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풍자적인 재담과 그 갈래
재담은 일반적으로 기지있고 재치있게 꾸며진 이야기를 두고 일러온 말이다.
여기에서 풍자적인 재담이라고 하는것은 풍부한 민화유산중에서 정색적인 양상을 가진 민화와 구별하여 보다 풍자해학적으로 꾸며진 민화를 편의상 갈라보기 위해 생겨난 명명이다. 보편적으로는 《풍자재담》이라고도 통용되여왔다.
풍자적인 재담은 여러 민화류형에서 화살이 돌려지는 대상성과 풍자비판성의 두가지 측면에서 민담과 구별될뿐아니라 웃음의 색갈에서도 해학적인 우스개소리와 차이난다.
풍자재담은 봉건사회에서 보편적으로 보게 되는 불의적인것 즉 어리석고 무지한자, 허세와 물욕에 들뜬자, 인간의 도리와 의리도 모르는 무뢰한과 같은자들과 악페와 같은 역겨운 사회적풍조를 통쾌하게 골려주거나 은근하게 비판한 풍자해학적인 민화류형이다.
물론 민담류형에서도 봉건관료나 그와 같은 패덕한들을 비판하거나 징계, 고발한것이 적지 않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색적인것이 강하다. 때문에 민담들에서는 악한자의 말로를 발가놓는 경우에도 악에 대한 징계와 비판성이 강하며 증오와 규탄이 동반되여있다.
풍자재담은 불의적인것을 통쾌하게 골려주는 식으로 기지있게 꾸며진 이야기로서 웃음의 색갈에서도 보다 풍자해학적이다.
풍자재담은 풍자해학의 대상과 그 어리석은 행위에 따라 여러 갈래로 나누어볼수 있다.
우선 시골원이나 량반들이 벼슬에 비하여보면 너무나도 어리석고 무지하여 풍자대상으로 된것이 적지 않다.
또한 돈에 환장이 된자들이 돈맛은 알아도 앞뒤를 가려볼줄 몰라서 웃음거리가 되거나 풍자대상으로 된것들도 수다하다. 뿐만아니라 물욕에 어두워 의리와 례법도 저버리고 무례한 행위를 하거나 오금을 놀리기 싫어하는 게으른자들을 조소해학한것들도 적지 않다.
이밖에도 못살고 가난한 백성들이 봉건사회의 한많은 세상살이를 풍자조소한 갖가지 이야기들도 수많이 전해오고있다.
여기에서는 재담가이며 익살군인 봉이 김선달과 정수동, 리항복과 같은 인물들에 의해 생겨난 재담을 제외한 평백성들속에서 창조된 풍자재담을 위주로 하여 그것도 우스개소리인 소화와 구별하여 선택취급하려고 한다.
풍자재담은 봉건사회의 불합리한 현실과 패덕한들의 역겨운 행동거지를 대상으로 한 민화유산으로서 풍부하고 방대한 설화권을 이루고있기에 주제별로 나누어 취급하지 않을수 없다.
특히 재담가, 익살군들에 의하여 발설된 풍자재담에는 정색적인것도 적지 않게 섞여있는것으로 하여 함께 이 항목에 묶어 취급하면 양상적차이가 흐려지므로 별도로 항목을 설정하여 분석해보는것이 합리적인 방도라고 할수 있다.
여기에서 취급되는 풍자재담은 재담유산의 전부가 아니며 따라서 익살군들의 이야기까지 음미해보아야 그 전모를 충분히 알수 있게 된다는것을 부언해둔다.
- 원이나 량반관료는 다 똑똑한가
이 주제의 풍자재담에는 시골원이나 량반관료들이 우둔하고 어리석기 짝이 없는자들로서 정사를 바로하지 못하는것은 말할것도 없고 공과 사도 분별하지 못하며 송사가 제기되여도 그 어느 하나도 바로 처리하지 못하는 풍자해학적인 인물들로 등장한다.
고을원의 《재판관》노릇
풍자재담에는 고을원이 돈과 재물로 벼슬자리를 따낸지라 송사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여 늘 웃음거리가 된 이야기들이 적지 않다.
그중에서 《팔도재담집》과 《야담집》에 실려 전하여오는 풍자재담 두편을 보려고 한다.
풍자재담 《고을원의 판결》은 고을원이 관청에서 제기되는 간단한 일조차 처리하지 못하여 자기 안해에게 물어가며 정사를 하다가 나중에는 제나름으로 짐작하고 일을 처리하여 웃음거리가 되고마는 풍자해학적인 이야기를 담고있다.
옛날 한 고을에 원이 새로 부임되여 내려왔는데 그는 무식한데다가 사리도 밝지 못하여 거의 천치나 다름없었다.
원은 돈으로 벼슬자리를 얻은자이라 정사를 처리한다는것이 매우 어려웠다.
다행스럽게도 그에게는 사리에 밝은 안해가 있었다. 그래서 그는 무슨 송사가 제기되면 일체 안해에게 물어보고 그가 시키는대로 정사를 처리해나갔다.
그러던 어느날 관가에서 부리는 소가 짐을 끌고 돌다리를 건느다가 그만 돌짬에 끼워 넘어지는통에 다리가 부러져 더는 부릴수 없게 되였다.
아전이 원에게 이 사실을 아뢰자 원은 처음 당하는 일인지라 걱정끝에 안해에게 그 사연을 말하니 안해는 이러이러하게 처리하라고 대주었다.
원은 다음날 아침 관청에 아전들을 모이게 하고 부인이 대준대로 엄숙히 령을 내리였다.
《고기는 관청에 올리고 가죽은 공방에 보내고 뼈는 군기용으로 쓰라.》
관리들은 령을 듣고나서 모두들 원이 아주 현명하다고 수군거리며 이제는 고을의 정사가 잘 처리되는것 같다고 좋아들 하였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다.
한 아전이 관청부근의 산골로 사냥을 나갔다가 벼랑에서 굴러 그만 다리가 부러져 이 사실을 원에게 아뢰였다.
원이 들어보니 소다리가 부러진것과 비슷한 일인지라 안해에게 물어볼 생각도 하지 않고 아전들에게 전번과 같이 엄하게 령하였다.
《고기는 관청에 올리고 가죽은 공방에 보내고 뼈는 군기용으로 쓰라.》
아전들은 령을 듣고서 아연실색하여 그 누구도 대답을 하지 못하였다. 화가 치밀어오른 원은 《네놈들이 감히 내 령을 거역하려 드는거냐.》 하고 고래고래 욕질하다못해 볼기를 치기 시작하였다.
아전들은 참다못해 무지한 원과 형리에게 달려들었다. 이 소문이 퍼져 원은 고을에서 쫓겨가는 신세가 되였다.
쫓겨가는 날 원의 부인이 하는 말인즉 《나는 가마를 타고 가니 사람들이 볼수 없으려니와 당신은 하늘소를 타고 가겠는데 그 얼굴을 무엇으로 가리우리오. 차라리 소가죽을 쓰고 가는게 어떠하리까?》 하였다.
미련한 원이 안해의 말을 들어보니 그럴듯한지라 《막다른 처지에 이른 지금에 소가죽이야 어찌 쓰지 못하리오.》 하고는 소가죽을 쓴채로 하늘소등에 앉아 도망쳤다고 한다.
재담은 어리석은 원의 《판결》을 통하여 풍자희극성을 높여주면서 봉건통치배들의 부패무능한 처사를 신랄히 조소규탄하고있다.
우와 같은 주제의 풍자재담으로 《팔도재담집》에 실려있는 《원이 죄인 다스린 이야기》를 들수 있다.
옛날 한 고을에 바보나 다름없는 원이 있었는데 송사가 제기되면 처리하지 못하여 늘 부인에게 물어보고서야 그대로 죄를 다스리군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송사가 제기되여 죄인을 다스리게 되였는데 자신이 없는지라 자기 부인을 옆방에 앉혀놓고 그가 손짓하는대로 벌을 가하게 되였다. 부인은 원에게 자기가 손을 엎치면 태형을 가하고 손을 뒤집으면 심문만 하도록 약속하였다.
원은 형리를 시켜 죄인을 옥에서 끌어내다 형틀앞에 세웠다. 그리고는 옆방을 보니 부인이 손을 엎치는지라 《그놈을 형틀에 비끌어매놓고 볼기를 열대 쳐라.》 하고 령을 내렸다.
형리들이 달려들어 죄인을 형틀에 엎어놓고 볼기를 연방 쳤다. 죄인은 죽을듯이 고함을 질렀다. 형리들은 태형을 열대 안기고 다음령을 기다렸다.
원은 다시 부인의 손움직임을 보니 손을 뒤집어보이는지라 그것은 일으켜세워 심문하라는 약속인데도 죄인을 형틀에 뒤집어놓으라는줄로 알고 《그놈을 뒤집어놓고 태형을 가하라!》 하고 령을 내렸다.
형리들이 새로운 태형방법인줄로 생각하고 죄인을 뒤집어놓으니 아래쟁기가 흉측스럽게 보이였다. 그것을 옆방에서 보고있던 부인이 터져나오는 웃음을 막으려고 손을 입으로 갖다대자 원은 그것을 보고 죄인의 손을 물라는줄 알고 《여봐라, 그놈의 손을 깨물어라.》 하고 또 령을 내렸다.
형리들은 어찌할지 몰라 벙벙해 서있기만 하는데 좌우의 관속들이 그만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자 엄하게 죄인을 다스리던 마당은 일시에 웃음판이 되여버렸다.
재담은 무능한 원이 꼭두각시처럼 부인의 말을 듣고 정사를 보다가 어이없는 판결을 내려 고을의 웃음거리가 되는것을 풍자해학적으로 잘 그려내고있다.
이밖에도 돈과 재물로 원은 되였지만 일자무식이여서 관속들에게 조소를 받는것과 같은 류형의 해학적인 이야기들이 적지 않다.
가난한 산골이라고 달도 없을가
《팔도재담집》에는 산골군으로 부임된 원이 천치나 다름없다보니 그믐이여서 달이 없는것도 알지 못하고 아전을 불러 달을 사오라고 돈을 내주는 풍자희극적인 이야기가 실려있다.
옛날 재령벌에서 살던 한 량반이 인줄을 타고 뢰물을 바쳐 심심산골 원으로 가게 되였다. 그는 일자무식쟁이였으나 군수벼슬자리에 올랐다고 허세를 부렸다.
자기가 고을에 도착하면 고을량반, 아전, 백성들이 줄지어나와 북과 징을 울리면서 성대히 맞아주리라 생각하였다.
그래서 힘겨운줄도 모르고 보름나마 하늘소를 타고 산골군어구에 들어섰다. 그런데 마중나온 사람은 하나도 없고 길잡이군은 계속 산속으로만 끌고 들어갔다. 게다가 해는 지고 주위는 캄캄한데 멀리서 승냥이울음소리까지 들려왔다.
원은 이러다가 산적이라도 맞다들면 어쩌나 하여 겁이 덜컥 났다.
이러한 때 아전이 어둠속에서 나타났다.
원은 성이 잔뜩 나서 《아무리 산골이기로서니 여기에는 달도 없느냐?》 하고 소리쳤다.
아전이 그 소리를 듣고 벌방에서 오는 원이라는 사람이 천치나 다름없다고 생각되여 깍듯이 인사하고는 《예, 이웃고을에는 달이 있사오나 원체 이 고을은 가난하여 돈이 없사와 사오지 못하나이다.》라고 대답하였다.
원이 들어보니 황당한지라 《그래 달값이 얼마이기에 그것도 못 사오느냐?》 하고 큰소리로 되물었다. 아전은 이번엔 더욱 공손히 《한 천냥은 있어야 사올수 있나이다.》 하고는 한발 물러섰다.
원은 분이 치밀었으나 첫 부임행차인지라 위풍을 세워야 하겠다고 생각하였던지 《아무리 고을이 가난하다 해도 돈 천냥이 없어 달을 사오지 못한다니 정말 한심한 일이로다.》라고 개탄하면서 돈 천냥을 줄테니 당장 사오라고 호통질하였다.
아전은 돈 천냥을 받아쥔 다음 초생까지는 달을 꼭 사오겠노라고 하고는 다음날부터 친구들과 함께 술놀이와 놀음놀이로 날을 보내다가 초생이 되자 관청의 원앞에 나타나 달을 사왔노라고 아뢰였다.
원이 대청마루에 나서자 정말로 하늘에 달이 걸려있었다. 그런데 반달이였다. 원의 얼굴을 살펴보던 아전은 약삭바르게 돈이 부족하여 반달밖에 못 사왔노라고 사죄하듯 말하였다.
원은 옹근달을 사오자면 이제 천냥만 더 있으면 될터이니 마저 수고하라며 또 돈을 내주었다.
아전은 보름날까지 약속하고 대청을 나와 또다시 술놀이로 날을 보내다가 보름날에 대청에 나타났다. 그리고는 희색이 만면하여 《원님, 옹근달을 사왔소이다.》 하고 아뢰였다.
원이 대청마루에 나서니 정말 앞산에 둥근달이 두둥실 떠올랐다.
이것을 본 원은 너무나 흡족하여 내가 이 고을에 와서 처음 달을 사놓았으니 관속들은 이것을 잊으면 안된다고 하면서 수염을 내리쓸었다.
그리고나서 달을 사온 그 아전을 믿음성있는 《심복》이라고 하면서 관직을 한등급 높여주기까지 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재담은 천하무지한 산골원을 풍자희극적으로 통쾌하게 발가놓고있으며 그 우둔함을 조소하고있다.
《팔도재담집》에 올라있는 이 이야기는 아전이 달을 사올 천냥돈을 받고 궁리가 나지 않아 근심하고있을 때 9살 난 철부지딸애가 꾀를 생각해내는것으로 되여있다.
그렇게 놓고보면 결국 고을원이나 그 아전도 철부지아이보다 못한 무지하고 어리석기 짝이 없는자들이라는것을 통쾌하게 풍자해학하고있는것이다.
거울을 보고 송사하다
옛날 거울이 처음 나왔을 때 거기에 자기 모습이 비쳐지는 리치를 알지 못하고 새로운 사람이 나타난줄 알고 송사소동까지 벌리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거울을 보고 송사한 이야기는 변종이 다양한바 《팔도재담집》에 실려있는것을 보면 다음과 같다.
옛날 시골량반이 서울구경을 처음 가게 되였는데 그의 안해가 부탁하기를 내려올 때 얼레빗 한개만 사다달라고 하였다. 혹시 생각이 잘 나지 않으면 저 초생달과 같이 생긴것이오니 달을 쳐다보면서 얼레빗을 찾아보라고 하였다.
시골량반이 서울에서 볼일을 다 보고 내려오려던 참에 생각이 나서 저녁하늘을 쳐다보니 보름달이 둥글게 환히 비치였다.
그래서 매점에 가서 달과 같이 둥글고 환한것을 찾으니 매점주인은 둥근 면경(거울)을 찾는줄 알고 그것을 내주었다.
시골량반이 집에 내려와 사온것을 안해에게 안겨주었다.
안해가 그것을 받아본즉 얼레빗이 아니고 둥근달같이 생긴것인지라 신비하여 들여다보니 웬 녀인이 들어앉아 자기를 마주보고있었다.
그래서 눈이 화등잔만 해져 쏘아보니 거울속의 녀인도 마주보며 눈을 부라리는것이였다.
안해는 역정이 나서 남편이 서울에 가더니 첩을 얻어가지고 왔다고 시어머니에게 일러바치였다.
시어머니가 거울을 받아가지고 들여다보니 그안에서는 늙은 녀인이 마주보고있었다.
다음엔 시아버지가 그것을 받아쥐고 들여다보니 웬 령감이 있는지라 이상스러워 네 식구가 모두들 떠들썩하며 야단쳤다.
이때 고을원이 순행하다가 소문을 듣고 그 이상스러운 물건을 가져오게 하였다.
고을원이 그것을 쥐고 들여다보니 사모관대한 웬 량반관료가 있는지라 크게 놀라며 하는 말이 《이 작은 고을에서 나도 세도 쓰기 어려운데 또 관장을 내려보내니 될 말이냐?!》 하고 호통치며 이 량반관료를 고을지경밖으로 쫓아내라고 소리쳤다.
이때 서울서 내려온 총각이 그 광경을 보고 너무도 어처구니 없어서 《시골에 오니 별일을 다 보겠구나!》 하고 크게 소리내여 웃었다고 한다.
재담은 난생처음으로 신기한 거울을 보게 된 시골뜨기들의 행동거지를 기지있고 통쾌하게 풍자해학하고있다.
이 풍자재담은 전하여지는 과정에 가공되여 여러 《야담집》이나 《전설집》에 실려 적지 않은 변종을 낳았다. 그중 한가지를 보면 다음과 같다.
옛날 한 시골에 개명했다고 하는 중년부인이 거울이 희한한 물건이란 말을 듣고 자기 남편이 서울로 가게 된차에 저자거리에 가서 보름달같이 생긴 거울이라는것을 사오라고 일러보내였다.
남편은 서울에 가서 자기 볼일을 다 보고 안해가 부탁하던 생각이 나서 저자거리에 갔으나 물건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가 안해가 환한 달을 가리키며 하던 말이 생각나서 하늘을 쳐다보니 초생달이 떠있었는지라 그런 모양의 물건을 찾아보니 얼레빗이 눈에 띄웠다. 그것이야말로 녀자들이 아침저녁으로 쓰는 물건짝이라 더 생각도 하지 않고 그것을 사가지고 와서 안해에게 내놓았다.
그러자 안해는 《이것은 얼레빗이 아니요? 우리 집에도 여러개 있는데… 아니, 보름달같이 둥글고 환한것을 사오라 하지 않았소.》 하며 몹시 서운해하였다.
남편은 할수없이 다시 서울로 가서 보름달같이 환한 거울을 사왔다.
안해가 그것을 받아보니 정말로 희한한것이였는데 들여다보니 자기 남편옆에 웬 녀자가 앉아있는것이 아닌가. 자기 얼굴을 생전에 본 일이 없는 그의 안해는 자기 남편이 새로 첩을 데려온줄 알고 한바탕 분풀이를 하였다.
남편이 어이가 없어하며 거울을 들여다보니 이번에는 자기 안해옆에 웬 남자가 앉아있는것이였다. 그래서 자기가 서울로 간 사이에 딴 남자를 보고는 도리여 먼저 트집을 거는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였다.
이렇게 되여 그들은 싱갱이질을 하다가 끝내는 관가에 송사하게까지 되였다.
고을원은 그 물건이 어떤것이기에 그러는가고 하면서 자기앞에 가져오도록 하였다.
고을원도 그것을 받아보는 순간 자기와 같이 사모관대를 한 원이 앉아있는지라 신관사또 아니면 암행어사로 생각하였다. 그도 난생처음으로 이런 신비한 물건을 보는지라 그것을 사실로 여겼던것이다.
원은 재판이나 끝난 다음 신관사또와 이야기를 나누어볼 심사로 아전을 불러 신관사또를 안방에 모시라고 령하였다. 령을 받은 아전이 즉시 달려왔으나 새로 나타난 사또는 없는지라 누구를 모시라는가고 물었다. 그러자 고을원은 아전을 꿇어앉히며 거울을 들여다보도록 하였다.
아전은 그제야 《아! 이것이 그 신기한 거울이군요. 원님, 이제 보시오.》 하고는 원의 귀를 잡아 흔들어보이면서 《이것이 원님이 아니오이까.》고 하였다.
원은 그제야 《내가 이렇게 생겼느냐?! 그런데 거울이라는게 그렇게도 신비하다면서도 고을원을 알아보지 못하다니?! 고약한 물건짝이니 송사가 제기될수밖에 없는 일이로군!》 하고는 마당가에 서있는 중년부부를 보고 《판결》은 이것으로 끝내니 더는 이런 물건짝을 들고다니지 말라고 욕설하여 돌려보냈다. 그리고는 그전에 자기 그림자를 보고 도적이 따라오는것만 같아 계속 달아나던 생각을 해보며 아전이 아니면 송사를 처리도 못하고 원자리도 떼울번 하였다고 두고두고 외웠다고 한다.
재담은 보는바와 같이 문명에 뒤떨어지고 시세에 밝지 못한 시골량반이나 고을원이 거울 하나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여 소동을 피우는 풍자희극상을 기지있게 해학조소하고있다.
룡상도 어리석은 왕은 가려본다
왕이 앉는 룡상과 관련된 풍자재담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아래에서 보게 되는 설화는 《야담집》과 《구전문학자료집》에 실려 전하여오는것이다.
옛날 유명한 석공이 왕이 앉을 룡상을 돌로 가공하여 만들게 되였다. 그는 돌룡상을 만든 다음 거기에다가 호랑이가죽을 입혔다.
그런데 룡의 대가리에 보석으로 눈을 박아넣지 않았다. 만일 눈까지 해넣으면 룡이 살아움직여 변이 생길것 같아서였다.
룡상이 다 만들어졌다는 전갈을 받고 왕이 와보니 정말 희한하였는데 룡의 눈에 보석을 박아넣지 않은지라 왜 눈이 없는가고 물었다.
석공은 눈을 박아넣으면 산 룡이 되여 불을 뿜으며 하늘로 올라갈것 같아 해넣지 않았다고 아뢰였다.
임금은 석공의 말을 들어보고 일리가 있는것 같으면서도 잘 납득이 가지 않았다. 더구나 자기를 어리석게 보고 거짓소리를 하는것 같아 《지금껏 룡상이 하늘로 올라갔다는 소리는 처음 듣노라. 눈없는 룡상이라는것은 임금의 눈이 먼것이나 다를바 없다는것이니 불칙무도하도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석공은 미련한 왕을 골려줄 심산으로 말하기를 《눈을 박아넣기는 어렵지 않으나 임금님께서 산 룡을 탔다가 탈이 생길가봐 소인이 감히 산 룡을 만들지 않았소이다. 이제 눈을 박아 봅시다.》라고 하였다.
룡이라는게 천지조화를 다 부리는 신령같은 명물인지라 왕은 그제야 겁이 났던지 석공에게 묻기를 《이 사람, 룡도 룡상에 앉은 임금을 알아보겠지?》라고 하였다.
석공은 《예, 그런가 봅니다.》라고 대답하고나서 덧붙여 《원래 룡상은 바다의 룡왕만이 앉는 왕좌인가 봅니다. 그런데 땅우에 사는 임금이 룡상우에 앉으면 룡이 놀라 하늘로 올라갈가봐서 눈을 박아넣지 않았나이다.》라고 말하였다.
임금은 룡상에 눈을 해넣으면 산 룡이 된다니 거기에 앉았다가 무슨 변이 생길지 알수 없는지라 끝내는 《이 룡상을 바다에 띄워 룡왕이 가져가도록 하라!》고 어명을 내렸다고 한다.
그후부터 민간에는 룡상에 대한 이야기가 전하여지게 되였는데 신통히도 민심을 반영하여선지 어리석은자가 왕이 되여 룡상에 오르면 인차 쫓겨났다고 한다.
이처럼 재담은 룡상에 대한 이야기를 통하여 어리석은 왕을 은유적으로 조소하고있으며 현명한 사람이 임금이 되여주기를 바라는 백성들의 뜻을 담고있다.
가짜점쟁이에게 상을 하사하다
이 이야기는 임금이 왕실에서 잃어버린 옥대를 찾아낸 총각에게 의심을 품고 그를 다시한번 시험해보았으나 우연히 내뱉은 말한마디로 알아맞추자 그에게 상까지 하사하는 내용의 해학적인 풍자재담이다.
재담의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옛날 한 동네에 소꿉시절부터 친한 두 동무가 있었다.
한 아이의 이름은 《돌》이고 다른 아이의 이름은 《두타비》라고 불렀다. 그들은 신분은 서로 달랐으나 어른이 되여서도 친분이 두터웠다.
돌은 량반가정출신인데다가 일찌기 과거를 보고 벼슬길에 나서 재상까지 되였다.
그러나 두타비는 상놈의 자식인지라 벼슬길에는 나서지 못하고 땅을 뚜지며 어렵게 살다가 점치는 법을 배워 그것으로써 살아가려고 하였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던차에 재상이 된 돌이 여러 고을을 순행하다가 고향마을에 와서 두타비를 찾아 회포를 나누게 되고 그 과정에 그가 점쟁이노릇을 한다는것도 알게 되였다.
돌은 소꿉시절동무인 두타비를 돕자면 그가 점을 잘 친다는 소문을 내여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게 하는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그와 약속하여 계교를 꾸미였다. 그것인즉 자기가 타고 다니던 말을 누가 훔쳐갔다고 소문을 내고 두타비가 점을 쳐서 그것을 알아맞추게 하는것이였다.
다음날 재상이 타고 다니던 말이 없어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재상과 그 고을관리들은 말을 가지고있는 사람들을 모두 불러내여 확인하는 한편 점쟁이를 불러내여 점을 치게 하였다.
이때 두타비가 나타나 점을 쳐보겠노라고 하고 점괘를 돌이 대준대로 엮어댔다.
《백마는 동문밖 도랑골 열네번째 소나무에 매여있겠노라.》
그리고는 관원들이 빨리 가서 도적이 요기를 하고 떠나기 전에 찾아오도록 하라고 일렀다.
원의 령을 받고 아전들이 달려가보니 정말 재상이 타고 다니던 말이 그 소나무에 매여있었다. 그래서 한 아전이 말을 끌어다 재상에게 바치면서 그 점쟁이가 신통히도 알아맞추었다고 알리였다.
고을원도 재상의 말을 찾은데 대하여 기뻐하며 점쟁이를 칭찬하고 보수를 후하게 치르어주었다.
그후로 고을원과 관원들이 모일 때마다 그 이야기가 오고가는통에 천하에 유명한 점쟁이는 두타비이라는 소문이 퍼져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게 되였다.
말을 찾아낸 유명한 점쟁이에 대한 소문은 퍼지고 퍼져 나중에는 왕의 귀에까지 이르게 되였다.
그때에 왕실에서는 왕이 룡포우에 띠는 옥대(허리띠)를 잃어버린 사건이 있었다. 왕궁시중관리들은 궁녀들과 내통한 관리나 도적패당들의 작간이라고 짐작하고 왕궁을 발칵 뒤지며 서로 의심을 하였다.
왕은 울적한 기분을 털어버리려고 생각을 굴리다가 점괘가 유명하다는 두타비생각이 떠올라 당장 그를 데려오라고 말과 여러명의 관리들을 파하였다.
두타비는 그들로부터 이야기를 다 듣고 할수없이 말잔등에 오르면서 《불가설(알수 없는 일)이라.》 하고 시름겹게 뇌이였다.
그런데 그 련락온 관리들중에는 옥대를 훔친 도적이 보낸 렴탐군이 있었다. 도적두목의 이름은 《불개》이고 벼슬은 《서리》였다.
렴탐군은 유명한 점쟁이 두타비가 하는 《불가설이라》는 말을 《불개서리이라》로 잘못 듣고 벌써 도적의 이름과 직분까지 알고있다고 생각하고 왕궁밖의 객주집에서 두타비가 쉬고있는 사이에 도적두목에게 달려가 알리였다.
두목은 이젠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는지라 그길로 금붙이를 안고 두타비앞에 나타나 용서를 빌며 옥대를 바치겠으니 제발 이름만 발설하지 말아달라고 애걸하였다.
두타비는 그놈을 꿇어앉혀놓고는 엄하게 말하였다.
《네 소행을 봐서는 용서치 못하겠지만 너의 정상이 가긍하여 청을 들어주겠으니 당장 옥대를 대궐서쪽 돌각담아래에 가져다 숨겨두라.》
다음날 아침 관리들이 나타나 가마에 두타비를 태워 왕궁으로 갔다.
왕은 두타비에게 자기의 옥대를 어느 놈이 훔쳐갔는지 그 행처를 맞춰보라고 하였다.
두타비는 왕앞에 꿇어앉아 옥대는 대궐서쪽 돌각담속에 감추어져있으니 이제라도 당장 찾아올수 있다고 아뢰였다. 왕은 그곳에 궁중관리를 보내여 옥대를 찾아오게 하였다.
관리가 옥대를 가져오자 왕은 신통하다고 두타비를 칭찬하면서도 혹시 옥대를 훔친 도적과 내통할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하고 한번 더 시험해보기로 작정하였다. 그래서 후원을 거닐다가 내시를 시켜 큰 돌로 두꺼비 한마리를 지질러놓게 하고 궁실에 들어왔다.
그리고는 두타비를 불러 《방금 내가 밖에 나갔다가 무엇을 하였는지 알아맞춰봐라.》 하고 물었다.
두타비는 이제는 영낙없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아이구, 돌때문에 두타비가 죽는구나!》 하고 한탄하였다.
그 소리를 들은 왕은 돌에 지질려 두꺼비가 죽는다는 소리인줄 알고 신통히도 알아맞힌다며 크게 감탄하였다. 그리고는 옥대를 찾아준 대가로 금품과 함께 수백냥의 은전을 상으로 하사하였다.
이렇게 되여 두타비는 점쟁이로 더 유명해지게 되였다.
특히 재담에서는 엇비슷한 동음어에 의한 오해의 수법을 능숙하게 활용하여 재치있게 이야기를 꾸밈으로써 거짓점쟁이를 유명한 《재사》로 만들어놓을수 있었다.
하기에 이 설화는 어리석은자들을 통쾌하게 골려주는 풍자재담으로서의 양상을 훌륭하게 살려낸 인민창작유산이라고 평가해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