 어서 친정집으로 가라며 쫓아버렸다.

며느리는 어이가 없고 분통이 터져 시집에서 나와 동네의 좌상으로 불리우는 박로인의 집을 찾아갔다.

그리고 고기 만진 손을 씻어 국을 끓여 대접한 이야기와 장독에 풀어넣어두고 먹어야 하겠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하여 쫓겨나게 된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였다.

그런데 좌상로인은 이야기를 다 듣고나서 《열번 쫓겨나도 싸다. 그것을 장독에 풀기보다는 우물에다 풀었으면 온 동네사람들이 모두가 고기맛을 보았을텐데…》 하고는 혀를 차며 어서 너의 본가집으로 가보라고 하였다.

그 며느리는 너무도 억이 막혀 푸른 하늘을 쳐다보며 《세월도 무정하여 사람들의 성미도 다 이그러졌는가?! 이 세상에서 이제 누구를 믿고 산단 말이냐. …》 하고 한탄하며 어데론가 가버렸다고 한다.

재담은 보는바와 같이 생활적인 이야기거리를 가지고 기지있게 재담식으로 엮어주면서 그 풍자대상이 시아버지나 이웃 좌상로인이 아니라 사람 못살 세상인 착취사회라는것을 은유적으로 보여주고있다.

 

거꾸로 말한 덕

 

이 이야기는 걸인행색인 한 사나이가 자기가 살면서 바른대로 생각한 일이 한번도 성사된적이 없기에 늘 꺼꾸로 말하는 버릇이 붙어 사람들의 오해를 사게 된것을 역설적인 수법으로 기지있게 꾸며낸 재담으로서 《팔도재담집》에 실려 전하여온다.

옛날 큰강을 끼고 사는 사람들이 다리를 놓을수 없어 강건너 마을을 오고갈 때면 작은 나루배를 타고 다니였다.

그러던 늦가을 어느날 여러 사람들이 나루배를 타고 강을 건느는데 갑자기 돌개바람이 일어 배가 뒤집혀질듯이 흔들거리였다. 그래서 서로 부둥켜안고 아우성을 쳤다.

그런데 한 걸인행색을 한 중년사나이만은 그와는 딴판으로 《어서 배가 뒤집어지기를 비나이다.》라고 중얼거리였다. 경황이 없어 욕은 못하고 사람들은 모두 배전을 꽉 붙잡고 간난신고끝에 간신히 강기슭에 이르게 되였다.

그제야 사람들이 그 중년사나이를 쏘아보며 왜 배가 뒤집어지라고 방정맞게 빌었는가고 따지고 들었다.

걸인사나이는 한참동안 좌중을 살펴보다가 《모두 어진 백성들같은데 이처럼 배가 뒤집어지지 않고 무사히 넘어온것은 내가 하늘에다 대고 빈 덕인줄이나 아시오.》 하고 도리여 제편에서 핀잔하였다.

행인들은 그 말에 더욱 화가 나서 뻔뻔스럽고 어리석은 놈이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자 걸인사나이는 《당신들은 세상살이 리치를 몰라서 그럴수 있겠는데 내가 지내본데 의하면 평생 원하는 일이 한가지도 성사된 일이 없었소. 거꾸로 된 세상이라 배가 뒤집어지라고 빌면 도리여 뒤집어지지 않겠기에 그렇게 빈것이요. 아무리 몰상식하기로서니 제가 죽을것을 바라서 비는 사람이 어데 있겠소. 그러니 이 세상에서는 아무거나 반대로 하면 소원이 성취될수 있으니 생활에서 늘 이것을 새겨두시오.》 하고 말하였다.

그 말을 듣고 한 로친이 《그렇수다. 아무리 바로해보았자 우리 같이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제대로 되는 일이 없으니 저 사람이 하는 말도 일리가 있수다.》 하고 동감하였다.

금시 때려눕힐듯 사나이를 노려보던 사람들은 그제야 자기들이 세상살이의 형색과 리치를 잘 몰라 흥분한것을 자책하며 《하기는 이 세상에서 바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지!》 하고는 서로 인사를 나누며 자기 갈길을 갔다고 한다.

재담은 풍랑을 만난 쪽배의 신세를 평백성의 수난에 찬 세상살이에 비유하여 걸인사나이의 역설적인 말로 봉건사회의 한많은 세상살이를 풍자비판하고있다. 특히 간단한 사실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기지있게 엮어나감으로써 사회비판적재담으로서의 특기를 잘 살려내고있다.

 

비누로 어지러운 마음을 씻다

 

이 재담은 어지러운 세상에서 남의것을 빼앗아내여 배불리 먹고 살면서도 색다른것이 눈에 보이기만 하면 어떻게 하든지 구실을 만들어 나꿔채는 한 부자의 검은 속심을 풍자해학한것으로서 《팔도재담집》에 실려있다.

옛날 한 부자가 자기 재산은 그득히 쌓아놓고 하나도 쓰지 않으면서 남의 물건과 재산만을 빼앗아냈다.

특히 고을에서 색다른 물건이나 지어 낚시대나 지팽이 같은것이 나타나도 비위좋게 얼려내거나 정 안되면 거짓말로 구슬려 빼앗아 실컷 쓰다가 싫증나면 못쓸것이라는 언질을 걸어 되돌려주군 하였다.

그가 얼마나 욕심꾸러기이고 심술궂으면 동네 닭들이 제 집 마당에 널려있는 낟알을 주어먹었다고 그 닭을 쫓아가 자기네 집 쌀알을 먹고 낳은 알이니 자기것이라며 빼앗아냈겠는가.

그래서 마을사람들은 저 흑심을 가진 박부자가 천벌을 받아 죽어없어져야 동네가 화목하고 평온할것 같다고 하면서 그를 《검정돼지》라고 욕하였다.

이쯤되니 동네아이들도 박부자네 집 머슴을 《검정돼지》네 머슴이라고 놀려주면서 그와 산에 나무하러 가는것도 꺼려하였다.

박부자도 온 동네가 자기를 욕한다는것을 알고있었지만 그런 소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제 욕심만 부리였다. 그러니 머슴아이는 동네아이들과 휩쓸리지도 못하고 외롭게 지내였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 박부자가 세면를 하겠다고 물과 비누를 내오라고 하였다.

이때 머슴아이의 머리에는 린색하기 그지없는 주인령감을 골려줄 생각이 피뜩 떠올랐다. 머슴아이는 자기도 세면물을 떠가지고 주인령감곁에 와서 씻기 시작하였다.

박부자는 그러는 머슴아이의 행동거지가 아니꼬왔으나 모르는척 하고 비누로 얼굴을 씻고 수건으로 문지르고있었다. 그런데 머슴이 자기도 비누로 씻겠다면서 비누를 가져가더니 놀랍게도 입에 넣어 삼켜버리는것이였다.

박부자는 너무도 어처구니없어서 종녀석이 비누도 쓸줄 모르는 실성한 놈이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자 머슴아이가 말하기를 《겉은 검어도 일없지만 령감님의 마음처럼 내 마음도 검어질가 념려되여 그것을 씻으려고 삼킨것입니다.》라고 하면서 온 마을이 다 주인님을 속이 검은 《검정돼지》라고 욕하는데 나도 《검정돼지》가 될가봐 겁이 나서 미리 속마음을 깨끗이 씻느라고 그런다고 하였다.

박부자는 자기의 검은 속심을 마을사람들이 다 들여다보고있다는것을 알고 방으로 뛰여들어가며 《괘씸한것들, 어찌 〈검정돼지〉가 나 혼자만이겠는가. 고관대작들도 남을 속여먹고 빼앗아먹기에 피눈이 되여 날치는데 나만이 속이 검다니? 그것은 다 역겨운 이 세상탓이야!》 하고 자기를 위안하였다고 한다.

보는바와 같이 재담은 어린 머슴아이가 비누를 삼킨 풍자해학적인 이야기소재를 가지고 박부자의 검은 속심을 발가놓고 그의 성격을 과장하여 풍자하고있다.

그리고 종당에는 박부자의 말을 통하여 남의것을 빼앗고 등쳐먹는 략탈적본성과 못된 버릇들은 봉건관료들과 착취사회가 빚어낸것이라는것을 폭로고발하고있다. 따라서 재담의 풍자비판적인 화살은 박부자와 함께 역겨운 사회악에 두고있다.

다시말하여 착취사회에서만 박부자와 같은 검은 속심을 가진자들이 나오며 봉건관료들도 본질상에서는 박부자와 다를바 없다는것을 사회비판적으로 해부한것이라고 볼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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