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사상은 흥망성쇠의 근본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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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사상은 조선혁명의 확고한 지도사상으로 되고있으며 우리 시대의 위대한 혁명적기치로 되고있습니다.》 김 정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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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인 상
내가 의거입북하여 평양시내에 첫발을 들여놓을 때였다.
시내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하나의 구호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구호는 《우리 식대로 살아나가자!》였다.
남에서는 볼래야 볼수 없었고 들을래야 들을수 없는 구호였다. 민족의 넋이 사라지고 남의 정신이 뿌리내린 곳, 제것은 간데 없고 온통 남의것이 판을 치는 세상, 미제침략자들이 제멋대로 활개치는 《남이 사는 내 나라》에서 40여년간 살아온 나는 제정신을 가지고 자주적으로 살것을 얼마나 애타게 갈망하였던가, 내가 원하던 그 요구가 바로 눈앞에 성벽처럼 서있는것이 아닌가, 저 구호가 바로 사회주의제도의 본성과 내 조국의 얼을 보여주는 구호라는것을 나는 해설을 듣지 않아도 알것 같았다.
부풀어지는 가슴, 뜨거워지는 눈시울, 환성이라도 지르고싶은 심정을 억제하지 못하며 나는 안내원에게 저 구호의 참뜻이 무엇인가고 물었다. 그는 선뜻 《우리 식대로 살아나가자!》는 구호의 근본정신은 주체사상의 요구대로 살아나가야 한다는것이고 제정신을 가지고 모든 일을 인민의 리익에 맞게 자력갱생의 원칙에서 자체의 힘으로 해나가는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 구호는 위대한 장군님께서 주석님의 주체사상과 자주정신의 숭고한 뜻을 받드시여 내놓으신 구호라는것을 덧붙였다.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 이북이야말로 진정으로 민족의 얼이 살아있는 내 나라라는것을 페부로 느끼게 되였으며 우리 인민, 내 민족을 위한 자주정치를 펴나가시는 위대한 주석님과 경애하는 장군님에 대한 다함없는 존경과 흠모의 마음을 금할수 없었다.
시내 중심거리에 들어서니 시원스레 뻗은 널직한 도로, 무성하게 푸르른 가로수, 즐비하게 늘어선 고층건물들이 한눈에 안겨왔다. 서울의 좁고 숨막히는 거리, 가로수 하나 변변히 없고 무질서한 집만 보아오던 나는 후련한 심정이 솟구쳐오르는것을 금할수 없었다.
나는 숙소인 보통강려관에 이르러 또 한번의 큰 충격을 받았다. 숙소의 건물도 웅장화려한것이였지만 려관간판이 나의 시선을 끌었다.
《보통강려관》
보통강반에 자리잡은 려관이라는 뜻을 담고 민족의 넋으로 친근하게 안겨오는 그 이름, 거기에는 나의것, 나의 문화, 내 민족의 얼이 살아숨쉬고있었다.
나는 흥분된 마음으로 려관간판을 보고 또 보았다. 안내원의 독촉을 받고서야 정신을 차린 나는 가까스로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키며 호실에 들어섰다.
려장을 풀고 잠옷을 갈아입은 나는 호기심에 책상우에 놓인 라지오를 틀었다. 마침 라지오에서는 귀에는 설지만 친근한 녀성방송원의 랑랑한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조선중앙방송입니다. 일곱시를 알려드리겠습니다. 》
시간을 알리는 또릿또릿한 방송원의 목소리는 여기가 바로 내가 사는 내 나라, 민족의 넋이 나래치는 내 조국이라는 인상을 또다시 강하게 안겨주었다.
순간 이남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면서도 늘 서글프게만 들어야 했던 그 방송원의 목소리가 귀에 울려오는것만 같았다.
《KBS가 일곱시를 알려드립니다. HLKA. 》
꼭같이 시간을 알리는 방송원의 목소리였지만 북과 남은 너무도 엄청나게 달랐다.
어느덧 어둠이 깃들었다. 소리없이 밤은 깊어가는데 조용히 잠을 청해도 좀처럼 잠들수가 없었다.
그렇게도 안기고싶던 태양의 품에 안겼다는 생각, 내 민족의 얼이 살아있는 내 조국에 왔다는 생각, 사랑하는 어머님과 형제들, 제자들도 같이 왔으면 얼마나 좋으랴 하는 생각 …
생각할수록 기쁘고 행복하여 뜨거운 눈물이 두볼을 타고 주르르 흘러내렸다.
더는 누워있을수가 없었다. 방안을 서성거리던 나는 로대에 나섰다. 늦가을의 밤공기는 머리를 건듯하게 해주었다.
첫 인상에 안긴 《우리 식대로 살아나가자!》의 구호, 《보통강려관》이라는 간판, 라지오에서 친근하게 울려나오던 우리 말로 된 방송원의 목소리가 자꾸만 가슴속에 파고드는것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