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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제마는 진해고을에 려장을 풀어놓기 바쁘게 제포에 자리잡은 수군진부터 찾았다.
이전 현감들 같으면 부임지에 도착하자마자 부임턱을 받아먹는다, 6방관속들과 고을의 부자들에게서 인사턱을 받아먹는다, 기생점고를 한다 하고 복작소동이 났겠는데 리제마의 거동은 너무도 조용했다.
수군진을 돌아본 리제마의 마음은 울적하였다.
이렇게까지 한심할줄은 몰랐다.
나라법대로 하면 제포의 수군진에는 수군 80명이 타는 큰 병선인 대맹선 1척, 수군 60명이 타는 중맹선 5척, 30명의 수군이 타는 소맹선 10척, 도합 16척이 있어야 하는데 기껏 소맹선 일여덟척이 갈펄에 나앉아있을뿐이였다.
알아보니 신관 수군첨절제사는 오자마자 병이 심하게 번져 웅천에 병치료로 가있고 오백여명의 수군이 있어야 하는 진에는 겨우 백수십명의 군사가 전부라는것이다.
나이가 58살이라고 쓴 둥근 패쪽을 허리에 찬 늙은 군졸이 하는 말은 군량이 없어 군사들에게 급료를 잘 내여주지 않는데다가 이제는 병선들이 낡고 파손되여서 새로 무어야 하기때문에 군사들의 태반이 벌이를 하느라 사방으로 흩어져갔다는것이였다. 지난해 다른데로 출세하여간 절제사가 군사들이 벌어들인 돈을 몽땅 꿍져가지고 갔다고 한다.
제포거진이 어떤 요충지인지 모른단 말인가.
제포거진은 옥포, 평사포, 지세포, 영동포, 사량, 당포, 조라포, 적량, 안골포의 수군만호들을 관할하여 경상도 남쪽바다의 거의 절반을 지켜야 하는 중요한 거점이다.
임진왜란때 왜군은 부산포에서 진해고을과 이웃한 웅천앞바다로 해서 전라도 진포의 명량해협으로 빠져나가 북상하려고 하다.
그때 리순신장군이 제포의 앞바다에서 왜놈수군 10만을 족쳐 그놈들의 기도를 꺾어놓았다.
그런 수군의 요충지가 쑥대밭으로 되여가고있으니 이런 기막힌 일이 또 어데 있는가.
다음날 리제마는 웅천에서 병치료를 하고있는 제포의 수군첨절제사를 찾아가 박규수대감의 글월을 전해주었다.
스승이 써보낸 글월을 읽고난 수군첨절제사는 리제마의 손을 잡고 마음은 수군진에 가있는데 몸이 말을 안 들으니 분하다고 탄식하였다.
열이 계속 나고 맥이 없고 입맛이 없으니 음식을 제대로 들지 못하고 어떤 때는 각혈까지 한다는것이였다.
수군첨절제사의 병을 보니 페로(페결핵)였다.
다행히도 그에 맞는 처방인 팔물군자탕이 있어 제꺽 약을 지어주고 돌아왔다.
그 다음날부터 리제마는 제자들과 함께 잠행으로 마을들을 돌아보았다.
그래도 곡창이라 할수 있는 벌방고을이여서 산골보다 백성살이가 썩 나을줄 알았는데 별반 차이가 없었다. 벼고장인데도 벼짚이영을 새로 올린 집도 얼마 없고 게딱지같은 초가집들은 울바자 하나 변변치 않았다. 끼식때 마실 물을 청해 찾아들어가면 어느 집에서나 솥에서는 멀건 시래기죽이 끓고있었다.
마가을인데도 농사군들이 낟알구경을 제대로 못한다니 이게 웬일이냐.
올망졸망한 아이들은 하나같이 무릎이고 팔꿈치고 다 드러난 거친 베옷을 걸쳤고 그러기는 로인들도 마찬가지였다.
남해가는 나라에서 제일 더운 고장이여서 목화가 잘 자라고 모시농사도 잘되여 집집마다 천짜는 소리 그칠줄 모르는데 사람들이 헐벗다니 웬일이냐.
반면에 오막살이같은 초가집들의 한복판에 덩실 솟아있는 6방아전들이며 리정같은 구실아치들, 땅부자들의 기와집들을 찾아들어가면 한성의 대감집들을 보는듯 얼이 나간다.
국법을 유린하고 한갖 구실아치에 불과한자들이 수십간 지어 호방같은자는 쉰간에 달하는 큰집을 쓰고사는데 후원에 련못까지 있었다.
고간마다에는 옥같이 하얀 입쌀이며 피륙들이 가득가득하고 방에는 부산포에서 밀매해들여온 값진 박래품(다른 나라에서 들여 온 물품)들이 그들먹하다.
이럴수가 있는가.
좀더 알아보니 작은 고을에 무슨 6방관속이 그리도 많은가.
나라에서는 군보다 작은 현에는 아전을 18명, 일수(심부름군)는 28명으로 정해주었다.
그런데 진해현에는 아전이 서른을 넘었고 일수도 두곱이나 되였다. 라졸수도 여러명이면 되는데 스물을 넘고 기생수도 열을 넘는다.
장공인도 그렇다.
나라에선 현에 옻칠쟁이, 야장인, 화살만드는 공인, 목공을 각각 1명씩 두어 관가에서 소용되는 일을 시키라고 하였는데 수십명이나 부리여서는 그들이 만든 기물을 아전것들이 다 나누어가진다.
배기달의 말에 의하면 제포쪽으로 나가는 길가에 주막집이 하나 있는데 거기에 앉아있으면 고을형편을 더 잘 알것 같다고 한다. 리제마가 그의 말이 못미더워 뜨아해하자 배기달은 어떻게 알아냈는지 《세상에도》라는 그 주막집의 래력을 늘어놓았다. 주막집은 간판이 《세상에도》는 아니고 그 집 녀주인이 유별난 녀인이여서 그렇게 불리운다고 하였다.
마흔고개에 이른 녀주인은 말끝마다 《세상에도》라는 말을 붙이는 습관이 있는데 언젠가 주막집을 털어먹으려고 관가에서 나온 심보고약한 구실아치가 그 말을 언질삼았다.
《네가 말끝마다 <세상에도>라고 수작질을 한다는데 그건 태평성대를 비웃지 못해하는 수작이 분명하다.》고 하면서 까박을 붙이였다.
그때 주막집 녀주인은 이렇게 대꾸했다.
《쇤네는 8도강산을 떠돌아다니며 한성에도 가서 <세상에도>란 말을 빼놓은적이 없지만 그걸 트집잡아 야료를 부린 사람은 없었소이다.》
그런 일이 있은 다음부터 주막집은 《세상에도》라고 불리웠는데 그 집 음식맛도 괜찮고 대접도 후해 사람들이 잘 모여든다는것이다.
거기에다 녀주인의 딸이 고을에서 첫 손가락에 꼽히는 인물로 노래 잘하고 춤도 잘 추어 이전 현감이 관가의 기적에 올리고 기생으로 만들어놓았다고 한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든다던가. …
하여튼 《세상에도》집에 가면 오고가는 말들을 다 들을수 있다고 한다.
리제마는 평복차림으로 제자들과 함께 《세상에도》집을 찾아가보았다.
가보니 기생노릇을 하는 딸은 어느 부자집 생일잔치에 불리워가서 없고 녀주인이 맞아주었다. 인사성도 밝고 붙임성도 있고 친절하기란 이루 말할수 없었다.
녀주인의 얼굴이고 몸매고 다 고운걸 보아 한창 방년(한창 피여나는 꽃다운 젊은 나이)의 딸이 얼마나 곱겠는가를 바이 짐작할수 있었다.
길손들이 꽉 들어찬 넓은 방의 한구석에 앉아 술대접을 받으며 귀를 강구니 들을 말이 적지 않았다.
듣는 말중에 리제마의 분통을 터지게 한것은 관가에서 동헌 뒤뜨락에 옥을 차려놓고 파종시기든 김매기철이든 상관않고 때없이 백성들을 잡아다가 행패를 부린다는것이였다.
나라법에는 농사철기간에는 송사까지도 못하게 되여있다. 해마다 춘분일에 《무정》(송사의 정지)을 하였다가 추분날에 《무개》(송사의 시작)를 실시하도록 되여있다.
그런데 여기 아전들에게는 국법이 어느 려염집아낙네의 푸념소리만치도 못해보이는 모양이였다.
며칠동안 《세상에도》집을 출입하면서 고을형편을 속속이 꿰뚫은 리제마는 드디여 첫 정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대개 일의 성패는 그 시작을 어떻게 떼는가에 달려있다.
그러기에 앞서 리제마는 마을들에 기별을 띄워 각 마을 리정들이 몇사람씩 데리고 관가로 나오게 하였고 그간 약을 먹고 차도가 생겨 제포에 나와있는 수군첨절제사에게는 수군사 스무나문명을 보내달라고 청하였다.
6방관속, 라졸, 장공인, 기생들도 빠짐없이 관가에 모이도록 조치를 취하였다.
하여 당일 아침부터 관가뜨락에는 비집고 들어설 틈도 없이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삼문밖에서는 남녀로소 백성들이 무슨 일이 있나 하여 장사진을 쳤다.
리제마는 동헌대청마루에 위엄을 차리고 엄한 기상으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앞의 섬돌아래 좌우로 6방관속들, 리정들, 라졸들이 벌려섰다.
뜨락가운데에는 보기만 해도 소름끼치는 6개의 형틀이 차려있고 그곁에는 길이가 3자 3치 되는 형장들이 무져있었다.
6방관속들, 라졸들, 리정들은 희색이 돌아 기세가 올랐고 일수, 장공인, 백성들은 겁에 질렸다.
이제 신관사또의 입에서 어떤 불호령이 떨어지겠는지…
리제마의 싸늘한 눈길이 형방을 더듬었다.
《옥에 갇혀있는 <죄인>들을 끌어오라.》
급창이 되받아넘겼다.
《예잇! <죄인>들을 끌어오랍신다-》
라졸들은 우르르 뛰쳐가더니 인차 옥에 칼을 찬 《죄인》들을 떠밀고 발로 차면서 몰아왔다.
한 스무명쯤 돼보이는 《죄인》들은 매맞아 옷이 찢어지고 얼굴이며 드러난 몸부위들은 퉁퉁 붓고 시퍼런 멍이 들어있었다.
라졸들은 《죄인》들을 형틀뒤에 무릎을 꿇어앉히였다.
리제마는 애써 끓어오르는 격분을 다잡았다.
《저 <죄인>들이 지은 죄를 고하라.》
급창이 또 되받아넘기자 기다렸다는듯 형방이 고소장을 뒤적이며 숨쉴새 없이 읽어내려갔다.
《죄인 기덕은 4년째 조세를 절반밖에 내지 않았고 환자 역시 몇해동안 전혀 갚지 않아서 도합 서른다섯섬 다섯말의 나라쌀을 떼먹었는바…》
《가만! 조세를 얼마로 정했는고?》
호방이 대답하였다.
《다섯할로 했사옵니다.》
《다섯할?!》
리제마는 더욱 분이 치밀어올랐다.
나라법에 조세는 1할로 받게 되여있었다. 나라사정이 어려우면 2할로도 받아들일수 있는데 5할이라니 이런 불법무도한짓이 어데 있단 말인가.
백성들은 5할로 조세를 바치는것이 나라법인줄로 알고있을것이다.
그렇다면 5할로 빼앗아들인 조세의 태반은 어데로 사라져버렸는가. 가깝게는 제포의 수군진에조차 군량을 제대로 내주지 않았는데…
《죄인 오달은 삼년째 군포를 전혀 내지 않았는데…》
리제마의 귀에는 더는 형방의 지껄임이 들려오지 않았다.
그는 어서 《죄인》들에게 형벌을 내려 신관사또의 위엄을 떨쳐주십사 하는 눈길로 쳐다보는 형방을 못 본척 하고 소리쳤다.
《<죄인>들은 듣거라. 너희들은 지은 <죄>를 인정하느뇨?》
《죄인》들은 모두 머리를 땅바닥에 떨구고있었다.
《이놈들아, 갑자기 귀머거리들이 됐어?》
라졸들은 당장 《죄인》들에게 몽둥이를 휘두를듯 눈알을 부라리며 꿱꿱댔다.
《사또님!》
한 늙은 《죄인》이 머리를 번쩍 쳐들었다.
《소인네들이 살아있는것이 <죄>올시다. 어서 그 <죄>나 면하게 해주시오이다.》
이번에는 그곁의 젊은 《죄인》이 소리쳤다.
《소인네들이 사람으로 태여난것부터가 <죄>인줄 아오이다. 어서 그 <죄>를 면하게 해주시오이다.》
그 말속에는 무서운 항변이 응어리져있었다.
꽝!-
벼락치는듯 한 소리에 사람들은 와뜰하며 일제히 소리가 난 대청마루로 시선을 모았다.
대청마루를 힘껏 내려친 리제마의 주먹이 부르르 떨리고있었다.
그의 주먹이 담장아래에 늘어선 수군사들을 겨누었다.
《여봐라! 너희들 저 삵괭이(삵)같은 라졸들부터 차례로 형틀에 포박하라!》
수군사들은 하늘땅이 엇바뀐듯 한 형세에 잠시 얼떨떨하여 움직이지 못하였다.
《난 현감으로가 아니라 거진의 병권을 쥔 수군첨절제사를 대신하여 너희들에게 군령을 내리는거다.
남의 집에 뛰여들어 갖은 행패를 다하고 나라를 먹여살리는 농사군들을 <죄인>이라 차고 때려 병신을 만드는 저놈들을 그냥 내버려두면 나라가 망한다.》
그러지 않아도 라졸이라면 평소에 이를 갈던 수군졸들이라 리제마의 령에 원한이 끓어올라서 그놈들에게 달려들었다.
라졸들은 사시나무떨듯 하며 형틀에 끌려나가 묶이였다.
리제마의 호령이 또 떨어졌다.
《너희들 수군사들의 손이 조금이라도 떨린다면 군령으로 너희들을 엄히 다스릴테다. 간악한 아전놈들과 한짝이 되여 백성들을 못살게 군 저놈들에게 볼기 쉰대씩 쳐라.》
바지를 벗겨내린 라졸들의 궁둥이로 형장이 된바람을 일으키며 날아들었다.
철떡! 철떡! …
라졸들은 아우성을 쳤다.
《살려주사이다. 사또님-》
리제마는 눈을 꾹 내리감았다.
저자들이 어떤 놈들인가. 저놈들의 근본을 헤쳐보면 거의다 일하기를 죽기보다 더 싫어하고 공것이라면 회물도 마실만 한 몹쓸 뿌리에서 돋아난것들이다. 놀부같은 한량(량인의 상층부)이나 몰락한 량반족속들, 밴들거리는 향리(지방고을에서 세습적으로 내려오는 아전)족속들이 저놈들의 뿌리이다. 저런 놈들에게 라졸역을 지은것부터가 잘못이다. 량반들에게는 꼬리흔드는 삽살개요, 백성들에게는 사나운 이리가 저놈들이다.
《아이쿠, 살려주사이다.》
리제마는 라졸들의 떠나갈듯 한 울부짖음소리에 손을 쳐들었다.
그와 동시에 수군사들의 손에서 형장이 굳어졌다.
《그놈들을 잠시 내치고 이젠 리정놈들을 끌어올리라!》
리제마는 형틀에 묶여 버둥거리는 리정들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이놈들! 족제비도 낯짝이 있다고 했다. 어떻게 한마을에서 한우물을 떠마시고 살면서 동네사람들에게 그렇게 못된짓을 할수 있단 말이냐? 우로는 아전놈들을 섬기고 아래로는 라졸놈들과 작당하여 백성들의 등껍질을 두벌세벌 벗겨 자기 배를 불렸으니 네놈들도 혼쌀나야겠다!》
리정들도 형장아래서 피멍이 들어 뜨락에 내던져졌다.
마감으로 리방, 호방, 형방, 공방, 병방, 례방들이 끌려나왔다.
그들은 벌써부터 초죽음이 되였다.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고 남이 매맞는것을 실컷 구경하였으니 5장6부까지 문드러진듯 하여 와들와들 몸을 떨었다.
그들속에서 리방이 기여드는 목소리로 간청했다.
《사또님! 소인네들을 용서해주사이다. 소인들은 관가에 매인 몸이라 구관사또님의 분부를 거역할수가 없었소이다.》
량반들을 업어넘기는 일에 쩌들대로 쩌든 아전들이라 반드럽기는 3년 묵은 물박달나무방망이 한가지였다.
리제마는 주먹을 힘껏 틀어쥐였다.
참새도 무리가 크면 논밭을 쭉정이로 만들고 쥐도 무리가 크면 쌀고간을 녹여낸다. 벼슬을 타고앉은 큰도적들과 간악한 시골아전들이 패당을 뭇고 백성들에게는 임금의 령이라 하여 토색질을 일삼고 임금에게는 우직한 백성놈들이 조세마저 내지 않으련다고 속여 임금과 백성을 리간시키고 그 중간에서 리득을 차리는 까닭에 국운이 기우는것이다.
리제마의 노성이 찌렁찌렁 동헌뜨락을 울리였다.
《리방, 듣거라. 너는 이전 현감들을 기만하여 국법을 어기고 아전, 리정, 라졸들의 머리수를 곱으로 불구고는 그 대가로 뢰물을 챙겨먹고 그들의 잘못을 눈감아주고 그 대가로 재물을 받아먹었으니 너야말로 고을도적의 장본인이라 아니할수 없다. 호방, 너는 조세를 무려 5할로 걷어들여 큰 도적, 작은 도적끼리 나누어먹었으니 그 죄가 어찌 가볍다 할소냐.
공방, 너는 장공인들을 많이 두고 그들의 피땀으로 배를 불리웠고 무엄하게도 국법을 유린하고 구실아치, 라졸들의 집을 장상대신 집인듯 크게 짓는데도 모르쇠를 하였으니 네놈도 어찌 무사할소냐.
형방, 너는 악한 놈들로 라졸을 늘이고 골목백성들을 기습하여 행패질을 일삼았으니 그로 하여 전답이 묵어나고 개울이 메워지고 호구가 줄어들게 하였다.
병방, 너는 군총의 수를 거짓으로 불구어서 군포로 네 몸을 살찌웠으니 네놈도 무사치 못하겠다.》
리제마는 다음말이 나가지 않았다.
주색질로 상전들을 음란과 타락에로 유인한 례방이 지은 죄는 다른 아전들의 죄보다 가볍다고는 못한다.
《례방, 네놈은 인륜을 고의로 어지럽혔으니 십악죄(10가지 극형죄)를 면치 못하겠다.
이놈들아, 죄는 지은데로 간다고 했다. 네놈들은 오늘 지은 죄값을 톡톡히 치르어야겠다.
얘들아, 저놈들을 사정두지 말고 되우 쳐라.》
수군사들의 눈에서 불이 일고 손에서는 형장이 맵짜게 오르내렸다.
철떡! 철떡! …
6방아전들도 혀를 빼물고 뜨락에 나딩굴었다.
그러나 리제마의 분기는 조금도 가라앉지 않았다.
《이놈들아, 네놈들이 백성들을 겁탈하여 빼앗아들인 일체 전답이며 재물을 모두 몰수한다. 집도 국법에서 허용한대로 삼간을 남기고 허물어내도록 할것이다. 여봐라, 저 도적놈들을 옥에 가두고 죄없는 백성들은 놓아주어라.》
수군사들이 달려들어 아전, 리정, 라졸들을 옥으로 끌고갔다.
눈물을 흘리면서 기뻐하는 백성들을 보고서야 리제마는 가슴이 후련해졌다.
리제마는 그 자리에서 각 마을마다 신망이 있는 향리들을 추천하게 하였다.
국법에 6방관속은 향리들속에서 뽑게 되였으니 그것을 어길수는 없었다. 그 다음 파발을 띄워 첫 송사의 판결정형을 경주에 있는 경상도 관찰사에게 알리였다.
리제마가 진해고을에 내려와서 펼친 첫 정사의 소식은 그날로 날개를 타고 온 고을에 쫙 알려졌다. 이 소식을 들은 백성들은 이제야 고을에 진짜 명관이 왔다고 기뻐하였고 부자들은 기가 죽어버렸다.