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리와 재물, 어느것이 중한가
풍자재담에는 물욕에 눈이 어두운자들을 풍자해학한것들이 적지 않다. 말하자면 재물만 차례진다면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덕의리도 헌신짝같이 줴버리는 인간추물들을 기지있고 통쾌하게 풍자한 재담들이다.
례하면 부모들이 물려준 재산때문에 끝내는 형제간의 의리도 저버리고 관가에 소송하는것과 같은 이야기나 자기의 실수를 막아준 유모의 의리도 생각지 않고 재물만 차례진다면 체면도 가리지 않는 고관집 유부녀를 풍자해학한것도 있다.
서거정은 《필원잡기》에서 의리를 저버린 형제가 서로 큰솥(가마)을 가지려고 소송까지 하여 판결을 받는 이야기를 전하고있다.
또한 이 부류의 재담에는 돈과 물건만 아는 욕심쟁이들의 어리석은 행동과 남의 등을 쳐먹으면서도 제 오금 하나 놀리기 싫어하는자들을 풍자조소한 재담들도 적지 않다.
이상의 풍자재담은 등장하는 풍자대상들의 신분적차이는 각이하여도 모두가 남의 등을 쳐먹거나 놀고먹는 유한자들로서 아는것이란 돈과 재물뿐이며 그것을 위해서는 초보적인 도덕의리도 다 줴버리는 짐승보다도 못한 인간추물들이라는것을 통쾌하게 풍자해학하고있다.
내 실수에 네가 상을 타다니
옛날 량반집 신부가 혼례식날 대감집 시부모에게 첫 절을 올리게 되였다.
신부는 비단치마를 끌며 유모의 손에 이끌려 아래방에 내려와 시부모앞에 정히 앉은절을 올리느라고 다리를 굽히던차에 너무 긴장하여 그만 《뽕》 하고 방귀를 뀌였다.
그러자 시켠 친척들이 모두 웃음을 참으며 서로 얼굴을 쳐다보고있을 때 신부의 가까이에 앉았던 유모가 너무도 어색하여 얼굴을 붉히며 시부모님께 여쭈었다.
《제가 늙어서 체신머리가 없다보니 그만 실수를 하였으니 황송하기 그지없습니다.》
그 소리를 들은 시부모는 신부를 위하는 그 유모의 마음이 기특하다고 생각하고 하인을 불러 비단 한필을 가져오게 한 다음 그것을 상으로 주었다.
그때 옆에 가만히 앉아있던 신부가 갑자기 비단필을 낚아채며 하는 말이 《방귀는 내가 뀌였는데 어찌 유모가 상을 받는단 말입니까?》고 하였다.
유모는 혼례식날 신부의 실수를 덜어주려고 제가 사죄하였는데 그 덕도 모르는 신부는 그 비단필이 탐나 그만 시부모님들과 친척들앞에서 분수없이 제 본색을 드러내고말았다. 그러니 의리도 없고 물욕에 환장된 신부를 맞아들인 시부모의 심정이야 어찌 유모의 마음에 비하랴.
한참 새며느리를 쳐다보던 시아버지는 저를 키워준 유모를 욕되게 한것을 탓하듯 《그 비단필을 놔두어라. 이제 너에게 줄 상은 따로 있다.》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버렸다.
신부는 그 상이 무엇이겠는지 알수도 없고 당장 쫓겨날듯싶어 울상이 되여있었으나 이미 때는 늦었던것이다.
재담은 간단한 일화적인 세부를 통하여 재물에 눈이 어두워 자기의 실수를 가리워주려고 애쓴 유모의 의리와 사랑도 한순간에 헌신짝처럼 차버리는 량반집 신부의 경박하고 치사스러운 행동거지를 신랄하게 풍자조소하고있다.
특히 첫날 색시로 자기의 창피도 모르고 물욕에 환장이 되여 경망스럽게 노는 량반집 딸이야말로 초보적인 도덕도 없는 인간추물이라는것을 째인 재담적인 구성으로 재치있게 풍자해학하고있다.
형제간의 소송
서거정은 《필원잡기》에 풍자해학적인 내용을 담은 《공정한 판결》을 선택하여 실었다.
옛날 어느 한 량반관료가 전라도 감사로 있을 때의 일이라고 한다.
그 고을의 이름있는 량반이 갑자기 두 아들형제에게 재산상속에 대한 유언을 남기지 못하고 세상을 뜨게 되였다.
그후 형제는 분가하면서 재산을 똑같이 나누어가지였는데 나중에 큰 가마 하나와 작은 가마 하나가 남게 되자 저마다 큰 가마를 가지겠다고 다툼질을 하였다.
동네에서는 싸움질하는 그 형제를 보고 비웃기는 하였으나 량반자식들이라 누구도 끼여들어 시비를 가려주려 하지 않았다. 가마 두개를 놓고 한나절이나 다툼질하던 끝에 동생이 제힘으로는 큰 가마를 빼앗을수 없게 되자 끝내는 관청에 찾아가 판결해달라고 송사하였다.
아전으로부터 소송내용을 들은 감사는 《량반의 자식이라는게 형제간의 의리가 그렇게도 없어서야 무슨 사람구실을 하겠는가?》 하고는 두 형제를 불러세워놓고 공정한 판결을 내릴테니 지켜보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아전에게 두 가마를 깨뜨려서 저울에 달아 똑같이 나누어주라고 령하였다.
그러자 두 형제는 마주 쳐다보며 소송을 왜 했는가고 서로 싸우면서 그 아전을 뒤쫓아갔으나 이미 가마는 큰 메에 맞아 산산쪼각이 났다.
결국 두 형제에게 차례진것은 저울에 달아 똑같이 나눈 쇠쪼각뿐이였다.
아전은 《이것이 우리 감사님의 공정한 소송판결이다. 그러니 어서 돌아가라.》 하며 이들을 감영밖으로 쫓아버리였다.
그후 그 소문이 나돌아 모두들 《재산욕에 싸움질만 하더니 끝내는 가마가 쇠쪼각으로 되였구나.》 하며 통쾌해하였다고 한다.
재담은 재담적인 기질, 욕망과 결과간의 모순성으로 하여 풍자비판성이 뚜렷하게 안겨온다. 특히는 큰 가마를 차지하려다가 공정한 소송판결을 받고 무쇠쪼각을 안고 주저앉은 량반자식들의 몰골을 통하여 그들은 형제간의 초보적인 도덕의리도 없는 추물들이라는것을 해학적으로 드러내보이고있다.
《저승》에서도 장사생각
이 풍자재담의 소재는 《팔도재담집》에 실려 전하여온다.
옛날 한 장사군이 남을 얼려넘겨 돈벌이를 괜찮게 하다가 그것도 밑창이 드러나 속임수를 더는 못쓰게 되면서 많은 빚을 지게 되였다.
그래서 친구에게서까지 물건을 앗아다 돈벌이를 하느라 하였지만 잘되지 않는데다 주색에 빠져 돈을 망탕 써버리다보니 이제는 살아나가기도 어려웠다. 게다가 매일같이 빚군들이 몰려와 돈을 내라고 졸라대는통에 생활은 말이 아니였다.
더는 견딜수 없게 된 장사군은 막바지에 이르렀는지라 차라리 죽는게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되였다. 그래서 이웃에 있는 친구에게 아편을 사다달라고 부탁하였다.
친구는 그가 빚때문에 정말 죽으려는것이 아닐가 하는 생각을 하고 약방에 가서 아편과 비슷한 검은색 진한 고약을 사다주었다.
빚진 장사군은 《아편》을 술에 타서 량껏 마시고 깊은 산중에 들어가 좋은 묘자리를 정하고 누웠다.
며칠을 꿈속에서 헤매였는지는 알수 없었으나 깨여나보니 《저승》도 이승과 다를바 없는지라 장사군은 마음껏 돌아다니며 이곳저곳을 구경하다가 며칠만에 어떤 마을어구에 들어서게 되였다.
그런데 《저승》에서도 사람들이 《이승》에서와 똑같은 집을 쓰고사는것을 보고 한 행인에게 여기에도 장마당이 있는가고 물었다.
그 행인은 이 산너머 큰 장마당이 있다고 대주었다. 장사군이 《저승》에 와서도 장사를 해볼 심산에 그곳에 이르니 거기에는 벌써 사람들이 모여들고있었다. 그런데 꿈인지 생시인지 《이승》에서 따라다니며 빚을 물라고 하던 물건주인과 맞다들게 되였다.
물건임자는 그를 다짜고짜로 잡으며 어데로 피해다니다가 이제야 나타났는가고 하면서 오늘은 못 견딜테니 당장 물건값을 내라고 을러멨다.
장사군은 《저승》에서 그를 만난줄로 알고 너무도 기가 막혀 소리질렀다.
《아니, 자네 여기가 어딘줄 알고 예까지 쫓아와 빚을 받을 생각을 했나? 저승돈이 이승에서는 필요없을텐데?!》
물건임자는 《이놈이 이제는 미친 모양이구나. 왕청같은 소리를 하니… 정신이 돈게 아니야?》 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래도 장사군은 아직도 리해되지 않는지 《자네가 이 〈저승〉에 무슨 수로 찾아오게 되였나?》 하고 되물었다.
물건임자는 어처구니가 없어 빚에 쫓기다못해 이젠 정신까지 돌았는가고 하며 장사가 사람을 이렇게 미치게 하였다고 한탄하였다.
보는바와 같이 재담에서 장사군이 돈과 물욕에 눈이 어두워 인간의 초보적인 도리와 량심마저 저버리고 남을 속여넘기다가 빚더미에 올라앉자 죽을 결심을 하고 《저승》에 가서 편히 살아보겠다고 망상하는것자체는 과장이지만 착취사회의 장사군들에 대해 신랄하게 풍자해학하고있다. 뿐만아니라 빚진 장사군과 빚받으러 다니는 물건임자, 환각적인 《저승》과 《이승》을 생활적으로 또 능란하게 대립시켜 풍자재담의 양상을 뚜렷이 살려나감으로써 인민적기지를 충분히 보여주고있다.
세 장사군의 추위타발타령
이 이야기는 여러 《야담집》들에 실려 전하여온다.
옛날 세 장사군이 추운 겨울날 행상을 하며 산촌을 돌아다니다가 저녁이 되여 거처할 곳을 찾다가 우연히 빈 산전막에 찾아들게 되였다.
한사람은 덧저고리를 두툼히 입은 참빗장사군이고 다른 한사람은 가죽신을 신은 소금장사군이였다. 또 다른 한사람은 개털모자를 쓴 무명장사군이였다.
산전막에 들어가보니 너무 추워 불을 피우지 않고서는 잘수 없는 형편이였다.
그들은 장사물계에는 밝아도 오금을 놀리기 싫어하는 게으름뱅이다나니 누구도 선뜻 나서서 불을 피우려 하지 않았다.
그러던중 참빗장사군이 《부엌도 갖추어져있어 온돌에 불을 피우면 발편잠을 잘수 있을것 같은데…》 하고 남의 소리하듯 외웠다.
그러자 소금장사군이 하는 말이 《나에게 부시가 있는데 내가 불을 피울테니 어서 장작을 얻어오라구.》 하고 다른 사람을 건너다보았다.
이번에는 무명장사군이 《나에게는 부시돌보다 더 좋은 딱성냥이 있는데 자네들이 장작을 날라들이게!》 하고 명령조로 말하였다.
그러자 저저마다 자기는 하지 않고 남을 시켜먹으려 한다고 시비질만 하면서 불피울 생각은 하지 않고 추위를 견디여낼듯이 서로 한마디씩 쏘아붙이였다.
소금장사군은 《나는 가죽신발을 신었으니 발이 얼어들 념려는 없는게고… 메투리를 신은 참빗장사, 자네가 날라오는게 어떤가?》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참빗장사군은 《나는 덧저고리를 든든히 입고있으니 얼 걱정은 안해도 돼!》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무명장사군이 《나는 털모자를 푹 눌러썼으니 훈훈하기만 하다.》 하고 자랑질하였다.
이렇게 한동안 서로 밀며 싱갱이질하는 사이에 온몸은 점점 얼어들어 세 장사군은 새우처럼 머리를 사타구니에 틀어박고 말도 없이 꼬부리고있었다.
이때 산전막주인인 포수령감이 옹노에 걸린 큰 노루를 메고 들어와 그 광경을 보게 되였다.
포수령감은 《임자네들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남의 산전막에 들었으면 불이라도 피워놓고 주인을 기다려야 할것이 아닌가? 그렇게 게으르고 오금을 쓰기 싫어하는 꼴이 꼭 남의 등을 쳐먹는 량반관료들과 신통하구만.》 하고 나무람하였다.
세 장사군은 저저마다 우리는 량반관료가 아니라 행상군들이라고 변명하였다.
그러자 포수령감은 성을 와락 내면서 《장사군도 남을 속여 돈을 빼앗아내는데서는 관료와 다를바 없지. 불피우기가 싫어서 사타구니에 머리를 틀어박고있느니 차라리 밖에 나가 허리를 펴고 서있는게 나을걸세!》라고 소리치며 세 장사군을 밖으로 쫓아버렸다.
장사군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남의탓인듯 타발질하려다가 끝내 쫓겨나 마당가에 나오게 되였다. 그리고는 저마다 속으로 《저 령감이 노루고기를 삶으려 불을 피울테니 잠간 쪼이고 가는게 어떨가?》 하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주인이 문을 닫아매는통에 더는 말을 못하고 《추위타령》을 하면서 제각기 고개길에 올랐는데 얼어죽었는지 그후로는 다시 이 산전막에 나타나지 못했다고 한다.
재담은 보는바와 같이 게으르고 오금을 놀리기 싫어하는 장사군들의 생활 일면을 펼쳐보여주면서 초보적인 도리도 없는자들의 말로가 어떻게 되는가 하는것을 통쾌하게 풍자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