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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하니 반가운 일이 리제마를 기다리고있었다.

황도연과 조정의 홍문관 부교리로 출세한 김옥균이 홍원현감에게 부탁하여 홍원에다 의학당을 마련해놓은것이였다.

하여 리제마는 고향 함흥에 려장을 푼지 며칠만에 한옥이와 달래의 바래움을 받으며 아들 민성이와 제자들을 거느리고 호련강상류에 있는 함관령고개를 넘어 홍원현을 찾아갔다.

현감을 위시로 하는 홍원사람들이 리제마일행을 맞이하여 동해바다가 한눈에 안겨오는 고색짙은 해월정근처로 안내하였다.

거기에 덩실한 학당이 있었다. 원래는 길손들이 묵어가던 원집인데 새로 원집을 짓기로 하고 경치좋은 곳에 있는 이 집을 학당으로 꾸린것이였다.

학당은 여러모로 편리한 자리에 있었다. 큰길가까이에 있으니 래왕하기에 편리하고 나무숲속에 묻혀있으니 조용하고 게다가 양지바르니 겨울에도 따스해서 좋고 주변에 밭도 좀 있으니 남새를 심어먹을수 있어 참으로 안성맞춤하였다.

좋은 학당이 생기니 근심거리도 생겼다. 갑자기 어데 가서 쟁쟁한 젊은이들을 데려온단 말인가.

그것도 홍원현감이 풀어주었다. 사실 홍원현감은 김옥균이 무은 충의계 계원이였다. 그는 리제마를 돕는 일이 백성살이에만 아니라 나라의 개화에도 이바지한다고 믿고있었다.

홍원현감이 어떻게 손을 썼는지 10명의 젊은이들이 학당을 찾아왔다. 가깝게는 홍원고을, 멀리로는 안변, 삼수 지어는 경원과 회령고을에서도 왔다. 모두 눈에서 정기가 도는 젊은이들이였다.

홍원현감은 대개 젊은이들이 풍토가 험하고 질병이 많은 고장들에서 왔으니 한해를 기한으로 하여 속히 의술을 가르쳐주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리제마는 그 의견에 쾌히 응하였다.

정말 옳은 생각이다. 지금 북관땅의 도처에서 앓고있는 사람들이 의원이 찾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고있는데 내 어찌 한시인들 시간을 지체하랴. 뜻을 지닌 사람에게 있어서 제일가는 재산은 자기의 재주를 물려받은 제자를 많이 가지는것이 아닌가. 사람이 많으면 길이 열린다고 제자들을 많이 두면 보다 더 백성들을 위한 의로운 일을 펴볼수 있을것이다.

학도들에게 무엇부터 가르쳐줄것인가.

리제마는 을순이 다려준 두루마기를 깨끗이 차려입고 글방으로 들어섰다.

접장(학급장)이 소리쳤다.

《선생님께 경롓!》

일어서서 기다리던 학도들이 일제히 리제마를 향하여 정중히 허리를 굽히였다. 그들속에 민성이도 있었다.

(아, 이들이 정말 나의 제자들이란 말인가.)

삿자리를 편 방에 자리를 잡고앉은 학도들의 눈길은 순간도 리제마에게서 떠나지 않았다.

리제마의 목소리는 흥분으로 하여 떨리였다.

《학도들! 오늘부터 학도들은 의술이라는 학문을 배우게 되오.

그럼 의술은 어떤 학문인가? 명실공히 의술은 만병을 방비하고 제때에 질병을 다스려 사람이 병없이 건강해서 오래 살수 있게 하는 재주를 련마하고 그 진보를 마련하는 실학의 한갈래로서 사람이 생존하는 한 반드시 중시해야 하는 더없이 훌륭한 학문이라고 할수 있소.

의술은 아득한 태고적사람이 생겨난 그때 먹을것을 마련하는 농사일과 함께 생겨났고 오늘도 래일도 먹고 쓰고사는 분야의 대업과 함께 병존하게 될것이요.

이 땅에 조선을 세우신 박달임금은 창업초기에 벌써 사람의 병을 다스리는 로가라는 관직을 내오고 그것을 셋째아들 부우에게 맡겨주시였소.

질병을 다스리는 일은 매우 복잡하고 심오하며 헐치 않소.

그럼 어떤 사람이 의원으로 될수 있는가?》

리제마는 잠시 이야기를 끊고 학도들을 둘러보았다.

생김새며 나이, 고향은 서로 달라도 배우려는 의욕은 한결같아 얼굴마다에 기백이 넘쳐났다.

이들을 한명도 떨어지지 않게 잘 키워내야 한다.

《의원으로는 누구보다도 겨레와 강토를 아끼는 사람, 누구보다도 백성들의 고통을 자기의 고통으로 여기는 사람, 바로 그런 사람이 의원으로 될수 있소. 진정으로 나라와 백성을 위한 길에 한몸을 바치고저 하는 사람이 명의가 될수 있소.

이것을 가리켜 애국이라고 할수 있소.

백성을 널리 구제하는것! 다시말하여 백성들이 병없이 오래 살수 있게 하는 의술이 어찌 의로운 사나이들의 일이 아니겠소?》

리제마는 자기의 한마디한마디가 학도들의 가슴에 애국의 활력을 끓어오르게 하고있음을 그들의 눈길을 통하여 읽고있었다.

《오늘 첫 시간에는 무엇을 배우겠는가?

오랜 세월 사람들은 자기를 괴롭히는 병마와 싸워오는 과정에 약과 뜸, 침과 부항, 찜질 같은 술법들을 터득해내였고 의술의 진보를 이루어왔소. 약이나 뜸, 침과 부항, 찜질 같은 술법들은 개개마다 질병을 다스리는데서 자기의 독특한 우점과 비방을 가지고있소.

이에 대한 의원들의 견해는 서로 다르오. 어떤 의원들은 일뜸, 이침, 삼약이여야 한다고 하고 또 어떤 의원들은 일침, 이뜸, 삼약이라고 하오.

나는 일약, 이뜸, 삼침이라고 하고싶소.

처음 사람의 몸에 병을 일으키는 사기가 침범하여 손가락과 발가락, 가죽에 머물러서 병을 일으켰을 때에는 침이나 뜸으로도 못돼먹은 사기를 물리칠수가 있소.

사기가 팔다리와 살속으로 더 깊이 쳐들어와서 보다 더 위중한 병을 일으켰을 때에도 침이나 뜸으로도 그 사기를 몰아낼수 있소.

그러나 사기가 장기에 깊숙이 침범하여 골병을 일으켰을 때에는 침이나 뜸만으로는 안되오.

오로지 손발가락에 든 사기든 팔다리에 든 사기든 여하를 막론하고 다 잡아죽일수 있는 약을 써야만 하오. 약이야말로 골수에 든 사기까지도 몰아낼수 있는 제일 센 힘을 가지고있소.》

《야!?》 하는 감탄소리가 장내를 울렸다.

리제마는 술렁이는 방안이 정돈되기를 기다렸다가 좀더 빠른 어조로 이야기를 엮어나갔다.

《약은 침이나 뜸과 달리 병자들에게 거의나 괴로움을 주지 않고 또 누구나 손쉽게 쓸수 있는 우점들이 있소.

하기에 우리의 조상들은 조선이란 나라를 세우기 수천년전에 벌써 우리 나라의 어디서나 흔히 나는 쑥과 마늘 같은 약재로 병을 고칠줄 알았소. 산삼과 인삼은 중국사람들이 고구려의 명약이라고 부러워한 진귀한 약재였소. 고구려때 우리 선조들은 세신과 백부자, 왕지네, 우황과 같은 약재를 널리 썼소.

삼천리금수강산 우리 나라에는 어디 가나 약초가 무성하고 가는 곳마다에서 진귀한 약재들을 찾아볼수 있소.

그럼 잠간 쉬고 다음시간에는 어떤것들이 약초로 될수 있고 또 약초의 효험과 쓰임에 대해서 공부하겠소.》

글방을 나서는 리제마는 삶에 대한 희열로 가슴이 부풀어오름을 느끼였다.

내 남은 인생을 후진을 키우는 일에 전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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