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계십니다

 

한장의 색바랜 사진앞에서

나는 들었습니다

무거운 한숨을 쉬며

의용군친구가 들려준 이야기

그의 어머니이야기를

 

소박한 술상을 마주하고

나는 또 들었습니다

오늘이 어머니생일 70돐이 되는 날이라고

오열을 터치며 쏟아놓던

그의 어머니이야기를

 

대동강얼음이 풀리면

얼음 풀리는 기슭에서 들었습니다

축포가 오르는 명절의 밤이면

그 불꽃을 바라보며 들었습니다

남녘의 어머니를 찾는 피타는 웨침을

 

그래서 이제는 눈에 선합니다

저녁이면 동백기름을 짜며

붉게 익던 그 어머니얼굴이

면에서 수십리-

보리밭을 꿰질러가는 그 고향길이…

 

언제부터인지 모릅니다

신문에서 텔레비죤에서

남녘의 기막힌 소식이 전해지면

남해가 그 초가집 탱자나무가지가

아프게 아프게 이 가슴에서 우는것은

 

인정이 인정에 막혀

한번도 본 일없는 그 어머니얼굴이

이처럼 가슴에 새겨졌겠습니까

한번도 가본 일없는 그 고향집이

이처럼 때없이 떠오르겠습니까

 

아닙니다, 피가 지도록 입술을 깨무는

그의 설음이

나의 설음이고

순간순간 심장이 타는 고통이

우리 민족이 겪는 분렬의 고통이니

 

나도 모르게

세월도 모르게

내 삶에 자리잡았습니다

남해가의 고향 남해가의 어머니가

내 고향 내 어머니처럼

 

아아-

민족분렬이 너무도 길어

조국통일이 너무도 사무쳐

나도 남녘에 그리운 고향이 생겼습니다

나도 남녘에 그리운 어머니가 생겼습니다

 

주체81(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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