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맛은 알아도 앞뒤야 가려보나

 

풍자재담에는 돈맛을 들인 장사군이나 돈벌레같은 기생충들, 돈이라면 못할짓도 서슴없이 하는 인간추물들을 풍자해학한 재담들이 적지 않다.

이 주제의 풍자재담들로 돈밖에 모르는자들의 루추하고 추악한 행위를 비판조소한것들이 적지 않으나 그 대표적인것을 몇편 선택하여 취급하려고 한다.

특히 물욕과 돈맛은 서로 같은 성질의것이고 돈벌레들이자 착취자, 수탈자들과 일맥상통하므로 여기에서는 반복되지 않게 돈과 직접 관계되는 루추하고 추악한 행위들을 풍자한 재치있는 이야기만을 살펴보기로 한다.

 

냄새맡은 값을 내라고

 

재담 《고기냄새값》은 《조선민화집》과 여러 야담집, 재담집에 실린 이야기이지만 등장인물의 출신과 이름이 서로 엇비슷하면서도 각기 다르게 주어져있고 이야기구성방식도 변종으로서의 차이를 나타낸다.

옛날 욕심많은 장사군이 장마당으로 가는 길목에 음식점을 차려놓고 행인들의 돈을 긁어내고있었다.

하루는 촌에서 사는 나무군총각이 장마당에 가서 나무를 팔고 돌아오는 길에 다리쉼을 하려고 이 음식점의 퇴마루에 앉았다.

집안으로부터 나는 고기굽는 냄새가 코를 찔렀으나 나무를 판 돈이 몇푼밖에 안되는데다가 생활이 구차하다나니 음식을 사먹을 형편이 못되였다. 그래서 먼산을 쳐다보며 한동안 다리쉼을 한 후 날이 저물기 전에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일어나 몇발자국 나섰을 때였다.

그동안 이 길손의 동정을 살피고있던 음식점주인령감이 달려나와 불러세웠다. 그리고 한다는 소리가 《음식점에 와서 퇴마루에 앉아 냄새만 맡고 달아나는 법이 어데 있소?》 하고는 냄새맡은 값이라도 내고 가라는것이였다.

나무군총각은 너무도 어이가 없어 《여보시우, 내가 그 집 고기 한점이라도 먹기나 했소? 왜 값을 내라는거요?》 하고 쏘아주었다.

그러자 음식점주인은 퇴마루에 앉아 쉰것만 해도 공짜가 아닌데 고기냄새를 맡은 값이야 내야 할게 아닌가고 우겨댔다.

총각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냄새를 한자루 넣어 장마당에 가서 팔아나 보시오.》 하고 가려 하는데 또 길을 막아나서며 무턱대고 값을 물라는것이였다.

나무군총각은 어처구니가 없어 생각하던 끝에 호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러자 주인령감은 돈을 내려는가보다 하고 퇴마루에 앉아서 그 동태만을 살피였다.

총각은 주머니에서 엽전 몇잎을 꺼내가지고 주인령감앞으로 다가가 절랑절랑 흔들어보이면서 큰소리로 말하였다.

《여보, 나는 고기냄새를 맡은 돈을 낸다치고 당신은 돈소리를 들었으니 더 많은 돈을 내야 할게 아니요.》

음식점주인은 냄새맡은 값을 받으려다가 도리여 돈소리를 들은 값으로 더 큰 화를 입을것 같아 《됐수다. 그러면 서로 없었던 일로 합시다.》 하고는 꽁무니를 사리고말았다.

재담은 돈벌레같은 장사군의 비루하고도 추악한 진면모를 까밝히고있다. 물론 이 재담은 과장된 측면도 없지 않으나 그 꾸밈수와 전개방식이 기발하고 독특한것으로 하여 인민적기지가 잘 반영되였다고 볼수 있다.

 

뒤간을 빌려쓴 값

 

이 풍자재담은 《팔도재담집》에 실려 전해지는 과정에 여러 변종을 낳았지만 기본줄거리상에서는 엇비슷하다.

옛날 한 사람이 큰 장거리에 나와 여러곳을 다니며 일을 보다가 갑자기 뒤가 마려워 사방을 둘러보았으나 뒤를 볼 맞춤한 곳이 없어 급해난김에 마주선 부자집에 들어가 하인을 불러 허리에 찼던 돈 두냥을 꺼내주며 《안주인에게 길손이 뒤간을 잠간 빌려 뒤를 보고 가게 해달란다고 여쭈어라.》고 하였다.

주인마누라는 돈 두냥을 얼른 받아쥐고는 주인도 나가고 없는지라 횡재나 한듯이 하인보고 뒤간을 빌려주라고 하였다. 길손은 말을 건네보느라고 돈 두냥을 꺼내보였는데 닁큼 받아먹는지라 뒤간을 빌려주고 퍼그나 돈맛을 들인 모양이라고 생각하였다.

어느덧 시간은 퍼그나 흘러갔는데 뒤간에 들어간 길손은 좀처럼 나오지 않으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 안주인은 남편이 돌아올 시간도 되였는데 길손이 나오지 않자 하인에게 이르기를 그만하면 뒤를 다 보았겠는데 어서 나와서 갈길을 가게 하라고 하였다.

하인의 말을 들은 길손은 뒤간에서 《내가 돈 두냥으로 이 집 뒤간을 세냈으니 이제 두냥을 내고 세낼 사람이 있어야 나올게 아닌가.》 하고 말하였다.

하인은 주인마님에게 그대로 여쭈었다.

안주인은 이제 남편이 돌아오면 외간남자를 끌어들여 뒤간까지 세내주었다고 야단칠테니 어찌한단 말인가 하고 생각하다가 돈 두냥을 하인에게 도로 내놓으며 어서 이 돈을 주어 빨리 나오게 하라고 하였다.

길손은 그제야 《세낼 사람이 없는 모양이구만. 대처에 와서 뒤간을 세내보기는 생전 처음이군!》 하고는 울타리밖으로 나와 훨훨 자기 갈길을 재촉해갔다.

재담은 돈이라면 초보적인 례의나 도덕도 아랑곳하지 않는 부자집 아낙네를 천하에 무지하고 몰상식한 돈벌레로 통쾌하게 풍자해학하면서 길손의 예지를 찬양하고있다.

 

은전값인가, 은행씨값인가

 

옛날 어느 시골마을에 돈맛이 들어 사내들을 많이 꼬여내여 간판도 없이 《기생》노릇을 업으로 하며 살아가는 화냥년이 있었다.

이 계집으로 말하면 곱게 생기지도 못한데다가 《기생》치고는 문장과 노래도 할줄 모르는 촌뜨기였다. 그런데 그것도 모르는 촌사내들이 자주 찾아들었다가 돈만 떼우군 하였다.

그래서 한 젊은이가 그 《기생》을 골려줄 생각으로 너덜너덜 해진 옷에 쑥대밭같은 머리꼴을 하고 해가 저물기를 기다렸다가 그 집으로 찾아들어 주인을 찾았다.

《기생》이 문을 열어보니 차림새로 보아 거지가 분명한지라 이 집은 거지손님을 잠재우는 집이 아니라며 다짜고짜로 내쫓았다.

그러자 젊은이는 《그래도 돈이면 싫어하지 않겠지?!》 하고는 뒤돌아서서 흔들거리며 나가는척 하였다. 그때에야 《기생》은 거지의 두건(머리수건)뒤에 은전이 꽂혀 흔들거리는것을 보게 되였다.

그래서 《이보라구요, 내 너무 많은 사람을 대상하다나니 옷주제만 보고 실수했나봐요.》 하면서 어서 들어오라고 재촉하였다.

거지행색을 한 젊은이는 집안으로 들어서면서 《별일없겠습니까? 나는 날이 저물어 그저 좀 쉬고 가자고 찾아든것이니 널리 량해하십시오.》라고 하였다.

《기생》은 그 말이 돈을 안 떼우겠다는 소리나 다름없는지라 구슬려대기 시작하였다. 그래도 통하지 않자 《그러면 좋아요. 아무래도 자고 갈바엔 재미나 보고 가시지요.》 하며 훌렁 치마를 벗고 아래것을 구경시킨 다음 후히 대접시킬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였다. 한바탕 재미를 보고난 젊은이가 대접을 잘해주어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일어서려는데 어느새 두건뒤에 꽂혀있던 《은전》을 《기생》이 잡아챘다.

그런데 그것은 은전이 아니라 은행씨 다섯알을 동동 매달아놓은것이였다.

《기생》은 은행열매를 손바닥에 놓고 이게 어디 돈이냐고 따져물었다. 그러자 젊은이는 정색하여 《누가 돈이랬게 그러우? 하긴 은행씨도 너무 눅어서 그렇지 팔면 돈이야 돈이지요.》 하고는 대문을 나섰다고 한다.

재담은 뭇사나이들의 돈을 빨아내는 화냥년의 행위를 풍자해학한것으로서 풍자비판성과 함께 우스운 소화적인 양상도 다같이 가지고있다.

그러나 거지행색의 젊은이가 돈밖에 모르는 《기생》을 골려준 이야기인만큼 이것은 풍자재담에 가까우며 설정자체도 재담식으로 전개되여나가다가 우스개로 맺어지는것이다.

이와 같이 풍자재담도 풍자와 웃음이 섞여있는것으로 하여 소화와 비슷한것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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