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18

 

김정일동지와 야조브사이의 이야기는 아침 7시가 지나서 즉 심철범이 최고사령관동지의 새 명령을 받고 돌아가서 작전회의를 끝마칠 때까지 계속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먼저 운전사가 가져다놓은 밥보자기를 잔디밭우에 펼쳐놓으시였다.

이 나라 녀인들이 흔히 쓰는 면천으로 된 꽃보자기안에 미농지로 싼것을 벗기고 다음은 엷은 비닐포장지를 벗기자 절인 양배추잎으로 싼 주먹만큼씩한 밥덩이 몇개가 나왔다.

《나에게는 어제 저녁식사이자 오늘 아침식사입니다. 허허… 자.》

장군님께서는 줴기밥 한덩이를 야조브에게 집어주며 먼저 권하시였다.

야조브는 얼른 받을념을 안하고 두팔을 벌려보이며 어깨를 으쓱했다. 이 나라에 와서 들은 전설같은 이야기속에는 《쪽잠》과 《줴기밥》에 대한것도 있었다.

그는 방금전에 그 《쪽잠》을 보았고 지금은 《줴기밥》을 실지로 눈앞에 보게 되였다. 야릇한 충격이 그의 온몸을 훈풍처럼 휩쌌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가 음식이 눈에 설어 그러는줄 알고 《아, 이건 줴기밥이라고 하는건데》하고 설명하시였다. 《밥곽이란 무엇인지 모르고 살던 시기 가난한 우리 조상들이 길량식으로 밥을 뭉그려서 주먹처럼 만들어 가랑잎이나 깨잎에 싸가지고 다니면서 먹던것인데 소로는 된장이나 소금을 넣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김으로 싸기도 하고 이렇게 절인 양배추잎으로도 싸며 무우오가리 절인것을 속으로 넣고있습니다. 그러나 옛날과 별반 다른것은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줴기밥은 줴기밥이니까요.》

《그런데 김정일동지께서도 이런 음식을 드시다니… 이미 말은 들었습니다만 정작 눈앞에 당하고보니 뭐라고 해야 할지…》

야조브는 젖은 목소리로 말하며 눈을 슴벅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어째서 그럽니까? 보긴 이래도 맛이 있습니다. 어서 잡수어보십시오.》라고 하시며 자신부터 한입 떼시였다. 저으기 허기를 느끼고계시던 참이였다.

야조브도 한입 물었다. 찰기가 있는 음식을 먹는데 서툰 이 이국손님은 손과 입가에 온통 밥알을 발라놓았다.

《하하하!》

《허허… 허허!》

허물없이 마주 웃으며 음식을 나누시였다.

줴기밥 한개를 다 드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손수건을 꺼내 입과 손을 씻은 다음 잠시 그 어떤 감회에 잠겼다가 말씀하시였다.

《수령님께서는 인민들이 조밥을 먹을 때에는 우리도 조밥을 먹어야 한다시며 늘 식생활을 소박하고 검소하게 하시였습니다. 그렇기때문에 나는 어렸을 때부터 어렵고 수수하게 살다보니 식찬으로 다른 반찬보다 무우오가리를 많이 하였습니다. 점심밥을 쌀 때에도 밥곽 한구석에 늘 무우오가리를 넣군 하였습니다. 사람들이 식생활에서 같은것을 계속 먹으면 물리게 되는데 나는 그래도 무우오가리를 많이 먹고 자랐습니다.》

야조브는 《잠간 실례하겠습니다.》 하더니 원수복 안주머니에서 자그마한 수첩과 원주필을 꺼내들었다. 《제가 좀 적겠습니다. 나이가 들다보니 기억력이 이전과 같지 못합니다. 귀국의 그 어느 책에서도 보지 못했고 그 누구에게서도 듣지 못했던 이야기입니다.》

《그럴것입니다. 나는 자신의 생활에 대하여 이야기하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또 할 시간도 별로 없구요. 나이많으신 분하고 마주 앉고보니 불쑥 지난날이 생각나서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적을것까지는 없습니다.》

《아니지요. 당신에 대하여 저자신을 포함해서 외국사람들은 너무도 모르는것이 많습니다. 귀국에 와서 들은 모든 이야기들은 금문자로 새겨야 할 귀중한 기록으로 되여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몇개 안되는 줴기밥은 보자기우에 그대로 놓여있었다. 밥내를 맡은 개미들이 때를 만난듯이 거기에 새까맣게 달라붙고있었다. 몇마리의 개미는 야조브의 손등을 타고 소매자락으로 기여들었는데 그놈들중 몇마리가 따끔할 정도로 팔을 깨물었다. 개미들은 김정일동지의 팔소매에도 기여들고있었는데 그 버르장머리없는 놈들중의 한놈이 그이의 팔을 깨물었는지 그이께서는 말씀하시던중 팔을 탁 하고 치더니 소매자락속으로 손을 넣어 왕개미 한마리를 잡아내여 멀리 던져버리시였다.

그이의 이 동작은 야조브로 하여금 줴기밥을 처음 보았을 때 느꼈던 야릇한 충격을 또다시 느끼게 하였고 이 나라 인민들이 하늘처럼 숭상하며 신격화하고있는 강철의 령장이 아니라 자기의 고향 야꼬브촌의 풀밭에 앉아 소시적의 벗들과 더불어 이야기를 나누고있는듯 한감을 느끼게 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이러한 심정을 알아차리신듯 매우 친근한 어조로 더욱 의미깊은 이야기를 꺼내놓으시는것이였다.

《우리 수령님께서와 어머님께서는 언제나 생활을 수수하게 하시면서 나에게도 그렇게 생활하도록 늘 가르치군 하시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어릴적부터 변변한 신발과 옷이 없이 생활하는데 습관되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질좋은 구두와 옷을 자주 바꾸어신고 입고하였지만 나는 신발 한컬레를 가지고 몇년씩 신군 하였고 옷도 한벌을 가지고 여러해 입군 하였습니다. 옷 한벌을 가지고 오래 입느라면 바지의 엉치부위가 닳아서 꿰지기도 하였습니다. 밖에 나갔다가 바지가 꿰지면 들고다니던 가방으로 꿰진 부위를 가리우고  집으로 돌아온  때도 있었습니다.》

야조브는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고 이따금 끄덕이면서 《어…어!》하고 취한듯 한 소리를 내고있었다.

그는 깊은 상념에 빠져들고있었다.

말몰이군소년시절 자기의 깁고기운 바지며 왈렌끼 한컬레로 발이 커져서 더 들어갈수 없게 될 때까지 쑤셔신던 그 가난을 눈앞에 그려보았던것이다. 그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나는 쏘련에서도 가장 빈곤한 벽촌의 이름없는 농군의 아들이라면 이분은, 나의 앞에 앉아계시는 바로 이분은 반세기전부터 국가수반의 아들로 생활해왔고 벌써 오래전에 후계자로 지목되여오신분이시다.  지금 하시는 말씀 그것만으로도 이분은 얼마나 위대한 인간이신가!

그가 알고있건대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신의 기쁨은 인민들의 행복속에 있다고 하신다. 그이는 인민들이 행복하게 살수만 있다면 그 무엇도 아끼지 않으신다. 지금 매일과 같이 군대와 공장, 기업소를 비롯한 여러 부문을 찾아다니시는것도 다 인민의 행복을 위해서이다. 현지지도로 날과 날을 보내기때문에 어느 하루도 편안하게 잠을 자보지 못하신다. 그이께서 잠을 자는것은 현지지도길의 자동차안에서 잠간 눈을 붙이시는것뿐이다. 이제는 그것에 습관되여 오히려 침대에서 자는것이 불편하다고 하신다. 자동차안에서 조금 자는것이 제일 단잠이고 쉬는 때이며 그것이 휴식의 전부이시다. 그러나 그것을 고생으로 생각하신적이 없으며 오히려 거기에서 긍지와 보람을 느끼군 하신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끼니를 번져가며 일을 하시다가도 인민들이 잘살게 되였다는 말을 들으시면 피곤도 한시에 사라지고 힘이 솟는다고 하신다.

야조브는 이러한 생각을 하며 여전히 상념속에 잠겨있었다. 인민들이야 어떻든 별장짓기, 자동차바꾸기놀음에 여념이 없던 이전 쏘련의 력대의 집권자들, 미국에서 얻어입은 승냥이털외투를 걸치고 으시대던 무능한, 뭇사람들이 그처럼 저주하여마지 않는 남조선괴뢰에게서 딸라를 뢰물로 받아 감추었던 도덕적저렬한… 바로 이들때문에 레닌, 쓰딸린당이 인민들로부터 고립되고 배척을 받아 하루아침에 망하지 않았던가.

오, 고대로마가 망한것은 덕이 부패했기때문이거늘! 하고 야조브는 마음속에 써넣었던 오늘 일기의 구절을 되뇌이였다.

그러자 덕의 화신이신 김정일동지께서 령도하시는 조선은 절대로 무너지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더욱 굳게 가지게 되는것이였다.

야조브는 문득 물었다.

김정일동지, 어째서 귀국에서는 아직 당과 국가의 공직을 비워두고있습니까?》

《…》

김정일동지께서는 인차 응답을 안하시였다.

이 아침 바쁜 시간을 내시여 그와 마주 앉기로 한것은 그에게 말할것을 말해주어야 할 때가 되였다고 보시였기때문이다.

야조브가 우리 나라에 온지도 시일이 흘렀다. 운명의 기로에서 자총까지 결심했던 그는 우리 나라 현실에서 사회주의에 대한 신심과 락관을 가지게 되였다.

그를 동행했던 심철범이나 다른 일군들의 보고자료를 통해 그 사실을 료해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시간을 내여 자신이 직접 우리 나라 사회주의가 지금은 일시적으로 고난을 겪고있지만 앞으로 승승장구하리라는데 대해 이야기해주기로 결심하셨던것이다. 그런데 화제가 뜻밖에 달리 돌아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질문을 받은 이상 대답을 피할수 없으시였다.

《나는 언젠가 학생시절에…》 그이께서는 이렇게 말꼭지를 뗴시였다.

《이딸리아의 작가 캄파넬라가 1600년대에 감옥생활을 하면서 창작한 공상소설 〈태양의 도시〉를 읽은적이 있습니다.

칼 맑스가 활동하기 250여년전에 벌써 캄파넬라는 소설에서 놀랍게도 사회주의사회의 면모와 그 사회에 살게 될 인간관계를 과학적공산주의에 거의 근사하게 그려냈습니다. 나는 소설이 달성한 사상예술적높이에 심취되였댔습니다. 나에게 있어서 사회주의는 어릴 때부터 확고부동한것이였습니다. 좀 걷지 않겠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바지를 털며 자리에서 먼저 일어서시였다.

《예, 좋습니다.》 하고 야조브도 따라 일어서려고 몸을 일구다가 비칠하였다. 역시 나이는 나이였다. 오래 앉아있었던탓에 오금을 인차 펴기가 힘들었던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겨드랑이를 끼고 일으켜세워준 다음 바지에 묻은 잔디풀을 털어주시였다.

큰 도로에 나서서 동명왕릉쪽으로 발걸음을 떼시였다. 첫 새벽이여서 인적 하나없이 고요하였다. 어데선가 피여난 안개가 도로우에서 늠실거리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야조브와 나란히 걸으면서 이야기를 이으시였다.

《동유럽나라사태를 계기로 사회주의에 대한 영상이 흐려졌지만 나는 우리 수령님께서 서거하신 후 〈사회주의는 과학이다〉라는 론문을 발표하여 자신이 사회주의자라는것을 세상에 다시한번 선포하였습니다. 사회주의는 그 리념으로만이 아니라 동지와 집단을 위하여 자기의 모든것을 다 바치는 도덕의리로 하여 더욱 매혹적인것입니다. 내가 우리 사람들에게 늘 말하고있지만 사회주의자의 도덕의리적풍모에서 제일 중요한것이 혁명선배 특히 수령에 대한 충성심입니다. 수령님께서 우리곁을 떠나셨으니 당과 국가지도기관을 새로 구성하는 추대사업을 빨리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의견들이 우리 사람들속에서도 제기되지만 나는 결코 그렇게 할수 없으며 또 그렇게 할 필요를 느끼지 않습니다. 선대수령을 높이 받들어모시는 숭고한 도덕관의 견지에서 보아도 그렇게 할수 없습니다.》

《예, 그렇지요!》

야조브는 대번에 모든것이 리해되는듯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더 이야기하고싶은 충동을 느끼시였다. 도덕적으로 저렬한 인간은 사회주의자로 될수 없다는것, 도덕적타락이 사회주의의 숭고한 리념을 버리게 하고 배신과 변절에로 이어지게 한다는것을 말해주고싶으시였다.

야조브의 자총사건만 보아도 그러했다. 그것은 사회주의리념에 대한 회의, 불신, 좌절이기전에 그자신이 이미 느끼고있는것처럼 사회주의를 위해 피를 뿌리고 쓰러진 선렬들에 대한 변절이며 배신이다.

그것은 리념에 대한 배신이기전에 도덕의리적저렬성, 타락을 의미하는것이다.

바로 야조브에게 이것을 인식시키고 도덕의리적으로 재생시키며 나아가서 사회주의리념의 절대적인 신봉자, 선전자, 관철자로 되게 하여 쏘련의 재생운동에 적극 나서도록 해주고싶으시였다.

그이의 눈앞으로는 사회주의의 영상을 흐리게 하고 사회주의자들의 얼굴에 먹칠을 한 도덕적저렬한들, 배신자들의 검은 얼굴들이 유령처럼 흘러갔다. 그러나 그들에 대하여 상기시킨다는것은 무의미한 일이였다. 야조브자신이 너무도 잘 알테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생각에 잠기시였다. 그이의 눈앞에 한 인간의 모습이 떠올랐다. 창백한 얼굴에 꿀발린 구변으로 인기를 그러모았던 인간, 간계와 요사, 뱀과도 같은 랭혹성으로 선대수령을 등치고 간빼먹으려 우롱했던 도덕적저렬한… 혁명활동의 첫  시기에 쏘련공산당력사, 로동계급의 100년사상사를 연구분석하시는 과정에 증오로 가슴을 끓게 했던 인간이였다.

그 인간은 다름아닌 레닌이 락인한바있는 《유다》ㅡ뜨로쯔끼였다.

청년시절 뜨로쯔끼는 로동운동에 얼굴을 내밀었다가 인차 짜리당국에 체포되여 씨비리류형을 언도받게 되였다. 그전부터 레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온 그는 류형지에서 탈출에 성공하자 레닌을 찾아 런던으로 갔다.

1902년 뜨로쯔끼는 런던에서 새로운 창당준비에 여념이 없던 레닌의 접견을 받았다.

25살의 한창 나이이지만 피골이 상접하고 생기라고는 그 어디에도 찾아볼수 없는데다가 당장 입마저 건사할 처지가 못되는 뜨로쯔끼를 만난 레닌은 의사소통보다 동정이 앞서 자기의 소지품을 팔아 얼마간의 용돈도 쥐여주고 거처지도 알선해주었다.

당시 레닌도 망명생활을 하는 처지에서 맹물에 빵 한쪼각으로 끼니를 에우거나 그것마저 번지는 때가 많았다.

따뜻한 인정미에 감복이 된 뜨로쯔끼는 그날 밤 《영원한 충성》을 맹세했다.

레닌은 동상자리가 아물지 않은 그의 손을 어루만져주면서 로씨야혁명의 성격과 사명, 당창건준비와 관련한 구상을 하나하나 일깨워주고 함께 일하자고 하였다.

뜨로쯔끼는 감동한 나머지 레닌의 품에 안겨 울면서 《가장 현명한 스승이며 은인인 친형님》을 만났다고 하였다.

그 이튿날부터 뜨로쯔끼는 레닌을 도와 밤낮으로 혁명적출판물발간에 열중하였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는 능란한 언변으로 런던에 망명하여온 로씨야운동가들과 맑스주의신봉자들에게 레닌의 위대성을 선전하였다. 출판물에 발표되는 그의 글과 연단들에서 하는 연설들은 처음 기회주의자들을 아연케 하였다.

기회주의자들은 남달리 언변이 좋은 뜨로쯔끼에게 자기들편에 넘어오면 새로 조직하게 될 당의 지도자로 추천하겠다고 유혹하였다.

수령에 대한 충실성이냐 아니면 직위냐 하는 갈림길에서 그는 배신의 길을 택하였다.

1903년 로씨야사회민주로동당 제2차대회에서 뜨로쯔끼는 어제날의 스승이며 은인인 레닌을 배반하고 멘쉐위크편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성숙된 혁명정세를 정확히 타산한, 레닌의 위업이 승리적인것으로 확정된 1917년 7월 뜨로쯔끼는 다시 레닌을 찾아갔다.

《레닌동지, 저의 어리석음과 잘못을 용서해주실수만 있다면 잊을수 없는 런던의 그 밤처럼 다시한번 은혜로운 그 손길을 저에게 주십시오.》

뜨로쯔끼의 얼굴에서는 죄책의 눈물이 비오듯 흘러내렸다. 혁명의 결정적시각을 앞두고 레닌은 또다시 그에게 공산주의자로서의 아량과 믿음을 베풀었다. 그는 볼쉐위크당에 들어오게 되였고 그후 당과 국가의 중책을 맡게 되였다.

그러나 그에게는 자기의 훌륭한 언변을 황홀하게 쳐다보는 군중들을 볼 때마다 일시 숨죽였던 직위욕이 기름에 달린 불길처럼 타올랐다. 게다가 레닌이 병상에 들무렵 자기의 후계자로 10월혁명의 공로자이며 원칙성이 강한 쓰딸린을 지목하게 되자 배신자는 마침내 분별을 잃고 반레닌, 반쓰딸린, 반혁명책동을 광신적으로 벌리기 시작했다. 배신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레닌의 프로레타리아독재와 사회주의건설에 대한 리론이 불가능하다고 궤변을 늘어놓았다.

레닌은 림종전야에 뜨로쯔끼에 대하여 이런 말을 하였다.

《뜨로쯔끼의 본명은 원래 부른스타인이였다. 나는 여기서 세번째이름을 달아주려고 한다. 그는 유다 뜨로쯔끼이다.》

쓰딸린은 레닌의 서거후 뜨로쯔끼에 대한 매장을 당의 과업으로 선포하고 원칙적인 투쟁으로 그를 출당시키고 국내에서 추방하였다.

악랄한 배신자는 그후 서유럽자본주의나라들에 가서는 도망간 민족주의자들, 맑스ㅡ레닌주의 변절자들, 기회주의자들을 규합하여 이른바 《제4국제당》이라는것을 조직하고 로씨야혁명의 승리를 확대하기 위한 로동계급의 투쟁에 도전하여나섰다.

하여 그는 1940년 외국에서 죽은 후에도 사람들로부터 《국제반동》, 《세계적으로 공산주의망신을 시킨 추악한 배신자》라는 락인을 영원히 벗을수 없었다.

그는 가짜공산주의자, 사회주의배신자로서 공산주의도덕의 파괴자로 악명을 떨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기억을 더듬지 않아도 날자와 지명, 이름들이 바로 어제일처럼 생동하게 펼쳐지시였다. 그러자 그이의 눈빛은 증오로 불탔다.

쓰딸린을 헐뜯다못해 그의 시신마저 불사른 흐루쑈브, 자기를 키워주고 후계자로까지 내세워준 호네케르의 발뒤축을 물어메친 민주도이췰란드의 공청 제1비서 예곤 크렌츠, 자기에게 당과 국가의 중책을 맡겨준 지도자에게 총부리를 돌리고 처형하는 악형까지 저지른 로므니아사회주의배신자들, 그들이 사회주의지붕을 쓰고있었던탓에 인류의 면전에서 사회주의에 대한 영상은 흐려질대로 흐려지고 사회주의도덕은 이그러질대로 이그러졌다. 평양에 왔던 문익환이라는 남조선의 목사는 사회주의배신자들때문에 사회주의영상이 흐려질대로 흐려졌는데 이렇게 훌륭하고 아름다운 우리 공화국을 사회주의나라라고 부르지 않는것이 어떤가고까지 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침묵에 잠기시였다. 참을수 없는 증오가 비낀 그이의 얼굴에는 아침의 붉은 노을이 불길처럼 타오르고있었다.

이윽고 좀 긴장된듯 한 어조로 그러나 근엄하게 말씀하시였다.

《우리는 사회주의자들이야말로 가장 훌륭하고 가장 고상한 도덕의 인간들이라는것을 세계의 면전에 보여줄것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추대사업을 뒤로 미루는 리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만 합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야조브의 의사를 묻지 않고 갑자기 화제를 돌려 기본문제를 제기하시였다.

《우리 나라에서 사회주의가 어떻게 되겠는가? 망하겠는가? 안망하겠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야조브는 자기자신의 운명과 직접 관련된 문제, 조선의 사회주의가 어떻게 되겠는가 하는 문제에 대한 대답을 다른 누가 아니라 사회주의조선의 권위와 존엄을 대표하고계시는 바로 그분에게서 듣게 되였다는것을 의식하면서도 얼른 그 화제에 끌려들지 못했다.

선대수령과 후계자사이의 국가관직에 대한 교대 하나를 두고도 그토록 깊이 생각하시는 그 위인적모습이 오를수 없는 산악처럼 앞을 막아서 숨이 가쁠 지경이였다. 지금도 그의 눈에 비낀 김정일지의 모습은 서방이 말하는 적앞에 무자비하고 강인담대한 령장이기전에 가장 고상하고 가장 숭고하며 특출한 덕과 인간애를 지닌 위대한 인간의 모습이였다.

오, 덕의 나라 조선은 불패하리라! 야조브는 이렇게 마음속으로 웨치였다.

물론 야조브는 김정일동지와 그이께서 령도하시는 사회주의조선의 불패의 요인이 덕 하나에만 있지 않다는것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김정일동지의 덕이 너무도 위대하고 너무도 숭고한것이여서 다른것을 살펴볼 계제가 못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에게 생각할 여유를 주시려고 말없이 앞서 걷고계시였다.

그이의 뒤를 야조브가 따르고 야조브의 뒤에 몇걸음 떨어져 통역이 마치 따로 가는 사람처럼 걷고있었다.

이윽고 걸음을 멈추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야조브가 다가오기를 기다려서 《우리 나라 시조왕들가운데는 리성계라는 왕도 있었습니다. 력사에 끼친 오욕으로 하여 인민의 버림을 받은 왕이지만 한마디만은 교훈담을 남기였습니다. 그 이야기인즉…》하고 한토막의 우리 나라 력사이야기를 하시였다.

어느날 리성계는 왕위를 넘겨줄 아들 리방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아버지는 진실로 하늘의 뜻이 있어 왕이 되였습니까?》

아들의 물음에 리성계는 《나를 왕위에 올려세운것은 하늘이 아니라 나를 따른 군사들이다.》라고 말하였다.

리성계는 악인이지만 력사의 교훈을 말했다.

력사의 교훈이 말해주는것처럼 총대를 누가 쥐는가에 따라 나라의 흥망이 좌우된다.

혁명에서 기본이 주권문제라면 그것이 태여나는 근원은 선거를 통해 이루어진 의회가 아니라 명실공히 군대, 총대였다. 동서방의 어느 나라, 어느 시기에 세워졌던 국가제도치고 총대신세를 지지 않고 태여난것이 없다.

이전 동유럽나라들에 세워졌던 쏘베트정권들도 총대의 울부짖음의 산물이였고 아시아와 아프리카나라들의 독립도 총포성의 뒤끝에 이루어진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총대의 이러한 철학, 총대의 이러한 원리를 이야기하고나서 말씀을 이으시였다.

《나는 80년대중엽에 벌써 몇해 못가서 쏘련이 해체될것이라는것을 내다보았습니다. 나는 쏘련당에서 군대의 비사상화를 결정하자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28차당대회에서였던가요?》

《예, 그렇습니다.》

야조브가 얼른 대답올렸다.

《그 당대회의 결정을 원수동지는 끝까지 반대하였지요. 그후 최고쏘베트 대의원대회에서 군대에 대한 당의 령도를 포기할데 대한 법안을 반대하다가 퇴장까지 당했던가요?》

《예, 그렇습니다.》

이번에도 그는 얼른 대답올렸다. 야조브는 그이께서 자기를 리해해주시는데 대하여 눈물이 나도록 고마왔고 당시 쏘련당과 국가의 내부형편을 환히 꿰뚫고계시는데 대하여 경탄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 그것을 어떻게 다?…》

야조브가 떠듬거렸다.

《우리는 그때 쏘련을 매일과 같이 주시하고있었습니다. 이웃집이 무너지는데 어찌 무관심할수 있었겠습니까. 우리 나라 속담에 이웃사촌이란 말이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쏘련의 해체를 막아내지 못한 국방상으로서 면목은 없습니다만 저는 지금 김정일동지의 리해를 받고있으니 행복합니다.》

《그렇다니 됐습니다. 좀 더 이야기를 합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손목시계를 들여다보고나서 야조브를 바라보시였다.

《줴기밥을 들지 않던데 시장하지 않습니까?》

야조브는 《일없습니다.》《일없습니다.》하고 황망히 곱씹고나서 그이를 미안한 눈길로 마주보았다.

《오히려 김정일동지께서…》

《저도 일없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동명왕릉쪽으로 향하던 걸음을 돌려 도로에 서있는 자동차쪽으로 향하시였다. 멀리 자동차곁에서는 운전사가 이쪽을 애타게 바라보고있었다.

《그때 우리의 많은 사람들이…》하고 김정일동지께서는 말씀을 이으시였다.

《쏘련의 군부, 붉은군대에 기대를 걸고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군부를 주동으로 국가비상사태위원회가 조직되자 일이 바로 잡혀지리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것도 믿지 않았습니다. 사상적으로 무장해제당한 군대에게 쥐여진 총대란 한갖 막대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나의 견해가 그런 결론을 내리게 하였습니다. 나는 원수동지에 앞서 우리 나라를 방문한 당시 국가비상사태위원회를 주도한 크르츄꼬브동지를 만났는데 그의 말을 듣고 그때 내가 옳게 예견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이전 쏘련국가안전위원회 위원장이였던 크르츄꼬브는 고르바쵸브가 사회주의를 허물어버릴 목적으로 《자유화》바람을 일구면서 정권이 의지하고있는 마지막보루인 붉은군대에 《비사상화》를 정책으로 선포할 때까지만도 그것이 초래할 파국적인 후과를 내다보지 못하였다.

고르바쵸브는 군대에 법만 준수하면 된다고 력설하였다. 붉은군대안에 종교가 퍼지고 방탕과 무질서가 만연될무렵 크르츄꼬브는 불안감을 느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고르바쵸브는 붉은군대가 더는 사회주의정권을 지킬 사상의지가 없어지기를 기다려 쏘련의 해체를 정식 표명하였다.

1991년 8월 크르츄꼬브는 국가의 안전을 담당한 자기의 본분으로부터 쏘련의 해체를 막기 위해 부대통령과 국방상인 야조브를 비롯한 군부의 상층인물들의 동의를 얻어 그들과 함께 국가비상사태위원회를 조직하고 6개월을 기간으로 전국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였다.

그는 비상사태를 선포하는것과 함께 국가안전위원회 위원장의 권한으로 크릠반도에 가있던 배신자 고르바쵸브를 체포하였다.

그를 주축으로 하는 국가비상사태위원회는 붉은군대부대들에도 쏘련의 운명이 경각에 이르렀음을 알리고 정권을 수호할데 대한 지시를 떨구었다. 그러나 사상적으로 부패되여 쏘베트정권을 지킬 능력을 상실한 붉은군대 장병들은 그 지시에 별로 놀라지도 않았고 조국의 운명에 대하여 가슴아파하지도 않았다. 단지 모스크바교외에 주둔했던 몇개 구분대가 국가비상사태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동원되였으나 그들에게는 사정을 보지 않고 배신자들을 쏴제낄 의지가 없었다. 그들에게는 고르바쵸브가 어디까지나 헌법에 따라 선출된 《대통령》이였던것이다.

붉은군대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을수 없었던 비상사태위원회는 맥을 놓고 고르바쵸브에게 경거망동을 부리지 말라고 충고를 준후 배신자를 3일만에 석방하면서 국가비상사태위원회를 해체하였다.

고르바쵸브는 석방되기 바쁘게 이미 바보로 되여버린 군대를 선동하고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권한으로 비상사태위원회 성원들을 거꾸로 체포하여 감옥에 가두었다. 그로부터 며칠후인 12월 25일 크레믈리대회당지붕우에 꽂혀있던 붉은기는 내리워지고 사회주의이름과 함께 쏘련은 해체되여 쏘베트정권은 말그대로 바람처럼 사라져버렸다.

《나는 이전 쏘련의 국가비상사태위원회의 경험과 쓰라린 교훈을 분석하면서…》하고 김정일동지께서는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국가정치를 실현하는 힘은 본질에 있어서 군사이고 군사의 뒤받침이 없는 정권은 바람앞에 선 초불이나 같다는 철의 진리를 다시금 절감하였습니다.

정치에서 국사중의 국사가 군사라는것이 흘러온 력사와 복잡다단한 오늘의 현 정세가 보여주고있는 피의 교훈이고 진리입니다. 정치이자 힘이고 정치의 모자를 벗기면 군사입니다!》

야조브는 그 말씀을 뼈아픈 자책속에 듣고있었다.

그자신이 크르츄꼬브와 함께 철직을 당한채 1년간에 걸치는 옥고를 치르고나서 찾은 피의 교훈이였기때문이였다.

그는 괴로운 심정을 털어버리며 김정일동지께 말씀드렸다.

《저는 귀국에 와서 지내는 기간 존경하는 당신께서 군대를 틀어쥐고 나의 희망의 등대인 귀국의 사회주의를 지켜내고있다는것을 알게 되였습니다.

내가 보건대 당신의 정치는 총대정치입니다. 틀린다면 용서하십시오.》

《아니, 옳게 말했습니다. 그러나 인류정치사에는 군사를 중시하는 정치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총대, 다시말하여 군대를 정치의 수단으로 삼았다면 우리는 총대 그자체를 정치로, 광범한 군인대중을 정치의 주체로 보고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군대이자 당이고 국가이고 인민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군대는 우리 혁명의 기본기둥입니다. 바로 여기에 우리가 틀어쥐고나가는 총대정치의 새로운 본질이 있는것입니다.》

《새로운 본질이라구요?!》

《그렇습니다. 바로 군대를 정치의 주체, 정치를 주도해나가는 기본세력으로 보기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당의 사상, 사회주의사상으로 끊임없이 교양하고있습니다.

이러한 사상으로 무장한 군인들의 총대는 인민의 리익을 침해하는 원쑤들앞에서 절대로 떨리지 않습니다. 설사 앞에 있는것이 부모형제나 친척, 친우라 할지라도 무자비합니다. 세상에 우리 인민군대와 같이 당에 충실하고 국가에 충실하고 인민에게 충실한 군대는 없을것입니다. 그들은 당의 리익, 사회주의국가의 리익, 인민의 리익을 해치는 온갖 원쑤들에게 섬멸적인 반격을 가할것입니다.

우리가 군사를 중시하고 선군을 하는 리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고난의 행군〉을 하면서 새로운 정치방법을 창조하고있습니다. 이제 앞으로 그것을 정식 공포하게 될것입니다.》

《옳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당신께서는 덕과 함께 사회주의를 지켜내는 또 하나의 보검을 가지게 될것입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는 야조브의 눈앞에는 국가비상사태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크레믈리궁전을 포위했던 군대가 총 한방 쏘지 못하고 물러서던 비참한 몰골이 선히 떠올랐다. 군대의 《비사상화》, 《비정치화》가 빚어낸 후과는 얼마나 비극적이였던가. 수백만의 병사들과 핵과 미싸일, 최정예무기로 무장한 레닌, 쓰딸린이 창건한 붉은군대가 어찌하여 그토록 무맥할수 있었던가.

야조브는 김정일동지앞에서 머리를 들수 없었다. 그 모든 책임이 자기에게 있었다.

자신의 가슴에 총구를 대기전에 왜 자기자신은 국방상으로서 병사들의 앞장에서 인민을 배반한 그따위 인간쓰레기를 쏘아넘기지 못했더란 말인가. 그놈들만이라도 쏴갈기였더라면…

그는 어금이를 꽉 깨물었다. 배신자, 변절자들에 대한 증오만이 아닌 자기자신에 대한 혐오감으로 피가 터지게 입술을 깨물었다.

《자, 이젠 기본문제로 돌아갑시다!》하고 말씀하시는 바람에 야조브는 회오의 감정에서 돌아와 김정일동지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망하겠는가, 안망하겠는가?》

김정일동지께서 이렇게 다시 질문을 던져놓고는 야조브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자기자신에게 말씀하듯 결론하시였다.

《우리는 망하지 않습니다. 나는 우리 군대를 자신처럼 믿습니다. 그렇습니다! 나자 그들이고 그들이자 바로 나자신입니다.》

야조브는 응답을 하지 않았다. 이 순간 눈앞에 매우 강한 섬광처럼 번쩍하는 하나의 모습이 비껴갔기때문이였다. 바로 한두시간전 그이의 명령(그렇다. 그것은 이 나라의 당과 국가의 운명이 걸린 매우 무거운 명령이였다.)을 받은 조선인민군의 한 장령이 바지혼솔에 피묻은 붕대를 감은 손을 딱 붙이고 차렷자세를 짓던 모습이였다. 그 모습에서 받은 인상이 지금 김정일동지께서 하신 말씀이 죄다 사실이며 결코 공담이 아니라는것을 증명해주고있었다.

암, 그렇구말구! 야조브는 마음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며 묵묵히 서있었다.

그러나 이때 그가 그 장령이 아니라 자기의 최고사령관의 사상과 의지를 받아들인 군인대중, 한 병사의 모습만이라도 더 볼수 있었다면…

 

×

 

군인들이 궐기모임장으로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벌써 천인지 만인지 모를 정도였는데 그들은 자동차를 타고 혹은 대렬을 지어서 끊임없이 밀려들고있었다. 가까운 작업장들에서뿐아니라 멀리 안변과 회양쪽에서 다 모여오는것 같았다.

남철은 그들앞에  나선  자신을  생각해보았다.  (무슨 말을 할것인가?) 그는 생각했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병사들을 믿고계신다고? 그 믿음에 충성으로 보답하자고?)

그러나 지금까지 수없이 해온 그 말이 적합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말이야 남철이 자기가 아닌들 누가 못하겠는가! 그는 자리를 피해 달아나고싶었다.

어제 심철범장령이 자기를 끌어안고 잔등을 쓸어주었고 리완수가 그 무슨 말인가 하라고 하였을 때 남철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말해야 한다는것을 느꼈다. 그래서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있었다.

남철이는 자기를 토론자들중의 하나로 뽑았을 때 그것을 거절못한것을 후회했다. 그때에는 밤새껏 궁리하면 될줄 알았다. 그러나 토론을 시작해야 할 지금까지도 그는 첫말을 어떻게 떼야 할지 몰랐다. 그의 댓걸음앞에는 장대가 꽂혀있었는데 그끝에 밤송이만 한 마이크가 매달려있었다.

남철에게는 자그마한 그 물건이 당장 터지려는 폭탄처럼 느껴졌다. 그는 두려운 마음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드디여 모임을 집행하는 군관이 토론자들속에 서있는 남철에게로 다가오더니 옷소매를 걷고 손목시계를 가리켜보이며 차례가 다 됐다는것을 알려주고나서 어깨를 두어번 두드려주었다. 남철은 첫번째로 토론하게 되여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등뒤에 서있는 심철범과 리완수, 전호진 등 장령들과 군관들을 얼핏 바라보았다. 그들은 고무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여 집행자가 마이크앞에 나섰다. 그는 마이크를 입김으로 두어번 불어보고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부터 전사 김남철동무가 토론하겠습니다. 그는 동무들과 같이 평범한 전사로서 우리의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일동지를 만나뵙는 영광을 지니였습니다. 그는 오늘 석비레모래를 창안함으로써 우리모두를 기쁘게 해주었습니다. 그러면 전사 김남철동무가 말하겠습니다.》

남철은 집행자의 말을 자기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것처럼 무심히 듣고있었다. 그러나 집행자가 손으로 마이크를 가리키는것을 보자 분주히 주머니를 뒤지며 겁에 질려 어리둥절해졌다. 토론원고는 이미 쓸모없게 된것이였다.

그는 어떻게 마이크앞에 나가섰는지 몰랐다.

그는 첫말을 떼려고 무진 애를 썼다. 그러나 좀체로 생각나지 않았다. 아찔하여 눈을 감았다. 그 순간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의 눈부신 영상이 떠올랐다. 얼마전 그이의 집무실에서 뵙던 모습이였다. 그런데 그이앞에 서있는것은 자기가 아니라 다른 병사라는 착각이 들었다. 그 병사는 남철이 자기로서는 바라볼수 없이 아찔한 높이에 있는 병사였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자기의 목소리가 다른 사람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저는 영웅도 모범군인도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동지들! 그저 평범한 군인이고 병사입니다.》

남철은 이미 흥분상태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밤새 생각해왔고 방금까지 생각해내려고 애쓰던 표현과 문구들이 저절로 머리에 떠올랐다.

《어떤 병사였는가?》하고 남철이 계속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잘해서 선생님들과 부모들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이 다음에 커서 조국을 위해 큰일을 하리라는 희망으로, 그것을 자랑으로 여기며 자랐습니다. 나는 자기의 총명과 지혜를 자랑으로 여겼습니다. 이러한 자기란 과연 무엇이겠습니까?》하고 남철은 목소리를 더 높여 계속했다.

《이러한 자기란 63㎏의 육체였습니다. 그것은 달구지 하나 끌 정도의 힘밖에 낼수 없는 가냘픈 존재였습니다.》

남철은 군중을 보지도 않고 마이크만 보면서 그쪽에 가까이 몸을 숙였다. 그의 격조높은 토론은 새로운 견인력을 가지고 울리기 시작했다.

《이것을 느끼자 나는 갑자기 무기력해지고 비굴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까지 나는 나의 힘으로 뭐든지 다할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범군인도 되고 영웅도 될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허망한 일로 여겨졌습니다. 동지들은 이에 대하여 나를 타매할수도 있습니다. 동지들, 그러나 나는 끝까지 동지들앞에서 솔직하고싶습니다. 나는 광차를 밀 힘도 질통을 질 힘도 착암기를 들 힘도 없어졌습니다. 나중에는 공사장을 떠나 전투구분대로 갈 생각까지 했습니다. 나는 자기를 지키려다가 그것을 완전히 잃고말았습니다. 정말 잃었습니다!》

이 순간 남철은 누구를 눈앞에 그려보았는가? 누구와 이야기하고있었는가? 누구를 상대하고있었는가? 희생된 중대장을? 아버지를? 어머니를? 지금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있는 수만의 군인들을?

《이러한 때 나는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의 부름을 받게 되였습니다. 그리하여 경애하는 장군님을 만나뵙게 되였습니다.》

남철은 계속했다.

《나는 자기를 다시 찾았습니다. 그러한 나는 그전과 다른 남철이였습니다.》

남철은 자기가 적절하지 못한 표현을 한것이 아니라는것을 납득시키기 위해 되풀이해 말했다.

《63㎏의 나의 몸에는 부모의 피가 아닌 다른 피가 흐르게 되였습니다. 나는 강자가 되였습니다. 사상의 강자, 의지의 강자, 신념의 강자가 되였습니다.》

남철은 이 순간에 자기가 하고싶던 말을 다하지 못하지나 않을가 걱정되여 이 생각, 저 생각을 앞뒤가 맞지 않게 건너뛰면서 서둘러 말했다. 그리고 자기가 토론문에 쓰고 지금까지 기회가 생길 때마다 말해왔으나 적합치 못하다고 여겼던 그 말이 저절로 튀여나오는것을 느꼈다.

《동지들, 자기를 버리십시오. 그리고 그이를 닮으십시오. 김정일장군형의 군인으로 되십시오. 그때만이, 바로 그때만이 그이의 믿음에 충성으로 보답하자는 말이 공담이 아니라 실천으로 될수 있는것입니다.》

비상한 정신적앙양을 체험하며 수만의 청중도 보지 못하고 그들이 울리는 박수소리도 듣지 못하며 남철은 마이크를 틀어쥐고 열정적으로 웨쳤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몸엔 주체형의 피만이 흘러야 합니다. 설사 부모가 준 피라고 해도 다른 피가 섞여서는 안됩니다. 절대로 안됩니다. 만일 동지들중 그 누가 그렇게 된다면 일심동체의 대오에서 떨어져나와 나약한 존재, 버림받는 존재로 될것입니다.

원쑤들이 우리의 피속에 다른 피를 섞어넣을수 있다고 믿지 마십시오. 나는 알고있습니다. 우리의 모든 인민군군인들이 최고사령관동지의 의지의 전사, 일당백의 전사가 될것이라는것을! 우리는 최고사령관동지의 명령을 무조건 관철할것입니다. 형편이 아무리 어렵고 난관이 겹쌓인다 해도 우리는 기어이 뚫고나갈것입니다.》

여기서 남철의 토론은 끝났다. 뢰성과도 같은 환성이 터져오르며 여러 군인들이 뛰여나와 그를 마이크채로 끌어안았기때문이였다.

그날 밤 남철은 중대교양실에서 편지종이를 꺼내놓고 조용히 앉았다.

《그리운 아버지…》하고 시작을 뗀 그는 오래도록 더 쓰지 못했다. 눈앞이 흐려졌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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